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윤 “… 네? 방금 뭐라고 하셨죠?”

 

유미나 “그러니까, 젊은 부사장이었지?”

 

이수연 “그래! 내가 바로 구 관리국의 에이스이자 펜릴 전대의 선봉대, 이수연님이시다!”

 

유미나 “(선배, 부사장도 젊었을 땐 꽤 활발한 성격이네?)”

 

주시윤 “(그러게요? 최근 약점 노트 소재가 모자랐는데 딱 좋은 소재 제공자가 나타났네요.)”

 

유미나 “(서, 선배 설마 그런 걸 만들고 다녔어!?)”

 

주시윤 “(아차차. 말실수. 우리 사랑스러운 미나 양, 비밀 엄수가 뭔지 잘 아시죠?)”


찡긋!


유미나 “(우웩!)”

 

이수연 “뭘 둘이서 몰래 쑥덕거리고 있는 거야!”

 

깡! 챙!

 

주시윤 “어이쿠! 역시 혈기왕성한 부사장님답게 굉장히 다혈질이시네요.”

 

이수연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검로… 훌륭해. 역시 스승님의 제자다운 반응속도야.”

 

주시윤 “아하하. 보잘 것 없는 B급 카운터에게 칭찬이 좀 과하시네요.”

 

이수연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 둘의 서열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어!”

 

쿠쿵!

 

유미나 “서열? 아, 나 사장님이 추천한 웹소설에서 본 거 같아. 무협에선 제자간의 서열이 굉장히 중요한가봐.”

 

이수연 “그래! 저기 턱쟁이가 잘 이해하고 있네!”

 

유미나 “터, 턱쟁이….”

 

주시윤 “그래서요? 어디까지나 소설 속 이야기잖아요? 뭐가 어찌 되었든 저 무시무시한 부사장님의 젊은 시절을 상대로 칼을 맞댈 만큼 저는 멍청하지 않답니다. 사저.”

 

이수연 “사, 사저!?”

 

주시윤 “하하. 그야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사이잖아요? 가르침을 배운 순서는 그쪽이 먼저니, 마땅한 칭호를 붙였을 뿐이죠. 그게 당연한 거잖아요?”

 

이수연 “크, 크흠! 그래, 사제! 확실히 나와 사제 사이엔 어마어마한 격차가 존재하지. 그건 스승의 가장 영예로운 제자로서, 나 이수연이 인정하는 바야!”

 

유미나 “그걸 본인이 인정하면 서열을 정리하는 의미가 있나?”

 

주시윤 “쉿. 이럴 땐 침묵이 금이랍니다, 미나 양.”

 

이수연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솔직히 말할게. 당장 내가 마주한 벽은 저기 저 애꾸눈이 된 미래의 나야!”

 

두둥!

 

유미나 “갑자기 뭘 인정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부사장 아줌마가?”

 

이수연 “맞아! 미래의 나를 이겨내지 못하는 이상, 나는 최고의 제자가 될 수 없어! 나유빈 그 멀대 녀석은 보이지 않으니까 논외!”

 

주시윤 “하하. 동족상잔이라니. 역시 젊은 부사장님도 훌륭한 펜릴 소대의 자질을 타고나셨군요.”

 

이수연 “그런 의미에서 제일 먼저 사제와 승부하기로 한 거야!”

 

유미나 “선배, 무슨 소린지 이해됐어?”

 

주시윤 “제 이해력을 너무 얕보시네요, 미나 양. 당연히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이수연 “제일 먼저 사제를 꺾고, 그 다음엔 미래의 나를 꺾어 스승님에게 증명할 거야. 내가 최고의 제자라는 사실을!”

 

주시윤 “하하. 멋진 포부네요. 하지만 저는 스승님 제자 중에서도 최약체가 확실하니 굳이 승부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수연 “후후후! 다른 이들은 다 속였지만, 내 눈은 못 속여 사제! 넌 지금 실력을 숨기고 있어! 암 그럴 수밖에 없지! 그야 스승님의 제자가 고작 B급에 머물 리가 없으니까!”

 

주시윤 “호오? 정답을 맞히긴 했는데 그 방법이 참으로 단순하네요.”

 

유미나 “지난 사건 때 일로 대충 짐작하긴 했는데 선배 진짜 실력을 속이고 다녔던 거야?”

