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핀 컴퍼니의 사장. 비밀로 몸을 휘감은 남자.

인디애나 GAP으로서, 관리자로서 수많은 아티팩트를 봐왔고

또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이번 아티팩트는

뭔가 달랐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기운과 그 기운을 

무시하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의 강력한 힘이 아티팩트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조심스레 그 연두색 빛을 내는 보랏빛 구슬을 

들어 올렸다.


"이건.. 위험하군. 정말 위험해."


다른 사람이, 마왕이 갖게 둘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이 이면세계는

이 아티팩트때문에 멸망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만큼 이 불길한 구슬에서 느껴지는 힘은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사용해야만 한다.'


클리포트 게임과 세계의 멸망을 막기위해 차원도, 세계도

넘나들었던 그다. 대가가 무엇이든 아낌없이 지불해왔고 그에게

충성을 바치던 자들에게 한마디 설명도 없이 장기말로 쓰고

버렸던 그였다. 그런데 이 강대한 힘을 뿜어내는 구슬 앞에서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조차도 이 아티팩트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저 침식률을 앞당겨 종말이 가까이 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면? 

게다가 그 절망적인 상황에 관리자조차 없다면..?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군. 나이란건 먹을게 못 돼. 경험과 

지혜라는 핑계로 온갖 걱정과 불안을 저울질하고 

안전한 선택만을 하게 되지.'

어차피 도박수 없이는 승산도 없다.

관리자는 그렇게 마음먹고 구슬을 손으로 깨뜨렸다. 


그리고-


네가 원하는 힘을 주겠다

너의 뜻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 질 것이다

다만 나에게 먹히지 않도록 해라

나는 모든 것을 내 지배하에 둘 것이니


***


코핀 컴퍼니의 부사장실, 단정하게 머리를 올려 묶고 타이트한

맞춤형 정장으로 풍만한 몸매를 강조하는 미녀가 초조해 하고

있었다. 비록 한쪽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었지만 미모에 흠결을

낼 정도는 아니었으며 멀쩡한 눈에서 뿜어내는 총기와 활력은

평범한 사람의 두 눈을 합친 것보다 강했다. 그런 그녀가

돌아올 시간이 한참 지난 관리자의 연락 부재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었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존경했던 사람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그녀에게 '버려짐'은 유일한 심리적 약점과도 같았다.

관리자는 이번 세계에 또 다시 희망을 잃고 다음 세계로 넘어간

것은 아닐까? 이번 세계에 모든 걸 걸겠다던 그의 달콤한 말은

그저 그녀를 안심시키려던 임시방편에 불과했던건 아니었을까?


언제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던 그녀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래왔지만, 나이가 들고 짊어진 것이 많아질수록 이런저런 계산이

많아졌었다. 하지만 심리적 궁지에 몰리고 나니 다시 그때처럼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됐다. 그녀는 전투복과 아스널 윙즈, 리액티브 소드를 갖춰 관리자의 신호가 마지막으로 발신된 침식지대로 향했다.


***


피부를 찌르는 듯한 고농도의 침식파에 이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눈가에 주름이 지면 안된다고 언제나 주의하던

그녀였음에도 이 침식파 농도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제발 그가 도망친게 아니라, 여기에 살아있어야 할텐데.'

이수연은 빠르게 공중을 활보하며 관리자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그녀가 사람의 흔적을 발견한 건 다이브 후로부터 30분쯤 지난 후였다. 

큰 발자국과 작은 발자국이 어지러이 늘어져 있었고, 

이내 작은 발자국만 남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역시 여기에 관리자는 없는건가. 이수연은 좌절했다.

저 정도 발크기의 소유자라면 어린애일것이고,

이런 침식지대에서 어린애가 수분이나 버틸 리 만무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몸은 그 발자국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부름에 이끌리는 것 처럼.

이어진 발자국은 폐허가 된 건물 앞에서 끊겼다. 

건물안으로 들어간 건가. 

혹시나 침식체로 변했을 수 있으니 경계를 단단히 하고 

건물내부로 진입한 이수연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황급히 인기척이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누나는 누구세요?"


맑고 영롱한 목소리, 조각같이 잘 생긴 대 여섯살쯤의 어린 소년.

이수연이 놀란 것은 이런 침식지대에 이러한 소년이 있다(여기에는

고농도 침식파를 견뎌냈다는 것도 포함된다)라는 것도 있지만,

그 소년의 잘생긴 외모가 관리자를 빼다 박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원들이 사장을 네모난 깡통로봇 머신갑으로 알고 있지만,

부사장이자 구관리국 펜릴전대 출신의 그녀는 사장의, 즉 관리자의

진정한 얼굴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였다. 그녀는

말도 안되지만 지금 그녀의 눈 앞에서 떨고 있는 가련하고 귀여운

소년이 관리자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사장님..?"

"사장님이 누구에요? 여긴 어디에요? 누나는 누구에요?..나는 누구에요?"


충격으로 인한 정신적 유아퇴행은 들어본 바가 있다. 하지만 

외형까지 어려진 경우는 소문으로조차 들은 적 없다. 

하지만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우선 우리의 소중한 희망이자 요인을 복귀시켜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수연은 떨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무서워 할 것 없습니다. 제가 지켜드리러 왔으니까요."


소년은 망설이다가 이수연이 내민 손을 잡는다. 작고 부드러운 손.

이수연은 잠시지만 상황을 잊고 소년의 완벽한 외모를 감상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이수연은 정신을 차리고 꼬마가 된 관리자를 품에 안은 채 

다시 코핀 컴퍼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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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쓰는 사람들 많아서 자극받고 후딱 써왔음ㅋㅋ

재밌을수 있을지 꼴릴 수 있을지는 나도 몰?루


다음화부터 창작19탭

그리고 사실 연달아 써옴 도입부만 싸고 끝나면 섭섭하자나 ㅎㅎ

https://arca.live/b/counterside/27935431?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