그냥 갑자기 캐시를 주제로 소설을 써보고 싶어서 부족하게나마 끄적여봄

허접한 문학... 비추 달게 받는다.


(1)

캐시 웨이드는 특종을 사랑한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러하듯 언론의 자유와 진실을 알아낼 권리를 방패로 삼아 이 세상 뒷구석의 자질구레한 더러움을 드러내는 것은 그녀의 오랜 즐거움 중 하나이다.

취재와 탐방이 천박한 농담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밥 우드워드 같은 최고의 특종기자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꿈은 때로 천박한 농담보다도 더 우스운 것으로 취급당하곤 하였으나 주변의 비웃음은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한껏 물이 오른 미모와 카운터 능력 각성자라는 특이한 이력 덕분에 그녀는 비밀이 많은 정부 관료나 기업의 임원들의 입을 쉽사리 열 수 있었고 그 입에서 나온 자그마한 비밀들은 그녀의 성공적인 커리어가 되었으나 어느 날 그녀는 선을 넘었다.

 

물론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선을 넘나드는 것은 기자들의 일상이었으나 이번 선에는 그녀의 목숨이 걸려있었다. 결국 생존을 위해 캐시 웨이드는 잘 나가던 타블로이드지 기자에서 오피셜 서포트의 전투 카운터로 전직을 해야만 했다. 그녀 개인에게 있어서 참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업계의 가십거리 대신에 침식체의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던 그녀는 오랜만에 본업으로 복귀했다. 물론 이전에도 태스크 플래닛에 소소한 기사들을 투고하면서 만족감을 조금씩 채우고는 하였으나 이번 일은 그런 장난과는 격이 다른 진짜배기였다.

 

며칠 전 미합중국 재무부 장관 조지 웨슬리 스미스가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원인은 아내의 건강 문제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재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임한 평범한 사건이지만 캐시 웨이드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녀뿐만이 아니라 언론에 종사하는 그 누구도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사유를 믿지 않았다.

상식선에서 현 공화당 정부의 핵심 인사이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재정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권력자가 본인도 아닌 고작 아내의 건강 문제로 사임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조지 웨슬리 스미스가 권력에서 밀려난 것으로 분석하였으나 캐시는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딱히 합리적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기자의 감이었다.

그리고 감이 오면 행동하는 것이 기자의 덕목이다. 

그것이 오늘 그녀가 DC의 작은 바에서 재무부 감찰국장 다니엘 프레거를 만난 이유이다.

 

"나는 웨이드 양이 은퇴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직도 활동하고 있을 줄은 몰랐군."

"뭐... 잘 아시겠지만 관리국에 몸을 두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임시에요."

"하긴 그렇겠지. 그래서 단순히 안부나 묻자고 부르지는 않았을 터인데 용건이 있는 것 아닌가?"

"채권추심이죠."

"이런.. 그렇군."

 

세상을 놀라게 하는 특종 기사들은 보통 내부고발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세상을 뒤흔들 중대한 내부고발들이 일개 기자들의 취재과정에서 튀어나올 리가 없었다. 물론 극소수의 양심선언을 우연히 주워 담게 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의 특종들은 그 내부고발을 통해 큰 이익을 보는 누군가의 투서에서 시작되었다. 그 누군가의 목적은 물론 반대 계파나 경쟁자를 매장하는 것이다.

기자들은 특종과 명예를 얻고 정보 제공자는 밝은 미래를 얻는다. 둘 사이에 남은 비밀은 다음 거래로 이어지는 신뢰가 된다.

다니엘 프레거 감찰국장도 캐시 웨이드와 그런 특별한 신뢰 관계에 있었다.

 

"DC의 많은 늙은이들 중에 하필 나를 부른 건 스미스 씨 일 때문이겠군."

"감찰국장까지 올라오셨는데 큰 건을 물고 차관을 노리셔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지. 그렇지 않아도 기자를 불러야 하나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스미스 장관을 감찰하셨나보죠?"

