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counterside/28087290
모음집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흐른다.

누군가의 복제인간이었던 나에게는 더욱더 가혹하게 다가왔다.

꼬맹이가 10살이 되던 생일때 더 이상 나는 카운터로서 활동하기 힘든걸 깨달았다.


꼬맹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에게 상장을 자랑했을때 그녀석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자랑스럽다고 말해줬다.


꼬맹이가 15살이 되어 가을이 시작했을때 난 워치와 디바이스를 정리했다.


꼬맹이가 16번째 나의 생일을 기념했을때 내 몸에는 침식증세가 나오기 시작했다.


꼬맹이가 고등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바로 병원에 있는 나를 찾으러 와줬다.

아직도 울보구나.


===================



이제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나는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내가 누군지는 묻지 말게나. 다만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자네와 자네의 동생에게 큰 상처를 줄 얘기라네."

편지의 내용은 좀 길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써져있었다.

'이 편지를 받고 난 뒤 다음날은 몸상태가 호전 될걸세.'

'자네는 한가지 선택을 해야해.'

'동생에게 나쁜 언니로 남고 동생의 미래를 비출건지.'

'아니면 동생에게 좋은 언니로 남고 동생의 미래를 지울건지.'

'어느쪽을 선택하던. 자네는 그날 죽는다네.'



나는 결정을 마쳤다.



===================



언니는 아직 병원에 누워있었다.

지금이야 알바를 하고 있지만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한번은. 언니가 너무 미웠다.

한번은. 언니가 너무 웃는걸 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언니의 의식이 돌아 왔다는 얘기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



"꼬맹이 왔어?"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대충 위치를 짐작한다.

"언니! 깨어났다면서!"

"소리 안질러도 다 알아 멍청아"

"흑...흑"

"요즘 공부는 잘되고 있어?"

"헤헤...보충수업은 가끔씩 들어."

"어휴..그러게 공부좀 하지 그랬어."

"밥은 잘먹고 다녀?"

"물론이야! 나 배 굶은적이 없어."


억지웃음을 보고 눈물이 나려는걸 억지로 참았다.

"옛날처럼 같이 빵이나 먹고 싶은데."

"그럼 지금 먹으면 되지!"

"됐네요. 그럼 오랜만에 나랑 같이 밥이나 먹을래?"


"좋아. 언니!."


시간은 잔인하게도 아침을 가져왔다.


"미나야 이제 다시 학교가는거야?"

"어. 언니는?"

"난 이제 너 가고나서 편하게 누워서 자려고."


서랍에 가 있는 손이 죄책감에 떨린다.

"그러고보니 언니 이제는 이름읃로 불러주네?"

"왜, 그렇게 듣고 싶었던거잖아?"

"아니 막상 들으니까 좋아서."


죄책감을 찍어누르고 서랍에서 시계를 꺼낸다.


"그리고보니 내가 너한테 주고 싶은게 있는데."

"응? 그거 언니가 차고 다니던 시계아니야?"

"이젠 너도 다 컸으니까 이거 줄려고."

"그래? 그럼 잘 받을게!"

"아 맞아 미나야. 내가 예전에 너가 다 크면 내 이름 알려준다 했던거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설마 지금 알려주려고?"

"아니. 장난이야. 학교갔다가 오면 알려줄게."

"좋아 금방 갔다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래 그럼 잘 다녀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뭐가 좋은 언니야.

마지막까지 짐만 지우고

자신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그런 슬픈 감정도 잠시.

잠이 몰려온다.

이번 잠은 길겠네.

================


이거 쓰면서 고민 많이 했는데 결국 다 쓰네.

읽어줘서 땡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