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세계에 관련된 일을 하는 자들을 살펴보면 가끔 워치를 가진 카운터라도 용병에 속하거나 특정 집단에 들어가 국가와 세간의 감시망을 피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있었다.


"목표지점 도착까지 약 10분 전. 이상 HQ에게 전달하는 임시중간보고를 마친다."


지지직 소리를 내는 송신기록장치의 버튼을 눌러 전원을 끈 남자는 그대로 몸을 숙여 푹신한 의자에 앉아 편안히 다리를 꼬았다.


이 남자의 이름은 베르딕트. 흔치않은 A급의 카운터였다.


현 관리국이 지정한 카운터 등급 기준인 D~S급.


그 중 A급이라고 하면 굳이 장황한 설명이 없어도 수많은 카운터들 중 정말 극소수의 희귀하고 강력한 능력을 가진 인재이며, 그만큼 여러 기업과 국가에서 원하기 때문에 눈에 불을 키고 찾아 회유하려 한다.


물론 그 정도 능력자들은 보통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거대한 조직 등에 의해 이미 평범한 기업이나 국가의 공직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데려갔을테지만.


그는 단순히 평범한 테스크포스에서 일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팀을 만들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이 용병단을 조직했다.


현재는 약 50명 가량의 각종 사상검증과 테스트를 통과한 우수한 인재들로 베테랑을 모았으며, 국가나 관리국에서 지정한 항로 이탈 및 이터니움 독점, 탈세 등 불법적인 일들과 고수익의 의뢰를 받아 한창 몸집을 불려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시선을 뒤쪽으로 옮기자 여유로운 태도의 그와는 달리 분주히 눈과 손을 움직이며 함선의 조종과 현장의 데이터를 교환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들보다 더욱 뒤쪽, 평소라면 막혀있을 거대한 함선 중추에 적재되어 있는 기체 하나가 눈에 띄었다.


매끄러운 흰색 몸체에 흔히 알고있는 비행기나 전투기보단 짧고 뚱뚱한 느낌의 공중형 탱크같아 보이는 그 기체는 특별히 이번 일을 계기로 퓨처 앳 워에서의 접선을 통해 얻은 물건이었다.


'공중도 지상도 가능한 전천후 대응 전략병기..라고 했던가?'


이번 일의 자세한 계약을 위해 고용주가 자신을 데려갔던 자리에서, 퓨처 앳 워 소속의 한 박사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물론 고용주와 퓨처 앳 워 소속의 계약 내용과 저 기체의 특별한 수십가지의 장점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그 후로 고용주가 우리 용병단에게 이 함선을 빌려주고, 우리는 계약 내용대로 박사가 말하는 좌표에서 특정 물건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아주 편한 의뢰였다.


게다가 곧 도착할 현장에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주변의 침식체가 모두 사라졌다는 정보가 있어 더욱 긴장이 놓인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방심은 금물이지만.


자신이 앉은 의자 옆 작은 수납 데스크에서 꽤나 고급으로 보이는 시가를 꺼내 컷팅 가위로 끝 부분을 자른 뒤 입에 문 베네딕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의뢰 물품이..이터니움? 비스무리한거였는데.."


"얼터니움."


문득 뒤에서 느껴지는 한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돌려 쳐다보니 그쪽엔 첫인상부터 상당히 미인이라고 생각될만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어느 새 준비했는지 자신이 물고 있던 시가의 끝부분에 조금 긴 시가용 성냥에 불을 붙이더니 한 손으로 불이 꺼지지 않게 가리며 조심스럽게 시가를 태워주고는 싱긋 웃었다.


"얼터니움입니다. 대장."


"일부러 고맙군. 안그래도 불이 필요했었는데..이렇게 잠깐 생각을 할 때마다 라이터가 어디있는지 까먹게 되더라니까."


베네딕트의 말에 웨이브진 분홍색 머리칼을 가진 그녀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베로니카라고 했던가.'


그는 습관처럼 타들어가는 시가를 입안에 한껏 들이마쉬고는 특유의 향과 맛을 느끼며 생각했다.


이번 일에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의 계약서에 따라 저 여성을 원정에 포함시켜 일을 완수하는 것.


처음에는 무슨 탁아소도 아니고 이면세계로의 다이브가 소풍도 아닌데 이런 내용이 계약에 포함되어 있냐고 따지려 했지만, 단순히 이번 일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기록하는 역할인 듯한 뉘앙스로 해명하자 어쩔수 없이 받아들였다.


이미 기록된 좌표에 함선도 고물이 아니기에 수 시간의 항로에 불과했지만, 베네딕트가 그 잠깐 사이에 저 여성을 관찰한 결과는

정말 아까운 여자라는 것이다.


"후우."


입에서 길게 연기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정말 아까운 여자다.


순식간에 이성을 홀릴듯한 외모뿐만 아니라, 다이브 항해 중 함선조종을 맡고 있는 인원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수정한다거나 혹시나 있을 일에 대비해 가져온 각종 무기의 점검, 그리고 퓨처 앳 워의 신형 기체에 대한 최종 작동 테스트까지.


단 2시간 내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이었다.


물론 볼 때마다 강조되는 치명적인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 그리고 잠깐 가까이 다가갈때마다 나는 달콤한 향기가 도저히 자신을 참지 못하게 만들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만약 취하더라도 이번 일이 끝나고 나서야.'


그렇다. 그가 이 용병단에서 정한 규칙 중 하나는 '의뢰 도중 약탈 행위의 금지'였다.


카운터가 된 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이 판은 생각보다 넓고 거대하며 그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규모의 적들이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이면세계인데 평소의 원한으로 원한을 사버린 적에게 공격까지 당하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는 이 규칙을 용병단 전체에 확실히 숙지하도록 일렀다.


부우우웅!


시끄러운 함선 동체의 소리를 들으니 이제 곧 차원간 장벽을 찢고 착륙을 시도할 모양이었다.


그는 벌써부터 이번 일을 끝낸 대가로 받을 막대한 보수와 함께, 저 매혹적인 여성 베로니카를 손에 넣을 생각에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시가를 기분좋게 뻑뻑 피워댔다.


"오늘은, 정말 운수가 좋은 날이 될 것 같군."









이디스 문학 누가 써줘...난 재주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