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프레드릭 킴은 조직의 배신자에게 방아쇠를 당기기 전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보지.” 

 배신자는 되물었다. “성실히 대답하면 살려주나?” 

 “말하는 동안은 그렇겠지.” 

 “쳇.” 프레드릭 킴의 대답에 배신자는 침을 퉤 뱉으며 짜증냈다. 

 

 프레드릭 킴은 배신자의 반응을 무시한 채 질문을 이어나갔다. 

 “대체 왜 보스의 돈을 들고 튄 거지? 너 정도 위치면 몇 년 조직에서 버티기만 해도 그만한 액수의 돈은 벌 수 있었을 텐데. 합리적이지 않아.” 

 배신자는 그런 프레드릭 킴의 질문이 우습다는 듯 코웃음 치곤 대답했다. 

“많은 이유들이 있지. 아마 넌 평생 모를 거야. 아이들은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내 아내. 병이 악화되기 시작한 내 동생…. 그리고 인터넷 아이돌 하트베리.”

 

 “뭐?” 

 “인터넷 아이돌 하트베리에게 도네이션을 해야 했다. 아, 하트베리는 가은과 루미, 미야, 그리고 보미. 이렇게 네 멤버로 이뤄진 아이돌 팀이다. 인터넷 아이돌이라는 한계상 공중파 아이돌만큼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진 않지만 멤버들의 수려한 외모와 전원이 카운터라는 점 때문에 아이돌 매니아들 사이에선 꽤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 카운터라는 특징을 살려 다른 인터넷 아이돌들이 할 수 없는 컨텐츠까지 섭렵하는 기획력이 하트베리의 가장 큰 강점이다. 뭐, 아이돌이긴 하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도네이션에서 얻으니 어쩌면 스트리머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겠군. 얼핏 보면 하트베리의 리더인 가은이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지만 전직 스트리머인 미야가 사실 그룹의 가장 큰 지지대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아, 그렇다고 가은이 기여도가 없단 건 아니야. 진정한 미녀는 그저 서있기만 해도 제 역할을 다하는….”

 

 프레드릭 킴은 더 듣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기로 했다. 

 

 

 바야흐로 우상의 시대다. 공중파와 지상파, 그리고 인터넷까지. 세상의 모든 부분들은 우상으로 가득차 있다. 허나 이런 우상의 레드오션에서 대중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들이 열광하는 우상에게도 인간의 뒷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 달의 마지막 목요일이었다.

 

 “시청자 분들, 안녕하세요. 미야에요! 미하~! 오늘은 미리 공지한 대로 하트베리의 일상 방송 시작할게요~” 

 [미하]

 [ㅁㅎㅁㅎㅁㅎㅁㅎ]

 [일상방송(루미 풀메이크업) ㅋㅋㅋㅋㅋㅋ]

 [루미는 풀메이크업을 해도 보미 피부랑 겨우 비비네 ㅋㅋㅋㅋ]

 

“야, 잠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거 사실상 쌩얼이거든?! 간단하게 블러셔만 좀 칠한 거야!” 

“루, 루미야… 시청자분들이랑 싸우면 안돼….” 


 자신을 미야라고 칭한 소녀는 루미라고 불리우는 소녀를 말렸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루미는 카메라를 보며 ‘너 어디 살아’나 ‘전번 까’라고 추정되는 말을 소리치기 시작했다. 허나 그런 소란은 이미 하나의 의례와 같았기에, 다행히도 채팅창의 문자와 루미 사이의 싸움은 상호의 합의된 놀이로서 성립됐다. 아마 그것이 카메라 너머에서 소녀들을 지켜보고 있는 금발의 여자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일 터였다. 

 

 [근데 일상인데 왜 가은이는 없음?] 

“보미야, 방송 시작했잖아…. 자면 안 돼…. 아, 가은이요? 그… 가은이는 오늘 개인적인 사정으로 방송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시청자 분들의 양해 부탁드려요오….” 

미야는 시청자의 당연한 질문에 긴장하며 줄어드는 목소리로 답했다. 하필이면 방송 일정이 달의 마지막 목요일에 잡혔다는 것이 그녀의 불운이었다. 

 

 [하트베리 일상(멤버 하나 없음)]

 [속보) 하트베리 멤버들, 일상선 가은과 얼굴도 보지 않고 살아…...]

 [개인적인 사정으로 방송을 째다니, 가은이 프로의식 없네요. 미야 팬 그만둡니다.]

 “네?! 근데 왜 제 팬을 그만두시는... 아, 아니지. 그게 아니라…” 

 

 당황해 말을 더듬는 미야의 앞에 루미가 끼어들어 말했다.

  “오늘은 가은이한테 엄청 중요한 날이거든. 중대한 개인사라서 오늘 방송은 셋뿐이야. 대신 그만큼 내 분량이 늘어날 테니까 다들 만족하지?” 

 

[아니요]

[???????????]

[????????????????????]

[근자감 무엇] 

[가은이 불러와] 

“야, 이 망할 놈들아!” 루미는 다시금 카메라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타인의 우상이 되는 것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할 수 있다면, 가은의 행동은 일종의 직무 유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트베리의 관계자들은 그 누구도 가은을 책할 수 없었다. 오늘의 만남이 금지된다면, 그것은 가은이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택한 근간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그 어떤 생명 윤리도 생명 존재의 근간을 부정할 수 없듯, 그 어떤 직업 윤리도 직업 선택의 근간을 부정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 정도로 매 달 마지막 목요일의 만남은 가은에게 중요했다. 

 그녀는 코핀 컴퍼니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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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쓰고싶은데 나가야되서 일단 여기서 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