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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 막으라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살 타는 냄새


"꺼져라 벌레들."


한때 마을이었던것은 끔찍한 지옥으로 변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테스크포스가 온다! 힘..."


"시답잖군."


성냥팔이가 팔을 휘두르자 불기둥이 나와 외치던 이를 덮쳤다.


목소리를 높여 사기를 돋우던 경찰은 그렇게 시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고 강소영 팀장은 그런 광경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너!!"


"내가 비키라고 했을텐데. 너희들과 불나방의 차이점을 모르겠군."


저벅 저벅 그대로 걸어가는 성냥팔이를 보며 강소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두 다리는 이미 골절이 되어 움직이지 않았고 총을 쏴야 할 팔의 근육은 언제부턴가 끊어졌다.

그나마 멀쩡한 얼굴만이 비참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팀....장..."


강소영과 멀리 떨어진 곳 거기에는 하반신이 건물 잔해에 뭉개진 자신의 팀원이 보였다.


".....안...해..."



거리가 멀어서인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이 자신에 대한 사과라는건 분명했다.



자신은 무력하다.


시간은 그렇게 느리게 흘렀다.


이윽고 성냥팔이가 도심깊숙히 들어가자, 관리국의 넘버링 테스크포스가 나서서 그를 제지했고 인질극을 벌인 끝에 결국 체포되어 이송되었다.


그리고 성냥팔이는 다이브 6회 참여라는 같잖은 형벌을 받았다.


언론들은 무능한 경찰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의 1면에 대서특필했다.


강소영은 그 기사를 병원 침대에서 읽자,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해서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렸다.

"죄송해요...."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현실은 너무도 잔혹했다


16명이었던 팀원은 어느새 자신과 강민우 경위만이 남게되었다.

10명은 순직 2명은 평생불구 나머지 2명은 퇴직이라는 끔찍한 결과가 그녀를 옥죄어왔다.


하지만 불행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이런 큰 사고가 벌어졌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했다.


잘 움직이지 않는 팔로 휠체어를 끌고 서장실에 도착한 강소영은 서장에게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한 뒤 미안하다는 쪽지를 남긴 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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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대장?"


낡은 건물 안

강소영은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에 끔찍했던 악몽에서 떠올랐다.


"유리양...이시네요. 왜 그러시죠?"

그녀가 눈을 뜨자, 주위에는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최지훈과 이유리가 있었다.


"그야 대장이 갑자기 미안하면서 흐느끼길래 놀라서 일어났지. 괜찮아?"


강소영은 자신의 빰에 손을 올리자 물기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멍청아 저게 괜찮아 보이냐."


"하하...저는 괜찮아요 단지 지독한 꿈을 꾼거 같네요."


"어제 작전이 무리긴 했지."


최지훈은 붕대를 낀 손을 주머니에 찔렀다.


어제 그들은 성냥팔이집단의 비밀금고가 있을거라고 예상되는 지점을 급습했다.

다만 예상치못한 성냥팔이의 난입으로 약간의 부상을 입고 도주했다.


"그래도 금고의 존재를 확인했으니 이제 저희는 이긴거나 다름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지훈씨 이 쪽지를 가지고 가주실 곳이 있어요."

강소영은 품에서 약도를 꺼내 접어서 최지훈에게 넘겨주었다.

"뭐야 그게 어딘데?"

"그건 쪽지에 적혀있으니 여기서 나가신 뒤 개봉하셔서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그곳에 가면 강소영팀장의 소개로 왔다고 하시면 알아들을 거에요."


"굳이 그렇게 해야되는 이유가 있어?"

이유리는 이해가 되지 않은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요. 그건 열어보시면 알게될거에요."

"쳇. 알았어."


최지훈은 쪽지를 품속에 넣은 뒤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이제 방 안에는 강소영과 이유리 단 두명만이 남아있었다.


"대장 과거에는 경찰이었어?"


강소영은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네...그랬었죠 이제는 아니지만요."


"유리양 혹시 성냥팔이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계세요?"

