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유진


(아 ㅋㅋ 그 유진인줄 알았노? 쟌넨~~~)


모델로 캐스팅되었다가 우연한 계기로 공중파 예능에 출현한 이후, 타고난 운동신경과 늘씬한 외모, 특유의 바보 기믹이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바람에 예능계를 흽쓸게 됐다.


있을거 다 있고 할 때는 해내는데 바보인 캐릭터라니, 이 얼마나 예능에 있어 최적화된 존재란 말인가?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유진은 캐스팅하려고 온갖 아양을 떨어야 했으며, 유진은 공중파 예능의 국민 멤버가 되었다.


그렇게 화려한 성공가도를 저돌적으로 달리는 그녀에게도 두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하나는 자신이 주의력이 좋지 못해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자주 잊어먹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엥? 엄마. 나 치킨너겟 먹고싶다고 했잖아. 잊어버렸어??"



유진의 아들이었다.


살짝 얼빵한 면이 있는 유진과는 달리 아버지를 닮은 것인지, 아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굉장히 기억력도 좋고 똑부러져서 가끔씩 유진이 뭔가를 까먹을 때마다 상기시켜주거나 지적하곤 했다.



"헛?!! 어머나, 어떡하지? 미안해 아들. 엄마가 진짜 잊어버렸어..."


"엄마아! 지난번에도 같이 놀러가자고 했던거 까맣게 잊어버리고 방송 촬영일정 잡더니 이번에도 또 그래? 왜그래 진짜아!"


"미안해 아들... 엄마가 안 잊어버리려고 하는데 이게 또 일이 바빠서..."


"나 분명 어제 밤에도 말했는데.... 에휴. 내가 늙는다. 늙어. "



옆에서 유진의 남편이 아들의 등을 토닥여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아직 9살밖에 안됐는데 늙긴 뭐가 늙어.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엄마 나오는 그 프로그램에 뚱뚱한 아저씨한테서. 강화동인가 그랬었는데."


"아, 그사람? 그사람 호탕하게 생긴게 참 마음에 드는데. 아빠랑 닮지 않았어 아들?"


"아 뭔소리야 아빠는 또??"


"이렇게 튕기는 모습은 네 엄마랑 닮은 거 같네. 하하하!! 그럼 너겟 대신에 아빠가 다른거 뭐 시켜줄까? 먹고 싶은거 있어?"



남편은 일부러 주의를 환기시키고 아들의 기분을 풀어주려 하고 있다.


뭔가를 잘 잊어먹고 주위를 파악하는 능력이 좀 떨어지긴 해도, 유진도 그 정도는 알았다.


서운함이 역력했던 아들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풀어져 있었다.


유진은 아들에게로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아들을 안아주었다.



"정말 미안해~ 내일은 꼭 해줄게."


"피. 내일도 잊어버리는거 아니야 엄마?"


"욘석아. 엄마가 무슨 바보인줄 알아? 걱정마라. 엄마가 못해주면 아빠가 해줄테니까. 퇴근하고 오면서 사오면 엄마도 기억하겠지. 그치 여보?"


"으응. 그렇지... 하하."



유진은 애써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섞인 마음을 부여잡고 속앓이를 했다.


예전에는 샤오린에게 온갖 심한 말을 다 들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아들이 말하는건 하나하나가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샤오린이 나불대던 독설에 비해선 정말 별 것 아니다. 욕도 한 마디 없고, 날카로운 어조도 없다. 그런데도 아팠다.


또 그러냐고, 아쉽다고, 그런 평이한 어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말은 유진에게 크게 느껴졌다.


그만큼 아들을 아끼고 있어서였다. 알트 소대 시절, 동료들을 아꼈던 것 이상으로 유진은 자신의 아들을 아끼고 사랑했다.


유진은 아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리플레이서에게 납치당해서 고통받던 자신의 과거랑은 달리, 아들만큼은 사랑으로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밤이 되었다.


유진은 약속을 잊어버려서 삐진 아들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아들의 방에 들어갔다.


아들은 책상에 엎어진 채로 잠들어 있었다. 책상에는 그림일기장이 펴져 있었다.


