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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연이 밸런스가 걱정될 만큼 존1나게 쎕니다.

2021.05.24 22:40분부로 카문대 참여작으로 변경합니다.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영웅이란 어떤 열세에서도, 설사 자신보다 강한 적이라 해도 맞서서 이기는 자."


- 나이트런, 소피 비스타






"말도...안돼...."


두 존재가 만들어낸 대재앙이 잠잠해졌다. 소리가 멎고, 전장이 고요함을 되찾아갔다.


권능을 해방했음에도 아드라멜렉은 이수연을 죽이지 못했다.


기껏 사용한 권능이 상쇄되고 말았다는 사실은 아드라멜렉의 어이를 가출시키기에 충분했다.


불가능했다. 출력이 낮아졌다지만 고작 이런 녀석에게 막힐 권능이 아니다. 


미물이 자신과 대등하게 싸우는 것에 대한 분노 이전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의문이 아드라멜렉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대체, 대체 뭐냔 말이다 네놈은!!!"


아드라멜렉이 토해내듯 내뱉은 말에 답은 말의 형태로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우지끈, 하는 불길한 소리와 격통이 아드라멜렉의 등 뒤를 덮쳤다. 아드라멜렉의 몸체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이수연이 뒤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어서 발로 척추를 차 올린 것이다.


아드라멜렉은 몸의 척추가 으스러진 격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람 빠진 소리를 내었다.


지금의 이수연은 CRF를 잔뜩 응축한 채로 움직인다. 맨몸 타격일지라도 몸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매개체 삼아 힘으로 때리는 것이기에,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다.


그걸 제대로 얻어맞은 아드라멜렉의 육신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차올린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수연은 다시 땅을 박차고 사라졌다. 위로 날아오른 아드라멜렉을 즉시 따라가, 시선을 마주보고 검으로 내려친다.


우악스런 운동에너지가 공중으로 날아갔던 아드라멜렉을 다시 땅에 내동댕이쳤다.


뒤이어 이수연은 공중에서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가속도와 CRF를 전부 한 주먹에 움켜쥔 채, 그대로 아드라멜렉의 명치에 주먹을 내려꽂았다.

 

"커어억?!!"


내지른 주먹은 아드라멜렉의 몸을 뚫고 땅을 무너뜨렸다.

 

이수연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드라멜렉의 멱살을 잡고 저 멀리 던져버렸다. 


쉴 새 없이 다시 검을 고쳐잡았다. 검에 순간적으로 CRF를 압축, 터뜨려 폭주시킨다. 


힘을 폭발시키는 순간, 손에 잡힌 검은 더 이상 검이 아니라 아예 하나의 빛과도 같았다.


저대로 자신에게 돌격할 생각이겠지. 아드라멜렉은 격통에 신음하면서도 이수연의 수를 전부 읽어내었다.


이수연은 아까부터 불가능한 움직임만을 보여주고 있다. 


독으로 인해 시체가 되어버린 몸일텐데도 넘쳐 흐르는 CRF를 마치 외골격처럼 몸에 둘러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권능이 온전했다면 다가서자마자 존재 째로 으스러뜨렸을 테지만, 하필 상태가 좋지 않은 때에 이런 적을 만난 것을 아드라멜렉은 뼈가 저리도록 원망했다.

 

낙관적인 점이라면 조금씩이나마 힘이 축적되고 있었기에, 다음 위계로 권능을 발현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놈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도록 그 너머의 권능을 해방한다.


"끝까지, 해보자는 거구나...!!"


8i 사마엘

권능해방 Yetsirah 

독성수 毒聖樹

 

원래의 모습을 구현하기엔 힘이 모자르다. 따라서 자신의 몸을 묘목 삼아 편법으로 재현한다.


극독의 권능을 모조리 몸에 응축시켜 갑옷처럼 몸에 두른다. 오싹한 느낌이 이 공간 전체를 지배했다.


검푸른 독의 기운이 아드라멜렉에게로 한없이 모여들었다. 공간이 삐걱거리며 흔들린다.


아드라멜렉은 로브를 뒤집어 쓴 형상을 하고, 몸 주변에는 나무 덩쿨이 둘러지거나 싹이 난 나뭇가지가 뻗쳐 있었다. 인간이 나무의 갑옷을 입은 것 같았다.


-경고. 초고밀도 클리포트 인자 반응 감지.