 

주시윤 “하하. 그럴 리가요. 전 늘 최선을 다하는데도 B급인 남자랍니다?”

 

유미나 “….”

 

이수연 “그런 의미에서 승부다, 시윤 사제!”

 

주시윤 “흐음. 기왕 승부할 거라면 저희, 공평하게 규칙을 정하고 하는 건 어떨까요?”

 

이수연 “규칙? 무슨 규칙?”

 

주시윤 “정확히는 승부 방식을 조금 다르게 한다는 거죠. 사저는 분명 최고의 제자가 되고 싶다고 하셨죠?”

 

이수연 “그렇지. 최고의 제자가 현재 내 목표야.”

 

주시윤 “그렇다면 역시 최고의 제자란 무엇인가 확실히 정하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죠?”

 

이수연 “흐음. 일리가 있어.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최고의 제자란 뭔데?”

 

주시윤 “그야 뻔하죠. 가장 스승님께 도움이 되는 제자가 최고의 제자 아닐까요?”

 

이수연 “스승님께 도움이 되는 제자?”

 

유미나 “또 약팔이가 시작되는군.”

 

주시윤 “쉿. 아하하. 우리 미나 양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여간, 어차피 스승님은 강인, 무적, 그리고 최강 아닙니까? 솔직히 제자인 우리가 아무리 강해봐야 스승님 발끝에도 못 미치죠.”

 

이수연 “그건 그래. 확실히 그 사건 때도 나는 스승님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 강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주시윤 “그러니까 도움이 되는 제자가 곧 최고의 제자가 된다는 겁니다. 무력이 아닌 다른 방면에서 스승님을 조력하는 거죠.”

 

이수연 “다른 방면? 예를 들면?”

 

주시윤 “가사를 비롯한 각종 보조 역할과 스승님이 가장 악전고투하는 서류 처리 등이 있겠네요.”

 

이수연 “윽! 서, 서류 같은 건 약자들이나 보는 거야. 나 같은 S급 카운터에겐 배울 필요가 없는 일이라구! 나는 현장에서 다 때려 부수는 걸로도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어!”

 

유미나 “우와. 발상이 마음에 안 들면 발차기부터 날리는 소대장이랑 똑같아.”

 

주시윤 “그러면 최고의 제자는 고사하고 최악의 제자나 되지 않음 다행이겠네요. 저도 그 멀대는 마음에 안 들지만, 머리 굴리는 일은 성실히 해내는 남자잖아요?”

 

이수연 “아, 그 멀대 만큼은 절대 안 돼! 내가 용납 못한다구! 멀대 녀석에게 그 칭호를 넘기느니 차라리 늙은 나에게 넘겨줄래!”

 

주시윤 “하하. 어떠신가요? 그래도 한 번 겨뤄보시렵니까?”

 

이수연 “으음…. 좋아. 최고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이것도 필요한 수행이겠지! 자아, 맘껏 덤벼 주시윤 사제!”

 

주시윤 “하하. 열정적이시네요. 마침 딱 좋은 대결 장소가 있어요.”

 

 

 *

 

 

힐데 “… 그래서, 휴일에 내 집까지 쳐들어온 이유가 뭐지? 망할 제자 녀석. 하찮은 이유면 네 모가지를 썰어주마.”

 

주시윤 “하하. 여차저차 해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스승님.”

 

유미나 “선배, 진짜 ‘여차저차’ 라고 설명하면 누가 알아들어….”

 

힐데 “드물게 신입과 마음이 통했군. 망할 제자 녀석, 설명할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주시윤 “그건 저기 젊은 시절 부사장님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이수연 “스승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간 바쁘다고 너무 얼굴 안 비추신 거 아닌가요? 네? 혹시 저 안 보고 싶으셨어요? 네? 역시 보고 싶으셨죠? 그쵸 스승님?”

 

힐데 “… 귀찮은 혹덩어리를 데리고 왔군.”

 

주시윤 “사랑스런 제자를 귀찮은 혹덩어리로 취급하는 스승님도 만만치 않은걸요. 그보다 내 집이라뇨. 엄연히 따지면 여긴 ‘우리 집’ 아닌가요?”

 

유미나 “뭐야, 선배 소대장이랑 동거하는 사이였어?”

