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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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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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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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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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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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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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달은 비처럼 흐르는 땀과 그 어느 때보다 큰 공포감을 느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소녀 앞에서 그는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그 꼴이 보기엔 꽤 안쓰러웠다. 총을 제대로 쓰기 위해 거리를 벌리면 소녀는 금새 코 앞 까지 달려왔다. 총검술로 달이 소녀를 노릴 때면 가볍게 피했다.


 달은 소녀의 발에 채여 또 한 번 쓰러졌다. 달은 공격들을 총으로 막지 않았다. 총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그녀를 상대할 방법이 없을 것이란 본능적 확신 덕택이었다. 바닥과 등을 맞댄 달의 얼굴로 소녀는 주먹을 내려꽂았다. 달은 겨우 몸을 돌려 그것을 피했다. 소녀의 주먹이 꽂힌 아스팔트엔 금이 갔다. 달은 몸을 돌리자마자 곧장 총을 견착하고 소녀의 얼굴을 향해 조준했다. 소녀는 총이 조준되자마자 그것을 앞에서 치우려는 듯 손을 재빠르게 움직였고 총이 망가지는걸 원치 않던 달은 서둘러 총구를 돌렸다.


 "그냥 가만히 있는게 어때? 그럼 죽이진 않을게. 주인공이 널 보고싶어하시니까."

 소녀는 달의 얼굴 앞까지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높은 콧대가 날카롭게 보일 정도로 달은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달은 고개를 살짝 돌려 화이트 래빗들을 쳐다보았다. 달의 공백이 큰 듯 그들은 점점 뒤로 몰리고 있었다.


 "그럼 쟤내는 구해줄거야?"

 "아니? 난 저 철근덩어리도 부셔야하거든."

 달은 그 말을 듣자마자 다리를 쳐 올려 소녀를 밀어냈다. 소녀는 꽤 뒤로 밀려났다.


 "빌빌 길 줄 알았는데. 의외야."

 달은 곧장 소녀를 조준하고 연이어 방아쇠를 당겼다. 소녀는 높이 뛰어오르며 그 총알들을 피했고 다리를 뻗었다. 높이 솟은 다리는 곧 달의 왼쪽 어깨에 꽂혔다. 치마는 우아하게 흔들거렸다.

달의 몸은 피투성이였다. 달의 옷 위로 점점 붉은 피가 퍼져갔다.


 달은 굳었던 몸이 풀려갔다. 근육에 긴장을 주며 팽팽히할 힘은 피와 함께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심장박동이 서서히 낮아지자 달의 이성 역시 깨어나기 시작했다.


 "못 덤빌 정도로만 만들어줄게."

 소녀가 서서히 다가왔다.


 '어떻게든 저 놈을 물리치고 도우러가야 하는데.'

 달은 숨을 거칠게 쉬며 생각했다. 어떻게 이겨야하지?


 '집중하고 있을 땐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행동했지.'

 '......., 저 놈의 워치가 예지인건가?'

 달이 이런 생각을 하는덴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소녀가 달의 눈앞까지 다가와 팔을 천천히 뻗어왔다.


 '현실개벽력은 말그래도 현실을 바꾸는 힘……, 그렇다면 워치의 능력으로 예상하는데 한계가 있을거야……., 이전까지 한 번에 쓴 적 없는 만큼 힘을 뽑아쓴다면…….,'

 달은 서둘러 팔을 움직여 총 위에 손을 놓았다. 기회는 한 번 뿐이었다.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달은 팔을 움직이고 방아쇠를 당겼다.


 피가 튀었다. 소녀의 머리엔 깔끔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하아……."

 달은 총을 지팡이삼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에 구멍이 뚫려 피와 함께 뭔지 모를 것이 세어나오는 그것을 보고 달은 헛구역질을 하며 잠시 휘청거렸다. 그가 철근으로된 탑을 쳐다보았을 때. 그 탑은 불안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었다.


 '얘들은 어떻게 된 거야?'

 달은 총을 든 채로 잔해들을 넘으며 침식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달이 사대들과 잔해들의 틈 사이를 보자 양하림도 한소림도 조호진도 숨을 쉬는 채로 살어있었다. 머리 위로 이면세계가 점점 더 짙어지고 가까워지고 있었다.