근접전 불가. 원거리전으로 전환 촉구. 


이수연의 오른쪽 눈이 즉시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이수연 또한 오싹한 느낌에 저절로 몸을 떨었다.


저것은 근접해오는 모든 것을 썩게 만드는 저주의 집합체. 걸어다니는 역병 그 자체. 


그 모습을 눈에 담는 순간 죽음이라는 두 글자만이 뇌리에 남는다.


몸이 떨리는 것도, 생물인 이상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이수연은 싸움을 주저할 생각 따윈 없었다.


그도 그럴게, 영혼 전부를 열어젖힌 지금의 자신은 죽음마저도 극복한 최고의 전사이자 최후의 발키리의 가장 훌륭한 제자이니까.


죽음 같은건 엿이나 먹으라지.


이수연이 땅을 내딛자, 땅이 으직 소리를 내며 파인다. 그 전진은 마치 선풍과도 같았다.


아드라멜렉의 검과 이수연의 검, 죽음과 불멸이 격돌한다. 


침식파와 CRF가 격렬히 서로를 잡아먹으며 대지를 찢어발겼다.


".....!!!"


미미르의 샘이 경고한 대로였다. 몸이, 장비가, 무형의 힘이 바스라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클리포트 인자가 응축된 것인지, 검과 검을 맞댔을 때랑은 달리 힘의 해방만으로는 부식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단순한 힘은 이수연이 훨씬 위.

 

하지만 권능을 다음 단계까지 해방한 아드라멜렉이라면 상성은 그녀가 훨씬 위.


이대로 계속 밀어붙였다간 되려 자신이 썩어 문드러질 것이 분명했다.


이수연은 맞댄 검에 급속도로 힘을 불어넣어, 일부러 검격이 빗겨가도록 휘둘렀다. 급발진으로 승부수를 띄울 생각이었다.


우악스러운 참격이 사선 형태로 발해졌다. 아드라멜렉의 몸을 힘의 파동이 찢어발길 기세로 덮쳤다.


애석하게도, 기대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세좋게 덮쳤던 힘은 아드라멜렉에게 유효타를 입히지 못하고 바스라져 분진처럼 주변에 휘날렸다.


작전 미스였다.


"....!!"


“날 죽이겠다고? 이따위 힘으로?”


아드라멜렉은 웃었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웃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소름끼칠 정도로 적의를 품고 있었다.


가당치도 않았다. 이딴 미물이 최강을 자처하며 자신과 동등하게 싸운다는 사실도, 핸디캡을 가진 채로 자신이 이렇게 밀린다는 사실도,


이것도 저것도, 모든 것이 다. 


정말 오랜만에 아드라멜렉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억만년만에 터진 분노가 그 몸을 깎아내면서까지 무리한 주문을 넣었다.


"힘이란게 뭔지, 똑똑히 보여주마!!!"


아드라멜렉의 양 어깨 위로 둥근 고리가 하나씩 형성되었다. 


이 현상, 그녀의 스승 힐데가 클리포트 인자의 힘을 사용할 때와 같다. 본능적으로 이수연은 위기감을 느꼈다. 


8i 사마엘

한정권능해방 Beriah

만독정토 漫毒淨土

 

아드라멜렉이 검을 땅에 꽂자 세계가 역변했다. 사방 수 km에 달하는 범위를 검은 원이 둘러싸고, 먹구름이라도 낀 것마냥 이 일대가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죽음으로 검게 점철되어있던 땅이 가마솥에 담긴 물처럼 용해되어 부글부글 끓는다.


대기의 성분마저 바뀌어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아닌 이물질을 흡입하는 것처럼 버거워진다.


검으로부터 아드라멜렉을 중심으로 독의 권능이 나뭇가지와 나무의 형상을 한 채로, 무수히 많이 이수연 쪽을 향해 뻗어나갔다.


딛고 있는 대지도, 호흡을 하는 대기도 더 이상 이수연의 편이 아니었다. 눈 앞에서는 독을 머금은 검은 숲이 무질서하게 뻗어왔다.


무한한 출력의 힘을 끝도 없이 발산해내는 것으로는 더 이상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을 옥죄어오는 환경 안에서, 이수연은 독 안에 든 쥐였다.


이수연의 오른쪽 눈이 미칠 듯이 경고했다. 스치기만 해도 바로 썩어들어갈 것이라고, 당장 피해야 한다고.

