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


※ 이 문학은 카운터사이드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 이수연이 밸런스가 걱정될 만큼 존1나게 쎕니다.

2021.05.24 22:40분부로 카문대 참여작으로 변경합니다.


1편 2편 3편 4편



"시시하다고 했느냐. 나는 반대다. 한명. 나는 너 같은 강자와 싸우는 것이 처음이다. 그래서, 고무되어 있다. 호적수를 만났다는 감상적인 기분이 아니다. 내가 기쁜 것은, 마침내, 태어나 처음으로, 모든 힘을 끌어내어 싸울 때가 왔기 때문이다."


- 몽무, 킹덤 312화 中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이수연에게 더 이상 흥미는 없다. 아드라멜렉은 널브러진 이수연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반쪽인 '뱀'을 찾아야 했다. 찾기만 한다면 지금의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세상을 집어삼킬 수 있고, 세계침식률도 자연스레 올라가 클리포트 게임이 열리는 시일이 앞당겨질 것이다.


미약한 채로 현계했음에도 지금의 세상에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기껏해야 그 최후의 발키리 정도다. 


아드라멜렉은 한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뱀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음?"


그 때였다. 아직 다 끝나지 않은듯한 미적지근한 느낌이 들었다. 끼기긱, 하고 뭔가 억지로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났다.


혹시나 싶어 아드라멜렉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어라?"


죽은 것처럼 미동도 않던 이수연이 기괴한 자세로 공중에 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실에 꿰인 인형처럼 끼긱, 끼긱 하는 소리가 났다.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독으로 몸이 반쯤은 파괴됐을 터, 육체는 정상적으로 기동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것이다.


뱀과 같은 예리한 눈이 이수연을 재빠르게 꿰뚫어봤다. 그리고 아드라멜렉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이수연에게서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졌다. 허수 에너지는 아니었다. 그냥 거대한 힘이 이수연의 중심을 에워싸고 있었다.


영혼이다. 초월자인 아드라멜렉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수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영혼의 힘이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 영혼의 크기에 걸맞는 영혼의 힘을 가진다. 침식체는 이터니움이라는 결정화된 영혼을 몸에 지니고 있으며, 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아까 전, 검을 맞댔을 때 이수연은 이 정도로 강한 힘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인간은 이 정도의 영혼을 가질 수 없다.


역사의 특이점 끝에 태어난다는 영웅이란 존재들도 유달리 강한 영혼을 타고 태어나긴 한다만, 눈 앞의 이수연만큼은 아니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드라멜렉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금껏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하나 복기했다.


하나의 가능성이 아드라멜렉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모든 존재는 향상성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세계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는 멸망의 위기에 직면하면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존재를 보내 맞서게 한다.


그 세계의 저지력이 클리포트의 마왕들에게는 대적자라는 존재들로 나타난다.


보통의 인간과는 사뭇 다른,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기어코 위험요소를 꺾으려 드는 세계의 수호자들.


그런데 이걸 가능성이라고 불러야 할까. 현실에 강림하여 최초로 조우한 적이 대적자일 확률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대적자라면 대적자에 걸맞는 영혼의 격이 보였어야 했다. 지금에야 압도적인 힘의 형태로 보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아니었다.


마치 막아놓았던 댐을 허물어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었던 존재가 갑작스럽게 각성한다고?


이건 확률이 아니라 거의 세계의 저주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




고오오오오오오오-


이 일대 전체에 힘의 파도가 장엄하게 휘몰아친다.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아드라멜렉을 짓눌러갔다.


이수연에게 달린 워치의 시곗바늘이 고장이라도 난 양 미친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카운터는 자신의 영혼을 소모하며 싸우는 자. 카운터워치는 그 영혼을 수치화한 관측장치.


관측장치의 균형이 깨지다 못해 아예 수치화를 하지도 못할 만큼 막대한 영혼의 힘이, 이수연의 안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중상을 입었음에도 몸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몸을 잠식하고 있던 침식독의 고통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미 몸은 죽어서 시체와도 같은 상태겠지.


대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힘이 끝없이 넘쳐흘렀다.


".....!!!!!!"


아까 했던 방식대로 외부로부터 몸에 힘을 주입해 팔다리를 움직여본다. 


이수연은 신경계의 신호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부축으로 몸을 움직이는 감각에 조금씩 적응해갔다.


이 방법대로라면 아직 싸울 수 있다.


설령 몸이 부숴지는 한이 있더라도, 세계를 지키기 위해.

