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문학은 오리지날적 요소를 좀 많이 사용합니다

※ StudioBside에게 항상 감사하십시오 and i also 시윤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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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허억-


두려움이 잔뜩 배어있는 숨소리가 울려퍼진다. 물이 차오른 듯한 무거운 분위기가 움직임을 계속 느리게 만들었다.


주시윤은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 내부를 이리저리 헤맸다. 걸어다닐 때마다 끼이익 하고 다 쓰러져가는 목조건물의 바닥이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냈다.


이 공간 내부에는 기이한 대기가 흘렀다. 사방에는 듣도보도 못한 괴물들이 즐비에 널려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둠으로 뒤덮인 이 미로같은 곳에서 언제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숨이 가빠져갔다. 언제 덮쳐질지 모른다는 극도의 긴장감과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의식 간의 충돌이 심장을 계속 펌프질한다.



"?!!"



스오오오오오오, 하고 기괴한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주시윤은 입마저 틀어막은 채 몸을 숨길만한 물건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쿵쿵, 쿵쿵. 소름 끼치는 발소리가 여러 번 땅을 울리며 주시윤이 숨은 주변에 맴돌았다.


자신을 찾으려는 듯한 움직임이 너댓번 정도 반복됐을까, 놈들은 다시 발을 구르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잘못했으면 또 죽을 뻔했다. 주시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의 긴장을 서서히 완화시켰다.


몸이 풀어지니 다시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도대체 어쩌다가 내가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 마주하고 만 것일까.



"하아....."



주시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조적인 의미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진실을 찾기 위해 그 장막을 들춰보았지만 그 대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끔찍했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에게 내리는 신의 심판이 아닐까.


넘보면 안될 것에 관심을 둔 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주시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갔다.




시간은 몇 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







"나나하라 가문은 오랜 세월동안 관동 지방에 자리를 잡고 살아온 도쿄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중 하나이다.

대정화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재해로 전국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당시 나나하라의 가주는 가문의 힘을 총동원하여 사람들을 보호했다.

현재까지도 도쿄 에어리어를 침식 위기로부터 보호하는 데에 나나하라 가문이 앞장서고 있다."


- 가와카쓰 노리오 외 10인, 『중학교 일본사』, 272p, 2040.




(1) Hello, Japan.





도쿄 에어리어

제7거주구 주변 도로

p.m. 03:00




여느 때와 같은 하늘. 여느 때와 같은 일상.


딛고 있는 땅이 다르지만, 청명한 하늘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흐름은 그대로였다.


달리는 차 안에서 주시윤은 하늘을 가만히 내다보았다. 사방에 물품을 가득 실은 차량과 건설장비가 즐비했고, 많은 사람들이 도쿄를 떠나는 도로 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이전에 오사카에서 있었던 마왕의 강림으로 인한 대참사를 복구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북적이는 대지와는 달리 하늘은 굉장히 맑았다. 고민들이 얽혀있는 자신의 마음 속 풍경과 사뭇 대조되었다.


얼굴은 항상 싱글벙글 웃고 있는 듯 보였지만 주시윤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항상 마주치는 모든 순간들 속에서 계산하고, 판단하고, 고민한다.


치밀하게. 마치 뱀과도 같이 똬리를 튼 채로.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고 있는 시간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일상이 앞으로도 쭉 반복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들이 하늘의 뭉게구름과도 같이 주시윤의 머릿속에서 떠다녔다.



"제자야.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



뚱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던 백발의 소녀, 힐데가 시선을 돌렸다.



"별 생각 안했습니다. 스승님."


"아냐.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길래, 한번 물어봤다."


"오호라. 제 표정은 항상 이렇게 싱글벙글 웃고 있는데요?"


"널 몇 년동안 옆에서 봐 왔는데 그런 걸 모를까. 이젠 다 구분이 되는 수준이지."



마치 오랜 시간동안 사귄 털털한 연인처럼 말하는 힐데에게 주시윤은 대답 대신 능글맞은 웃음을 띄웠다.


사실이긴 했지만, 부모님도 연인도 아닌 사람이 그런 말을 입에 담는 건 어딘가 모르게 묘했다.



'부모님... 부모님이라....'



떠올리기만 해도 푸근한 느낌이 드는 단어.


왠지 모를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세 글자.


힐데의 말 때문에 주시윤의 머릿속에는 고인이 되어버린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직도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쩌다가 이런 기억이 떠올랐지.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복잡해진 주시윤은 다시금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주시윤과 힐데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다. 그렇다고 서로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으며 보듬어주는 보통의 사제 관계와는 달랐다. 


그의 부모로부터 시작된 기묘한 악연. 스승과 제자로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오긴 했으나, 두 사람은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사이였다. 


