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카케 보고 썼지만 실비아는 등장하지 않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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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카운터 특수 범죄를 전담으로 도맡아 수사하는 제4 특별 기동 수사대 본부.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질적인 직원은 단 두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 한적한 경찰들의 유배지가 오늘따라 유달리 시끄러운 참이었다.

 

“...그래서 조직 이름이 뭐라고...?”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종이를 쥔 채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며 이유미는 눈앞에 서있는 문제의 제공자에게 질문했다.

 

“다-크 세븐이요, 다-크 세븐. 정말 멋지지 않아요, 경정님? 푸하하!”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이 문제의 제공자는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배를 붙잡고 그저 유쾌하게 웃고만 있는 중이었다.

이유미는 잠시 그런 그녀를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휘젓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차라리 마젤란 예언회가 훨씬 나았어. 다크세븐이 뭐야, 다크세븐이...”

 

“경정님”

 

한참을 홀로 웃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웃던 것을 멈추고 정색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에 깜짝 놀란 이유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무언가 말실수라도 한 것일까.

 

“왜?”

 

“다크 세븐이 아니라 다-크 세븐이에요.”

 

“지금 그게 중요해?!”

 

한 아동용 만화에 등장하는 눈사람을 연상시킬법한, 잠깐의 긴장감이 바보 같아지는 맥락 없는 헛소리에 그녀는 온몸의 기운이 확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이 좋다고 저렇게 실실 웃고만 있는 것인가. 책상 위로 고개만 빼꼼 내놓고 헤벌쭉 웃는 강소영을 보며 이유미는 원망스러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들이 이런 사태에 놓이게 된 원인은 바로 이유미가 들고 있는 종이에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세계적인 해커 그룹 ‘다-크 세븐’의 리더의 위치가 파악됐으니 그를 체포하라!” 오늘 아침, 상부로부터 내려온 그 공문에 적혀있던 내용이었다.

 

“이런 바보 같은 일까지 우리가 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

 

이유미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중얼거리자 강소영은 그건 아니라는 뜻 옆에서 딴지를 걸었다.

 

“그건 아니죠, 경정님~. 그 해커들, 이름은 바보 같아도 실적은 확실하다구요.”

 

“실적?”

 

이런 바보 같은 인간들에게 그런 게 있을 리가. 이유미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요~. 지금 당장 확인된 것만 해도 관리국 직할 도시 CCTV 해킹, 스위스 은행 해킹, 관리국 중심 데이터 해킹...”

 

“잠깐만, 잠깐만! 그거 진짜야?!”

 

손가락을 하나하나 구부리며 그들의 업적을 말하는 그녀를 이유미가 급하게 만류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한 일 하나하나가 웬만큼 내로라하는 해커들조차 꿈도 꾸지 못할만한, 그런 위대한 업적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마지막 건은 더더욱. 

확실히 그런 해커들을 계속해서 세상에 풀어놓는 것은 커다란 들짐승들을 풀어놓는 것과 매한가지인 위협 요소였다.

 

“당연히 진짜죠. 제가 왜 경정님께 거짓말을 하겠어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당당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 흔들었다. 

 

“그래서 가실 건가요?”

 

“하아...그래, 가자! 가! 그 다크...다-크 세븐인지 뭔지를 잡으러 가자고.”

 

결국 이번 말싸움 또한 언제나 그랬듯 강소영 경위의 판정승으로 끝을 맺었고, 이유미는 두 손 두 발을 다 든 채, 서둘러 짐을 싸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녀를 보며 강소영은 귀여운 동생을 보듯 작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는 그녀 말고는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리라.

 

 

.

.

.

 

 

 

“여기가 확실해? 너무 허름한 거 아니야?”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고요한 부두 위 홀로 우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오래된 폐공장의 문 앞에 이르렀다. 이곳이 바로 그 악랄한 다-크 세븐...의 리더가 숨어있는 은신처일 것이다. 이유미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지막 확인차 강소영에게 질문을 했다.