 

평범한 공격은 힘을 끌어와서 상쇄시켰겠지만, 분석에 의하면 이번 공격은 클리포트 인자의 농도가 보다 짙어져서 위험했다.


단기전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우선 자신을 덮쳐오는 숲의 진격부터 피해내야 했다.


미미르의 샘 기동.

차원분석 개시. 

회피경로 표시.


차원관측 전술안-미미르의 샘이 전방을 응시한다. 이수연의 몸이 날아올랐다.


식물이 자라듯 뻗어오는 독의 잔가지들을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한다. 


왼쪽, 오른쪽, 덤블링, 위아래니 숙여서, 몸을 틀고, 축을 바꿔 역회전, 왼쪽으로 질주, 급선회, 다시 위로 덤블링, 


가지 유도, 중앙을 돌파, 급제동, 윗방향 발진, 왼쪽, 숙이고, 왼쪽 선회, 뒷쪽으로,


이수연은 격렬하면서도 흠 잡을데 없는 유려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독의 권능이 거대한 숲을 이루어 이수연을 덮쳤지만, 잔가지조차 이수연을 상처입히지 못했다.


공중에서 크게 한바퀴를 돌다가 이수연은 어느 지점에서 착지해 멈춰섰다. 본능이 그녀에게 경고했다.


후퇴는 여기까지. 그 너머는 죽음 뿐.


오랜 싸움으로 다져진 그녀의 날카로운 감각은 미미르의 샘과 어우러져 전황을 읽고 정확히 예측해냈다.

 

숲의 돌진을 피해내던 순간, 이수연의 오른눈은 나뭇가지들의 너머로 자신의 주변을 아우르고 있던 차원 단층을 발견해냈다.

 

아마 방금 해방한 힘은 일정 공간 전체를 독으로 뒤덮어 이면세계화 하는 것일 확률이 높았다. 


이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저주가 발현하여 자신은 썩어 문드러진 채로 죽음을 맞이했겠지.


"후우....."


앞에는 접근할 수 없는 걸어다니는 역병, 뒤에는 도망칠 수 없는 역병의 결계, 주변에는 오염된 공기에 오염된 땅.

 

치사하게도 아드라멜렉은 자신에게로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을 뿐 아니라, 이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수연을 서서히 죽게 만들었다.


시간을 끌려는 수작 치고는 너무나 압도적인 힘의 출력이다.


이런게 마왕이구나. 50%도 안되는 힘일텐데도 이렇게 비등비등하게 싸워야 한다니.


"아무래도 읽어낸 모양이군.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네놈을 위해 땅도, 대기도 전부 오염시켜 놓았다만?"


대놓고 죽으라는 식의 막무가내 반칙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이가 없었고, 허탈해서 지쳐갔다. 이딴 적을 상대로 이겨야 한다니.


"뭐가 그렇게 계속 튀어나오는지 원."


호흡하는 것도 슬슬 힘들어지면서 독이 몸 속에 쌓이고, 몸 주위에 두른 순수한 힘들이 점점 깎여나간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싸움에서도 그녀는 항상 싸워왔다. 관리실패를 앞둔 세상 한복판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그 때는 대가로 오른눈을 잃었고, 지금은 대가로 몸을 잃었다. 싸운다고 한들 누더기가 된 몸을 억지로 각성시켜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싸우는 이유가 있다면.


과거에는 스승님이 바래왔던 꿈을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에.


이제는 바보같을 정도로 우직하게 홀로 무수히 많은 실패를 거듭해왔던, 한 남자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에.


힐데는 일찍이 말했다. 무릇 전사란, 잃을 것 없는 자보다 지킬 것이 있는 자들이야말로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법이라고.


사람 냄새가 났던 도시를 지워버린 독과 죽음의 정원의 한복판에서, 마왕에게 희생당한 얼굴도 모를 사람들의 존재를 하나 하나 새긴다.


힐데가, 관리자가, 모든 사람들이 꿈꿔왔던 평화를 위해.


인류를 위해.


이수연이 달렸다.


상호간에 수십 미터나 되는 거리를 단 한 번에 날아오른다.


아드라멜렉이 전개한 권능 때문에 자신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호흡도 잘 되지 않고, 이터니움 각성제로 몸을 회귀시킨 부작용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수연은 단기전으로 승부를 보기로 결정했다.