힐데도 그렇고, 주시윤 또한 그런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



"스승님."


"왜."


"저희는 뭘 하러 가는 겁니까?"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자, 주시윤은 힐데와 함께 이수연에게 호출되었던 몇 시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관리국에서 직접 내려온 파견임무로 일본에 가게 되었습니다. 본래라면 미나 양도 함께 따라가야 했지만, 미나 양은 아카데미에 편입한 상태라 참여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시윤 군이 스승님을 보필해서 함께 잘 다녀오리라 믿습니다.'


오사카 에어리어에 강림했던 클리포트의 마왕이 일으킨 대재앙은 코핀 컴퍼니와 일본의 태스크포스 업체들에 의해 가까스로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수연의 활약이 있었다.


사태의 여파로 한쪽 팔을 붕대로 감고도 이수연은 부사장 직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였다. 


일 못하다 죽은 귀신이 든 것도 아니고, 부상을 당했으면 쉬기라도 할 것이지 좀.


덕분에 일은 일대로 빼먹으면서 조용히 있다가 퇴근하려는 주시윤의 계획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궁금하더라고요. 제대로 말씀해 주시는 것도 없고."



코핀 컴퍼니에서 출발할 때 이수연은 힐데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다.


'연례 행사' 라고.


그 말에서 착안하여 주시윤은 이번 일본행의 목적을 아까 비행기에 탑승할 때부터 계속 곰곰히 생각해왔다.



"부사장님이 연례 행사라고 언급하신걸 보면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좀 알려주시겠어요?"


"...그래. 그러지."



의외로 힐데는 순순히 주시윤의 요청에 응답해줬다. 본래 성격이었다면 알 거 없다, 가게 되면 알게 될거다, 이런 식의 차가운 말로 대화를 끊어버렸을 텐데.



"작년에 나 혼자서 파견 근무를 나갔던 걸 기억하나?"


"네. 작년만 아니라 재작년에도, 3년 전에도 계속 그러셨죠."



보통 펜릴 소대는 소대원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코핀 컴퍼니가 도산 직전일 때도, 머신 갑의 취임으로 회사가 대기업으로 상장되었을 때도.


펜릴 소대는 언제나 한 몸처럼 움직였지 다른 소대로 찢어지거나 혼자서 어딘가에 파견을 가는 경우는 없었다.


단 하나 예외가 있다면, 소대장 힐데는 년마다 한번씩은 꼭 파견근무라는 명목으로 회사에서 일정 기간동안 사라지곤 했다. 


해마다 주시윤은 스승님이 어딜 가는가 싶어서 궁금하기도 했지만 궁금증은 곧 사라졌다. 대장이 사라졌다는 건 다시 말해 대장에게 시달릴 일이 없다는 것이니까. 


힐데가 파견 명목으로 사라질 때마다 주시윤과 유미나는 자유함을 만끽하며 즐거워했다는 건 비밀이다.


문서 작업을 대리로 하지 않아도 되서 그 기간만큼은 정말 행복했었는데. 그 시절이 좋았지.



"잘 기억하고 있군. 그게 이 일이다."


"매년마다 일본에 오셨다고요? 뭘 하러요?"


"세계평화를 지키려고."


"....네?"



생뚱맞은 답변에 주시윤은 엉뚱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더 말을 이으려던 찰나, 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도착했군. 더 자세한 내용은 다른 이들이 설명해줄게다."



힐데와 주시윤이 도착한 곳은 으리으리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인상을 물씬 풍기는 대저택의 앞이었다.


차량의 주변으로 정장을 입은 이들과 일본 전통 복식을 한 이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힐데와 주시윤을 맞이하기 위한 인원들이었다.

 

차량에서 내리자,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공기가 주시윤을 반겼다. 마치 집에 온 것만 같은 친숙한 느낌.


처음 와 보는 지역에서 왜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그냥 데자뷰같은 현상이겠거니 하고 주시윤은 별 생각 않기로 했다.


흑색 머리칼에 단발을 한 단아한 외모의 여성이 주시윤과 힐데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오셨군요."


"그래. 오랜만이구나. 하야미."


"이번에는 어인 일로 혼자 오시지 않고..."


"내 제자다. 이번에는 데려올 필요가 있어서 데려왔어."



하야미라고 불린 여성은 주시윤을 바라보고 다시 한 번 공손하게 인사했다.



"나나하라 가문의 시종장, 하야미 사나에라고 합니다."


"아, 주시윤입니다."


"그럼 절 따라오시죠. 코핀 컴퍼니의 손님 여러분. 가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나에와 수행원들의 안내에 따라 주시윤과 힐데는 대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택 내부는 정말 넓었다. 대문을 통과하면 바로 안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통행로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곳곳에 대나무와 식물이 자아낸 산림이 멀찍이 보였고, 아예 호수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집이 아니라 아예 옛 역사 속에나 나올법한 궁궐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었다.


