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모음집

첫화  이전화






좋아,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런 생각이 날법도 하지.


'어라? 이 뒤에 왕자님과 나의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면, 대체 뭘 더 하려고 속편을 계속 쓰는거지?'



'그리고 왜 화자가 바뀌어 있는거야?'




아... 물론 그런 의문도 좋지만, 일단 보라구. 우리를 써 내려간 작가가 무슨 생각인진 몰라도, 우리 커플을 순순히 놔두진 않을거 같으니까.




좋아. 시작한다. 레디, 큐!















... 또, 꿈인가.




나는 세계 반복이 시작된지 400년 이후로, 꿈을 꿔본적은 없다. 더이상 정리할 생각이 없는걸지, 혹은 상상력이 더이상 바닥난건지...



하여간. 그런데 최근들어, 꿈을 자주 꾸고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그녀에게 처음 고백하고 나서였지. 분명, 정말 꿈 같은 상황이긴 했다.



여태껏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모든것을 잃어 아무런 의미도 없던 내가.



... 정말 꿈같았지.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됐냐고? 어... 안보여줬던가?




뭐, 그냥 흔하디 흔한 이야기다. 그렇게 왕자님은 공주님을 만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하는것처럼.



데이트도 하고. 서로의 사랑을 몇번이나 확인하며...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한 그런거.



뭐, 그 이후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고... 전세계를 해킹으로 주름잡던 GAP DARK의 실력이면 보안회사에 자리 하나 잡는것쯤은 일도 아니지.



그래도 동거는 계속되고있다. 사실 이것도 좀 일찍일어난거야. 곧있으면 아마...




"자, 일어나! 오늘도 늦잠자면 안되지!"


"어머, 벌써 일어나있었네? 무슨일 있어?"



"뭐 별거 아냐. 오늘은 그냥 좀 일찍깼네?"



"오 뭐야~ 오늘 해 서쪽에서 뜬거 아니지? 그 유빈이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좀 감동인데?"



"에이, 평소에 잤으면 얼마나 잤다고... 아, 이러다 늦겠다. 나 씻고 나올게."







무슨생각 하는지 안다. 실비가 저렇게 일찍 일어났는데 태클을 안걸어?



뭐, 어짜피 여유도 생겼고, 썰을 좀 더 풀어주지.



알다시피, 그날 이후 실비는 많이 바뀌어줬다.



카일 웡 씨의 말에 의하면, '사랑의 힘은 정말 굉장하다'나 뭐라나? 아무튼.



내가 취업하고 나서는 아예 델타세븐도 때려친 모양이다. 자기 말로는 안될줄 알았는데 이미 다 특별 사면이 되어있어서 놀랐다고...



아무튼. 그 이후에는 내가 오히려 잠을 많이 자는 스타일이었기 떄문에, 실비가 나를 깨워주는게, 보통이 됐다 그거지.







"오, 뭐야, 오늘 아침은 파스타야? 한번도 아침에 먹은적은 없었는데."



"뭐, 저번에 이탈리아 여행 가보고싶다고 했었잖아? 분위기라도 내보는거지."



"하하, 너무 내가 노래를 부르긴 했지."



"... 여보야. 나 할말있어."



"할말? 뭔데?"



"내가... 어... 그... 만약에 복직을 한다면은 어때?"



"복직? 다시 그... 델타세븐으로 돌아가게?"



"아니 아니 거기는 아니고, 그... 여보야랑 처음 만났던 거기 있잖아? 코핀컴퍼니. 거기서 다시 스카웃 제의가 와서. 무슨 작전 대비 임시 채용이라던데."



잠깐. 코핀컴퍼니에서 임시채용을 한다고? 이렇게 급하게?



"어... 오늘이 며칠이지?"



"오늘? 9월 17일이지. 근데 그건 왜?"



X됐다. 이걸 막아야 하나?



9월. 2045년 9월은... 한창 클리포트 게임 준비로 바쁠 예정인데. 만약 여기가 13번째 세계가 아니라 12번째 세계라면...



"음... 복직을 하는건 좋은데, 그래도 무슨 일을 하는건지는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가? 그럼 내가 오늘 알아보고 연락해줄게. 자! 이야기하다 늦을뻔했네. 얼른 다녀오세요."



"그럼 잘 다녀올게. 자,"



현관을 나서기 전 포옹 한번. 이것도 처음엔 실비가 하자고 한거였는데.



"잘 다녀와요 우리 여보~"










문이 닫겼네.



하아~ 이걸 어쩐담. 카일도 아니고 우리 오빠가 날 막을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하긴, 전부터 이런 일은 있긴 했지. 다음날 침식재난이 일어날 장소를 귀신같이 데이트코스에서 빼버린다던가...



나는 오빠한테 모든걸 보여줬는데. 대체 뭘 숨기고 있는거야? 우리 오빠는.



"아고... 이제 설거지 끝났으니까... 빨래 돌리고~ 코핀컴퍼니 다녀오면 되겠지."







여기가 코핀컴퍼니인가... 여러모로 은인이었지. 오빠를 처음 만난데가 여기 근처였으니...