 

“너... 아직도 일어설 기력이 남아 있는거니?”

 

“그래. 네놈 덕분에 재밌는 사실이 하나 기억나서 말이야."


공중에 뜬 채로 이수연은 자세를 고쳐잡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3종 이상의 침식체에게는 대응할 수 없지. 카운터라 할지라도 말이야. 하지만 나는 젊었을 때도 3종들을 1종 잡듯이 두들겨 패왔고, 은퇴한 지금의 몸으로도 사도인지 뭔지 개뼉다구 같은 놈들의 머리통을 몇 번이고 박살내왔어.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설마, 네가 나의 대적자라도 된다는거냐?”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예전에 스승님이 내게 이런 말을 하셨더군. 나에겐 무지막지한 힘이 숨겨져 있지만, 인간의 몸은 생존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힘이 끝까지 발휘되는 일은 없다고."


그 말을 듣자 아드라멜렉은 등골이 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시 말하면 이수연 자신의 몸이 억제기와도 같다는 뜻이다. 그럼 그 몸을 완전히 박살낸다면?


이수연에게 잠재된 힘을 걸어잠그고 있던 생존의 문제가 없어져 버린다면?


“...확실히 평범한 미물은 아닌 듯 하구나. 약해진 상태라지만 내 독에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다니."


“네가 이렇게 내 몸을 죽음으로 몰고 간 탓에 꺼낼 수 있었어. 이젠 나도 어떻게 될 지 몰라. 내 모든 힘을 다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든.”


이수연의 말과 함께 공간 전체가 우우우, 하고 큰 소리를 내며 격정적으로 울어댔다. 미쳐 날뛰는 힘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지형을 바꾸고 파괴한다.


이미 아드라멜렉의 눈에 보이는 이수연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을 넘어선 그 무언가였다.

 

이수연은 힐데가 이전에 해줬던 말을 또렷하게 기억해냈다. 컴퓨터에 명령어를 입력하듯이 기억이 그녀의 영혼에 새겨졌다.

 

'넌 비록 멍청하고 아드레날린 과다분비에 앞만 보는 바보지만, 힘의 크기로는 널 따라갈 사람이 없다.'


칭찬인지 비판인지 모를 말과 함께 힐데는 그렇게 말했다.


힘을 개방한다면 이 세상에 널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어.


수연아. 네가 최강이다.


-전투복 비상 시스템 활성화

특제 이터니움 각성제 투여


이수연은 전투복의 기능 중 하나를 활성화했다. 주사가 피부를 뚫고 약물이 투여됐다. 


30대의 다 성장한 골격이 살짝 줄어든다. 눈동자가 살짝 커지고, 다 죽었던 피부에 아주 살짝 광택이 돈다. 전투복도 줄어든 몸에 맞춰서 조여들어 사이즈를 맞춘다.


방금 투여한 약물은 박정자에게 받아 관리자가 개량을 거친 육체 활성제. 이터니움 약물의 힘까지 써가면서, 육체를 전성기 시절로 되돌린다.


몸을 강제로 예전처럼 되돌리는 약물인 만큼 그 부작용은 크다. 낮춘다고 낮췄지만 60%의 확률로 다시는 검을 들 수 없게 된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어차피 죽은 몸인데, 60% 부작용은 없는 것과도 같다. 


이미 죽어버린 몸이긴 해도 이 격정적인 힘을 현실에 붙들어놓기 위해선 힘의 소유자인 자신의 몸이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약물 투여와 함께 이수연은 힐데에게 배웠던 것들을 하나 하나 리와인드했다. 


전수받은 특별한 무술, 잔기술, 전술 지식, 침식체와 싸우기 위해 관리국의 최고 에이스로서 배웠던 지식들,


이제 다시는 쓸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구시대의 지식들이 노련한 늑대에게 다시 깃든다.


이 모든 것은 한계가 없는 CRF의 출력을 견디기 위해.

 

이 넘쳐흐르는 힘을 가장 폭발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미미르의 샘, 재기동."


불구가 되어버린 오른쪽 눈에 CRF를 있는 대로 쑤셔넣는다. 주먹구구 식으로 최신 전투장비가 재기동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수연에게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필요했다.


에너지 잔여 수치 50000% 상승. 출력 강제고정.


시스템 재접속 성공.


신체 활성도와 CRF 랭크 모두 양호.


모든 기능 한정 해제.


