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먹을 만큼만 가져가기.

 

2. 집에 몰래 챙겨가지 않기.

 

3. 작전 때 몰래 챙겨가지 않기.(화이트래빗은 3개까지 가능)

 

4. 탕비실 간식은 여러분의 월급에서 나옵니다.

 

-탕비실 앞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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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보고서 쓰신다고 고생 많으셨어요. 원래는 그 일 소대장님이 하셔야 했는데.”

 

호록, 소녀는 내 옆에서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나를 올려봤다. 흠, 언제나 생각하지만 머리 위에 달린 롤빵 2개는 경이롭다. 무겁지 않을까 해서 물어봐도 자기는 괜찮다니까 뭐.......

 

“뭐, 소대장님은 컴퓨터를 잘 못쓰시니까. 그렇다고 그냥 두면 수기로 쓰신단 말이야.”

 

특히 그 아저씨 냄새나는 필기체로 말이지. 어렸을 때는 막 필기체로 휘갈겨 쓰는 어른들이 멋져보였다. 그래서 따라 똑같이 휘갈겨 써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로는 그런 필기체가 싫어졌다. 무엇보다 읽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수기로 작성해놓으면 데이터베이스 상에 등재할 때 또 스캔해야하고 귀찮지 않은가. 누가 제발 컴퓨터라도 가르쳐주면 좋겠어.

 

“소대장님, 생긴 거랑 다르게 되게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으시지. 겉모습은 여중생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실제로는 꼴초에 독수리타법이니.”

 

“그래도 저희 앞에서는 대놓고 안 피시는걸요? 흡연구역도 나름 지키려고 하세요.”

 

“아니, 그건 분명 길에서 피면 경찰한테 붙잡혀서 그러는 거야.”

 

그 사람 맥주가 땡긴다고 나한테 돈 쥐어주는 사람이었으니까. 뭐, 나쁜 사람은 아니다. 굳이 평하자면 어디에나 있는 무뚝뚝한 좋은 선배일 것이다. 자기 사람은 챙기고 일은 단호하게 처리하고, 분명 많이 존경받고 많이 미움 받을 타입이다.

 

“그러고 보면 소대장님 보좌인 시윤이 컴퓨터 잘하지 않았어?”

 

“그랬죠? 그래서 예전에는 보고서 대필하는 담당이 시윤 선배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펜릴소대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아했나.

 

시윤이는 소대장님과 무슨 연이 있는 모양이다. 단순 보좌 이상의 연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런 부분까지는 세밀히 물어보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부분은 알면 귀찮아지는 부분이다.

 

소녀는 호록, 다시금 믹스커피를 마시고는 탕비실에 놓인 초코파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거 알아? 초코파이를 먹으면 살찐대. 그 중간에 있는 마시멜로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아도 다 분해가 안 된대.”

 

“윽...... 왜 그런 소리를 마침 초코파이를 집었을 때 해요. 봉투까지 뜯었는데...... 아저씨, 그런 사람이었어요?”

 

소녀는 나를 향해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업자득이야. 아까 전에 부장님 때문에 얼마나 진땀을 뺐는데. 좀 놀려먹어야 기분이 풀리지.

 

살짝 고개를 돌렸다가 곁눈질로 소녀를 봤다. 아직도 소녀는 초코파이를 든 채로 볼을 부풀리며 나를 향해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괜찮아. 그거 먹는다고 살 안 쪄. 그리고 살쪄도 데려가니까 걱정마.”

 

“으...... 아저씨, 그런 말은 단 둘이 있을 때만 해야 해요 진짜.”

 

누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인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볼 빵빵하게 있으면서 쳐다보는 너도 귀여운걸.

 

소녀는 조금 기분이 풀린 듯 초코파이를 보다가 이내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가 생각해도 참 단순한 아이다.

 

“그리고 시윤이한테 부장님 안 좋게 풀린 거 같다고 말해줘.”

 

“어? 시윤선배 사실 부장님을 좋아했어요?!”

 

소녀의 눈이 크게 떠진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물 밑으로 무슨 거래가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거야?

 

“어? 아...... 아, 몰랐어?”

 

“전혀요! 전혀 전혀 전혀! 몰랐는걸요? 와, 대박사건! 이거는 미나선배한테도 말해야겠어요!”

 

아니, 이야기가 그렇게 될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반쯤 장난으로 말한 거였는데 소녀는 진지하게 믿는 모양이다. 뭐, 어차피 소문의 원인이 나인걸 금방 알텐데 나중에 마실거나 하나 사주면서 봐달라고 하지 뭐.

 

소녀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메신저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미나씨한테 보내는 모양이다.

 

“미나씨랑은 어때? 처음에 일 배울 때보다는 덜 어색하지?”

 

“당연하죠. 얼마나 좋은 선배인데요. 가끔 막 자기 간식도 나눠줘요. 되게 줄까말까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눈 딱 감고 주시는데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거는 단순히 간식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집안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고는 들었다. 그래서 탕비실에 있는 과자를 몇 번 가져갔다고 하던데, 메모에 집에 가져가지 말라고 쓰여 있는 이유도 미나씨 때문이겠지.

 

그래도 움직임은 제대로 식사 못한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다. 특히 작전 구역에서의 움직임은, 깔끔하다 못해 날카롭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실 펜릴소대가 모두 그렇다. 대 침식체전의 스페셜리스트들, 코핀컴퍼니의 원동력, 4종 침식체 토벌 소대, 주변의 기물을 많이 깨먹어서 적자가 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만 빼면 완벽하다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팀에 저 애가 어떻게 되었나 싶을 정도다. 뭐, 지금 초코파이를 무는 내 여자친구는 그런 것에 관심도 없겠지만.

 

“오! 답변왔어요. 진짜야? 라고 하네요?”

 

소녀는 비교적 빠르게 온 답변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이상한 문자라도 왔나?

 

“어...... 어떻게 하죠? 옆에 시윤선배한테 물어봤는데 자기는 부장님이 취향이 아니래요. 오히려...... 제가 취향이라는데요?”

 

“잠깐 쉬고 있어. 그 자식 끌고 올게.”

 

다행히 권총은 주머니에 있었다. 오늘 녀석의 머리를 가져와야겠다. 깜짝 놀란 소녀를 뒤로한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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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호

 

최근 사내에서 직원들끼리 다툼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다툼이 발생한 이유는 개인적인 사유라고 하는데 다툼 과정에서 무기를 사용해서 위험한 일이 발생할 뻔 했습니다.

 

해당 사고를 일으킨 직원들은 경고처리를 했으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부사장의 교육조치를 내렸습니다.

 

서로 업무에 도움을 주고받는 동료인 만큼 다툼 없는 회사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들 한 주 힘차게 시작하며 보내면 좋겠습니다.

 

-코핀컴퍼니 월요일 사장 교육 문서 내용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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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는 펜릴소대 이야기였읍니다.


사실 수필 레포트 제출해야하는데 잘 안써져서 이거 쓰고 옴.


이제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