 

“음... 경찰청에서 준 정보에 따르면 여기가 맞긴 한데요? 뭐, 허름할수록 범인들이 좋아하는 법이니까요!”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내 펼쳐보던 그녀는 대충 그렇게 대답하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진입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내가 먼저 진입할 테니까 경위는 뒤에서 엄호하면서 들어와.”

 

“이야~역시 경정님! 든든하네요!”

 

“큰 소리 내지 마, 바보야!”

 

잠시 소란스러웠던 대화를 마치고, 그들은 잠깐의 심호흡을 한 뒤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하나...둘...셋!”

 

셋하는 소리와 동시에 문이 덜컥 열렸고, 그 틈 사이로 이유미가 뛰쳐들어갔다.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속도. 정말이지, 평소엔 얼빵한 동생 같은데 이럴 때만 보면 영락없는 A급 카운터처럼 보이는 그녀였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고.

잠깐의 잡스러운 생각을 마친 뒤, 강소영은 곧바로 이유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마음을 다 잡고 들어간 그녀였지만, 그녀가 들어갔을 때 이미 사태는 모두 마무리가 된 뒤였다. 이유미는 무기를 제대로 쓸 틈도 없이 범인을 붙잡아냈고, 범인 또한 싸울 의지가 없는 것처럼 항복 의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저 범인, 어디선가 한 번 본 얼굴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것’은 사람조차 아니었다.

 

“어둠의 해커, 통칭 머신 갑 다크! 당신을 정보통신법 위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아, 아니 경찰이 어떻게 여길!! 그, 그보다 나는 사회의 정의와 질서를 위해 노력하는 어둠의 히어로......”

 

“그만! 진술은 서에서 듣기로 하겠어!”

 

그렇다. 그것은 얼마 전, 자신들과 함께 리플레이서 사태를 해결했던 코핀 컴퍼니의 사장이었던 것이다. 비록 자기 나름대로의 변장인지 우습지도 않은 콧수염과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그 짜리몽땅한 기체와 집게 팔은 그녀의 기억 속에서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는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경정님. 이거, 왠지 그 코핀 컴퍼니의 사장님이랑 묘하게 닮은 것 같지 않아요?”

 

“뭐?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그녀의 지적에 범인을 찬찬히 훑어보던 이유미는 이제야 눈치를 챘다는 듯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강소영은 계속해서 켜져 있는 모니터로 눈길을 돌렸다.

 

“아, 여길 보세요. 조금 전까지 누군가와 통신을 하고 있었나 봐요. 누가 연결되어 있는 거지......?”

 

의심을 품고 그녀가 모니터에 다가가자마자 모니터는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종료가 되었다. 아마 해커 그룹의 꼬리 자르기였으리라. 그러나 당장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그녀는 간단히 포기하고 범인들의 리더를 바라본 뒤 살며시 웃었다.

 

“일단은 리더를 잡은 걸로 만족하도록 하죠, 경정님.”

 

이후 그것을 서로 이송하는 길에 “그저 심심풀이 장난이었다네.”나 “애초에 나는 자네들이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네.” 같은 말이 그녀들의 뒤에서 들려왔지만, 그녀들은 대답 대신 무시로 그를 일관할 뿐이었다.

 

 

 

 

 

 

 

 

“사장님께는 정말 실망했어요!”

 

그를 취조하던 이유미가 책상을 쾅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불같은 성격을 알기 때문인지, 머신갑은 조용히 묵비권만을 행사했고, 이는 이유미를 더 노하게 만들었다.

 

“저번 사태 때 도와주신 걸 보고 그래도 괜찮은 분이다 생각했었는데 범법 행위에, 신분 위조에, 발뺌까지!”

 

마지막 것도 그렇게 중요한가 싶은 강소영이었지만 그녀는 눈치를 볼 줄 아는 부하 직원이었기에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렇게 심문을 한지도 벌써 2시간 째, 밖은 어느덧 저녁노을이 땅 위에 머물러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그녀는 절로 하품이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리리-띠리리리-

 

그녀의 휴대폰이 경쾌한 벨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그 덕에 졸음이 확 달아나버린 그녀는 급하게 그 전화를 받아들었다.

