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군대 썰이고 복무했던 중대만이 아니라

대대 내에서는 좀 유명한 또라이가 관련되어 있어서 상세한 부대명이나 위치는 생략함

참고로 내용도 좀 기니까 읽기 귀찮다면 아래 세 줄 요약 달아놓을게


시기는 내가 아직 어리버리하고 사회의 쓴 맛을 덜 봐서 머리가 꽃밭으로 채워져 있던 20대 초반

나는 멋도 모르고 군대를 일반병 자원해서 감ㅋㅋ


그런데 소총병 갈 줄 알았더니 내가 최종적으로 전입한 자대는 공병대였고 나름 군단 직할대였는데도

전직 깡패나 또라이 같은 놈+가오충들이 이상하게 우글거리던 부대라 사건사고가 달마다 끊이지 않았었다


여튼 공병대다 보니 여기저기 영내 노가다작업이나 군단급 FTX 준비 차출은 예사에

심지어는 군단장 다니는 교회 수선한답시고 장비로 마당밭 갈아엎고

2개 중대 동원해서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잔디를 1주일에 걸쳐 싹 다 심는 잡일에 동원되는 부대가 내 자대였음


당시 사회 경험이나 일머리가 모자랐던 나는 여기저기서 쳐맞고 다녔는데 특히 날 악랄하게 괴롭히고 찍어누르던 새끼가 있었다

아직도 이름 기억할 정도로 날 패고 괴롭혔는데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던데다 왜 그랬는지는 이걸 쓰는 지금도 이해가 안 가고 뭐하는 병신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는 내 머리에 꽃밭 펼쳐져 있던 때라 멍청하게 내가 못해서 그래 힝힝ㅠㅠ 이러면서 지냈어

일단 이 새끼를 A라고 할게


하루는 A가 이상하게 계급은 일병인데 진급도 안했는데도 상병 계급장을 옷에 오버로크 치고 다니길래

그거 지적했다가 또 쳐맞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유가 있더라 이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어쨌든 겨우겨우 100일 채워서 기다리던 신병휴가일 정해졌는데 하필 저 개새끼가 나랑 휴가일이 같았던 거야

그래서 속으로 아 씨발 이랬는데 휴가 갈 때 즈음 되니까 그 놈이 나를 터치를 안하더라?

나야 좋았지 급식 때도 왕따 같은 거 당해본 적이 없었고 저렇게까지 집요하게 남의 악의를 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냥 날 가만 두기만 해도 행복했었지


그렇게 휴가일 전 날이 되고 군장 정리해서 부대 창고에 넣고 행복한 기분으로 내무실 들어가려는데 A가 갑자기 날 부르더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미안하다면서 사과를 하기 시작하는거야 자기도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다 선임들이 시킨거다 이러면서

나야 그냥 뭔 상황인지도 모르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러고 있었지

이렇게 얘기 주거니 받거니 하다 그 놈이 슬쩍 이러는거야


'너 혹시 10만원 있냐?'


그래 씨발 터치를 안 하던 건 저걸 위한 빌드업이었던 거지

그런데 저 상황에서도 난 정신 못 차리고 어영부영하다 돈을 빌려주기로 했어

참고로 저 때가 2010년 이전이었으니 이병이 10만원이면 꽤 큰 돈 이었거든?

그런데도 내가 빌려주기로 한 건 당시에는 별 수 없는 선택지 였어

멍청했던 건 둘째 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1년 넘게 지내야 하는 또라이에게 돈 안 빌려줬다가 지금보다 더 괴롭히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더 강했으니까


그렇게 휴가 이틀 뒤에 돈 받기로 하고 혹시 돈 입금 안되면 전화하라고 집 번호도 따로 받았고 그렇게 각자 휴가 출발을 했어

가족들한테는 걱정 안 끼치려고 억지로 잘 지냈다 어쩌구 하면서 있었는데 역시나 이틀이 지나도 돈이 안 들어오더라고


당시에 돈이 매우 모자랐던 나는 바로 전화 때렸지

그런데 전화 연결은 커녕 '해당 번호는 없는 전화번호 입니다' 와 비프음만 뚝뚝 들리는거야

속으로 당했다 싶었어 부대 복귀하고서 돈 달라고 하면 저 새끼가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터질 거 같은 화를 참고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A 저 새끼가 나한테 하는 행동에 비해 좀 빡대가리라는 사실이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이 전화번호가 아예 틀리지는 않고 일부만 바꿨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상병신 결론이 나왔어

지금 쓰면서 봐도 내가 왜 저런 병신 같은 결론을 내렸는 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 때는 내가 군머였기도 하고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던 때라 바로 숫자 조합에 돌입하기 시작함


