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미나



클리포트 게임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고, 꿈에 그리던 평범한 삶을 살다가 결혼에 골인해 자기 자신을 똑 닮은 예쁜 딸아이를 하나 낳았다.


그러나 카운터로서의 재능도 있고, 머리도 좋고, 귀엽기까지 한 딸아이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의도치 않은 자기자랑을 일삼는 바람에 주변 아이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사게 될 때가 있다는 점이다.


하루는 아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흐에엥~ 엄마아아아~~"


"딸!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흐윽, 학교에서 시험을 봤는데, 1등했는데..."


"1등 했어? 잘했네~! 1등했으면 잘한거지 왜 울고 그래~"


"그런데, 훌쩍, 난 엄청 쉬웠었는데, 애들한테 그거 말하니까, 애들이 나보고 막 잘난척한다고 놀리고... 자기들끼리만 집에 가버리고..."



그 말을 듣자 미나는 눈 앞이 아찔해졌다. 세상에 맙소사. 딸이 자신이랑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니!


펜릴 소대에 갓 들어왔을 적, 넘치는 힘을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c급 카운터에 불과하다'고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분노한 서윤에게 된통 혼쭐이 났던 적도 있었지.


딸도 자신과 똑같은 말을 하다가 똑같은 상황에 처해버리다니, 안 될 말이다. 이런 부분은 하루빨리 드러나지 않도록 고쳐줘야 했다.



"우리 딸. 내일 학교 가게되면 친구들한테 꼭 사과하렴."


"훌쩍, 내가 잘못한거야??"


"잘못한건 아니야. 상황이 달랐던 거지. 친구들이 시험을 못봐서 슬퍼하고 있다면 그럴 땐 친구들의 감정을 먼저 신경쓰고 맞장구 쳐줘야 해.


반대로 생각해볼까? 우리 딸이 좋아하는 딸기빙수를 사려고 줄을 섰는데 빙수가 다 떨어졌대. 그런데 바로 앞에 사람이 딸기빙수를 눈 앞에 보여주면서 딸한테 자랑을 하면 기분이 어떨까?"


"...엄청 기분나빠."


"그래. 친구들이 시험을 못봤는데 옆에서 자기는 잘봤다고 말하면, 그 친구들도 기분이 좋진 않았겠지?"


"웅. 근데 사과하면 친구들이 받아줄까...?"


"그럼~ 우리 딸이 누구 딸인데. 친구들도 용서해줄거야. 왜냐하면 친구니까. 대신 두번, 세번은 안된다?"



딸을 꼬옥 껴안아주며, 자기 딸에게만큼은 남을 기만하는 나쁜 버릇을 절대 길러주면 안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유미나였다.







2. 여신님


평생을 세계를 지키는 싸움을 해왔던 그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평범이랑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세상을 지키는데 성공했을지라도, 평범한 삶을 누릴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결혼이라니. 그런게 가능할 리가.


...라고 생각했던 때가 힐데에게도 있었다.


지금 두 아들의 어머니가 된 힐데는 처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놀라울 만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처음 아이들을 낳았을 때, 힐데의 마음 속에는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는 따뜻하고도 애틋한 감정이 샘솟아났다.


평생을 누군가를 죽이고 자신을 죽이며 살아왔는데, 그런 몸으로 생명을 잉태하다니.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걸까.


그것이 너무나 과분한 축복이었고 은혜여서, 세상의 빛을 처음 본 첫째 아이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둘째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금은...



"엄마아아!!! 형이 나 때려!! 혼내줘!!"


"아니야 엄마! 얘가 자꾸 내 레긴 아머 장난감 훔쳐간단 말야!!"


"형도 내 파프닐 소드 장난감 맨날 훔쳐가잖아!!"


"맨날 아니거든!!"


"엄마!!! 형이 또 거짓말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는 어디 가고, 항상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시끄러운 두 훼방꾼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이들이 서로 싸우는 소리에 도저히 집중이 되질 않았다. 힐데는 보다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때렸어! 형이 나 때렸어!! 야!!"


"야?? 이게 어따대고 반말이야!"


"둘 다-



제 1 왼손구속구 그람-해제


제 2 오른손구속구 발뭉 - 해제



"싸우지 말랬지 엄마가!!"



힐데 류 초필살기

- 버스터 딱밤 드라이브



따악!!!



자비없는 꿀밤이 두 아이들의 이마를 강타했다. 그걸로 싸움은 끝맺어졌다. 남은 것은 이마에 남은 얼얼한 아픔 뿐.