-전황 분석 개시

대기 오염도 38%

대지 오염도 54%

전방 적 내구도 계산 완료.

에너지 요구치 측정 완료.


짧은 시간만에 미미르의 샘이 계산해낸 결과를 토대로, 이수연의 두뇌가 불이 나도록 회전한다.


단기전이라고는 하지만 그것 또한 아드라멜렉에게 틈이 벌어져야만 가능한 이야기. 틈을 벌리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압도적인 아드라멜렉의 힘 앞에 기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기교란 것은 체급이 비슷한 경우에나 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아드라멜렉은 완전체가 아니다. 


권능 해방에도 제한이 있으며, 육체 내구도 또한 마찬가지다. 몸 전체를 두른 저 독기에 틈을 벌릴 수만 있다면 승산은 있었다. 


문제는 그 승기라는 것이 목숨을 통째로 부딪혀야 겨우 열릴지도 모르는 도박수에 가깝다는 점.


달리면서 이수연은 리액티브 소드에 아스널 윙을 결합시켰다. 아스널 윙의 날개들이 촤라락 소리를 내며 깃털처럼 리액티브 소드에 연결되어간다.


리액티브 소드에, 자신의 CRF를 집속, 폭주시킨다. 동시에 아스널 윙의 가속패널을 이용해 폭주를 가속화한다. 


리액티브 소드가 다시 마검처럼 흉흉한 붉은 빛을 머금고, 검 형태의 빛을 폭발시키듯 발산했다.

 

이수연의 돌진을 보고 아드라멜렉은 속으로 비웃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죽는 환경에다가, 권능을 몸 주변에 응축해놓은 상태에서 저 미물이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출력의 CRF를 실은 검격일지라도 자신에게는 상처 하나 없다. 아까 이수연도 뼈저리게 느꼈을 터였다.


이번에도 기껏해야 검으로 좀 휘두르다가 몸에 흠집을 내는 정도에 지나지 않으리라.


한걸음, 한걸음, 거리가 시시각각 가까워진다. 한손에는 검을 쥔 채, 남은 왼손을 서서히 움켜쥔다.


CRF가 왼손에 모여든다. 주먹을 움켜쥐자 공기의 흐름이 바뀌고, 공간이 마모될 것만 같은 에너지의 격류가 주먹에 실린다.


순수한 힘만을 우겨넣은 펀치가 공간을 갈라 아드라멜렉에게 내질러진다.


'여기서 육탄전이라고?!'


아드라멜렉이 놀랄 새도 없이, 그대로 이수연은 주먹으로 아드라멜렉의 턱을 쳐올렸다. 대지가 찌르르 하고 울렸다.


압도적인 펀치였음에도 아드라멜렉이 몸에 두른 권능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수연의 왼손이 포도알처럼 부풀어오르며 썩어 문드러졌다. 이미 몸은 한참 전에 죽어 있어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왼손이 썩어버리는데도 이수연은 싱긋 웃었다.


애초에 주먹질 자체가 노림수였으니까. 무엇이든 썩게 만드는 권능을 몸에 입었다지만, 노리는 것은 방패가 아닌 그 너머.


이수연이 주먹에 우겨넣었던 힘은 부식시키는 권능 때문에 마모되면서도 아드라멜렉의 본체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전해줬다.


그 한 번의 주먹질로 아드라멜렉은 턱이 강제로 치켜진 채 공중에 떠버렸다.


'설마, 이 자식은 이걸 노리고?!!'


어퍼컷을 맞아 마왕의 시야가 위로 올라간 이 순간을 이수연은 놓치지 않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번 공격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남은 오른손에 들린 검에 CRF를 있는대로 응축시킨다. 


한계 따윈 없는 CRF가 이수연의 오른팔과 검으로 꾸역꾸역 뭉쳐 들어가며 거대한 나선의 폭풍을 형성해낸다.


힘이 요동친다. 불과 벼락이 순수한 힘의 형태로 리액티브 소드와 공명했고, 아스널 윙의 가속장치가 그것을 보조하여 환산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수준의 에너지 반응을 일으킨다.

 

아드라멜렉 또한 지금이 승부처임을 직감하고, 본능적으로 검을 다시 불러냈다. 


클리포트 인자의 집합체인 검이 오싹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침식파를 뿜어냈다. 

 

동시에, 사방으로 전개했던 독의 영역이 이수연의 뒤편에서 해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앞과 뒤에서 동시에 독이 들이닥쳤다. 