 달은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일단 일행들을 꺼내야할까? 지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침식체들은? 아니면 지금이라도 방어탑에 달려가야할까? 그 셋은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의식 역시 잃은 것 같았다.


 그러던 달의 앞으로 거대한 형상이 떨어지며 절망적인 소리가 땅을 울릴 정도로 거대했다.

3종이었다. 그리곤 더 많은 3종들이 위로 땅 위로 착지했다. 달은 덜덜 떨며 총을 들고 자신의 턱 밑으로 총구를 쳐밀었다가 침식체들을 향해 돌렸다. 그리고 하늘에서 구원이 내려왔다.


 힐데였다. 


 하늘 위에서 무언가가 쏜살같이 내려와 침식체 하나를 박살내버렸다.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침식체의 사체 위에서 힐데는 옆으로 달을 쳐다보았다.


 "조금만 버텨라 신입."

  그렇게 말한 소대장은 흰머리와 두 검을 휘두르며 침식체들을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 긴장이 풀린 달은 무릎을 꿇었다. 침식체들의 수가 눈깜짝할 세에 줄어들었다. 달은 반쯤 간긴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저렇게 압도적일 수 있지?'


 곧 그 소대장은 달에게 다가갔다. 


 "괜찮나? 곧 지원이 올 테니 조금만 버티도록."

 "소……, 소대장님…….,"

 달은 일어나 힐데에게 골골대며 다가갔다.


 "저 봤어요……., 소대장님이 절 구해주시는 미래를…….,"

 "........, 많이 힘들었나보군. 좀 쉬어라."

 그 순간 그 둘은 소름끼치는 이질감을 느끼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처들었다. 하늘에서 문이 열리고 있었다. 곧 보라색 빛과 함께 왕좌와 그곳에 앉은 여자 한 명이 내려왔다.


 아담한 체구와 거만한 자세. 보라색 머리카락. 우아한 듯하면서도 거만한 어조로 곧 그녀는 입을 열었다.


 "아스모데우스…….,"

 "발키리도 있었군. 내 선물은 어땠어? 내 품위에 맞진 않았지만 말이야."

 "승부라도 보러온거냐 아스모데우스?"

 아스모데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저으며 말했다.


 "잠에서 덜 깬 발키리한텐 흥미없어. 난 너 남자를 만나러 온 거니까?"

 "새신입을?"

 힐데는 의문스러워하며 뒤를 돌아 달을 쳐다보았고 달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켰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네? 아니면 진짜 모르는거야?"

 

".......,진짜 모르나보네. 뭐 오늘은 확인만 하려온거니 상관은 없어. 곧 내 수하를 죽인 몫까지 귀여워해줄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보라색 빛과 함께 하늘에 난 둥근 구멍으로 사라졌다.


 "......,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군."

 힐데는 작게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너무 신경쓸 거 없다 새신입. 그냥 잊는게 나을거다."

 "그럴게요. 소대장님."

 곧 거대한 그림자가 그들을 덮었다. 코핀함이었다.


 코핀은 이름처럼 관처럼 생긴 함선이었다. 그래도 그 날 그 함선에서 죽은 사람은 없었다. 달은 코핀을 보자마자 동료들의 위를 덮은 무거운 잔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괜찮……, 지가 않구나…....,"

 유미나는 함에 오른 부상자들을 보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미안. 더 일찍 왔어야했는데 우리도 발이 묶여있었어."

 "아 고마워요. 난 괜찮아. 쟤내가 걱정이지."

 주시윤은 피투성이가 된 달에게 물병과 수건을 건냈다. 의식을 잃었던 셋은 곧장 치료실로 옮겨져 의사한테 보여졌다. 


 "응급처치는 끝났는데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간다거나 후유증이 남는다거나 하진 않을 것같고요. 카운터기도 하니까 금방 회복될거에요."

 그 말에 함에 있던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처리해야할 일이 남아서 먼저 가볼게."

 유미나는 의자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달의 어깨를 가볍게 만지고 병실에서 나갔다. 곧 병실의 불이 꺼졌다. 코핀은 다음 날까지도 상공에 떠있었다.


 *


 새벽. 힐데가 치료실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불꺼진 방에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있는 달의 뒷모습. 그 어깨와 등에서 힐데는 어쩐지 달의 감정이 보이는 듯 했다. 음영에 어중간히 몸을 감춘 달을 향해 힐데는 다가갔다.