아이들은 딱밤의 아픔에 서러워서 울려고 하던 찰나, 힐데가 화난 얼굴을 하고 바라보고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로 예의를 지키라고 엄마가 말 했어 안했어?"


"하지만 얘가..."


"근데 형이 자꾸..."



볼맨소리로 서로를 탓하려는 아이들에게 힐데는 입으로 스읍 소리를 내어 넉다운시켰다. 아이들은 그 즉시 조용해졌다.



"형은 동생 잘 챙겨주고, 동생은 형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엄마가 말했지? 둘 다 사과해 얼른."



엄마 말은 듣기 싫다는 듯 아이들은 서로 고개를 돌리며 사과하길 거부했으나, 둘째 아이가 먼저 손을 내밀고 첫째가 손을 잡는 것으로 기적적인 화해의 장이 열렸다.


서로 사과한 직후, 힐데는 두 아이를 다 끌어안고 잘했다며 토닥여주었다.



"옳지. 잘했어. 먼저 사과한거, 정말 잘한거야. 그리고 흔쾌히 받아준것도 정말 잘한거야."



더 이상 입담 걸쭉하고 성격 나쁜 발키리는 없었다. 대신 두 아이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아. 미안하다며 도망치는 배신자는 어디갔냐고? 그런 힐데는 글쓰는 게이가 모조리 처리했으니 안심하라 예아.








3. 이수연


그녀 또한 힐데와 비슷했다. 싸우는 것에 전 생애를 다 바쳤고, 구 관리국 멸망 후에는 태스크포스의 부사장으로써 일에 치여 살았다.


남들이 꿈꾸는 달달한 연애나 결혼 같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자 그녀의 인생에도 비로소 빛이 찾아왔다.


어쩌다 보니 연애에 골인했고, 어쩌다 보니 결혼에 골인하여, 어쩌다 보니 지금은 한 딸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딸아이가 정말 활달했다는 것 정도일까.


집의 서랍들을 전부 열어젖혀 계단을 만든 다음에 그걸 타넘고 올라가다가 대형 사고를 치질 않나.


아빠의 곁에서 요리를 도와주다가 양념 통을 실수로 놓쳐서 양념이 터져버리질 않나.


심지어 초필살기라며 자기 이름을 따서 만든 기술 이름을 쩌렁쩌렁하게 외치고 다니질 않나.


사랑스러운 딸이라 할지라도, 이수연의 노쇠한 몸은 아이의 텐션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어디 바깥에 놀러나갔다 하면 항상 걱정이 됐다. 아이가 너무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무슨 일을 벌일지 가늠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는 동네를 쩌렁쩌렁 울리면서 또래 아이들 대여섯명과 사방을 뛰어다녔길래, 집에 들어온 아이에게 뭐 하고 놀았는지를 물어보니까



"악당잡기 놀이 했어! 내가 악당 맡고 친구들이 다 카운터 역할 했는데, 내가 다 잡아서 이겨버렸어! 엄마 나 잘했지??"



1대 5의 일방적일 수도 있는 구도를 박살내고 친구들을 역으로 유린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활발한 성격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성까지, 무엇 하나 어릴 적의 이수연을 닮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하늘은 왜 나를 낳고 나랑 똑같은 내 딸아이를 낳았는가 하면서 신세를 한탄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된 이수연은 그 때와 달랐다.


소동이 벌어졌을 때는 혼내는 대신 아이와 함께 뒷수습을 하며 해결법을 알려줬고,


아이가 잘했냐고 칭찬을 원할 때는 따뜻하게 칭찬하고 안아주었다.


이수연은 자길 쏙 빼닮은 딸아이의 활발한 성격을 억누르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릴 때 자신이 받고 싶어했던 것들,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들을 딸아이에게 해주고자 노력했다.


가끔은 딸아이를 보며 어린 시절 철없게 행동하던 것이 생각나서 괜히 코 끝이 간질거리기도 했다.



"엄마~!!!"


"학교 잘 갔다왔어?"


"응!! 나 오늘 반장선거 해서 반장 됐다??? 나 잘했지??"



눈을 빛내는 딸아이를 이수연은 오늘도 함박웃음으로 맞아준다.



"그럼~! 역시 내 딸 답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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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망 글 쓰는거 잘 안써져서 다른거 먼저 대충 질름


근데 예전에 이거 비슷한 주제의 글을 본 거 같은데... 기분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