눈이 떠진다. 다시금 오른쪽 눈이 세계를 눈동자 안에 담았다. 


마왕이 보였고, 클리파 차원과 연결된 패스가 보였고, 클리포트 인자의 농도가 수치로 표시된다.


잠들어있던 힘, 자신의 육체, 신의 눈, 이수연은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것들을 퍼즐 맞추듯 맞춰나갔다.


이제 마지막 조각을 맞춰야 할 때.

 

키리릭- 

철컥.

 

미쳐날뛰는 이수연의 워치 바늘이 어느 순간 정지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 정방향으로 돌지 않았다.

 

정론대로라면 카운터워치가 정지했다는 것은 생명이 다했다는 의미. 그리고 워치의 바늘은 갖고 있는 영혼의 힘의 총량.

 

그럼에도 이수연은 죽지 않는다. 오히려 육체가 붕괴하면서 터져나온 이수연의 CRF 출력은 워치의 수용량을 아득히 초월했다. 그것도 워치를 강제로 고정시킬 만큼.

 

힐데가 가르쳐줬던 것을 떠올린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 경지로 발을 내딛는다.


CRF 출력을 압축하고 또 압축하여 몸에 두른다. 이 일대를 잡고 뒤흔들던 힘의 폭풍을 잠재우고, 자신의 주변으로 범위를 한정시킨다.

 

공간을, 세계 전체를 자신의 몸 안에 우겨넣는다는 느낌으로 CRF를 몸 주변에 꾹꾹 눌러담는다. 워치는 그 과정에서 이미 움직임을 멈췄다.


과도한 힘의 응집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공간을 뒤틀었다. 주변의 공간이 구겨지며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동시에 몸 안에서도 CRF를 압축해 순환시킨다. 처음에는 고요한 나선을 그리며 회전시키다가, 점점 빠르고 격렬하게 순환시킨다.


마치 폭풍처럼. 빠르게, 빠르게, 빠르게,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로 휘몰아치는 폭풍을 몸에서 만들어낸다.


"무슨... 짓을....?"


아드라멜렉이 보기에, 워치가 정지된 이수연에게서 약해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몸 곳곳이 썩어 문드러져 있는데도 검을 든 채 자신을 겨냥하는 이수연의 모습은 흥미마저 느끼게 했다.

 

아드라멜렉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눈 앞에 서있는 자는 죽음을 초월하여 싸우는 용맹한 전사였다.


이수연은 거의 다 뜯어진 정장 상의를 거칠게 뜯어내 끈처럼 만들었다. 그 끈으로 16살 시절에 주로 했던 사이드 포니테일처럼 머리를 묶는다.

 

왼쪽 눈이 귀기를 머금었다. 오른쪽 눈은 한없이 큰 지혜를 담고 만물을 꿰뚫어보았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힘의 폭풍이 이수연을 중심으로 격정적으로 휘몰아쳤다. 

 

CRF를 잔뜩 부여받은 리액티브 소드의 몸체 부분은 붉은 눈이 달린 흉흉한 마검처럼, 어느 때보다도 새빨갛게 명멸했다.


이미 '인간' 이수연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이수연의 몸을 매개로 한 '어떤 현상'만이 있었다.


힐데에게 '최후의 발키리' 라는 이명을 선사해준 한 순간의 전설을, '어떤 현상'이 이 자리에 불러낸다.


그것은 필멸자로써 최고의 전사들만이 얻을 수 있는 영예.

 

주신의 전사가 되어 죽고 나서도 영원한 생명을 얻어 싸우는 것.


그 영광스런 이름은 신을 죽이는 늑대로부터 시작되어 그 후예에게까지 전승된다.


그들은 맹세했다. 세계를 위해 대절멸의 때에 기꺼이 싸우리.


그들은 맹세했다. 주신의 영광을 위해 영예롭게 돌격하리.


그들은 맹세했다. 세계의 적을 목숨을 바쳐 섬멸하리.


- 에인헤랴르 Einherier 

개방.

 

이에 그녀는 선언한다.


내 모든 힘을 다해 악신을 격퇴하리.


"전력을 다해봐. 마왕. 나도 전력을 다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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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먹으면서 보구가!


쓰다보니 7편까지 늘어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 못쓰는 사람 특) 글 쓰면서 계속 늘어남.


각성제 먹고 20대로 회춘 + 신의 눈 재기동 + 잠재된 힘 전부 꺼낸 이수연은 과연 마왕 뚝배기를 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