아드라멜렉은 이수연의 공격을 역으로 맞받아치면서 숨통을 끊을 생각이었다.

 

썩게 두지도 않는다. 썩어 죽는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할 만큼, 아예 저주에 푹 녹여서 존재 자체를 말소해주마.

 

어퍼컷을 맞고 무방비 상태가 된 그 찰나의 순간동안, 이수연도, 아드라멜렉도, 둘 다 모든 힘을 끌어 모았다.

 

상대를 단 일격에 녹여죽일 수 있는 힘을.

상대를 단 일격에 뚫어버릴 수 있는 힘을.

 

단 0.1초라도 늦는 쪽이 목숨을 잃는 승부. 이수연 자신이 선공권을 잡았더라도 방어를 뚫어내지 못하면 지는 승부.

 

생사의 일각을 다투는 지금의 국면에 이르렀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마왕 쪽에 있다. 한번의 실수는 곧 죽음이다.


불리했지만 죽는 것 같은 사소한 건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 싸움이 끝나도 살아날 방법은 요원하다.


생에 대한 집착을 버린 대신, 이수연의 영혼은 스스로를 오로지 싸우기 위한 무기로 벼려냈다. 


지금보다 더 가까이.


이수연의 오른발이 앞으로 내딛어졌다. 독의 늪이 된 땅이 오른발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힘으로 상쇄하고 있다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자신의 안전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투지를 불태운다. 오로지 눈 앞의 적을 죽인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거리를 더 좁힌다.


힘의 크기, 상성, 출력, 모든 면에서 불리할지라도, 이수연과 마왕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그녀는 극독의 심판자로써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에게 끔찍한 죽음을 너무나 손쉽게 선사해왔다. 


어떤 전사도, 어떤 무기도, 그녀의 권능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생물체는 그녀를 보기만 해도, 그녀 근처에 있기만 해도,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즉시 죽었다.


8번째 마왕 아드라멜렉은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죽음 그 자체.


하지만 그렇기에, 이 마왕은 진짜 싸움이라는 것을 모른다. 오로지 힘을 부딪히는 것 외에는 싸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평생을 바쳐 침식체와 싸워왔던 이수연과는 전투 스타일이 전혀 달랐다.

 

싸움이라는 건 결국 거리를 재는 것. 거리가 가까울수록 내가 상대에게 더 빠르게 닿을 수 있다.

 

오랜 시간동안 근접전으로 적과 싸워온 이수연에게는 그것이 본능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마왕은 그 점을 알지 못한다. 모를 수밖에 없다. 접근전으로 자신과 대등한 전투를 이어온 존재가 없었으니까.


그것이 승부를 가르는 요인이 되었다.

 

“사라져ㄹ-”

 

거리의 차이. 아드라멜렉의 권능이 이수연에게 닿는 것보다, 이수연의 검이 한층 더 빨랐다.


검을 쥔 오른팔에 모든 것을 건다. 이수연 본인이 살아온 모든 시간을, 기억을, 영혼을 검에 담아 휘두른다.


그 형상은 흡사 날개를 핀 불새와도 같았다. 불새가 그 신성한 위광을 뿜어내며, 크게 호를 그리며 아드라멜렉을 향해 내리쳐졌다.


잘 기억해라. 마왕.


너에게 죽음을 선사할 나의 이름을-


"이수여어어어언!!!!!"


그리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따라 만들어낸,


신마저도 끊어낼 이 일격의 이름을-








“---------------!!!!!!!!!!!!!!!!!”

 

소리 없는 기합이 내질러졌다. 아니, 너무나 방대한 힘의 폭주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지워버렸다.

 

극독의 권능 앞에,  압도적인 힘으로 내려친 필사의 일격이 닿았다. 


이수연의 영혼과 독의 힘은 공간이 통째로 붕괴될 정도로 격렬하게 서로를 갉아먹었다. 뚫으려는 각오와 찍어누르려는 오만이 격돌하고 또 격돌한다.


그러나, 권능은 기어코 의지를 꺾지 못했다.


독의 권능 따위는 우습다는 듯 리액티브 소드는 마왕의 갑옷을 전부 으스러뜨려 조각으로 만들었다. 힘의 격류가 마왕의 전신을 반으로 가르고 사방으로 도륙냈다.