딸랑딸랑


여긴 무슨 종이 깡통로봇 모양이야...



"어서오세요~ 아까 방문차 연락드린 실비아씨 맞나요?"



"아, 네. 맞아요. 상담차 방문하시라 하셔서..."



"아, 이런 상황은 보통 면접실에서 해결을 하지만... 실비아님의 경우에는, 어... 부사장님이 직접 설명해주실거에요. 저 따라오시면 됩니다."






"부사장님? 아까 약속 잡으셨던 실비아씨 도착하셨어요."



"그래요, 안으로 들여보내주세요. 안녕하세요, 실비아씨? 이 자리에서 보는건 처음이군요. 4개월만이던가요?"



"네... 뭐, 그래서. 정확히 무슨일을 하는건지 좀 듣고싶은데요. 대체 뭐길래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만한 돈을 준다는건지...."



"네, 사실은 최근 전투환경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당신같은 현장에서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인물을 위주로 스카웃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 과정중에 실비아씨가 다시 조명이 된거구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 현장은 조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위험 수당을 포함한 금액을 저번에 제시드린것이고... 거절하시면 저희는 다른분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 그게 사실, 처음엔 거절할 마음도 없었거든요. 요새 유빈이 오빠랑 놀러간지 꽤 되기도 했으니까... 체력도 많이 약해보여서 그냥 한번 버는게 나을거 같다 생각해서..."


"근데 오늘 상담에서 유빈이 오빠가 한번 걱정해주길래, 다시한번 침착히 결정하러 왔어요."



"어, 네? 잠깐, 뭐라구요?"



"네? 아 그 걱정하는 의견이 있어서 다시..."



"아뇨아뇨 그거 말고 그, 누구요?"



"아, 저희 나유빈 오빠 말씀하시는건가? 그냥, 동거중인 연인이에요. 혹시 아시는 분이신가? 처음 만난것도 요 앞이었는데."



"저기, 그... 혹시 사진이라도 볼 수 있을까요?"



"아, 네. 잠시만요... 여기요."



뭐야, 진짜 아는사이? 그럼 왜 비맞은 강아지처럼 벤치에 있었던건데?



"...뭐, 설사 남친분이 걱정해주셨더라도, 누구나 자기 단짝이 위험한곳으로 나간다고 하면 한번쯤 말리겠죠. 걱정마세요, 안전하게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확실히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면 가고싶은데요."



"네, 그러면 추후, 조사 후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레나씨? 실비아씨 좀 입구까지 모셔다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앞에서 대기하고계시면, 레나씨가 금방 오실겁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담배를 다시 꺼내게 하는군."



"패스파인더 직속 연결 번호가 뭐였더라..."






"네~ 델타 세븐 패스파인더 소속 용병 주시영이라고 합니다~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주시영씨? 잠시 개인면담이 필요합니다. 부사장실로 올라와주세요."



"네~ 금방 갈게요~"


후... 담배라. 처음 담배를 입에 댔던것도 그녀석 때문이었지.



나유빈.



그 이름을 여기서 보게될줄이야...




"똑똑~, 저왔어요 부사장님. 뭐, 할말이라도 있으신가? 쌓인 앙금 해소?"



"주시영씨. 저희 코핀컴퍼니에 입사하기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실비아씨를 본 적이 있다고 하셨죠?"



"아~ 그 핑크머리 여성분? 물론 아직 기억하죠~ 그날 커플로 보이는 둘이 와서 [검열됨]를 사가던데, 여자는 덤덤한 얼굴인데 남자분은 아주 얼굴이 새빨개져서 인상에 강하~게 남았었죠 아마?"



이크, 담뱃재가 떨어질뻔했네.



"그럼 혹시, 그떄 남성의 얼굴이 기억이 납니까? 이 얼굴하고 대조해주셨으면 하는데."



"어... 맞는거 같아요? 큰 키, 짙은 갈색 머리. 얼추 기억나는것만 대조해도 비슷한거 같은데요."



"...네, 알겠습니다. 그 외 전달사항은 없으니, 자리로 돌아가주세요. 요청사항 있으시면 정기수신 메일로 보내시고."



"어이쿠! 약간 내부고발자가 된 거 같아 마음이 불편한데요? 그럼 수고하십쇼 부사장님!"



... 여러가지를 조사하긴 했지만, 아직 의문투성이인게 많다.


내가 아는 나유빈은 이미 육익을 결성했다.



그럼 이 나유빈은 누구지?



대체 왜... 저번 세계의 나유빈이 있는거지?



이전 세계의 나유빈...



생각만 해도 부서진 내 눈이 시려오는군.



그 배신자놈. 그때 그녀석만 없었더라면... 힐데 소대장님은 살으셨을 수 있었을까.



젠장, 자세한건 만나서 물어보는 수 밖에 없겠군.






다음화(.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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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 AM 01:19 변경점 - 관리자가 되돌아간 세계를 짐작하는 글에서, 11번째 세계와 12번째 세계가 이후 이야기 전개를 이유로 12번째 세계와 13번째 세계중 고민하는것으로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