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나 꼬맹이?"




있는것이라고는 배 한척밖에 없는 망망대해에서 나의 스승께서는 말을 걸어왔다.



".....네 조금은 무섭습니다."





스승님이 있는 곳을 보자, 담배연기가 얼굴을 반쯤가리고 있었다.



"겨우 4종이다. 그렇게까지 겁낼건 없어 내가 하는걸 잘 보고 나중에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지금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따라하면 될거다."



스승님의 오른쪽에서 묵빛 검이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내가 코핀컴퍼니에 들어온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저 검으로 얼마나 많은 침식체를 도륙한지는 잘 알고 있다.



"스승님 겨우 4종이라니 그러다가 제이나양이 위기의식을 못 느끼면 어쩌려고 그러시나요."



스승님의 뒤쪽에서 구두소리와 함께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코핀컴퍼니의 사장님이 오고 있었다.



"이수연 너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꼬맹이도 내가 옆에서 조금만 손봐주면 4종쯤은 손쉽게 잡아버릴거다."



"11살 아이한테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너도 그러지 않았던가 이수연?"



사장님은 좋지 않은 기억이라도 떠올렸는지 스승님을 강하게 째려봤다.



"그때야 어쩔 수 없었던거죠. 제가 조금이라도 철이 들었다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겁니다."




"됐다. 들러리들 준비는 끝났나?"



스승님은 뭔가 찔리는게 있으신지 사장님에게서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하아.....기껏 도와주러 오신분들에게 들러리라뇨. 전투를 방해하는 일은 없을겁니다."



"들러리라뇨?"


나는 사장님의 말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질문을 던져버렸습니다.



"말 그대로다. 저 바다 밑에있는 4종은 나 혼자 잡을예정이고 나머지는 지원명목으로 와 있는거다."


"뭐 결국은 눈속임일뿐이다만."


스승님이 재를 털자 사장님이 말을 받았다.



"아무래도 하나의 테스크포스가 4종을 단독으로 격퇴해버리면 이목이 너무많이 쏠려버립니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 오신 분들이라는거죠."


"아...이해 했습니다."


입으로는 이해했다고 말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전혀이해가 가지 않았다.


언젠가 스승님과 함께 침식재난에 간적이 있었다.

그리고 난 거기서 재앙이라고 불리우는 3종침식체를 두 눈으로 볼 기회를 얻었다.


그건 괴물이었다.


멀리서 보기만 했을뿐이었는데 뼛속깊숙히 공포감이 자리잡아 다리를 움직이는것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 침식체가 나타나자, 교전을 하던 군인과 테스크포스가 일시적으로 후퇴까지 했다.


그런 3종을 스승님께선 단칼에 둘로 나누어버리셨던게 기억난다.


그런 침식체가 3종이었다.


그런데 오늘 잡아야할 침식체는 무려 4종.


단순하게 숫자차이가 아니란건 어린 나조차도 이해하고 있었다.


"크라켄은 다른 4종과는 다르게 해저쪽으로 차원계면을 녹여 알이 넘어온다. 따라서 발견하는것조차 어렵고 발견한다고 해도 처리는 더더욱 어렵지."


"거기다가 녀석이 더 까다로운 이유가 있는데....흠 그건 직접보여주마."


스승님의 말이 끝나자, 배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수연. 지금부터 통제를 시작해라. 제이나 이제부터 발키리의 싸움법을 보여주마."


스승님께서 묵빛의 검에 이어 은빛의 검도 손에 쥐었다.


"크아아아!!!"


그 순간 파도치는 바다 한 가운데서 내가 타고있는 배만큼 큰 문어머리와 기둥보다 두꺼운 촉수들이 쇄도했다.


"후."


촉수가 내 미간을 뚫어버리기 전 스승님의 검에 모든 촉수가 힘을 잃고 조각이 되어 갑판을 굴러다녔다.


하지만 이내 잘려나간 부위에서 다시 촉수가 돋아나고 있었다.