그녀는 주제를 회피하고 싶은듯 일부러 다른 주제를 이유리에게 던졌다.

"이 근처를 장악하고 있는 망할 자식들이라는건 알고 있어."


"음....완전히 틀린말은 아닌데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려야겠네요."

강소영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말을 꺼냈다.

"그게 중요한거야?"

"물론이죠. 저희가 싸우는건 성냥팔이만이 아니거든요."

"뭐?"

"간단한거부터 얘기하죠. 이터니움은 지금 우리의 생활 곳곳에 뿌리깊게 자리 잡았어요."

"그렇지"

"그리고 그 이터니움을 채굴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바로 이터니움이에요."

"이터니움을 얻으려면 이터니움이 필요하다고?"

"네. 저희가 흔히 이면세계로 다이브를 하려면 카운터들은 워치의 CRF가, 일반인들은 이터니움 쉴드가 필요하죠."

"그건 나도 알고 있어...아!"

이유리는 뭔가 알아챈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CRF의 유지, 이터니움 쉴드의 제작 및 유지에는 이터니움이 필요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더 많은 이터니움을 필요로 하고요."

"여기까지는 이해했어. 그런데 이게 성냥팔이와는 무슨 상관인데?"

"처음으로 돌아오면 이터니움을 얻는 통상적인 방법은 이면세계로 다이브를 통해 채굴을 해서 현실세계로 가져오는거에요."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용병분들보다는 카운터가 채굴의 난이도가 훨씬 낮죠."


"그렇다면 카운터 범죄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성냥팔이들은 얼마나 쉽고 많이 이터니움을 채굴했을지 감이 잡히시겠죠?"


"그렇다면 대장이 하고 싶은 말은 그자식들이 돈도 되게 많다는거야?"


"물론 그것도 맞지만 여기서 성냥팔이는 모은 이터니움으로 사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강소영은 안좋은 기억을 떠올린듯 이를 갈았다.

"바로 이터니움 쉴드를 관리국의 표준가격보다 낮게 판매하는것이었죠."


"이터니움 쉴드를? 걔네들은 카운터 집단이잖아."


"아까 얘기했었죠? 다이브는 카운터가 용병들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그렇다면 반대로 용병들은 카운터들보다 훨씬 위험한 상태로 다이브를 할 수 밖에 없어요."


"자신들의 다이브의 심도, 대 침식파 방호, 전투시 몸을 지켜주는 용도 등 그들은 이터니움 쉴드에 모든걸 맡겨야해요."


"그래서 이터니움 쉴드는 카운터들의 CRF충전제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죠. 그런데 이 근방은 사람들의 경제상황이 넉넉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유리는 드디어 뭔가를 눈치 챈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성냥팔이가 파는 이터니움 쉴드에 매달려야하죠. 그렇다면 그들에게 협력하는것도 당연하고요."


"......."


"이제 알겠어요 유리씨? 저희가 지키겠다고 다짐했던 시민들마저 죽여야 할지 몰라요."

강소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유리에게 질문했다.

"당신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마주쳤을때, 그들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넣을 수 있나요?"


".....그러는 대장은 어쩔건데?"


"저는 망설이지않고 쏠겁니다. 필요하다면 목격자마저 없애죠."


"그런...."


"나약한 소리는 하지마세요.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그뿐이에요."


"나는...난...."

그 순간 강소영의 옆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의 내용을 확인한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풀며 이유리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냥 해본소리였어요. 만약 정말로 그런일이 생긴다면 저한테 총을 넘겨주세요. 알겠죠?"


이유리는 당황했다.

"원래 책임은 대장이 지는거니까요. 익숙한건요 그리고."


강소영은 말을 잠시 끊었다가 다시 말했다.


"동료의 손에 피를 묻히는건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고마워...."

"그럼 가볼까요?"

강소영은 벽에 있는 외투를 걸치고는 문으로 향했다.

"어디를?"


"호라이즌 파이낸스라고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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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땡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