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교문 앞



"나유카 오늘도 알바야?"


교문앞에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남자와 볼을 부풀린채 서있는 여자애가 있었다.


"미안해 츠구메 당분간은 바쁠거 같아."


남자의 이름은 나유카 미나토.

그는 오늘도 용돈을 위해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못들어 줄거도 없지."



츠구메는 나유카의 같은반으로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 교우였다.


"그러면 시간날때 연락해 알았지?"

먼저 간다며 손을 흔드는 그녀를 배웅하고 나유카는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했다.


그는 지금 오래된 자전거를 바꾸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내일 등교 하면 뭐라도 사줘야겠는걸.'


그가 하고 있는 알바는 술집에서 주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만취한 손님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 등을 했다.


츠구메와는 중학교때부터 알고 지낸 친우였다.


서로를 이성으로서 생각하지 않는다는점에서 주위 친구들은 의아해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휴대폰에서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미나토는 페달을 더 빠르게 밣기 시작했다.


'부활동 뒷정리를 도와주는게 아니었어.'


속으로 후회를 했지만 시간이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그는 취미겸 부활동으로 궁도부를 하고 있었다.

실력은 평균보다 조금 잘 하는정도.


오늘은 뒷정리를 도와주다가 그만 시간계산을 잘못한 바람에 늦게 되어버렸다.


자전거를 잠시 멈추고 알람을 끈 그는 다시 저전거를 타려던 찰나 자신도 모르게 횡단보도쪽에 시선을 빼았겼다.


그곳에는 긴 흑발에 고풍스런 기모노를 입은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여자와 교복위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긴 장검을 착용한 여성이 있었다.


'신기하네.'


그들이 지나가자, 미나토는 자신이 지각한걸 깨닫고 서둘러 자전거에 탔다.


'이러다가 진짜 혼나겠네.'

다시 자전거를 급하게 밣은 그는 이윽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점에 도착했다.


"나유카군. 오늘은 조금 늦었네?"


주점의 앞에는 마침 흡연을 하고 있던 점주가 있었다.

급하게 자전거를 세워두고는 빠르게 점주에게 달려간 미나토는 빠르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학교에 일이 있어서 늦게 되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사람이 살면서 실수 할수도 있는거지 그러면 창고앞에 있는 물건들을 안으로 옮겨주겠어?."

"네!"

미나토가 서둘러 창고로 들어가자, 점주는 손에 있던 담배를 털어내며 말했다.

"이 일상도 마지막인가."

씁쓸하게 말하며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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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고했어."


어둑어둑한 밤이 되자, 미나토와 점주는 가게 밖 의자에 앉아 캔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아니요 저야말로 감사하죠."

"나유카군의 조부님은 아직 정정하시지?"

"할아버님이라면 아직도 맨손으로 호두도 까시는걸요."

"하하 그건 다행이네."

웃음소리가 고요한 밤에 울려퍼진다.



"정말 감사합니다 점장님."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꾸벅 숙이자, 점주는 당황한듯 보였다.


"응? 갑자기 왜그러는거야?"


점주가 본 미나토의 얼굴에는 순수함이 가득했다.


"언제 한번 꼭 감사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내가 더 고맙지."


잠깐동안의 침묵 후 두 사람은 은은한 빛이 내려오는 하늘을 보았다.



"정말 만약에 말이야."


그녀는 잠시 뜸을 들였다


"만약에 나유카군에게 엄청난 힘이 생긴다면 뭐부터 하고 싶어?"


"힘이요? 글쎄 생각해본적이 없네요."


"물론 뭐든지 가능한 힘은 아니고, 큰 대가가 따르는 힘이지."


'엄청난 힘이 생긴다면...이라'


"전 평범하게 사는걸 선택하고 싶네요."


점주는 웃음을 지으며 미나토에게 말했다.


"괜한 소리를 했네. 자! 이제 퇴근하고 다음에 또 보자고!"


미나토의 등을 두드리며 점장은 일어섰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다음에 봐! 그리고 혹시나 심심하면 꼭 들려주고!"


"네!"


자전거 소리가 멀어지자, 점장은 혼잣말을 뱉었다.


"역시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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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시가 넘었네.'

시침은 어느새 10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일 츠구메한테 어떤걸 사주지?'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한 미나토는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현관문을 열었다.


"미나토 왔느냐."

집에 들어서자, 미나토의 조부가 맞이 해주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일로 오셨어요?"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왔다 따라오거라."


조부는 굳은 얼굴을 한 채 미나토를 데려갔다.


집 근처 인적이 드문 산으로 온 두명은 어느 낡은 사당앞으로 갔다.


"여기는 어딘가요?"

사당의 문에는 분홍색 벚꽃이 그려져있었다.

"그러고보니 여기에는 온적이 없겠구나."


조부는 문을 만지며 말했다.

"여기는 나나하라 연합의 나유카 사당이다. 지금 여기서 너에게 우리가문의 의무와 책임을 인계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미나토에게 조부는 낡은 시계를 건넸다.

"받겠느냐?"

'저게 그 말로만 들었던 카운터들이 착용하는 워치인건가?'

"의무 말인가요?"

"그래 이는 오래전부터 이어온 책임이며 의무다.

"우리 나유카가는 나나하라 가문연합의 방계중에서도 방계. 따라서 여태까지는 큰 일이없었다만, 나도 이제 제대로 싸울시기가 지나서 말이야 젊은 네가 맡아줬으면 한다."

"나나하라 가문연합은 어떤 일을 하는곳인가요?"

'그런건 들어본적이 없는데 아니, 내가 못들어본건가?"

미나토는 의아해 했다.

"가문연합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연합이다 우리의 책임과 의무는 버려진자들, 아니 침식체들의 위협에서 인류를 구하는것이다."


"그런거라면 저보다는 할아버지가 잘 맞으실거 같은데요."

'갑자기 대뜸 의무와 책임을 강요하다니 조금은 부담스러운걸.'


"아쉽게도 나한테는 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말이다. 미나토 너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에 나유카군에게 엄청난 힘이 생긴다면 뭐부터 하고 싶어?



'나라면....'


"받겠습니다."


'받고나서 생각해보자.'



"후회하지 않느냐?"

조부는 걱정스럽다는듯이 물어봤다.


"솔직히 좀 떨리고 무섭긴 해요."


"그러면 어쩔 수...."


"그래도 책임이랑 의무라면 굳이 피할 생각은 없어요."


"고맙다. 이 늙은이의 부탁을 들어줘서."


조부가 넘긴 워치를 손목에 착용하자, 붉은색이 그의 몸 주위로 퍼져나갔다.


'뭐야? 세상이 이렇게 느렸던건가?'


세상이 마치 슬로우모션에 걸린거마냥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지나지 않아 그런건 느껴지지 않았다.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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