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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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녀석'


그 남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라 한다면 이 문장으로 충분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말 그대로 이상한 녀석이었다


침식체에게 죽으려는 내 결의를 방해한 것도 모자라 눈앞에서 침식체를 처먹고 있던 그녀석이 내게 처음으로 한 짓은 다름아닌 꿀밤을 먹이는 것이었다



예컨데



%%%%%%%%%%%


-빠악




"끄앜!!!!"



"어? 뭐야. 살아있었네?"



"미친새끼가! 왜 머리를 갈구고 지랄이야?!"



"아니 뭐... 멍하니 주저앉아 있길래 난 또 죽었나 싶었지"



"니가 처먹고 있는 걸 보면 누구라도 멍때릴꺼다!!"




"......좀 줄까?"




"뭐 이런 개@!?%...!!!"



%%%%%%%%%%%


......대충 이런 식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별 미친 첫인사가 다 있구나 싶지만 오히려 그런 비범한 만남이었기에 금방 말은 튼것 같기도 했다







그는 꽤나 이곳에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왜 의문형이냐고?


안물어봤으까


나와 그는 그 괴상한 첫만남 이후로 가끔씩 말을 주고 받긴 했지만 서로에 대한 건 캐묻지 않았다

암묵적인 규칙이니 뭐니 그런건 아니고 그저 단순히 물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였다


생각해봐라


침식체만 봤다하면 미친놈마냥 달려들어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녀석이 평소에는 실없는 소리나 낄낄거리며 떠드는 통에 진중한 이야기는 커녕 욕이나 안하면 다행이었다




"신이 날면 '신난다'!"






아 생각하니까 또 욕나오네



......뭐 항상 저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을 무난한 주제로 시작하는 그에게 나는 한편으론 약간의 고마움과 안도감을 느꼈다


여태껏 이야기를 나눴던 녀석들은 죄다 갖은 이유를 붙여가며 자신을 포장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대개 내 몸, 능력, 거의 있지도 않은 지위나 명성을 바라며 남의 지랄맞은 과거나 들먹이며 위선을 떨던 놈들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나에게, 온전히 '나'라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게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를 꺼내며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


아무것도 아닌 듯한 관계


그 무심한 거리감은 그러나


내가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피난처 같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나는 이야기했다


마치 고해성사하듯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횡설수설, 갈팡질팡 제멋대로 쏟아낼 뿐인 이야기를 그는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그 또한 이야기 했다


아내를 만났고 결혼을 했으며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없다는 것까지






말을 마친 나와 그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난 죽을꺼야"



"그래"



"CRF가 소진되면...아프겠지?"



"아마도"



"나도 침식체가 되는걸까?"



"......그럴지도"



"......저기 있잖아"



"그렇게 되면"





아니 그 '사람'은


언제나의 그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내가 널 죽여주마"



나는 무심코 웃어버리고 말았다












%%%%%%%%%%%%%%%%

하핫!! 다 죽어라 죽어!!

* 1~2편 뒤에 끝일 듯
  오늘은 안올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