유진은 일기장을 슬쩍 바라봤다. 일기장에는 누군가가 장애물을 돌파하는 것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그림이 유진에게는 아주 익숙한 광경이어서 한 눈에 알아챘다.


얼마 전에 촬영했던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자신의 활약으로 팀이 승리를 쟁취하는 그 순간이었다. 공중파에는 바로 어제 송출되었던가.


그림 아래에는 일기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



'신난다!! 우리 엄마가 우승했다! 엄마는 항상 사람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고, 웃음을 가져다준다. 엄마는 정말 대단해!! 엄마는 어릴때 분명 간다 나의 썬더볼트 만화의 주인공처럼 엄청 강한 영웅이지 않았을까?


가끔 뭘 잊어먹긴 해도 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친구들한테도 우리 엄마가 너무 좋다고 맨날 자랑한다. 언젠가 엄마한테도 이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아들이 됐으면 좋겠다.'


"......"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이 차올라 눈으로 흘러내렸다. 유진은 자고 있는 아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숨죽인 채 방 밖으로 나왔다.


위험했다. 울컥하는 바람에 소리가 나왔으면 아들이 깼을지도 모른다. 방으로 나온 유진은 문지방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자기야.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냐... 아냐 그냥.... 우리 아들이 너무 대견해서.... 그래서 그래.... 그래서 더 미안해서...."



유진의 남편은 목놓아 우는 유진을 껴안아 토닥여줬다. 


미안해서 그렇단다. 미안해서. 평소에 얼마나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두고 있었으면 이렇게 울어버리는 걸까.



"괜찮아. 우리 아들, 말은 그렇게 해도 총명한 애니까. 자기가 잊어버린다 해도 자길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거야."


"알아... 훌쩍. 알아서 더... 미안하고 그러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유진은 울면서 속으로 되뇌였다.


퉁명스럽게 대할 때도 있지만, 그런 아들을 엄마도 사랑한다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7. 김소빈


전쟁이 끝나자 소빈은 아이러니하게도 시나리오 라이터로써 그 재능을 드러내었다. 뭘 해먹고 살아야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아카데미의 선생님으로부터 글을 써보는게 어떻겠냐는 추천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소빈은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전에 지원했고, 공모전에서 알트 소대에서 온갖 일에 뛰어들었던 그녀의 경험을 녹여내어 만든 첫 시나리오가 운 좋게 발탁이 되었다.


처음 만들어낸 드라마는 대성공이었다. 주연 배우들의 적절한 캐스팅과 연기도 한몫 했지만, 어느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될지 알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 드라마의 주요 흥행 요인이었다.


이후 여러 작품들을 전전하며 소빈이 맡은 작품들은 대 흥행신화를 줄줄이 써내려갔다. 안경까지 벗은 그녀의 외모는 집필 실력과 더불어 문학의 여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였다.


드라마 업계에서는 김소빈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 들어가도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소빈의 집필 실력은 보증수표나 다름 없었다.


그런 펜의 마술사 김소빈도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육아였다.



"캬하하!! 받아라~! 메가톤 익스플로~젼!!"


"어림도 없지! 라이온하트 레거시!!"



그녀의 두 아들은 그녀를 항상 골치아프게 만들었다.


집에서 한창 인기 만점인 드라마 '카운터 도트사이트'의 시나리오를 집필해야 하는데, 두 아들이 어찌나 텐션이 높은지 그녀가 썼던 드라마로 역할놀이를 하며 온 집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다.


뭔가 이상했다. 소빈의 남편은 소빈을 닮아 조용하고 진정성 있는 성격이었다. 그런 조용한 남편과 아내로부터 나온 자식이 저렇게나 활발하다니. 그것도 둘 다.


타다다닥- 탁- 다다다다다닥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울어라!!! 레긴, 파프닐!!!"


"누가 왕의 앞길을 가로막느냐!! 중력 '500배'!!!"


"간다!!! 나의 쓰러스트 썬더볼트!!!!"


"호오? 버티는가? 중력 '1000'배!!!"



