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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댓글 항상 꼬마어


목요일 오후 3시. 

회사는 한산했다.

최근 천조국이란 굉장한 파트너를 얻어 재정상황도 빵빵해진데다,

작년 말 개편된 세 개 소대로 참여한 다수의 침식전 공로도 인정받은 코핀 컴퍼니는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누렸다.

덕분에 관리자와 나유빈은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넉넉하게 뿌린 다음에도 금요일마다 퇴근 후 불족발을 특대자로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거기다 계절이 바뀌는 이 때는 침식체들도 쉬어가는 시간인지 최근에 출동할 일도 거의 없었다.


즉, 꽤 오랜 시간 쪼들렸던 태스크포스 업체 답지않게 여유가 넘쳤다는 말이었다.


때문에 코핀 컴퍼니는 필드에서 뛰는 대부분의 평사원들이 휴가중이었다. 서윤만 제외하고.

정확히는 그녀만 휴가를 반납했다. 이 때를 틈타 관리자를 독점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휴가라고 해봤자 알트 소대원들과 시간이나 죽일 뿐이었는데. 그건 별 가치가 없었다.

비록 업무시간이더라도 관리자와 밀착해서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최근, 관리자의 관심 대상 1호인 유미나뿐만 아니고, 목요일마다 찾아오는 귀찮은 아이돌도 하나 늘었다. 

병원에서 유미나와 자존심 강한 두 여자의 대결을 치루고 왔더니 눈치없는 암코양이 하나가 늘어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건방진 썅년들.


서윤은 진심으로 솟아오르는 살의를 요즘 자주 눌러야했다. 꽤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었다.

자신이 더 폭주하기 전에 스스로를 만족시키려면, 어느 정도는 관리자의 옆자리를 선점해 두어야 했다.


벌써 회의실 앞이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한껏 찡그렸던 얼굴을 생글생글한 업무용 미소로 바꾼 그녀는 문을 노크했다.


"아, 들어오게!"


최근 플렉스를 외치며 개장한, 꽤 넓어진 회의실엔 웃기는 깡통로봇 상태의 관리자와 자신을 요즘 꽤 수상하게 바라보는 부사장 둘뿐이었다. 


하. 저 사람은 휴가도 안 가나.


밉상인 부사장을 힐끗 쳐다본 서윤은 미소를 깨뜨리지 않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어요?"


"아, 자네를 오라고 한 건 다름이 아니고.."


서윤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내근이나 뛰면서 관리자의 옆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왠지 귀찮은 일감의 느낌이었다.


* *


얘기가 꽤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제가 아카데미 운동회에 참가하라고요?"


"그렇습니다. 소원 구슬이란게 나왔더군요. 사장님은 서윤 양을 적합자로 생각하십니다."


옆에서 나유빈이 한마디를 거들었다. 내가 사장님하고 대화하는 중인데. 눈치 좀 챙겨주시지.

그리고 그 웃기는 소원 구슬이라는게 진짜로 있을 리가 없었다.


"소원 구슬 같은게 진짜 있겠어요? 부사장님도 참.."


누구보다 의심이 많은 사람들이 애들 장난같은걸 왜?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침묵했던 로봇이 기세좋게 외쳤다.


"아니. 서윤 양! 내가 보증하지. 그 상품은 진짜일걸세."


순간 머리가 정지했다.


에, 혼또? 진짜라고? 관리자님이 보장하는 진품?


"그러니 우리 회사의 좀 더 풍족한 재정을 위해서.."


부사장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지만, 냅다 신경을 꺼버린 서윤의 머리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 그런게 있다고?


어떡해진짜인가봐미친어떻게그런게존재할수가있지레알트루냐존나편의성말도안되는거아냐

그거완전웹툰에나올법한치트잖아말도안돼진짜어떡해좋아일단소원을생각해보자

우선우승은당연히해야겠지거슬리는건그냥전부죽여버리자무슨소원을비는게좋을까역시관리자님이나한테반하는게좋겠지

아니야서윤아침착하게생각하자관리자님의마음은니가직접쟁취해야의미가있지

그럼관리자님이싸돌아다니는게귀찮으니까어디아무도모르는데확잡아가둬버릴까아냐이건너무하지

좋아그럼꼬리치는개잡년들을전부깔끔하게죽여달라고소원을빌까?


