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리는 당혹감을 얼굴에서 지워내지 못했다.


긴급 강습다이브도중 강한 충격파에 의해 그녀는 다른 차원의 이면세계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시방 외국인 아녀? 흐미...어떻게 써물랑가;;"


주름진 노인네는 론 리를 보며 혀를 끌끌 찬다.


"일단 따라오슈."


우선 현재 이곳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잘못하면 원래 있던곳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수도...아니 어쩌면 살아남을 수는 있을까?


늙은이 둘에게 안내받은 론 리는 도저히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허름한 곳간에서 멈춘 노인네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 어둑진 한 구석에는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해있던 거적데기를 걸친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한명 있었다.


사내의 눈은 죽은채 나지막이 소리친다.


"이볼브원 붐은 왔다 씹새야...근데 나한텐 안온다..."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론 리는 어쩐지 말이 통하지 않는 이곳의 주민들이 자신과 같은 인간인지조차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여기는 어디고...저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거지? 왜 자꾸 날더러 저쪽으로 가라는 듯한 눈치를..."


할매는 저녁 찬을 차리러 가는 모양새가 꽤 헐쭘했다.


할배는 한손에 들고있던 막걸리 주전자를 론 리에게 집어던지며 욕지거릴 내뱉었다.


"야이 씨부럴년아, 빨리 안들어가? 확 그냥!"


어째서인지 론 리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음에도 자신의 능력이 어쩐지 발현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이곳에서는 아무래도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것인가?


"어, 어 요년봐라 이거 시계를 좋은거 차고있네. 말도 몬알아먹는 양놈 노예새끼가 이런거슬 뭐할러고 여태꺼정 차고있는가? 얼렁 주시게."


할배는 론 리의 가늘고 흰 팔뚝에서 덥썩 워치를 뺏어버렸다.


"이게 시방 시계같긴 한디..뭐 이렇게 생겼다냐. 혀튼 들어가 보라고. 오늘은 늦었응게 내일부터 일 가야하니까."


할배도 할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는 눈치였다. 론 리는 도저히 이 넓은곳에서 도망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곧 할배가 뒤돌아보며 혼란스런 그녀의 머리에 한마디를 더 때려박았다.


"아, 거 아까부터 계속 론리론리 하든데, 이름이 론 리인가? 보니까 재미교포같은거구만. 그래, 어디 이씬가?"


론 리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이 참....그려. 외국 이름은 외우기 힘등게 오늘부터 너거 이름은 리선주로 할테니까 그리 알드라고~"


할배는 방으로 마저 발걸음을 옮겼다. 론 리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말투에서 한가지를 느꼈다.


그렇다. 그녀는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