 

이수연 “뭣!? 나조차 하지 못한 일을 사제가 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런 부러운 짓을…!”

 

힐데 “… 교활한 자식.”

 

주시윤 “하하. 제 보호자가 스승님이시거든요. 제가 카운터이긴 하지만 엄연히 ‘미.성.년.자’라 보호자가 없으면 활동에 여러모로 곤란한 점이 많답니다. 스승님은 그런 불편한 부분을 대신 처리해주시는 거죠. 어디까지나 ‘보.호.자.’ 로서 말이죠. 하하.”

 

힐데 “그래. 엄연히 법적 보호자로서다. 일단 이 녀석에겐 여러모로 책임이 있으니까.”

 

유미나 “그, 그랬구나….”

 

유미나 “(우리 회사, 어째 가족이 멀쩡한 사원이 터무니없이 적은 거 같은데….)”

 

이수연 “으으읏!”

 

힐데 “그래서. 저기 이수연… 은 차치하더라도. 작전 외에 서로 얼굴 볼 일 없는 너희까지 찾아온 이유가 뭐지?”

 

이수연 “최고의 제자를 가르기 위해섭니다, 스승님!”

 

힐데 “최고의 제자?”

 

힐끗.

 

주시윤 “하하. 젊은 부사장님이 꽤 혈기왕성해서 저희가 이런저런 사고에 휘말렸거든요.”

 

힐데 “하아. 내 제자복이 더럽게 없다는 건 알겠다.”

 

주시윤 “아무튼, 기왕이면 스승님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가 젊은 부사장님을 설득했죠. 어때요, 이 제자가 막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지 않나요?”

 

힐데 “얼굴 붉히지 마라. 역겨워서 토하고 싶으니까.”

 

주시윤 “시무룩.”

 

유미나 “선배가 입으로 그렇게 말하니까 좀 깬다.”

 

주시윤 “이럴 땐 제 편을 들어주셔야죠, 미나 양.”

 

유미나 “아무리 그래도 방금 그건 좀….”

 

이수연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승부다, 사제! 종목은 뭐야? 검으로 먼지 날리기? 필살기로 젖은 빨래 말리기? 그것도 아니면 스승님 어깨 안마하기?”

 

힐데 “마지막 종목은 꽤 끌리는데?”

 

주시윤 “첫 승부는 청소입니다.”

 

유미나 “왠지 그럴 거 같더라.”

 

이수연 “청소? 설마 고작 그딴 잡일로 최고의 제자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거야?”

 

주시윤 “하하. 물론이죠. 이보다 정확한 방법도 없는걸요. 스승님은 청소에 잼병이거든요.”

 

힐데 “주시윤!”

 

이수연 “그래? 하긴, 구 관리국 때도 청소는 늘 멀대 담당이긴 했어. 제발 빨래는 스스로 하라고 잔소리하곤 했는데. 귀찮은 녀석….”

 

유미나 “소대장, 선배. 나 갑자기 그 멀대란 사람이 불쌍해지기 시작했어.”

 

힐데 “크흠!”

 

주시윤 “보다시피, 저희 스승님은 청소 능력이 꽝이라서요. 청소한답시고 소매를 걷어 올리면 역으로 쓰레기가 늘어나는 굉장한 스킬을 지니고 계시죠.”

 

유미나 “왠지 남일 같지 않은걸.”

 

힐데 “큿!”

 

이수연 “과연. 즉 스승님의 구제불능인 가사 능력을 제자가 커버함으로서 최고의 제자에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있다는 소리지?”

 

주시윤 “하하. 역시 펜릴 소대의 에이스다운 머리 회전 능력! 이해력이 굉장히 뛰어나시네요!”

 

이수연 “흐흥. 좋아. 하지만 단순히 청소를 한다고 해서 어떻게 승부를 판가름할 거지?”

 

주시윤 “마침 이 집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더러운 수준은 둘 다 비슷하죠. 1층은 최근 스승님이 돌아오면서 잔뜩 어지럽혔고, 2층은 스승님이 잠적한 이후로 쭉 방치된 상태거든요.”

 

힐데 “쿨럭!”

 

유미나 “그, 힘내 소대장….”

 

이수연 “흐흥. 과연. 다 이해했어. 청소 구역을 나눠서 깔끔함을 비교한다는 거구나. 심판은 저기 저 두 사람이고?”