 

“네, 제4기동 강소영 경위입니다. 네...네...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마친 그녀는 조심스레 취조실의 문을 열고 이유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경정님...”

 

“뭔데!”

 

일종의 화풀이 식으로 그녀에게 노여움을 드러내는 이유미였지만, 다음에 오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는 맥이 빠진 듯 어안이 벙벙해진 채 자리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상부에서 그분 그냥 풀어주라고 연락이 왔는데요...?

 

이후 그들이 관리국에서 상부 측에 그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아는 데까지는 조금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 인간들은 정말이지, 이랬다저랬다 뭐 하자는 거냐고!”

 

머신갑이 코핀 컴퍼니의 부사장의 손에 이끌려 돌아간 뒤, 이유미는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본부 앞에 놓인 벤치에 홀로 앉아 중얼거렸다.

 

“이런 걸 하려고 경찰이 된 게 아닌데...”

 

지금은 세상만사가 다 귀찮고 짜증이 났다. 윗분들 마음대로 놀아나는 자신에 대해서 환멸감이 들기도 했다. 이럴 때 강소영 경위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한창 그렇게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는 강소영이 어느샌가 자신의 옆에 다가온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경정님, 왜 이렇게 시무룩해 있으세요?”

 

깜짝 놀라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눈에는 젓가락을 올린 컵라면 두 개를 든 채로 웃고 있는 강소영이 보였다.

 

“그건 뭐야?”

 

“이거요? 컵라면인데요.”

 

“아니 왜 사 왔냐고.”

 

“저녁 먹으려고요. 육X장이라 신X면 중에 어느 게 더 좋으세요?”

 

어딜 갔다 왔냐고 그녀에게 욕지거리라도 뱉고 싶었던 이유미였지만,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를 보니 그럴 마음이 솟아나지 않았다. 그 왜,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그녀의 모습이 딱 그 꼴이었다.

 

“...육X장으로 줘...”

 

“헉! 제가 먹으려고 찜해놓은 거였는데!”

 

“그럼 왜 물어본 거야?!”

 

“농담이에요, 여기요.”

 

그녀가 장난스레 건네는 컵라면을 받아 들고 이유미는 다시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강소영은 살그머니 그녀의 옆에 앉아 같이 하늘을 쳐다봤다.

 

“경정님.”

 

“왜.”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의 해가 지면 내일의 해가 뜬다잖아요?”

 

“그거 이런 상황에 써도 되는 말이야?”

 

“글쎄요, 후훗.”

 

하늘을 바라보며 둘은 그저 의미 없는 대화를 계속해서 나누었다. 강소영이 장난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이유미는 이에 딴죽을 걸었고, 그렇게 컵라면이 다 익을 때까지 그들은 잠깐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일순의 장난스러운 대화에 처음엔 노기만 가득 찼던 이유미의 마음도 서서히 풀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도 처음부터 이런 자신을 배려해 그런 말을 걸어온 것이리라. 그녀에게 사뭇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 이유미가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쳐다봤다.

 

“어라,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이유미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아까는 영락없는 A급 카운터의 모습이었다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어, 컵라면 다 익었다! 이제 먹을까요?”

 

“그, 그래! 빨리 먹자!”

 

“자~치얼스~!!”

 

“?”

 

한 손에 컵라면을 들고 그대로 손을 내민 그녀를 보며 이유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정님~ 저 팔 떨어져요!”

 

“아니 그걸 왜 하는 건데...”

 

“원래 컵라면 먹기 전에는 해야 하는 거예요! 자, 치얼스!!”

 

“아니, 나는 그런 거 살면서 들은 적이...”

 

“치얼스!!!”

 

막무가내다. 그런 그녀를 보며 우물쭈물거리던 이유미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치...치얼스...”

 

그녀는 부끄러움 탓인지 얼굴을 붉히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로 컵라면 용기를 부딪힌 후, 이내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강소영은 라면도 먹지 않고 그런 그녀를 지긋이 바라봤다. 

아직은 사회의 쓴 물을 맛보기엔 한없이 어린아이. 그녀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일상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녀는 다시 한번 작은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