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탈 거 정할래."


아침을 먹고 나서 내가 한 말에 히로세와 민서가 의아한 듯 눈이 커졌다.


"탈 거라니, 뜬금없기가 FOE 급인데요..."


"어제 했던 얘기 때문이야? 요즘 우린 탈 거 따로 안 타고 그냥 다니는데."


"뭔 소리야, 등장하면서 하는 말 있었잖아. 등장 대사."


내가 따져묻자 히로세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세상의 사랑과 자유, 빛과 평화를 수호한다고 했지 뭘 타고 나타난다고는 안 했어."


"그랬던가? 아무튼 탈 거는 정할래."


말하고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내 모습에 민서가 어이가 없는지 입을 열었다.


"보통 탈 거를 집 안에 두진 않죠... 문 밖에 자전거를 두면 모를까..."


"생각해보니 그렇... 아, 아냐! 이거 봐, 스케이트 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가 있잖아!"


무안해서 방 안에 보이는 탈 것을 되는대로 찍었다. 그러고 나서 보니 꽤 마음에 든다. 남들이 안 탈 만한 탈 것들이잖아? 톡 튀고 좋지 뭐.


"와... 스케이트 보드를 탈 것으로 고르는 건 상상도 못 했네요... 세발 자전거까진 본 적 있는데."


"적어도 바퀴 갯수는 셋보다는 늘어났네."


프리 라이더 둘이 옆에서 한 마디씩 얹는 정도는 너그럽게 들어주었다. 어차피 또 공짜로 뜯어내는 건데 이 정도는 값으로 치뤄줘야지.


그건 그렇고 이 스케이트 보드, 비싸보이긴 하는데 전혀 사람 손을 탄 느낌이 없다. 그냥 패션 아이템 비슷한 건가? 홍콩 부자의 돈지랄 감각은 알 길이 없네.


"아무튼 탈 거도 정했고, 이제 서류 내고 메디컬 체크 받으면 나도 어엿한 프리 라이더인 건가?"


"프리덤 라이더야, 문법 이상하다고 놀리는 거지."


"어제는 프리 덤이라고 놀리더니... 악랄한 취향이에요..."


"그래서 서류는 뭐 동사무소 같은 데에 내면 돼?"


내 질문에 히로세가 끄덕였다.


"요즘은 관리국도 정부기관이랑 협조를 잘 하는지 동사무소 같은 데서도 웬만한 건 다 처리가 되더라고."


"와... 진짜 동사무소에서 처리가 되다니."


"아무튼 동사무소 앞에서 오랜만에 외식이라도 할 겸, 민서 씨도 외출하게 옷 갈아입어봐요, 네크로노미카인가 하는 그 만화옷 어때요? 오랜만에 기운 잔뜩 넣고 가게."


그 말에 민서가 죽을상을 짓는 걸 보자 괜히 웃겨서, 웃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