주시윤은 처음 들어와보는 대저택의 풍경에 속으로 입을 쩍 벌렸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대저택이겠구나 하고 짐작은 했건만, 그 스케일이 이 정도였을 줄이야.


조금 더 걷자 드디어 안채가 나왔다. 저택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에는 경호원들도 몇몇 서 있었다.



"여기서부턴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길을 잃지 않게 조심하시지요."



주시윤은 집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복잡하길래 저런 말을 하는걸까 싶었지만, 곧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사나에의 말이 맞았다. 저택 내부는 거의 미로처럼 되어 있었다.


현대식 건물에만 익숙해져 있던 주시윤에게 일본의 전통 가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닫이문을 통과하면서 우회전했다가, 직진했다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어질 만큼 방향은 계속 바뀌어갔다.


이렇게 복잡한 저택 내부를 혼자 다닌다면 분명히 길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미닫이문만 없앤다고 가정하면 아주 넓은 하나의 공간으로 단순화할 수 있을텐데, 뭐하러 이렇게 많은 벽과 문을 설치해서 방문객을 햇갈리게 한담.



'그러고 보니, 매년마다 스승님은 여기 오셨으니까 어디로 가는 건지 알고 계시려나?'



주시윤은 힐데를 향해 살짝 허리를 굽혀서 속삭이듯 말했다.



"저... 스승님?"


"뭐. 나도 어딘지 간혹 햇갈리니까 말 시키지 마라 주시윤."


"....."



이런. 결과는 꽝이었다.



............




나나하라 가문은 일본의 도쿄 인근 지역을 관할하는 대귀족 가문이다. 가문 전체가 태스크포스처럼 지역을 수호하며, 그 역사는 대정화전쟁 이후부터로 굉장히 오래되었다.

 

그리고 나나하라를 필두로 다른 일곱 귀족 가문이 협력하여 만들어진 것이 일본 관동 지방과 그 인근을 수호하는 태스크포스 연합체, 나나하라 가문연합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합은 해체되고 약해졌지만, 최근에 새로 임명된 가주가 시조의 힘과 똑같은 능력을 발휘하면서 연합의 결속은 다시금 공고해졌다고 한다.


그럼 그 여러 대가문의 수장들이 한데 모여있는 곳에 방문한다면, 그건 어떤 기분일까.



'호오... 이건....'



주시윤과 힐데가 사나에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모여 앉아 있었다.


회의 중이었는지, 문을 열고 들어온 주시윤과 힐데에게로 사람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집중되었다. 


누군가는 호기심이 그윽한 표정으로, 누군가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주시윤과 힐데를 쳐다보았다. 주시윤 또한 그들을 똑바로 응시했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 좌우에 각각 세 명씩 총 여섯 명. 아마 가문연합의 여섯 가주들일 것이다. 


가주들의 곁에는 경호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한명씩 서 있었다. 느껴지는 기백으로 보아 그들 모두가 고랭크의 카운터였다.



"가주님. 그라운드 원에서 온 손님들을 데려왔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사나에."



그리고 요정과도 같은 외모를 가진 소녀와, 그 소녀와 비슷한 외모의 검을 두르고 있는 소녀. 주시윤은 저 소녀가 가주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가주님. 소개하고 싶으시다 하셨던 분들이 이분들인지요?"



풍채가 우람한 중년의 가주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가주들의 이목은 외부인에게서 다시 소녀에게로 모여들었다.


나나하라 가문의 가주, 나나하라 치나츠는 은은한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예. 가주 여러분. 그라운드 원 소속 태스크 포스, 코핀 컴퍼니의 손님들이십니다. 이전에 있었던 오사카 대절멸 사건 때 저희에게 손을 보태주셨죠."


"오오...."


"이 사람들이..."



오사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화색이 되었다.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하기도 했다.


엄숙했던 분위기는 한 순간에 팬미팅 현장이라도 된 양 기쁨이 돌았다. 주시윤은 곤란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살짝 긁었다.



"하하하... 스승님? 저희 이렇게 유명인사였나요?"


"그러게 말이다. 우리는 이런 감사를 받을 입장이 아닌데 말이지."



두 사람이 감사를 받는 이유야 간단했다.


마왕의 손짓 한 번에 오사카 에어리어 전체가 무너질 뻔했고, 코핀 컴퍼니의 사원들이 오사카 인근의 침식체들을 대거 소탕하면서 지켜냈기 때문이다.


대정화 전쟁을 겪은 이후 열도 전체를 통틀어 아직 정부의 기능이 남아 있는 곳이라곤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센다이 정도. 