 "여기있었구나 새신입. 얼마나 여기있던거지?"

 그 말에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


 "7시간 정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생각이냐."

 힐데는 어디선가 의자를 끌고와 달 옆에 앉았다. 달은 힐데에게 고개를 돌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대장님……..,"

 "일은 마무리 되간다. 침식체들도 잔당 정도만 남았고 대피도 조속히 진행되었고."

 "다행이네요."

 힐데는 다리를 꼬으며 자세를 고쳤다. 


 "너가 더 강했다면 더 잘했다면 이런 일이 안 생겼다고 생각하느냐?"

 달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너의 잘못이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그런다고 너가 들어먹을 것같진 않구나. 그러니 그 마음을 가슴에 새기거라. 그리고 강해져라 내가 도와주마."

 "ㄱ…..고……"

 그렇게 말하며 달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입을 닫았다. 힐데는 팔을 뻗어 달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깨어났을 때 너의 얼굴이 보이는 것도 좋겠지. 그래도 여유가 생기면 날 찾아와라. 침식체들을 상대하는 것도 나름 마음정리가 되니."

 힐데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곧 한소림이 눈을 떴다. 어두운 방에서 퍼지는 신음소리에 달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허공에 팔을 휘적거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쥐려는 듯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달은 한소림의 손을 꼭 잡았다.


 "ㄷ……, 달이로군. 몸은 괜찮은가?"

 한소림은 바람빠진 풍선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너 걱정부터 해."

 "......., 조금만 더 여기 있어주게. 조금만, 조금만 더 잘테니까요…….,"

 소림의 팔에서 힘을 빼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곧 다시 잠에 들었다. 다른 화이트 래빗 팀원들이 눈을 떳을때 가장 먼저 보인 사람은 역시 달이었다.


 *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광범위한 침식재난이 발생하였습니다. 침식재난방어구역의 외부에서 선을 따라가듯 침식재난이 발생하였는데요. 그렇게 나타난 침식체들은 침식재난방어구역을 향해 전진하였습니다. 때 마침 관리국이 주관하던 침식재난 방지훈련이 진행중이었던 덕에 조속한 조치가 이루어져 민간인 피해는 매우 적었습니다. 다만 상당한 재산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침식체들과 맞섰던 사람들 중에선 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저번 사건에 이어 침식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관리국의 관리소홀을 지적하는 목소리 커지고 있으며 돈을 더 쓰더라도 개인적으로 새로운 방어기기와 체계를 이용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티비가 꺼졌다.


 "하하! 빌어먹을 부르죠아놈들 드디어 맛 좀 봤구만! 고소해 고소해."

 한 남자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턱수염은 지저분했지만 눈에선 힘이 넘쳤고 중년으로 보이지 않는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끝일 거라고 생각하지마라. 우릴 안전구역에서 밀어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마."

 그리고 곧 자신이 물고 있던 담배를 재털이에 눌러 껐다.


 *


 회사에 돌아온 달은 릴리와 베로니카를 찾았다. 달은 휴게실을 정리하고 있던 릴리를 곧 찾을 수 있었다.


 "릴리? 바쁜가 보네."

 "달? 언제 온거야? 괜찮아?"

  머리에 붕대를 둘둘 말고 있는 그에게 릴리가 놀라 물었다. 릴리는 달에게 무심코 손을 뻗다가 곧 멈췄다. 어딜 건드려도 그곳엔 달의 상처가 있을 것만 같았고, 그건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쉬는 날아니야?"

 "쉬라곤 하셨는데……., 배우던거 마저 배우려고 했지."

 "너 그러면 쓰러질 각인데…….,"

 릴리는 그러곤 잠시 고민하다 웃으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너무 힘들면 쉬어야한다."

 달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달은 훈련실을 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휴게실의 침대 위였다. 달은 자신의 머리가 또 다시 릴리의 허벅지 위라는 데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훈련하다 쓰러진건가…….'

 벽에 기대어 졸고 있던 릴리는 달이 깬 것을 느끼고 서서히 눈을 떴다. 총을 들고 있던 달을 재운 것은 릴리였다. 달의 은근한 고집을 그녀는 그렇게 처리했다.


*


격리 끝나서 늦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