시나리오는 쓰다 말다를 반복하며 진행이 되질 않았다. 형제의 놀이는 시간이 갈수록 격해졌다. 웃고 떠드는 소리가 온 집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젠 한계였다. 소빈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터뜨렸다.


쾅!! 하고 소빈이 자기 방에서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가 울렸다.



"조용히 안해 둘 다!!!? 엄마 집에서 일할때는 조용히 놀아달라고 몇번이나 말을 했는데 그거 하나 못지켜갖고 집을 돗데기 시장처럼 만들어놔!!!"


""힉!!""



구수한 잔소리가 형제가 놀던 소리보다 더 크게 울려퍼졌다. 삽시간에 집 전체에 침묵이 자리했다. 


소빈의 방 문은 열리지 않은 채였다. 방문이 열리면 도깨비처럼 화가 난 엄마가 서있겠지.



"아 형! 엄마 빡쳣잖아!"


"너, 너도 시끄럽게 했잖아..."



소빈은 방에서 한숨을 쉬었다. 화를 내긴 냈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것이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 쯤은 그녀도 안다.


이래선 안되지, 이래선 안 돼. 숨을 고르자. 숨을 쉬면서 진정하자. 하나. 둘. 하나. 둘.


소빈은 굳은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두 아이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소빈을 마주봤다.


화내지 말자. 차분하게. 요점만 말하자. 소빈아. 할 수 있어. 소빈은 마음 속으로 계속 되뇌였다.



"얘들아????" 


"ㄴ...네 엄마...?"


"엄마가 너네 더 즐겁게 놀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있잖니?"


"네에...."


"그런데 둘이 계속 시끄럽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수가 없어. 그러면 너네한테도 안좋지 않을까?" 


"....."


"엄마 지금 주인공인 미래가 각성하는 장면 쓰고 있었는데. 최대한 멋지고 웅장하게 쓰려고 하는데 너희가 너무 떠들면 잘 쓰기가 힘들어."


"진짜요 엄마?!"


"미래 각성해요??"



사실 그 부분은 이미 다 써서 제작에 들어가고 지금 자기가 쓰고 있는 건 시즌3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거까진 모를테니, 소빈은 적당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법한 이야기의 부분만 선심 쓰듯이 알려줬다.



"으응. 지금 그 부분 쓰고 있거든. 엄마가 재밌게 쓰고 있으니까, 너네도 좀 도와주지 않을래? 다 쓰고 나면 엄마도 같이 놀아줄테니까. 응?"



두 아들은 금방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빈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씩 웃었다. 화가 나서 굳어 있던 얼굴이 살짝 풀어졌다.


아무리 속을 썩여도 제 자식이다. 소중하고 이뻐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용히 할게요 엄마!"


"형. 우리 조용히 놀자."


"응. 고마워 얘들아."



소빈은 방 문을 다시 닫고, 키보드 앞에 앉았다.


화가 나면 완전히 차갑게 변하는 성격이었는데 그런 성격도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가지면서 어느새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가끔 속을 썩이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쓴 글을 갖고 즐겨주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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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던짐. 쓸거 조나많ㄴ노 시발 ㅠㅠㅠㅠ


김소빈이 집필하는 드라마는 '카운터'사이트'. 가운데 점을 도트로 읽어서 카운터 도트사이트임 ㅋㅋㅋ


내용은 대략 주인공 한미래가 라이온하트라는 대검을 얻은 뒤 세계를 위협하는 마신으로부터 세계를 지켜나가는 것. 지금은 시즌3를 마주보고 있음. 한 시즌당 30화임. 


드라마가 게임으로도 나왔는데 갤런쳐 유저수 20만의 월드클래스 게임임. 와 정말 부럽다. 모 게임은 유저수 이천의 코리안클래스 게임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름 캐릭터성 살려본답시고 노력은 해봤는데 잘 나왔는지는 모르겠노 넓은 아량으로 봐주면 고맙겠다.


아 그리고 이 캐릭터가 보고싶다 하는 애들 있으면 댓글에 같이 달아주셈. 걔네들 위주로 써보려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