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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합니다. 카린양"

잘못 들은건가?

"시윤씨 그런 장난은 재미없습니다."

"제가 어제 과하게 놀린건 죄송해요"

"하지만 좋아한다는건 한치의 거짓없는 진실입니다."


머리속이 새하얘졌다.


난 여태까지 눈치채지 못했던걸까?


"사실 카린양을 처음볼때는 놀리고 싶은 감정 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당연히 저는 그게 카린양을 놀리면서 생긴 재미인줄 알았습니다만, 그게아니더라고요."


나는...이사람에 대해 어떤걸 느꼈지?

묘한 친숙함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배려심

그리고 매일 웃는거처럼 보이지만 단 한번도 웃어본적이 없는듯한 눈


"카린양 진짜로 장난이 아닙니다."


이 사람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겠지.

하지만

"죄송해요"

아직도 4종침식체에게 희생당한 동료들이 눈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고향을 구하겠다고 남았으면서

이런 나에게 과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을까?


"시윤씨가 절대 싫은건 아니에요, 단지 시간이 좀 필요해요."

"대답은 좀 미뤄도 될까요?"


거절해야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

왜 입은 멋대로 말하는걸까


"아하하 역시 좀 그랬죠?"

"지금 한 말은 잊어주세요."

"그럼 앞으로도 친구로서 잘 부탁합니다."


악수를 건네는 그의 눈이 왜인지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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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덜 받게 하려다가

오히려 상처를 더 주게 되었네요

처음부터 친구로 지냈으면 이런일도 없었을텐데요

일단은 머리도 밖에 나가야겠어요

그런데 뭐 사는게 참 마음대로 안되네요


"선배님 헤어지셨네요?"

"서윤양이신가요? 몰래 엿보는 취미가 있으셨나요?"

"저희 회사가 방음처리가 안되어 있어서 말이죠. 어쩌다 들어버렸네요."


왜 일까요 기분이 많이 더럽네요.


"헤어진게 아니라 차인겁니다. 정정해주세요."


지금 언령을 쓰면 흔적이 남겠죠


"선배 화난 표정도 지을줄 아시다니 처음알았어요."

"아하하 그렇게 보이셨나요?"

"그럼요 지금 칼자루를 잡고 있는 힘이 쎄보이는걸요."

"오해입니다. 그냥 가던길 가시면 될거 같네요."

"남의 연애사를 참견하다니 저도 눈치가 없었네요."

"그러면 저는 가 볼테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아하하 고마워요"


감정이 흔들리는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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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왔네 그런데 괜찮아?"

 "어떤거 말씀하시는건가요?"

"그야 선배가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어서지."

"바보제자야 오늘은 더 놀리지 않으마"

"그것 참 감사하네요 스승님"

"근데 서류가 참 많네요?"

"그래? 내가보기에는 그게 그거 같다만."

"스승님 남에게 일을 떠넘기는건 보기흉해요"

"실전 투입인원이 서류를 만지는거도 보기 흉한거란다 제자야."

"뭐 되었습니다. 오늘은 대신 해드리죠."


일을하면 조금은 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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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카린양이 아닌가. 사장실에는 무슨 용무가 있어 왔나?"

"사장님 혹시 주시영 사원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녀라면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나야 상관 없네만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잠깐 상담을 하고 싶어서요."

"상담이라. 혹시 지금 시간 되나?"

"상관 없습니다만. 어떤 용무이신가요?"

"그냥 체스 한판만 어울려주게나 인공지능이랑 하는건 질려서 말이네."

"그리고 그냥 하는건 재미없으니 내기를 하나 하지."

"내기 말입니까?"

"자네가 이기면 내가 연락처를 주겠네."

"그렇다면 사장님이 이기신다면요?"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보겠네. 어떤가?"

"네 알겠습니다."


로봇도 외로움을 타는걸까?


"그럼 시작하지"

"카린앙 내가 한가지 말해두고 싶은게 있네."

"네 괜찮습니다."

"나는 사실 체스를 하면서 단 한번도 이긴적이 없다네."

"단 한번도 말입니까?"

"그렇지 다만 내가 지는건 싫어서, 완전히 지기전에 체스판을 접고 도망치는걸 계속 반복했다네."

"그렇게 체스를 다시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길거라 믿으면서 말이지."

"그런데 내가 최근에 들어서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네."

"어차피 져도 도망치면 된다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던거지."

"그래서 난 이제부터는 도망치지 않을 생각이네."

"내가 자네에게 해줄말은 한가지네 카린양."

"두고 와 버린걸 잊지는 말게나 다만 두고 와버린 것 때문에 지금을 버리지도 말게나."

"체크메이트 입니다.사장님"

"이런 얘기에 너무 집중해서 져버렸구만."

"사장님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으시는건가요?"

"물론이네."

"조언 감사합니다. 사장님."

"여기 시영양의 연락처라네. 답을 찾기 바라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즐거웠어요."

"잘 가게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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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0화 생각하고 있었는데 15화쯤으로 줄이게 될듯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