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꼬맹아, 이렇게 바닥에 먼지가 너져분하게 쌓여있을 때는..."

"오오, 역시 사부! 대단함다!"


코핀 컴퍼니 내 정말 의외의 콤비를 꼽자면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는 로이 버넷과 모네는 오늘도 회사 청결작업에 힘쓰고

있었다. 처음엔 반 장난식으로 청소기술을 가르쳐 주던 로이도

모네의 순수함과 청소에 대한 열정, 귀여움에 넘어가 제법 

진심으로, 나이차가 많이 나는 막내동생 대하듯 어울리고 있었다.

주변에 연장자라곤 메이드 언니들뿐인 모네도 모처럼 오빠가 생긴

느낌이라 때론 애교도 부리고 의지도 하며 청소를 배우고 있었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사람이라, 상대의 이상함을 눈치채는 것은

일도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사부. 무슨 일 있으심까?"

"엥? 무슨 소리냐."


모네는 바닥을 가리켰다. 일반적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할 아주 

적은 양의 먼지가 보였다. 평소의 로이라면 결코 넘어갈 리 없는.


"하, 청소 할때 개인 감정을 모두 버리라고 한 건 나였는데.. 이런

부끄러운 꼴을 보여버렸구만."

"사부, 표정도 그렇게 밝지 않슴다. 모네 걱정됨다. 청소할때마다

사부는 세상에서 가장 빛났었는데..."


로이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네를 보고는 

한숨을 쉬며 금발 머리를 긁적이며 헝클었다. 


"그래, 우리 사이엔 숨기지 않는게 좋겠지, 사실은 내일이 할배

기일이거든. 할배가 좋아하던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사부 할배가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셨슴까?"

"영국신사라면 당연히 피시 앤 칩스 아니겠냐. 근데 요즘 질좋은

대구를 구하기 힘들더라고. 할배는 자기가 직접 낚은 대구로

요리를 했었는데 시장에서 파는 그저 그런 대구로 만든 요리가

입에 맞을까 싶다.."


로이는 보기 드물게 풀죽은 모습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한 사람의

성인이 되어 손자가 이만큼 잘 컸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한 길이 의외로 막막해 벽을 느낀 청년의 모습.

모네는 사부에게 은혜를 갚을 때라고 생각했다.


"사부, 낚시 해본 적 있슴까?"

"할배가 하는 건 몇번 봤는데, 해본 적은 없다."

"모네가 낚시 잘 함다! 사부는 모네가 낚은 생선 요리만 해주심 됨다!"


모네가 눈을 초롱이며 방방뛰었지만 로이는 큰 기대는 걸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대구는 제법 큰 생선이고, 모네는 아직 어린아이라

기껏해야 피라미나 몇마리 잡아 봤을 거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사부! 얼른 휴가내고 낚시하러가시지 말임다!"


이미 다 잡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순수함으로 반짝반짝

빛내는 모네를 이길 수 없는 로이는 모네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고 상사에게 깨지러, 아니 휴가를 내기위해 전화를 걸었다.


----------------------------------------------------


"좋아 꼬맹이, 준비 됐냐!"

"오오쓰!"


밀짚모자와 푸른색 줄무늬 민소매티와 짧은 청반바지를 입은

모네는 건강미와 귀여움을 동시에 뽐냈다. 그녀의 결연한 표정이

굳은 의지를 드러내는 듯 했다. 

로이는 그냥 제자와 함께 바람쐬러간다 생각하기로 했다.

적당히 풀어헤친 하와이안 셔츠, 반바지에 플립플랍을 신은 그를

본 모네는 평소보다 두배는 더 양아치같아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가 신경쓰고 있다는 걸 아는 까닭이다.


"오, 꼬마 제법 전문적이다?"

"물론임다! 사부 할부지께 좋은 생선 드려야 함다!"

"킥킥, 그래. 잘 부탁좀 할게."


======================================


낚시터에 도착한 모네는 킁킁거리며 포인트를 찾아다녔다.


"꼬맹이, 킁킁거리면 뭐가 찾아져?"

"쉿! 여기선 프로가 하는 대로 따라만 하심 됨다!"


이윽고 만족스러운 자리를 찾았는지 의자를 펴고 앉아 낚싯대를

기울이는 모네. 로이는 의외로 낚시와 잘 어울리는 모네를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만 믿으십셔! 꼭 최고급 물고기를 잡을 검다!"


로이는 느긋하게 피크닉을 나온 기분을 내며 음료수를 따랐다.


"사부, 사부도 여기 앉으십셔! 모네가 원포인트 레슨 해드리지 말임다!"

"엥, 나도 잡아야 되냐? 나 아예 못하는데.."

"모네가 잘함다! 할부지께 함께 잡은 고기로 요리해드리는검다!"


로이는 모네의 극성에 못이겨 그녀 옆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모네는 어린 여자애가 징그러워하는 것도 없이 신이 난 듯 

미끼를 바늘에 꿰고 로이의 자세를 교정해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래, 가끔은 이런 여유를 갖는 것도 괜찮겠지.

모네와 낚시를 하며, 물고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로이는 갑자기 모네에게 할아버지 모습이 겹쳐보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손주와 함께 취미를 즐기고 싶었던 할배였는데, 철부지 손주는 할배가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줄 줄 알고, 있을 때 소중하게 여기지 못 했던 시간들.

이제 그런 후회는 하지 않으리라. 항상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부끄럽다는 이유로 표현하지 않는 그런 일은 없을것이다.

로이는 모네가 기특하게 보여 머리를 쓰다듬었다.


"앗, 사부! 입질이 옴다!"

"엥? 진짜?"

"제법 무거운 놈임다, 모네 힘으론 무림다! 사부가 당겨주십셔!"

"어,어어?"


로이는 얼떨결에 모네에게서 낚싯대를 이어받았다. 묵직한

손맛이 느껴졌다. 로이는 낚싯대를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줄! 줄을 좀 풀어주십셔!"


모네의 어드바이스대로 줄을 풀었다가 당기고, 서서히 

잡아올리기도 하고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던 로이는 물고기의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자마자 온 힘을 다해 끌어올렸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물고기는 힘차게 퍼덕거리며 모네의 품에 안겼다. 


"와, 와! 사부! 해냈슴다! 엄청 큰 대구임다!"

"하,하하. 낚시... 꽤 재밌네."


홍차폭탄에게도 한 번 가자고 해볼까.

모네는 흰 이를 환하게 드러내며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


"할부지께 드릴 선물로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슴까?"

"할배도 이런 훌륭한 고기는 못봤을거야. 고맙다, 모네."

"얼른 요리하러 가시지 말임다!"

"그래, 할배한테 줄 끝내주는 피시 앤 칩스 만들러가자고!"


갑작스럽게 시작된 만남이지만 평생을 갈 것 같다는 직감이 드는

인연이 있다. 로이와 모네는 오늘 그것을 강하게 느꼈다.

로이는 한쪽 팔엔 모네를, 한쪽 팔엔 펄떡거리는 대구를 들고

사랑스러운 제자와 함께 키득거리며 주방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


오늘 주최자가 쓴 글보고 많은 걸 느꼈음 

이미 하나 참가해놓고 손 놓고 있었는데 

주최자의 대회 주최의도가 출품작을 보면서 주최자가 느끼는  힐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음 ㅋㅋㅋ 

이 글이 그정도의 퀄이 될지는 몰루겠지만 주말에 읽을 거리 하나라도

더 만드는 느낌으로 하나 써봤읍니다.. 모네상스 마니 참가해주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