 

프레거 감찰국장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DC에서는 언제나 말을 훔쳐듣는 사람이 한두 명 즈음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 모습을 본 캐시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러자 실내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언제 보아도 신기한 광경이군."

"이 정도는 해드려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자네는 참 말이 잘 통해서 좋단 말이야."

 

칙칙한 군바리들이나 카운터 아카데미의 교관들은 캐시 웨이드의 카운터 능력을 단순한 공격기술처럼 여겼다. 그러나 세상에는 바람으로 되도않는 칼날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멋진 일이 얼마든지 많았다. 이를테면 도청방지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스미스 장관이 횡령이라도 했나요?"

"그런 일이었으면 자네가 아니라 연방 검사를 부르지 않았겠나? 조금 더 사적인 이야기지"

 

프레거 국장의 이야기는 다소 길고 두서가 없었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조지 웨슬리 스미스 장관의 집무실에는 비서조차 손을 대지 못하는 핫라인이 하나 있었다. 재무부의 사람들은 농담 삼아 그것을 재무부 직속 핵미사일 발사 버튼이라고 부르고는 하였으나 미스터리한 일임은 틀림없었다. 

 

때문에 장관실을 들락거리는 고위 직급의 재무부 공무원들은 '우연'하게 그 통화 장면을 목격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스미스 장관은 그것이 정말 핵버튼이라도 되는 것처럼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다. 장관 집무실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면 그는 모두를 내보내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예외는 단 한 차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오픈되어야만 하고 실제로 오픈되어 있는 재무부에서 그렇게까지 보안이 유지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실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관심으로 끝낼 수 있었지만 정의의 관점에서 이런 일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도 엄연히 있었다.

그런 특별한 사람 중 한 명이었던 한 비서관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몰래 장관이 그 핫라인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을 듣는데 성공했다. 고작 한 단어였지만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엘리... 라고 하였네."

"사람 이름이네요?"

"사람이겠지."

 

도대체 엘리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정부 고위 공직자의 이름은 분명히 아니었고 남자의 이름도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비서관은 감찰국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스미스 장관이 그런 변태적인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나도 몰랐네. 처음에는 정보기관의 재정담당자나 그런 사람의 이름일거라고 믿고 싶었네만..."

"기관들에서 부인했나보네요."

"감추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하더군."

"그렇다면 스미스 장관이 그만두는 이유가 대충 짐작이 가네요."

 

정치인이 여자문제로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흔했다. 캐시는 그런 흔한 결말이 아니길 원했지만 모든 정황이 그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 더러운 비밀을 가지고 명예롭게 사임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네."

"동감이에요. 솔직히... 좀 많이 실망스럽네요."

"개인적으로도 참담하기 그지없네."

 

프레거 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현 집권당인 공화당의 3인자이자 미합중국의 재무부 장관인 조지 웨슬리 스미스가 그런 이유로 물러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권력자니 서열이니 하는 정치적인 요소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나이 많은 노인네가 자기 집무실에 불륜상대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핫라인을 설치하고 모두에게 그것을 비밀로 한 채 은밀하게 애인과 대화를 나누는 행위 자체가 한 명의 인간으로써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그렇다면 기사는 어떤 식으로 내드릴까요?"

"진실을 그대로… 였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부끄러운 일이야. 재무부 감찰국에서 스미스 장관의 사소하지만 묵과할 수 없는 권력 남용을 내부 감찰 결과 확인하였다... 정도로 내주면 고맙겠네."

"그렇게 하지요. 기사는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다음 주 수요일에 나갈 겁니다."

"스미스 장관에게 갈 건가?"

"저도 일단은 관리국 소속입니다만 동시에 미국 시민입니다. 이런 일은 조용히 넘어가면 좋겠네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스미스 장관 또한 천상 정치인이지. 그 정도 선에서 원만하게 대화가 통할걸세."