 

주시윤 “역시 사저답게 영민하시네요! 하지만 표가 갈릴 수 있으니 심판은 스승님 한 분으로 한정하도록 하죠. 괜찮겠죠, 미나 양?”

 

유미나 “괜찮아. 애초에 내가 남의 청소 수준을 뭐라 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힐데 “시, 신입....”


이수연 “좋아! 그럼 청소 구역은 어떻게 배정하지?”

 

주시윤 “공평하게 제비뽑기를 하도록 하죠. 자아, 1이 적히면 1층이고 2가 적히면 2층입니다.”

 

스윽

 

이수연 “읏! 2층이라니….”

 

주시윤 “그럼 자동으로 저는 1층으로 배정됐네요.”

 

이수연 “후후. 괜찮아. 최고의 제자가 되기 위해선 이 정도 고난,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만 기다리고 계세요, 스승님! 펜릴 전대 에이스, 이수연 출동!”

 

호다닥!

 

힐데 “… 머리 좀 썼구나, 망할 제자. 네 손에 들린 제비, 전부 숫자 2가 적혀 있지?”

 

주시윤 “하하. 역시 때 묻지 않은 부사장님은 속이기가 쉽네요.”

 

유미나 “?”

 

유미나 “뭐야.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

 

힐데 “… 하아. 신입, 농땡이의 화신과 다름없는 녀석이 왜 이런 승부를 걸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나?”

 

유미나 “그야 S급 카운터와 직접 무력으로 부딪치는 것보단 이게 더 나으니ㄲ… 어?”

 

힐데 “눈치 챈 모양이군. 이 녀석은 그냥 귀찮은 집안일을 남에게 떠넘기고 싶었을 뿐이다.”

 

주시윤 “하하. 너무하세요, 스승님. 사랑스러운 제자는 그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웬 꼬맹이 더부살이가 괘씸해서 청소 도우미를 들여왔을 뿐이라구요?”

 

유미나 “….”

 

힐데 “네가 조금이라도 내 서류 작업을 도왔다면 퇴근도 그만큼 앞당겨지고, 청소할 시간도 났을 텐데 말이다.”

 

주시윤 “하하. 스승님도 참. 제 눈을 보면 아시겠지만, 시력이 나빠서 서류 업무는 최대한 피하고 있는걸요.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이 벌써부터 시력을 잃을 순 없잖아요? 그죠?”

 

힐데 “… 쳇! 고얀 녀석.”

 

유미나 “어, 어라? 지금 분위기 되게 차가운 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야? 나, 갑자기 위가 아파오기 시작했는데?”

 

주시윤 “저런, 혹시 복통인가요? 마침 수납장에 위장약이 있으니 우선 그거라도 드셔볼래요?”

 

유미나 “으으. 고마워. 근데 보통 위장약을 집에 두나?”

 

주시윤 “저희 집에선 상비약입니다. 어렸을 때 스승님이 해주신 요리를 먹고 요단강을 여러 차례 건널 뻔했거든요. 처음 봤을 땐 무슨 침식체로 만든 요린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

 

유미나 “뭐야. 본인도 요리 못하면서 나한테 뭐라 타박한 거였어, 소대장?”

 

힐데 “크, 크흠!”

 

주시윤 “저희 스승님이 참 잘났는데 유일한 단점이 가사를 못한다는 거죠. 가끔 보면 파괴신이 따로 없어요. 아수라장이 아수라로부터 비롯된 단어란 걸 체감케 하신단 말이죠.”

 

힐데 “처, 청소는 약자 따위나 하는 일이다. 강자에겐 강자 나름의 일이 있어. 효율적인 업무 분배라는 거다.”

 

유미나 “데자뷰인가….”

 

주시윤 “하하. 사제는 서로 닮는다고 하잖아요?”

 

유미나 “하긴. 선배도 소대장도 은근 사람 짜증나게 하는 건 똑같아.”

 

주시윤 “보셨죠, 스승님? 미나 양이 저희의 돈독한 사제 관계를 칭찬하고 있어요.”

 

힐데 “저게 어딜 봐서 칭찬이냐 이 얼간아!”

 

이수연 “이수여어어어어어언! 스트라이크!”

 

우당탕! 콰직! 펑! 콰광!

 

유미나 “저기, 위층은 괜찮은 걸까?”