평소 A의 습관을 생각해보니 

02-1234-5678 이렇게 되어있는 번호를 전부 뒤섞진 않았을 거 같고 5678 쪽의 번호를 뒤바꿨을 거 같은 느낌이 강했어

숫자를 뒤집어 보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면서 누군가가 전화를 받으면 'A일병님 댁 이십니까?' 를 반복했지


그렇게 한 20분 지났을 즈음 02-1234-6789로 전화를 했어

4~50대 정도 되는 목소리의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더라고

'A일병님 댁 이십니까?' 라고 물으니 지금까지하고는 다르게 상대방이 곤혹스러워하면서 '무슨 일이신데요?' 하고 묻는거야

속으로 씨발 됐다 드디어 찾았다 싶었어

바로 재차 A네 집이 맞는지 묻고 상대방이 어머니인 걸 확인 한 다음 10만원을 빌려준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듣던 어머님이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아버님을 바꿔주시더라?

다시 10만원을 빌려준 얘기하고 A가 나한테 돈을 빌렸는데 아직 돈 입금이 안되었다 A는 어디에 있나를 물었더니

아버님이 그러시더라


'나는 A가 휴가 나왔는지도 알지 못했다 언제 휴가를 나왔나'


여기서 머리가 띵해지더라

자식이 군대 휴가를 나왔는데 부모에게 얘기가 없던 건 둘째치더라도 이건 집에도 안 간 거잖아

하지만 10만원이 꼭 필요했던 나는 더 용기를 내서 내 사정을 설명하고 10만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어필을 했어

A 부모님과 약간 실랑이를 하다 바로 문자 주겠다고 해서 일단은 끊고 조용히 기다렸지

다행히도 A 부모님이 나한테 10만원 입금해주고 나는 그 돈으로 급한 일 처리하고서 3일 뒤 무사히 부대 복귀했고 ㅇㅇ



그런데 A 이 또라이는 그대로 탈영해버린거야 ㅋㅋㅋㅋ

복귀한 날 저녁 헌병대에서 우리 내무실 들어와서 나하고 같이 휴가 출발하던 동기 몇 명을 지목하고는 휴가 출발 당일 있던 일을 전부 조서에 쓰라는데 난 뭐가 뭔지도 몰라서 어어어 하다 10만원 얘기도 같이 써 버렸더니 나를 헌병대 조사실로 동행시키더라?

그래서 10만원 빌려준 동기나 이런저런 거 자세히 취조당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친절해서 긴장은 크게 안 했던 거 같아


무사히 부대로 다시 돌아오고나서 내 맞선임에게 A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됐는데 ㄹㅇ 어이가 없더라고

실은 A는 한 번 탈영한 전적이 있었던 새끼였던거야

탈영 이유는 나처럼 괴롭힘을 받아서였고


탈영 후 몇 달 만에 다시 잡히긴 했는데 부모의 탄원과 사정이 참작되어서 강등 후 복무로 선처조치 되었었는데

이번에 또 재탈영을 한 거지ㅋㅋㅋ

그런데 괴롭히면 힘든 거 아는 새끼가 나한테 그딴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ㅈ같더라

이 글 쓰면서도 그 때의 ㅈ같음이 떠올라서 더 빡친다


그리고 웃기는 건 탈영 후+강등 전 계급 일수를 합치면 상병이니까 일병주제에 상병계급장 단 건데

저 또라이 터치해봐야 문제 터질거 같아서 아무도 뭐라고 안하고 괴롭힘도 없었는데도

탈영을 감행해서 부대 내 사람들 전부 의아해 하더라

아예 탈영을 작심했던 건지 중대 내 사람들에게 여기저기서 돈을 마구 빌렸었는데

그 중에 돌려받은 건 나 한 명 뿐이라 헌병대나 중대 간부들이 나한테 어떻게 돈 돌려받았는지 물어보고서는

얘기 듣고 또라이 같은 천재새끼 라고 했었던 적이 있는데 이번 대회 제목 보고 갑자기 떠올라서 써 봄


떠오르는 대로 두서 없이 쓴 거 지금까지 봐준 챈럼 있으면 고맙고

이거 실화인데 인증할 수단이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기는 싫으니 믿는 건 자유 ㅇㅇ



세줄요약


1. 군생활 때 중대선임이 나한테 10만원을 빌리고 가짜 번호 남김

2. 가짜 번호에서 진짜 번호 유추해서 중대선임 부모에게서 10만원 돌려받음

3. 부대 내에서 돈 돌려받은 거 나뿐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