"크라켄의 특성은 조잡한 불사다 핵을 지워버리지 않는 한 계속해서 재생하지."


다시금 쇄도하는 촉수들을 스승님께서 잘라내었지만 이번에도 그 촉수들은 재생되고 있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힘만 실으면 저렇게 조잡한 불사조차 끊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스승님의 묵빛검의 날이 주황색빛을 한껏 머금었고, 그대로 다시 촉수를 베자 고통스러운 소리와 함께 촉수는 다시 재생되지 않았다.


"확실하게 힘을 응축한 일격으로 조잡한 권능까지 베어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그 뒤로는 일방적인 도륙이었다.

간혹 촉수 한두개가 이쪽으로 왔지만 갑판에 계시던 사장님께서 없애주셨다.


이윽고 큰 굉음이 울려퍼지고 난 뒤 폭풍이 치던 바다는 다시 잠잠해졌다.



"수고하셨습니다. 침식체의 반응은 완전히 소멸된게 확인되었고 곧 관리국에서 확인 차 올겁니다."


"찝찝하군. 남는 외투있나?"


스승님은 외투에 묻은 보라색 피를 털며 투덜거리셨다.


"이럴줄 알았으면 챙겨올걸 그랬군요. 그리고 상황이 끝났으니 스승님과 제이나양은 귀환하셔도 좋습니다."


"뭘 멀뚱멀뚱 서 있나. 어서 가지."


"아....네!"


믿기지 않았다.


한번씩 그녀가 나와 대련을 하긴 했지만 지금의 스승님은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나도 어쩌면....





"뭘 그리 생각하냐."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스승님과 함께 수송기에 탑승해서 이동중이었다.


"방금 있었던 전투를 복기중이었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었습니까?"


"그러냐. 그렇지만 너무 신경쓰지는 말도록. 불사의 권능을 가진녀석이 흔한건 아니니까 말이야. 중요한건 가진 힘을 사용하는법이다."


난 주먹을 쥐었다.

힘을 사용하는법...


"너도 연습한다면 언젠가 5종쯤은 혼자서 우습게 잡아낼거다. 벌써부터 기죽지 말라고."


"5종....말인가요?"


5종이라는게 존재하는거였던가?


"그래. 여태까지 있었던 내 제자들도 가능했으니 너도 그럴거다."


"스승님의 제자분들은 정말 대단하신거 같아요. 언젠가 꼭 뵙고 싶습니다."


".........그래. 어쩌면 만날 수 있을거다."


"스승님?"


순간 스승님의 얼굴에서 형용하기 힘든 표정이 지나갔다.

그 표정은 슬픔도 낙담도 절망도 아니었다.



"난 이제 곧 떠날거다. 수연이에게는 말해놓았으니까 앞으로는 네가 그녀석을 도와줘라."


"뭐냐 그 이상한 표정은. 영원히 떠나는게 아니니까 걱정하지마라."

순간 나의 얼굴에서 형용하기 힘든 표정이 나왔었나보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스승님께서 돌아오실때까지 꼭 강해져서 한사람의 몫을 하겠습니다."



"훗. 넌 정말 수연이랑 안 닮은거 같다가도 이럴때는 똑같구나."



"아 그리고 회사에 있는 꼬맹이랑도 사이좋게 지내라 알았지?"



"주시윤...이었던가요? 알겠습니다."


어느날 스승님께서는 10살쯤 되어보이는 남자애 한명을 데려오셨다.

그의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알게 모르게 많이 챙겨주는게 보였다.


"자세한건 수연이에게 들어라. 알았지?"



"네 스승님.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뭐냐?"


"가능하다면 일찍 와주셨으면 합니다."


스승님께선 내 말을 들으시고는 얕은 웃음을 지어보이셨다.

그리고는 대답대신 다른 말을 건네주셨다.

"그럼 부탁하마."


"네."

그렇게 시간은 다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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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쓰기 되게 힘드네 한 2편정도 더 쓸듯

읽어줘서 땡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