 

주시윤 “… 음. 역시 사제는 닮는군요.”

 

힐데 “오해다. 나는 청소에 필살기를 사용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아.”

 

주시윤 “잘하면 청소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유미나 “올라가서 한 번 확인해봐야지 않을까?”

 

힐데 “계단 오르기가 두려운 건 또 처음이군.”

 

주시윤 “저희도 마음이 통했네요, 스승님?”

 

힐데 “원흉은 좀 닥쳐.”

 


계단 등반 중


 

이수연 “아하하핫! 청소 끝! 나의 승리야! 보라고 주시윤 사제! 이게 관리국 에이스의 청소 실력이야!”

 

처참

 

유미나 “우와.”

 

주시윤 “오.”

 

힐데 “….”


휑~


주시윤 “여름에 시원하고 좋겠네요. 그죠, 스승님?”

 

힐데 “혹시 이거 산재처리 가능한가?”

 

유미나 “집에 구멍이 나는 건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수연 “생각해보면 이상했어. 이토록 더럽다는 건 즉 2층의 모든 게 다 쓰레기란 뜻과 동일하잖아. 아무도 건들지 않고 방치했다는 건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래서 싹 지워버렸어. 스승님한테서 배운 이 기술로!”

 

짝짝!

 

주시윤 “훌륭한 발상이군요. 저는 감히 떠올리지도, 따라할 엄두도 못 낼 청소 방법이었어요. 이걸로 먼저 1승을 챙기셨네요, 사저. 축하드려요.”

 

이수연 “흐흥. 역시 우리 사제가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네. 다음 종목은 뭐야?”

 

주시윤 “청소 다음은 역시 요리죠. 안 그렇습니까, 스승님?”

 

힐데 “날 죽일 셈이냐, 주시윤! 차라리 대놓고 암살 기도를 하던가! 이게 무슨 짓이냐!”

 

이수연 “요리? 후후. 좋아. 내가 이 순간만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요리가 있으니까! 다음 경기 또한 내 승리나 다름없네! 후후후!”

 

주시윤 “어이쿠! 이거 벌써부터 두려워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하는데요?”

 

이수연 “기대하시라, 관리국 에이스의 비장의 요리를!”

 

 

~ 요리중 ~

 

 

유미나 “저기, 소대장. 부사장 아줌마 요리가 그렇게 끔찍해?”

 

힐데 “청소한다고 벽에 구멍을 뚫는 녀석이 멀쩡한 요리를 만들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에이잇! 차라리 내가 직접 요리하고 말지! 둘 다 저리 비켜!”

 

주시윤 “어이쿠! 불을 사용하는 중에 난입하면 위험합니다, 스승님.”

 

이수연 “앗! 스승님, 혹시 먼저 맛보고 싶어 끼어든 거야?”

 

힐데 “앗! 그, 그게 아니라 그….”

 

이수연 “자아, 아직 간이 덜 되긴 했는데. 한 번 먹어봐! 제자의 사랑이 담긴 음식이야!”

 

꿈틀꿈틀!

 

힐데 “(꿀꺽)”

 

힐데 “망할 제자야….”

 

주시윤 “듣고 있습니다, 스승님.”

 

힐데 “무덤은… 아니다. 그냥 네 마음대로 처분해다오.”

 

이수연 “자 스승님. 아앙~♡”

 

힐데 “(뒈짖)”

 

털썩!

 

이수연 “어, 어라? 너무 맛있어서 기절하셨나?”

 

주시윤 “역시 사저는 다르네요. 제가 그토록 원하던 일을 단숨에 이뤄내시다니.”

 

이수연 “그, 그런가? 아무튼 내 승리지 이건?”

 

주시윤 “제 음식은 드시지도 못했으니까요. 2 : 0으로 저의 판정패네요. 축하드립니다, 사저. 최고의 제자가 되신걸.”

 

이수연 “히힛! 고마워, 사제! 인제 보니까 우리 사제, 단순한 뺀질인 줄 알았는데 다 내 오해였나봐! 생각보다 훨씬 착하고 좋은 아이였어. 다음에 내가 스승님한테 배운 비장의 기술도 가르쳐줄게. 어때?”

 

주시윤 “하하. 그것 참 기대되네요. 언제 한 번 시간 나면 배움을 청하러 가겠습니다.”

