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지역에서 야경이 좋은 곳을 찾았어요, 같이.. 보러 가실래요?


"음?"

"에헤. 못 들은척 하시기는."


서윤은 내 팔을 잡으며 품에 파고든다.

젊은 여자의 탱탱한 젖가슴이 의도적으로 나의 팔에 밀착됐다.


"유혹하는 기술이 제법이군."

"유혹이라뇨? 순수하게 야경을 즐기고 싶을 뿐인데."

"순수라.. 내 생각에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 둘을 꼽자면 서윤과

순수 라고 생각하네만, 자네 생각은 어떤가?"


서윤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음을 참는 요망한 표정을 지으며

내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후후, 레이디에게 못하는 말씀이 없으시네요. 그래서, 안 가실건가요?"

"설마, 우리 서윤 양이 친히 제안한 밤 나들인데. 이따 9시에

늘 만나는 장소에서 보도록 하지."

"라져, 보스."


서윤은 한쪽 눈을 찡긋 하고는 돌아섰다. 동작 하나하나가 계산된

듯이 요망했다. 하지만 그러한 계산이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니, 그녀가 귀여워 보여 미소가 피어올랐다.


늘 만나는 장소. 

알트소대의 숙소에서 멀지 않은 으슥한 가로수 밑에서 

나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서윤은 힘이 들 때마다 소대원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한참동안이나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리고 우연히 그것을 발견한

나는 그동안 철저히 완벽한 모습, 빈틈 없는 모습만 보이려 했던

그녀의 인간적인, 약해진 모습에 반해서 그녀를 위로해주다 보니

어느덧 이런 관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풀 벌레의 짝을 찾는 울음소리는 여름밤의 정취를 더했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밤 하늘에 수놓인 별들과 달이 아름답게

빛났다. 여기도 충분히 야경이 아름다운 것 같은데 말이지.

별을 바라보느라 서윤이 내 뒤를 잡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기다리느라... 애태우신 건 아니죠?"


막 씻고 나온 듯 물기를 채 말리지 못한 머리에선 은은하게

샴푸 향이 피어나 내 코끝을 간질였고, 탱크톱 위에 가볍게 

걸친 루즈핏 남방과 한껏 업된 힙을 강조하는 듯 한 돌핀팬츠덕에

그녀의 건강미와 은은한 섹시함이 발산되어 나를 설레게 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남방때문에 탄력적인 배의 맨살이 감춰진 것.

서윤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눈웃음을 흘리며 남방을 벗은 뒤

손에 들었다.


"보고 싶으셨던 거죠..? 제 배꼽."

"하하, 무슨 소린가. 내가 보고싶었던 건 배꼽이 아니라 자네야."

"거짓말. 사장님 눈빛에 아쉬움이 가득했는데요."

"물론 서윤 양을 감추는 남방이 얄밉긴 했다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네."

"어머, 변태 사장님. 그럼 옷으로 가리지 않은 온전한 제 몸을 보고 싶단 말씀이신가요?"


서윤은 건수를 잡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때로는 알몸보다 적당히 야한 복장이 더 꼴린다는 것을 말이다.

바로 지금의 그녀처럼.


"세상에, 이렇게 밝히는 분일 줄 알았더라면..."

"알았더라면?"


서윤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내 품에 파고들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어필 할 걸 그랬네요?"

"밝힘증 사원 같으니라고."

"싫으세요?"


그녀가 나를 올려다 보며 눈웃음 쳤다. 

내 시야에선 그녀의 꽉찬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서 민망함에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아이 따가워라, 가슴이 따가울정도로 눈길을 주시네요."

"크흠, 크흠! 달이 왜 두개나 떠있나 하고 신기해서 본걸세."


내 대답이 제법 맘에 들었는지 그녀는 살풋 미소지었다. 


"달 옆에 분홍색 별도 있는데, 못 보여드려서 아쉽네요."

"뭐,뭐라고?"

"아하하하, 당황하시기는."

"크흠! 그건 됐고, 그 봐뒀다는 장소는 아직 멀었나?"

"다 왔어요. 사장님."


그녀가 내 손을 붙잡고 이끌어 도착한 곳은 꽤 시야 좋은 곳에

위치한 언덕이었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기특하게도

아늑한 가로등 조명 아래 벤치까지 하나 놓여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야경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어때요 사장님?"

"이런 완벽한 장소를 지금껏 몰랐다니 놀랍군."


나는 벤치에 손수건을 펼쳐 그녀가 먼저 앉을 수 있게 배려한 뒤

그 옆에 앉았고, 서윤은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왔다.

눈을 지그시 감은 그녀가 달빛에 비친 모습이 아름다웠다.

나는 챙겨온 시원한 맥주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어머? 사장님, 야밤에 여사원을 취하게 해서 무슨 짓을 하시려고?"


서윤은 맥주를 받아들고는 배시시 웃었다.

나는 말 없이 건배를 청하고 맥주를 들이켰다. 

시원하고 청량한 맥주가 목구멍을 찢을 듯 짜릿하게 느껴졌다.

나를 바라보던 서윤도 맥주캔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아, 사장님, 저 취한 것 같은데. 정말 무슨 짓 안하실거에요?"

"하하, 나중에 무슨 협박을 당할 줄 알고."

"사장님이라면, 저는 언제나 괜찮은데."

"응? 방금 뭐라고?"

"야경이 정말 멋있다고 했어요."

"그러게, 정말 예쁘군."


그녀의 시선은 별이 수놓인 밤하늘을 향해 있었지만 나는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요 사장님."

"무엇이 말인가?"

"저 이쁘다고 하셨잖아요?"

"아, 아니 야경이.."


그녀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내 가슴팍에 손가락으로 뭔가를

그리며 나와 시선을 맞췄다.


"어머, 아니었나요? 후후.."


하, 이런 여자를 어떻게 예쁘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게끔 눈을 감았다.

나는 여름밤의 마력에 빠진 것처럼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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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하는 게 일인데 대사에서따오니까 개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