걸어다니는 멸망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니, 코핀 컴퍼니의 도움은 일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백 번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를 만큼의 기적이었다.


정작 마왕을 격퇴하고 감사받아야 할 대상인 이수연은 지금 회사 내부에서 업무를 보거나 요양을 하고 있었지만. 뉴스에도 보도되지 않은 그 주인공을 말해봐야 이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미안하다. 이수연. 일본에서 돌아갈 때 좋은 거 사다주마. 가급적이면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걸로.


그런 생각을 하며 힐데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치나츠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동시에 가주들 또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중지됐던 회의가 다시 재개되었다.



“오랜만이군. 나나하라의 가주. 못 본 사이에 좀 키가 큰 것 같은데.”


“후후. 아직 한창 클 나이니까요. 소대장님께선 항상 한결같이 아름다우시네요.”



간단한 목례 이후 내밀어진 손. 대가문의 가주를 만나는 자리임에도 힐데는 오랜 친구를 대하듯이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다른 가주들에겐 충격적이거나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치나츠는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청명한 웃음을 띄고는 손을 맞잡았다.

 


“훗. 입에 발린 말이라도 고맙구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 이번에도 그 일 때문에 부른건가?”


“네. 예상하시는 것 같이, 관리국으로부터 내려온 지명 의뢰죠. 곧 있을 지역 축제를 기한 나나하라 가문의 경비 인력 충원.”


"...이라는 명목 하에, 봉인을 좀 손보는 거겠지."



다 꿰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두 소녀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대화 너머로 주시윤은 힐데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파견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 땅에는 무언가가 봉인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스승은 그 봉인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그러면 무엇을 위해서? 어마어마한 침식체라도 봉인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고대의 숨겨진 비밀 병기?



'그것까지 추리해내기엔 정보가 부족한데.'



주시윤은 잠자코 이야기를 더 듣기로 했다.



"비슷합니다만,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부탁이에요."


"더 부탁할 것이라... 혹시 곤란한 일이라면, 나중에 단 둘이서 이야기해도 좋다만?"


“아뇨. 여기서 해도 괜찮습니다.”



그 말과 함께 치나츠는 누군가를 부르려는 듯, 치후유가 서 있는 옆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동시에 느껴지는 에너지의 흐름. 주시윤과 힐데는 깜짝 놀라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청명하면서도 신비로운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푸른 빛으로 빛나는 굵은 선 몇 가닥을 중심으로 희미한 막이 치나츠와 치후유, 사나에, 힐데와 주시윤을 포함해 다섯 사람을 에워싸며 펼쳐졌다.



“...결계인가?”


"그런 것 같네요. 이게 갑자기 왠...."

 

“정확히는 인식저해결계입니다. 이 안에서 흐른 대화는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밖의 사람들은 평범한 대화로 여기게 된답니다. 저희 쪽에서 직접 실험해봤으니 믿으셔도 되요.”


“이 정도의 결계를 부릴 줄 아는 자가 나나하라에 남아있었나? 흥미롭군.”

 

“아뇨. 이전에 계약직으로 고용한 프리랜서 카운터께서 힘써주셨어요.”



그 말과 함께 힐데와 주시윤은 깜짝 놀랐다. 치나츠 옆에 서 있던 치후유의 곁에서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다. 


세미 롱 헤어의 금발 머리와 어딘가 신비로운 빛을 머금은 푸른 눈동자의 소녀는 어떠한 전조도 없이 마치 그 자리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그 곳에 서 있었다.

 

일본의 대귀족 가문에서 이런 이색적인 외모의 사람이라니. 이런 사람이 있는데 이 회의장의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답은 뻔했다. 주시윤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아하. 어쩐지. 나나하라 가문이 아닌 듯한 사람이 한 명 있더라니. 아까는 알아보지 못했는데 이제야 보인다는 건 본인에게 걸어놓은 결계를 확장시킨 거겠죠?”



소녀는 흥미롭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과연 코핀 컴퍼니의 사원 여러분."



귀에 들려오는 쾌활한 목소리. 금발의 소녀는 힐데와 주시윤을 향해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며 인사했다.



"루시아 테일러라고 합니다~ 결계를 다루는 카운터에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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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이 마왕이랑 신성한 탑라인전 1대1 하는 글에서 설정을 이어받음. 그래서 스토리가 너무 뻔해갖고 노잼될수도 있따....


2주동안 플롯 짜고 못쓰겠어서 에이 몰라레후~ 하다가 부랴부랴 써서 가져옴. 이런 똥글에 7천자나 쓰고 말이야 쓰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마음에 안들어 하여간.


항상 부족한 글이지만 잘 봐줬으면 좋겠어 카붕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