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억, 허억, 어윽, 숨 막혀...!"



사방에서 울리고 있을 싸우는 소리와 비명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내 가쁜 숨소리와, 흐트러져 엇박자를 내는 발소리. 내 몸을 차고 흐르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세 갈래 골목.



멈춰서서 숨을 고르며, 두 개의 길을 좌우로 살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아까 떨어져 박살난 휴대폰이 못내 아쉽다. 뉴스라도 보면 어느 쪽으로 갈지 파악이 될텐데.



"어느 쪽을..."



뒤에는 침식체가 쫓아온다. 두 길을 동시에 갈 순 없는 노릇이고, 가는 길에 침식체가 나올 지 모른다. 시내로 뻗은 오른쪽 길을 쳐다보았다. 시내면 태스크포스도 있고, 방어선 구축이나 구호소도-



'이야, 우리 폐급 카운터 좀 봐라, 옷만 보면 A급인데! 어어, 꼬라보는 거 봐. 봤냐?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다? 푸핫하!'



"...씨팔!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이 개새끼들아!"



-있을테니 그 쪽으로,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도시 외곽의 공원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완전 반대로 온 모양이다.



"...좆 됐네..."



왜 갑자기 아카데미 기억이 떠오른 건지. 생각을 정리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팔에 찬 시계를 조작하자 두 손에 비수가 한 자루씩 나타나 쥐였다. 왼손의 비수는 거꾸로 쥐고서 주변을 살폈다.



끄르륵. 키이익. 후두둑, 으드득. 우지끈 철퍽.



사방에서 침식체 소리가 들려왔다. 용케도 여기 오면서 공격만 안 당했네.



살과 뼈가 같이 으스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잦아들더니, 발굽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따그닥 따그닥. 지쳐서 돌아가지 않는 잔머리를 억지로 굴려본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기마술이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까?



내 기마술 성적에 생각이 미칠 즈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난 아마...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았을 거다, 분명. 안 그랬으면 내 모가지가 엉망이 됐을 거니까.



키야악!? 케륵! 켁! 켁!



발굽과 함께 바람을 가르던 괴성이 갑자기 콱 막혀 바람 새는 소리로 바뀐 걸 듣고서야 두 눈을 떴다. 코 앞에서 가시를 들이박던 침식체의 두 어깨를 가느다란 끈이 둘둘 감아 조여들고 있었다.



웬 끈이래?



"언니, 잠깐 앉아서 쉬었으면 일어나서 칼 좀 써봐. 그대로 앉아있다가 추운데서 자면 입 돌아간다?"



"히익!"



목소리가 사납지는 않았다. 그냥, 사람 목소리를 들을 거라곤 생각 못 했던 거다. 다소 앳된 목소리의 주인공은 침식체의 머리 위에 올라타 그 녀석의 목을 위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힘 좀 써봐, 이런 타입은 요요 끈으로 질식도 못 시킨다니까? 날붙이로 목 아래를 확! 교복 입은 거 보니 배워서 알 거 아냐?"



그 말에 땅에 팔을 짚어보았다. 팔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멍청하니 보고 있으려니 슬슬 눈 앞의 여자애도 숨이 가쁜지 팔이 떨리고 있었다.



니들러는 목 아래를 세게 한 방. 힘도 안 나는데 굳이 그렇게 해야 되나?



"언니야! 지금 뒈지면 아까 그 새끼들한테 한 마디도 못 해보는 건데! 아무것도 못 하고 뒈지면 안 아까워!?"



...안 아까운가? 하는 건 솔직히 모르겠더라.



근데 그 말 들으니까, 일어는 나지더라고.



왼손의 역수는 방어, 오른손의 정수는 공격. 왼팔의 팔꿈치를 중심으로 침식체가 휘두르는 앞발을 쳐내고, 오른손으로 목덜미를 찌른다. 하나, 둘, 셋.



나 생각보다, 화 많이 풀고 싶던 것 같다.





"자... 잘 싸우잖아 언니. 휴우우."



요요 끈이 끊어질 지경으로 당기던 여자애가 니들러의 머리 위에 추욱 늘어지며 말했다. 목 조르는 동안 목을 찌르려니, 의식하게 되자 바로 앞에 얼굴을 맞댄 꼴이었다. 꽤 이쁜 얼굴인데... 사납게 생겼네. 무섭게.



아무튼 예상도 못한 데서 나처럼 혼자 다니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대피소를 찾아간 것도, 전투원으로 동원된 것도 아니라니.



"넌 뭔데 여기서 이렇게 혼자 있어?"



내 질문에 이 녀석은 고개를 쭉 빼고는, 요요를 품에 넣으며 발을 주변의 돌 위에 얹었다. 팔도 괴상한 각으로 들고. 지금 얘 폼 잡는 거야?



"들어는 봤나? 세상의 빛과 자유, 사랑과 평화를 수호하는 프리덤 라이더즈! 그게 바로 우리, 일하러 온 거라고."



그럴만한 미친년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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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에이미 개노 나오면서 쓰기 시작했던 건데

오늘 겨우 1화 다 쓰고 퇴고도 못함


기채 나오기 전에 끝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