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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연이 이겼습니다. 와! 이수연 스트라이크!!!!

2021.05.24 22:40분부로 카문대 참여작으로 변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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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명은 죽이려고 하면서, 자신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니, 좀 불공평하지 않나요?"


- 토키사키 쿠루미, 데이트 어 라이브 中




전투 종료 직후.10분 뒤.


아드라멜렉이 있던 자리에는 차원의 일그러짐이 남아 있었다. 그 일그러짐의 중심에는 맥동한 채로 뛰는 검푸른 빛깔의 코어가 있다.


코어를 중심으로 서서히 육신이 재구성되어간다. 


그 정도의 일격을 정통으로 얻어맞았음에도, 마왕 아드라멜렉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키히히, 키힛, 하하하하! 아~ 죽을 뻔하긴 정말 오랜만이네.”


클리파에 묶인 존재는 육신이 패퇴해 현실에서 추방당할지라도 클리파 차원에서 다시 살아난다.


아드라멜렉은 편법을 써서 자신의 몸을 아예 클리파 차원과의 패스로 연결지었고, 그걸 이용하여 현실세계에 잔류한 채 부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쉬워서 어쩌나. 내 육체를 죽일게 아니라 차원을 붕괴시켰어야지. 미물 주제에 그런건 무리였으니, 어쩔 수 없다만.”


그 말대로, 클리포트의 마왕을 완전히 죽이려면 육체의 소멸로는 부족했다. 클리파 차원 째로, 세계를 통째로 무너뜨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드라멜렉은 재구성되어가며 이수연을 응시했다.


자신을 시종일관 몰아붙이던 가증스러운 존재가 저리도 처량하게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그토록 눈부시게 빛나던 존재가 이제는 껍데기만 남아 소멸만을 기다리고 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고, 의미 없는 발버둥이었다.


“역겹고도 역겹구나. 하등한 미물아. 결국 너희 세계는 멸망을 피할 수 없어. 나를 꺾을 수 없어."


그녀는 죽고, 자신은 살아있다. 생사의 갈림이 마왕의 우월감을 한없이 고취시켰다. 아드라멜렉의 온전치 못한 얼굴에서 기분 나쁜 미소가 지어졌다.


아드라멜렉은 살짝만 힘을 사용해 검푸른 빛깔의 단검을 생성해냈다. 조금이라도 놈에게 독을 주입하는 순간, 이미 중독된 놈의 몸은 바스라질 것이다.


이겼다.


"지금껏 모든 세계가 그래 왔듯이, 이 세계 또한 우리들의 성전의 묘대가 되는 의무를 이행할 것이다. 그 시금석으로써, 네 목숨은 내가 직접-”


말을 하다 말고, 아드라멜렉은 등골이 싸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단검이 생성되다가 말고 그 자리에서 멎었다.


재생성되던 자신의 몸도 재생을 멈추었다.


힘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클리파 차원과의 패스가... 끊겼다? 몸도 움직이질 않아... 어째서?”

 

아니, 아니다. 아드라멜렉은 고개를 저었다. 이수연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날고 기어봐야 자신의 클리파 차원을 통째로 건드릴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힘만으로 차원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같은 마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나마도 클리포트 게임이 아니라면, 클리파까지 건드려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 터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클리파에 손을 댄 존재가 있다는 것은-


잠깐.


아니야.


아드라멜렉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 자신의 패스를 막아버린 이 힘은 분명, 오래토록 잊혀져 있던 종류의 것.


그리고 눈 앞에 쓰러진 이수연에게도 똑같은 힘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자신과 그녀에게 똑같이 씌여져 있다.


왼팔의 부패가 멎었고, 약해져만 가던 이수연의 생명 반응이 안정되었다.


이런 특성을 가진 힘은 아드라멜렉이 아는 바에 의하면 단 하나 뿐-


“설마!??”


그 순간, 등 뒤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드라멜렉에게는 아주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너답지 않게 꽤나 무뎌졌구나. ‘뱀’을 빼앗겨서 지능이 퇴화하기라도 한건가?”


“너...너는...!?”

 

“그 꼴보기 싫은 얼굴도 오랜만이네. 아드라멜렉.”


목소리의 정체가 서서히 아드라멜렉의 눈에 들어왔다. 찬란히 빛나는 금발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공허한 빛을 담은 사파이어 색의 눈동자가 아드라멜렉의 얼굴을 담았다.


“마, 말도 안돼... 네가, 어떻게...” 


아드라멜렉은 너무 놀라 숨을 몰아쉬었다. 동공이 두 가지 감정으로 마구 뒤흔들렸다.


하나는 경악. 눈 앞의 존재가 여기서 나올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점.


다른 하나는 분노. 그 존재가 금기를 저지른 것에 대한 점.