 

그녀가 다시 손짓을 하자 캐시와 다니엘 주변을 흐르던 바람이 사라졌다. 주변의 소리가 다시 또렷하게 들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프레거 국장은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원래 이런 자리에서 기자에게 한 잔 얻어 마시는 건 훌륭한 관료의 덕목이네만... 이번에는 내가 사도록 하지. 술값만큼 더 잘 부탁하고 싶네."

"살다보니 국장님께 한 잔 얻어 마시는 날도 오네요. 국장님 뜻대로 잘 진행될 겁니다."

 

그녀는 프레거 국장과 인사를 나누고 쓴 웃음을 지은 채 바에서 나왔다. 정보를 주워들으면서 술까지 얻어먹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맨 정신으로 그런 기분 나쁜 노인네와 담판을 짓기는 힘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알코올의 마법 같은 힘이라도 빌려보라는 그런 배려일 것이다.

 

스미스 장관의 집은 바에서 가까웠다.

애당초 이야기를 마치면 바로 스미스 장관의 집으로 쳐들어갈 작정을 하고 약속장소를 잡았기 때문이다. 

스미스 장관의 자택은 그 정도 권력자의 집이라기에는 다소 아담하지만 충분히 큰 전원주택이었다. 담장 하나 없이 외부와 앞마당이 그대로 연결된 구조는 스미스 장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마당 한 구석에는 최근 핫한 이커머스 업체인 플라티나 쇼핑에서 배송된 것으로 보이는 레토르트 식품이 가득 놓여있었다. 단순히 ‘놓여있다’ 라고 표현하기에는 엄청나게 많이 쌓여있긴 하였지만 이해할만 했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당했으면 당분간 속세를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캐시는 잠시 스미스 장관의 마당을 구경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슬슬 구경이 지겨워질 즈음이 되었을 때 부드러운 표정의 노인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저 제품은 제가 작전을 나갈 때 자주 먹어봤는데 제법 맛있어요.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이는 것 같구려. 막연히 알파트릭스 브랜드만 보고 일단 구입했는데 아무래도 사놓고 보니 맛에 대해서 걱정이 좀 되는 것 아니겠소?”

“잘 구입하신거에요.”

“빈말이라도 고맙소. 조지 웨슬리 스미스요. 이제는 장관도 아닌 그냥 노인네지.”

“캐시 웨이드라고 합니다. 태스크 플래닛의 기자죠.”

 

그녀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스미스 장관과 악수했다. 생각보다 스미스 장관의 반응이 유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소. 음모론에 심취해서 위험한 기사들을 쓰다가 선을 넘고 관리국으로 도망쳤다고 들었는데 잘 지내는 것 같아 아무쪼록 다행이오.”

 

물론 그녀의 착각이었다.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 큰 기쁨입니다.”

“카운터의 힘을 가진 주제에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침식체와 싸우기는커녕 하루 종일 정재계의 인사들을 물어뜯기 바쁘다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소.”

“그것 또한 저에게는 더없이 기쁜 찬사죠.”

“뻔뻔하군.”

“이 바닥에서 기자를 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죠.”

 

스미스 장관은 잠시 그녀를 노려보다가 흔들의자에 앉았다.

 

“요 며칠 사이에 참 많은 기자들이 왔다갔소. 하원 원내대표나 장관이던 시절에도 그렇게 많은 기자를 보지는 못했는데 말이오.”

 

스미스의 실각은 기자들에게 있어서 향후 공화당 권력의 향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와 같았다. 캐시처럼 중대한 키워드를 얻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찾아올만한 가치는 있었다. 아마도 워싱턴에 주재하는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한 번씩은 장관 사택에 찾아왔거나 앞으로 찾아올 것이다.