 

이수연 “히힛! 언제든 시간 나면 찾아오라구. 나는 빨리 멀대한테 가서 자랑이나 해야겠다. 앞으로 스승님 최고의 제자는 바로 나라는 걸 녀석에게 상기시켜줘야겠어. 그 다음은 미래의 나를 이기는 거야!”

 

주시윤 “응원하겠습니다, 사저.”

 

이수연 “오케이! 맡겨만 둬! 그럼 내일 회사에서 보자! 바이바이!”

 

쌩!

 

유미나 “엄청난 사람이네….”

 

주시윤 “앞으로 부사장님 눈에 안 띄게 더욱 노력해야겠어요.”

 

힐데 “… 갔냐?”

 

주시윤 “네. 방금 막 갔어요, 스승님. 쓰러지는 연기가 일품이신데요?”

 

유미나 “뭐야, 연기였어?”

 

힐데 “후우. 저 시절의 이수연은 폭주하는 걸 막는 게 어려웠으니까.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100바퀴 돌라고 해도 기꺼이 해내는 녀석이라 더욱 까다로웠지.”

 

주시윤 “아하! 제 훈련의 난이도가 이상할 정도로 높았던 게 전부 부사장님 탓이었군요?”

 

힐데 “넌 가중처벌 대상이었다.”

 

유미나 “근데 이러면 사람 하나 쫓아낸 것치곤 손해가 너무 막심하지 않아?”

 

주시윤 “역시 미나 양. 애써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부분을 냉정하게 쿡 찌르는 게 펜릴 소대에 딱 걸맞는 인재네요.”

 

힐데 “… 젊은 이수연이 했다고 하면 어떻게든 수연이 녀석이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녀석도 본의 아니게 자신의 흑역사가 쌓이는 걸 원친 않을 테니까.”

 

주시윤 “오오. 거기까지 예측하고 계셨던 건가요? 역시 스승님이시네요. 이 불초 제자, 스승님의 혜안에 탄복했습니다.”

 

힐데 “넌 그냥 날 맥이고 싶었던 거잖냐, 빌어먹을 녀석.”

 

유미나 “하아. 그나저나 배고파졌는데 선배가 만든 음식 먹을 순 있어?”

 

주시윤 “물론이죠, 미나 양. 이래봬도 스승의 연금술보단 맛있다고 자신하는 편이거든요.”

 

힐데 “넌 늘 한마디가 많아.”

 

유미나 “오! 생각보다 진짜 맛있는데?”

 

주시윤 “(우쭐)”

 

힐데 “끙....”



유미나가 돌아간 후

 


힐데 “그래서. 마지막 종목은 뭐였지?”

 

주시윤 “마지막 종목이요?”

 

힐데 “어물쩍 넘어갈 생각 마라. 삼세판인 걸 내가 모를까봐? 방금 신입이랑 먹은 네 요리, 평소보다 힘을 바짝 줬더군. 내가 홧김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네 승리였을 거다.”

 

주시윤 “하하.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참. 슬슬 노망 좀 드셨나보네요? 제 요리 실력은 원래 딱 그 정도랍니다.”

 

힐데 “… 뭐, 그런 걸로 치지.”

 

주시윤 “….”

 

힐데 “….”

 

주시윤 “… 안마였을 거예요.”

 

힐데 “….”

 

주시윤 “지금이라도 해드릴까요? 안마.”

 

힐데 “(으쓱)”

 

주시윤 “다 큰 어른이 아프다고 비명 지르기 없깁니다?”

 

힐데 “흥. 고작 애송이 수준의 안마에 내가 끄떡이나 할 줄 알고?”

 

주시윤 “뭐, 그러시다면... 흡!”

 

꾸욱!

 

힐데 “앗! 아흣! 흐익!”

 

주시윤 “….”

 

힐데 “….”

 

주시윤 “계속 할까요?”

 

힐데 “….”

 

주시윤 “… 스승의날 축하드립니다. 스승님.”

 

힐데 “무, 무슨 소리를… 히야앗! 자, 잠깐 적당히 눌러라 거기는… 꺄핫!”

 

주시윤 “이거 은근히 재밌네요.”

 

힐데 “꺄악!”







스승의날을 기념하여 미리 업로드.


이런 식으로 써본 건 첨인데 괜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