 

“기어코 우리를 배신한거냐, 루키프구스!!!!”


금발의 소녀, 3번째 마왕 루키프구스는 아드라멜렉의 분노어린 일갈에도 같잖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저 계약을 지킬 뿐이야.”

 

“계약? 이런 미물들 따위의 편에 서는걸 계약이라고 부르나? 추악한 배신자가, 입만 번지르르하게 놀리는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계약을 논해!! 당장 이거 풀지 못하겠어?!!”


하필이면 이럴 때 만난 것이 동족인 클리포트의 마왕이라니. 


본래 마왕끼리도 사이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지만,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명백한 적의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아드라멜렉의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 루키프구스는 나지막히 눈을 감았다. 작은 한숨이 내쉬어졌다. 


 루키프구스가 연민어린 눈동자로 아드라멜렉을 바라봤다.

 

“...아직도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 깨닫지 못한거야?”


“?!!!” 


순간, 아드라멜렉은 목에 서린 서늘한 감각에 몸이 저절로 떨렸다. 


목에는 아무것도 드리워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칼이다.

 

거대한 칼이, 단두대가, 클리파 차원을 통째로 뒤덮고 있다.


차원 너머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술식이 전개되어 현실세계의 자신과 클리파 차원의 일부까지를 단단히 묶고 있다.


“너....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진짜 나를 봉인시키려고....?”


이제는 허세에 찬 분노 대신에 공포가 아드라멜렉의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3번째 마왕, 루키프구스의 능력을 앞에 둔 지금 상태라면 불사의 존재인 그녀일지라도 정말 소멸당할 수도 있었다.


아드라멜렉은 점점 다급해져갔다.


“자, 잠깐! 잠깐!!! 너도 그 봉인 이후로 온전한 상태가 아니잖아? 그럴만한 힘이 네겐 없을 텐데?”

 

“맞아. 지금 내 힘으로는 네 클리파를 봉인할 수 없지... 만, 절대라는건 없거든.” 

 

“뭐?”


루키프구스가 쾌활하게 웃었다. 말투와는 다르게 어딘가 공허한 눈이 지어내는 웃음은 아드라멜렉에게 서늘한 공포심마저 심어주었다.

 

“네가 재밌는 짓을 해놨더라고. 어차피 봉인된 거, 클리파 차원을 통째로 일부 절개해서 중계수단을 이용해 현실에 강림시키고, 그 통로로 절개한 부분을 천천히 이어받는다니. 그대로 봉인된 반쪽까지 되찾는다면 걸어볼 만한 내기라고 생각했겠지.”

 

"너, 방금... 뭐라고?!"


뭔가 이상했다. 봉인된 반쪽에 대한 이야기는 루키프구스가 알 수 없는 사실이다. 봉인 시점도 두 마왕 간에는 한참이나 차이가 난다.


“네가 그걸 어떻게....”

 

“계약이라고 말했잖아? 정보 제공자가 있었지. 아무튼 오히려 네가 그래준 덕분에 일이 더 쉬워졌어. 클리파 차원 전체를 봉인할 필요도 없이, 현실에 돌출된 클리파 차원만 끊어내면 되는거니까."


루키프구스의 말을 듣는 아드라멜렉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굳어갔다. 


현실에 강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도 루키프구스의 존재는 전혀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사이가 안좋다고는 해도, 클리포트 게임 전부터 서로를 적대하지는 않는다. 그 점 때문에 루키프구스의 이런 배신 행위는 더욱 예상 외였다.


"자승자박인 꼴이네. 그러게, 누가 편법 쓰래?”


꼴 좋다는 표정을 하고 루키프구스는 아드라멜렉을 비웃었다. 

 

“멈춰! 잠깐만!" 


다급하게 아드라멜렉이 내뱉었다. 힘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대책을 찾을 심산이었다.


8번째 마왕이 상징하는 것은 육신을 말소하는 독과 영혼을 잠식하는 독. 후자를 봉인당한 지금, 루키프구스를 권능으로 구워삶을 수는 없을지라도 근본적으로 말솜씨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뱀의 혀가 달콤한 말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날 봉인한다면 과한 능력을 쓴 대가로 무리가 오지 않겠어? 너도 나와 같아. 똑같이 봉인당하고 힘도 온전치 않은데, 나에게 힘을 쏟느라 괜한 출혈을 감수할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우리에겐 공통의 숙원이 있어. '클리포트 게임'이 곧 임박할거야. 진정한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신성한 무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금 와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


듣기에는 지극히 타당하고 오류가 없는 말이 들려온다. 루키프구스는 말 없이 그것들을 전부 듣고만 있었다. 들을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드라멜렉은 자신의 설득이 효과가 있을거라고 짐작했다.

