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람에 따라 잔인한 묘사 있을수도 있음


예고도 없이 시작한 클리포트 게임. 타키리온 정도까지는 나타나야 시작될줄 알았던 게임은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현세의 마왕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일부 힘이 봉인된 상태에서 시작된 마왕들의 유희에도 대개의 정규군들은 무력하게 유린당했다.

관리국, 그리고 코핀 컴퍼니를 비롯한 일부 강력한 테스크포스만이 겨우 전선을 유지할수 있는 수준이었다.

코핀 컴퍼니의 경우는 집요하게 마왕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다. 펜릴소대 이외에는 마왕의 직접적인 공격을 감당해낼 역량이 되지 못했다.

이는 관리국 최고 전대중 하나였던 메이즈 전대도 마찬가지였다.

전대장인 류드밀라는 갑작스런 마왕 아스모데우스의 공격에 큰 부상을 입어 혼수 상태였다.

그 후 알렉스가 전대장을 맡았지만, 최전선에서 달리는 그녀가 포격 부대를 지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부사장, 메이즈 전대 전원 전선으로 복귀시키게."


"네? 지금 물러나면 상업 3지구는 침식체에게 장악당합니다."


"전대장도 없는 전대가 멀쩡할리가 없지."


"..."


이수연은 한때 전우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전대의 씁쓸한 패퇴를 보며 현장에 퇴각지시를 전달했다.

계속되는 패배. 류드밀라 부재이후 메이즈 전대는 마왕의 공격은 커녕 4종 침식체를 상대하는 것도 무리였다.

알렉스의 왼쪽팔에는 커다란 침식체의 침이 박혀 있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팔이 근 섬유 몇개로 겨우 버티고 있을 정도로 매우 큰 것이었다.

그럼에도 애써 고통을 참기 위해 씁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었다.


"미안해..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우리 애들은 잘못 없어."


"뭘 잘했다고 자기야아. 니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는데"

"클리포트 인자를 가지고 있어? 디바이스가 신형이야? 아님 테크5를 견딜수 있는 몸이기를 해?"

"4종도 상대 못하면서 뭘 어쩌겠다고?"

"그래. 카운터도 아닌 애들이 뭔 죄겠냐. 너같은 퇴물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 알았어.. "


맥없이 이야기하며 생존자들을 데리고 의무실로 향하는 알렉스였지만, 그럼에도 관리자 앞에서는 얼굴하나 찌푸리지 않고,

애써 웃으면서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관리자는 극한 상황에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는 알렉스를 알아봐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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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세라펠과의 싸움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펜릴 소대를 중심으로 연계된 전략은 작전 전역의 침식체들을 모조리 쓸어담았고

세라펠도 자신을 스스로 몰아넣듯 전선을 뒤로 빼주고 있었다.

관리자는 그것이 함정일지라도, 상관없었다.

이쪽의 히든 카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오히려 세라펠 쪽이었다.

클리포트 인자를 자유롭게 다루기 시작한 유미나.

그리고 세라펠을 봉인한 마녀의 계승자인 유나가 함께 전선에 있었다.

이미 선택의 수가 2가지나 있었다.

그대로 밀어 붙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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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로자리아 쪽이었다.

신출귀몰하게 튀어나올 뿐만 아니라, 얼마나 전력을 숨기고 있는지 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류드밀라는 코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로자리아와 교전했었다.

혼자서 공중으로 이동하던 류드밀라는 로자리아의 불덩이를 맞아 그대로 머리를 관통당했다.

다행이 큰 불덩이는 아니었지만, 혼수 상태에 빠져 있고, 지휘는 더이상 불가능했다.

그 순간 클로에가 갑작스런 경보를 알렸다.


"이상적 파장 감지했습니다.. 이건... 코드네임 아스모데우스입니다."


늘 요정님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던 클로에였지만, 사선이 오가는 전투를 몇번 경험하더니, 장난스러운 말투는 싹 사라졌다.

모두가 점점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관리자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를 섬세하게 챙겨주던 관리자도, 이제는 조그마한 것에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왕들의 장난 앞에 인간들은 감정마저도 지배당하고 있던 것이었다.

로자리아는 자신이 접근할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먼거리에서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길을 지나다니면서 기어다니는 벌레들도 밟아주고, 무력한 인간들에게 잔뜩 겁을 줄 생각에 들떠 있었다.

관리자는 그런 로자리아를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녀를 상대할 수단이 마땅히 없었다.

가용한 전투 인력은 모두 세라펠의 토벌. 그리고 에델과의 공방전에 투입된 상태였다.

거리가 떨어져 있더라도 등을 돌리는 순간, 로자리아는 함교 바로 앞까지 날아와 함선을 발가락으로 튕겨 날려버릴 것이다.

최대한 그녀에게 유희거리를 던져주면서 시간을 끄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 유희거리는 대원들의 피와 살덩이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대원들을 사지로 내몰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침착함이 유지가 되지 않는다. 이 클리포트 게임도 관리자의 패배고, 다시 시작할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 사장님? 사출기에서 식별 받지 않은 수송기가 출격했습니다?."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