 

마왕의 신체 뿐만이 아니었다. 리액티브 소드로부터 폭주하는 힘이 마왕이 서있던 공간 자체를 비틀어 찢어냈다. 소름끼치는 소리가 온 천지에 울려퍼졌다.


그것은 아마 이수연이 살면서 휘둘러왔던 모든 검격 중에서도 격을 달리하는 절기.


너무나 많은 CRF를 담은 탓에 검의 본체 또한 곳곳에 금이 가며 바스라질 정도로, 이수연 일생 최대 최강의 일격이었다.


이수연의 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빛이 어둠 뿐이었던 세계에서 빛의 존재를 정의한 신처럼 눈부시게 불타올랐다.


활활 타오르는 붉은 빛은 아드라멜렉이 죽음으로 덮어버린 하늘과 대기를 말끔하게 열어 젖혔다. 어둠은 이미 없었다.


"                                           "


아드라멜렉은 몸이 갈라지는 격통에 죽어라 소리를 질러댔지만, 이수연의 검격이 만들어낸 거대한 심판 앞에 그 소리조차 전부 지워졌다.


독의 권능이 힘을 부식시키는 것보다, 자신을 덮치고 찢어 가르는 힘의 격류가 마왕이라는 존재 자체를 압도해나갔다.


소멸되기 직전, 아드라멜렉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오갔다.  


본디 클리포트 인자보다 상위에 설 수 있는 힘은 없다. 자신의 앞에 선 자는 버러지마냥 덧없이 스러지는 것이 맞았고, 항상 그래왔다.

 

그런데도, 그랬어야 하는데도, 이 발칙한 미물은 대체 뭐란 말인가.

 

단지 미물에 불과할 뿐인데 어떻게 자신이 패배했단 말인가?

 

반쪽을 찾기 위해 무리하게 현실에 나타났던 것이 잘못되었을까? 너무 자만했던 것이 잘못되었을까?

 

대체 왜 내가 진 거지? 대체 왜? 왜? 왜? 왜?


왜!!!!!!!!!!!!!!!

 

아드라멜렉은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이수연이 해방시킨 힘의 세례가 세상 모든 소리를 지워냈으니까.


그걸로 끝이었다.





몇 분이고 계속되던 에너지 폭풍이 점차 멎어갔다. 


마왕의 죽음과 동시에 오염된 대기도, 대지도, 이수연의 뒤에서 그녀를 덮치려 했던 독의 권능도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수연의 몸을 움직이고 있던 끝없는 힘도 거짓말같이 사라져버렸다.


힘이 사라져버린 몸은 누더기에 불과했다. 이수연의 몸이 실이 끊긴 인형처럼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릎이 땅에 힘없이 닿았다.


'해냈다'


오로지 이겼다는 생각만이 이수연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각성제의 부작용이 서서히 감돌고, 싸움의 여파와 왼손의 중독증세가 몸을 좀먹는다. 몸의 골격과 외모가 본래의 칙칙했던 어른의 모습으로 회귀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아마 100% 죽겠지. 설령 구조받는다 한들, 다시는 일선에 나설 수 없겠지.


그럼에도, 그녀는 분명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머금고 있는 것은 힐데에게 칭찬받을 것에 대한 기대였을까, 아니면 마왕을 물리친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었을까.


전방, 클리포트 인자 반응 0.0001%로 감소.

생명 반응 소멸.

적대적 신호 말소에 따라, 모든 기능 재동결 실시.

메인 시스템 오프라인.


오른쪽 눈이 빛을 잃고 꺼졌다. 마지막 일격을 마친 이수연의 손에서 리액티브 소드의 칼자루가 힘없이 떨궈졌다.


초라하게 땅에 널브러졌지만, 훨씬 무거운 영예가 그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관리국의 에이스이자 늑대의 후예, 발키리의 이름을 잇는 자, 이수연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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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장편 안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존나힘드네 진짜로 와.... 전투씬 계속 묘사하고 묘사하고 할라니까 머리가 굳는다 진짜.


끝 아님 이 뒤에 번외편 하나 더있음. 다음에 다른거 쓴다면 아마 알마망이랑 달달한거 하나 쓸듯. 마망너무죠아.


길기만 한 주제에 잘 읽히지도 않는 똥글 읽어줘서 너무 고맙다.


마지막 편이기도 하니 정독이랑 개추하나 괜찮겠습니까? ㅖㅏ.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