 

“향간에는 당 내부에 권력 갈등이 있었거나 대통령의 심정변화가 있었다고들 하지만 사실이 아니오. 정말 아내의 병수발 때문에 물러나게 되었거든. 이곳에 찾아온 모든 기자들에게도 같은 대답을 해주었으니 그만 물러가보시오. 멀리 마중은 가지 않겠소.”

 

일방적으로 할 말을 쏟아낸 스미스 장관은 흔들의자에 몸을 완전히 맡긴 채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그녀가 하는 어떤 말도 듣지 않겠다는 그런 태도였다. 

 

“그러시다면 엘리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건 어떠실까요?”

 

스미스 장관의 움직임이 멈췄다. 캐시는 녹음기를 꺼내들고 버튼을 눌렀다.

 

“녹음기 끄시오.”

“녹음은 기본 아닌가요?”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우선 그 녹음기를 끄시오. 그게 내 조건이오.”

 

사실 굳이 녹음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녹음기의 버튼을 끄고 주머니에 그것을 집어넣자 스미스 장관이 입을 열었다.


“엘리에 대해 얼마나 아시오.”

“모든 것을 알고 있어요.”

“엘리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소. 나를 포함해서 말이오.”

 

그녀는 예상보다 로맨틱하면서도 황당한 스미스 장관의 반응에 다소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겠지요.. 실언했네요. 집무실의 전화기부터 비밀스러운 통화까지 알만큼은 알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괜찮으실까요?”

“그렇군.. 그래서 그걸 공표할 생각이고?”

“그렇죠.”

 

스미스 장관은 잠시 낙담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충격이 큰 것인지 할 말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다.

 

“기자들은 맨하탄 프로젝트나 오버로드 작전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서 함구했소. 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오?”

“진실의 중요성과 가치를 잘 몰랐으니까요?”

“참으로 뻔뻔하고 끔찍한 사람이군!”

 

스미스 장관은 역정을 냈다. 캐시 웨이드는 이 일련의 상황이 당혹스럽고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미스는 자신의 불륜이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정도의 기밀이라도 된다고 여기는 것만 같았다. 집무실에 애인과의 비밀 전화기를 설치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정말 비대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었다.

 

“뻔뻔하고 끔찍하다는 건 기자에게 있어서 더할나위 없는 칭찬이지만 그 이전에 그런 비밀을 깊숙이 감추려는 그런 태도 또한 이 나라에 끔찍한 일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이미 마음을 굳히고 온 것 같은데 확신이라도 얻기 위해서 온 모양이오?"

그렇다고 해두죠. 

“그렇다면 잘 해보시오. 미리 축하드리겠소 아마 금세기 최대의 특종이 되겠구려.”

 

장관은 더 이상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겠다는 듯이 쓰러지듯 흔들의자에 앉아 그녀에게서 눈길을 돌렸다. 

이 상황에서 프레거의 제안을 들려줘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스미스 장관의 집에서 나왔다. 그와의 대화 과정에서 그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어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혹시.... 엘리가 스미스 장관의 불륜상대가 아니라면?”

 

오버로드나 맨하탄에 비유할 정도의 거대한 비밀, 그럼에도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스미스 장관의 태도, 애써 타겟을 자신에게 돌리려는 듯한 지나친 공격성과 황당한 발언들, 정체불명의 여성 엘리, 그리고

 

“대통령은.. 여성인데요...???”

 

대통령의 성별. 엘리가 스미스 장관의 여자가 아니라 만약 대통령의 여자라면? 얼마 남지도 않은 대선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큰 사건이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알 수 없는 큰 흐름 속에 뛰어든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놀랍고도 극단적인 생각들을 정리하며 멍하니 길을 걷던 그녀는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앞에 수상한 한 명의 남자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정리가 약간 덜 된 것처럼 보이는 금발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소 경박해보이는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통해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군인이었다. 

 

“관리국 오피셜서포트 소속 캐시 웨이드씨가 맞습니까?”

 

그리고 강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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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게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