아하. 완전 좋아. 그게 좋겠다.


"서윤 양?"


계산을 끝낸 서윤은 자신만만히 웃었다. 

그녀는 운동회 같은 행사는 전혀 해본 적이 없었지만, 지식은 충분했다. 

그리고 정식 카운터도 아닌 풋내기들이 나오는 운동회라면 어차피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깔끔하게 우승. 그 다음 소원 성취. 미래의 잡년들까지 올 단두대. 계획은 완벽했다.


"맡겨주세요. 착실함이 제 장점이잖아요?"


"좋아, 그럼 내일 다시 연락하지. 교육 오리엔테이션이 있을거야. 오늘은 퇴근해도 좋네!"


"어머나, 이제 세 시인데 벌써요?"


"자네는 퇴원한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몸을 더 살펴야지. 코핀 컴퍼니는 사원 복지에 최선을 다하는 회사일세!"


서윤은 더 머무르지 못해서 아쉽다는 듯 떠났다. 

다시 회의실에는 나유빈과 관리자(정확히는, 머신갑 상태였다.) 둘뿐이었다. 

나유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소름이 돋는지 왼쪽 빈 소매자락을 꽉 쥐었다. 목소리에 긴장이 역력했다.


"와. 진짜 서윤 양 보내는 게 맞아요 관리자님? 쟤 눈빛 보셨어요?"


반대로 관리자는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이 진중한 남자는 로봇만 끌고 나오면 나사가 몇 개 이상 빠져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음! 아주 믿음직해! 소원 구슬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갖고오겠더군!"


나유빈의 생각에 서윤은 너무 위험했다. 

그녀는 원래 상냥하고 유능한 사원의 탈을 쓰고 있었지만, 요즘 꽤 자주 가면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럴 때 경쟁심을 부추기는 곳에 던져놓는 것이 맞을까. 거기다 상품도 효과가 어느 정도였건 간에 일단은 소원 구슬이었다.


"그게 아니죠. 여기로 갖고 오는게 아니라 자기가 쓸 생각으로 가득찬 거 같았는데요. 그닥 알고싶지 않은 상상까지 곁들여서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 어차피 그 정도의 현실개변력은 없는 아티팩트야. 이 미션은 사실 그동안 서윤 양에게 쌓인 가스를 빼는거라고 할 수 있지. 일종의 휴가라네. 남국의 섬에서 펼쳐지는 청춘의 협동과 도전을 통해 스트레스를.."


"서윤 양은 그렇게 생각 안 할걸요. 일 등 못하면 장담컨대 공포의 유령섬이 될겁니다."


"아니! 자네 왜 이렇게 부정적인가, 부사장! 서윤 양을 너무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는군! 그녀에겐 건강한 이성이 있어! 부하 직원을 믿게! 신뢰야말로 지도자의 덕목!"


문득 나유빈은 억울함을 강하게 느꼈다. 그들은 공통으로 서윤을 꽤 위험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었다.

그런데 형냐. 왜 나만 심각해?


"왜 저만 심각해요? 관리자님은 오늘 왜 이렇게 하이텐션인데요?"


"그야 남국의 섬에다 파릇파릇한 청춘들의 운동회라니 이거 완전 망할 수가 없는 갓갓 요소들만 있지 않나? 이 전개에서는 배드 엔딩이 나올 수가 없네! 게다가.."


등을 보여주던 로봇의 눈이 형형히 빛났다. 사실 빛났다고 말하기엔 그저 램프의 점등일 뿐이었지만, 적어도 나유빈은 그렇게 느꼈다.


"가장 중요한 게 있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도 전하는 것처럼, 머신갑은 꽤 오랜 시간을 침묵했다.

