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작업하기도 참 번거롭구만.

인사과에 안 가서 다행이지 뭐야.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대령님,

고작 폴더 하나 분량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시는 겁니까?

코핀 컴퍼니에 대한 자료는 분명 대령님이 확인하고 싶다고 하셨을텐데요.


그게 말이지,

편제 단위가 다르다보니까 헷갈린다고.

중소기업인데 소대가 셋이나 있다길래 신기해서 봤더니,

영어 번역을 보니까 Squad, 분대라고 해놨다니까?

Platoon이 아니라 말이야.


그야 정규군이 아니라 용병이라 가오 잡느라 그런 거 아냐?

단위가 어떻던 떼로 모여서 총만 잘 쏘면 되는 거잖아.


No, no, no. 그러면 못 써, 실비아.

정규군도 종종 PMC를 고용할 때가 있는데,

서로 편제 단위가 다르면 이래저래 복잡하다고.


민간인인 내가 알 게 뭐야?

그냥 아메리칸 스타일과 오리엔탈리즘의 차이인가보지.

당장 길이 단위도 합중국 식 야드파운드랑 그라운드원 같은 미터법도 같이 쓰는데.


그렇긴 합니다만... 확실히 의문이군요.

굳이 분대를 소대라고 번역하는 이유가 뭘까요?


재미있는 주제로구나.

아마 이건 그라운드원과 우리 미 육군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일 거다.


호, 어떤 의미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짐작은 가지만 장군님의 정확한 해설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한 국가의 군 조직이지.

그래서 기존에 쓰던 편제 단위를 웬만해선 바꾸기 어려울 거야.

기존에 확립된 전술이나 지휘계통 등이 있으니 말이네.


그렇군요.

오랜 기간 검증된 시스템이기도 하고,

관계자 전원에게 새로운 교범을 교육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겠죠.


좋은 요약이야, 카일.

한편 그라운드원, 그러니 관리국은 관리실패 이후 자리잡은 조직이지.

이 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자들이야.

그러니 굳이 기존의 체계를 고집할 이유도 없던 것이겠지.


그러니까, 분대로 부르는 건 우리 틀니 꼬맹이처럼 원리원칙에 죽고 사는 재미없는 사람들을 위한 거고.

소대로 부르는 건 나처럼 시대의 흐름을 잘 읽는 똑순이들을 위한 거라고 보면 되는 거지?


그런데 굳이 기존의 분대를 소대라고 부를 이유는 뭘까?

관리국도 기존 체계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편할텐데 말이야.

애초에 소대, 분대 등의 단어부터 그대로 빌려다 쓰는 입장이잖아.

장군님께서 보시긴 왜 그런 것 같습니까?


확언할 순 없네만...

카운터 전투원의 전략적, 전술적인 가치를 그만큼 높게 잡는 거라고 봐야겠지.

일반적인 소화기로는 2종 침식체 정도가 한계야.

반면 카운터는 출력이 D급 수준이어도 3종을 잡을 수 있네.

비능력자 보병 일개 분대보다 카운터 한 명이 더 효율적이니,

관리국의 눈에는 카운터 위주의 분대 하나가 솔저 소대 하나와 동격이라고 봐야할 것 같군.


역시 대단하십니다, 사령관님.

관리국이 철저하게 비밀로 하는 사항을 통찰해내시다니...


뭐래, 다들 한번쯤은 해볼 수 있는 생각이잖아?

하긴, 넌 마리아 아줌마 말이면 카카오 콩을 볶아서 커피를 끓인대도 좋아죽긴 하겠지만.


실비아 씨,

그 아줌마라는 표현 좀 안 쓰시면 죽기라도 합니까?


그만, 소소한 잡담 때문에 싸울 필요는 없잖나.

오는 길에 산 도넛이라도 먹으면서 좀 쉬지.


하하하, 도넛은 간만이군요.

딸기잼 들어간 거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