 

“그래. 협상을 해보자. 원하는게 뭐야? 뭐든지 말해봐. 힘을 원해? 그러면 다음 클리포트 게임 때 너의 편에 서서 싸워줄게. 아니면 이 미무... 인간들의 생존을 원해? 클리포트 게임 때 내 영향권 안의 인간들은 사력을 다해서 지켜줄게. 그, 그것 말고도 원하는게 있다면 내가 힘 닿는 데까지-”


아드라멜렉은 루키프구스의 구미가 당길 법한 제안들만을 골라서 제시했다. 


어떤 마왕이 클리포트 게임에서 우군을 얻고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것도 10명이서 각축전을 벌이는 광란의 축제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말이다. 


아드라멜렉에게 있어 출혈이 큰 초강수였다.


그러나 들려온 것은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안타깝게 됐네. 협상을 할거면 최소한 목표가 같아야지. 너와 나는 바라보는 게 달라. 그러니까 협상 결렬이야."


"무, 뭐라ㄱ-"


"그리고, 몇백만의 생명을 희생시킨 놈 따위와 할 협상 같은게, 있을거라고 생각해?”


루키프구스의 공허한 눈동자가 빛을 머금었다. 손이 들어졌다. 


동시에, 아드라멜렉의 클리파 차원을 뒤덮고 있던 결계들이 사방에서 아드라멜렉을 파고들었다.


3i 사타리엘

차원침식결계

폐쇄 Schlieβen


각양각색의 모양을 한 푸른빛의 결계들이 명령에 따라 클리파 차원을 옥죈다.


클리파 차원은 마왕에게 있어 영혼 그 자체. 그 영혼을 비틀고 찌르는 고통은 고스란히 아드라멜렉에게도 전해진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멈춰!!! 멈춰어어어어어어!!!!!”


공중에 붙들린 채로 아드라멜렉은 정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이수연에게 일격을 먹을 때보다도 더 극심한 고통이 영혼을 둘로 가르고, 뇌를 쪼개 골수에 고통을 각인시켰다.


“너무 추해. 아드라멜렉. 다른 생명을 강탈할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서, 정작 자신의 생명이 박탈당할 때는 되는대로 지껄이다니 말야. 총을 쏘는 자는 총에 맞을 각오가 된 자 뿐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 제, 제발 그만해!!!! 제발!!!!”

 

목이 터져라 소리치면서도 아드라멜렉은 한편으로 다른 생각을 머금었다.


고통 너머에 루키프구스가 숨기고 있는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 자기도 힘이 다 돌아오지 않았는데 나를 봉인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래. 이건 겁주려는 것에 불과하다. 설령 봉인할 수 있다고 해도, 나만큼 격이 높은 존재를 묶으려면 그만큼 강한 말뚝이 필요할 터.

 

“-?!!!”


그렇게 낙관적인 생각을 하던 때가 아드라멜렉에게도 있었다.


자신을 옥죄여오는 고통 외에 또 다른 현상이 아드라멜렉의 눈에 들어왔다.


검푸른 빛의 세계가 아닌 은은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세계가, 칙칙한 독과 죽음 대신에 신비로운 장엄함이 루키프구스의 너머에서 느껴진다.


자신을 묶는 데에 필요한 강인한 말뚝, 그것의 정체가 설마....


“이건... 설마.... 루키프구스 너....”


루키프구스가 갖고 있는 클리파 차원의 문이 서서히 열렸다.


아드라멜렉은 꿀꺽, 하고 긴장 속에서 침을 삼켰다. 루키프구스의 행동이 의미하는 것은 명백하다. 너무나 끔찍할 정도로 분명했다.


놈은, 진심으로 자신을 봉인할 작정이었다.


“너 제정신이냐!!? 자기 자신을 봉인의 축으로 삼는다니, 미쳤어 너?"


"너 하나 봉인하는 거라면 싼 값이라고 생각하는데."


"목숨이 아깝지 않은거냐? 내가 풀려난다면 가장 먼저 너의 차원을 마구 휘저을게 뻔하잖아! 그런데도 이런 짓을 한다고?”

 

“네가 풀려날 때면 나의 봉인은 풀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아드라멜렉이 절박하게 뭐라고 말하든, 루키프구스는 하나 하나 시원하게 받아쳐댔다.


클리파 차원을 옥죄던 결계들의 강도는 실시간으로 더욱 세졌다. 목에 드리워진 칼날이 위로, 단두대가 아래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진심이다. 놈은, 루키프구스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클리파 차원을 통째로 절개해낼 셈이다!


"그, 그만... 그만해!!!! 이 역겨운 놈, 배신자, 썩어 문드러져도 시원찮을 놈!!!! 네가 날 온전히 봉인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마라!! 봉인이 풀리는 순간 네놈의 차원을 통째로 부식시켜 죽여버릴테니까!!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있는 대로 악을 써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지만, 사형수가 무슨 말을 하든 사형집행인에게는 바람 앞의 콧노래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루키프구스는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가볍게 손짓했다.