긴 침묵동안, 나유빈은 로봇의 눈빛이 진지하게 느끼는 자신이 어이없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어떤 계획이 깔려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소원 구슬은 별 게 없는 아티팩트였지만 섬에 뭔가 숨겨져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아카데미인가? 거기  눈여겨 봐야 할 인원이 있었던가? 하긴, 관리자는 언제나 인류의 미래를 걱정해왔으니..

내심 긴장한 나유빈에게 기계음은 마치 숨겨진 진리를 읊듯 엄숙하게 선언했다.


"바로. 아카데미 체육복은 부르마라네. 요즘 세상에 말일세. 작전에 참여하려면 당연히 서윤 양이 체육복을 입지 않겠나? 이걸 안 보는건 인생 절반 손해라고 할 수 있지. 인정? 자네도 알다시피 서윤양은 벗으면 아주 굉.."


잠깐만. 이거 이상하다.


"잠깐만. 당신. 캐릭터가 다른 지구하고 완전 바뀌었는데."


"뭐, 이런 날도 있는법이지. 쉬어간다고 생각하게. 진심이야."


세상에. 이 남자가 정말 고장이라도 나버린 것일까?

분명 평화로운 시기는 맞았다. 부디, 관리자가 정말 고장난게 아니길 빌었다. 나유빈은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가 아는 관리자는 계획 없이 움직이는 남자가 아니었다. 이것도 아마 무언가의 일부겠지.

제발.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유빈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만약 관리자가 아무 생각 없이 이 사건을 계획했고, 서윤이 폭주해버리는 일이 생긴다면...이 지구는 틀렸다. 


어쩌면 걍 망해버리는게 나았다.


"...좋습니다.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관리자님은 '항상' 그러셨으니."


"'항상' 이해해줘서 고맙네. 아, 그리고 서윤 양을 혼자 보낼수는 없지 않겠나? 내일 한 번 더 교육은 하겠지만 역시 관리감독이 필요하겠지! 그러니 여차하면 서윤 양의 제동장치가 될 수 있는 내가.."


"잠깐."


나유빈의 오른손이 신나게 떠들며 회의실을 돌기 시작하는 머신 갑의 진로를 힘차게 가로막았다. 

더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그의 눈이 이채롭게 빛나고 있었다. 

유빈의 손이 희미하게 붉게 빛났다. 에너지 방출능력이었다.


"시끄럽군요."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부사장?"


"조용하게 만들기 전에 국룰대로 정하시죠."


유빈은 언제 쉬어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6개월? 아니, 그 이상이었다.

아카데미 소유의 짱짱한 섬에서 관광이라. 귀찮은 폭탄이 하나 딸려오겠지만 적당히 신경만 쓴다면.. 

그래 나도 모르겠다. 이건 꽤 괜찮은 휴가가 되겠군. 나유빈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휴가 기분이라고 하셨죠. 마침 저도 휴가 낸 지 좀 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자네 서윤 양 싫어하지 않았나?"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둬야하는 법이죠."


"왜 캐릭터 도감에나 나올법한 대사를 치는건가?"


"하하. 즐거운 나들이가 되겠어요."


"그마안! 전역 배치 대사 같은 건 이제 됐어! 이건 사장 권한으로.."


"자. 안내면 지는겁니다."


"잠깐만! 잠깐만! 난 로봇 팔이네만! 세 가지중 두 개를 못 내네만! 적어도 다른 걸로.."


"그건 관리자님 사정이죠. 그리고 알고 계시겠지만 제 첫빠따는 무조건 가위입니다."


"자, 잠깐..부사장! 나유빈! 야!"


"안내면 진 거. 가위 바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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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홍어 그만쓸랬는데 갓직히 스킨 퀄리티 개사기잖아 어케참냐? 특히 저 요망한 투정부리는 표정 씨빨...

이번 이벤트 대놓고 개그 베이스로 갔길래 생각하는거 포기하고 썼다


알렉스 안나오는 이유 = 일룡인이라 메이즈 못해서 캐릭터 잘 모름

그리고 내가 알렉스없찐인데 씨빨 왜 알렉스를 써야해



대신 가정적인 남자 나유빈 마망을 드리겠습니다

시발 알마망 왜 나한테는 맘마안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