단두대가 떨어진다. 칼날이 아드라멜렉의 클리파를 베어낸다.


현실 세계에 강림하느라 사용되었던 부분만을 현실로부터 유리화시켜, 자신의 클리파에 강제로 쑤셔담는다.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악!!!!!!!!"


“뱀 답게 혓바닥이 길구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량한 내 세계에서 태초의 뱀이 그러했듯, 영원히 땅을 기며 후회하길."

 

“그만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칼날에는 의지도, 자비도 없었다.


싹둑-


.....


.........


모든 것이 끝났다. 클리파 차원을 부분절개하면서 아드라멜렉을 자신의 클리파에 봉인시키는 의식도 종료되었다.


언제쯤 올려나. 이 녀석은 약속시간을 지킨 적이 도통 없단 말이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루키프구스는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나?”


루키프구스는 인기척을 느끼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손짓하자, 널브러져 있던 이수연의 몸이 둥실 떠올라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그 아이. 응급처치는 해놨거든? 몸을 좀먹던 뱀년의 클리포트 인자는 따로 추출했고, 괴사중인 몸은 결계로 정지시켰어. 데려가서 치료하면 살 수 있을거야.”

 

“말한 대로 해줘서 고맙네.”

 

“감사는 됐어. 계약을 이행했을 뿐이잖아." 


“계약일지언정 자네가 감사받을 행동을 한 것은 분명하지. 받든 받지 않든, 나는 진심이야.”


루키프구스를 따라온 남자, 관리자는 예의를 차리며 허리를 살짝 굽혔다. 루키프구스는 눈 앞의 남자가 나쁘지 않다는 듯 쿡쿡 하고 웃었다.

 

“쓸데없이 완고하긴. 아니, 오히려 그 점이 우리들과 지금껏 싸우는 원동력이 된 것인가?”

 

“훗. 그럴지도 모르겠군.”


루키프구스의 시선은 관리자의 품에 안긴 이수연에게로 향했다. 어쩐지 이수연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처럼 측은했다.


이수연과 아드라멜렉의 싸움을 계속 지켜봤었기에, 그녀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지을 수 있는 눈빛이었다.


"깨어나면 그 아이에게 가장 먼저 사과나 해줘. 이번 건은 네가 너무 가혹했어. 아무리 특이 체질이라지만 홀로 이 뱀년을 상대하도록 하다니, 내가 그 계획을 사전에 들었다면 절대 반대했을 테니까."


상냥한 어조로 루키프구스가 말했다.


"그래.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라네. 제대로 사과해야지. 이번엔 내가... 너무 과했으니까."


관리자 또한 쓴웃음을 지은 채 이수연의 얼굴을 바라봤다. 루키프구스의 권능의 효과 때문인지, 그녀의 잠든 얼굴은 전투의 흔적 하나 없이 말끔했다.


이수연은 이번 일 가운데 제일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었다. 사과든 보상이든, 마왕 하나를 격퇴했으니 뭐라도 해줘야지. 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루키프구스의 몸을 푸른 빛의 선이 몇 가닥 덮더니 신비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떠날 시간이었다.


“그럼 됐지? 사람들 슬슬 올테니까, 난 간다? 나 찾지 말고.”

 

“아. 가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게 있네."


"빨리 말해. 내 존재를 발키리 할망구한테 걸리면 너도 곤란하잖아?"


"자네는 이제부터 어떡할 겐가?”


막연하면서도 원론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잠시, 루키프구스는 말이 없었다. 침묵과 함께 금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공허했던 푸른 눈동자가 흥미를 머금었다.


물론 나온 대답은 신비로운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지만.

 

“뻔하잖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거야. 숙제하러 가야 하거든."


"...그렇군."


푸른 빛의 결계가 루키프구스의 모습을 서서히 감추어 나갔다.


사라지기 직전, 루키프구스는 바람에 흘려보내듯이 한 마디를 던졌다.


"기다리고... 준비하며... 적당한 때를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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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끝났다! 이제 글 안쓸거야! 파업할거야! 키미노 아이마가 즈큥! 도큥!! 무야호~~!!!!!


개인적으로 이 3번째 마왕 루키프구스에 대해서도 스토리 구상했었던게 있는데, 너무 무리수같기도 하고 제대로 잡혀있지도 않아서 그건 내 머릿속으로만 글 쓸거임. 보고 싶다면 내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길 기도하라 카붕이들아.


글 쓸수록 느끼는거지만 세상에 고수가 너무 많다... 어떻게 그렇게 잘쓰냐 니들은.... 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