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얼굴은 어딜 가도,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이 목소리도, 수 많은 인파와 소음 속에 있어도 어떻게든 구분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렇기에, 남자는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이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자신을 아빠라고 부른 것은 앙증맞은 걸음으로 바닥을 걸어오며 남자를 응시한다.

 

“...딸?”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날 그렇게 불러준 이상, 머리로는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깊은 밑바닥에서부터 그녀를 인정했다.

 

“응, 우리 아빠 딸이야!”

 

하얀 옷을 입은 그것은 여자아이였다. 하얀 머리칼에 석류알같이 붉은 눈을 하고, 오물 하나 뭍지 않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렇게 변해버린 모습이었지만, 남자는 그 소녀를 딸이라고 인식한다.

 

“....뭣!?”

 

혼란스러운건 침식체도 매한가지였다. 보통 인간은 총을 머리에 대고 쏘면 죽는다. 카운터라고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반쯤 침식이 진행돼서 무엇보다 혼란스럽고 취약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멀쩡하게, 허공을 보면서 미소짓고 말을 거는 그것을 보며 침식체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너, 너, 뭘 어떻게 한거야...”

“뭘, 어떻게 한거니?”

 

침식체는 남자에게, 남자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여자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아빠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아빠를 지켜주려고 왔어!”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하자 남자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근본적으로 제일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한다.

 

“하지만, 딸. 우리 딸은...”

 

패앵.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침식체의 칼날이 남자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다.

칼날은 날아들다가 남자의 앞에서 벽에 가로막힌 듯 멈춰섰다.

침식체는 그렇게 현실을 보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아이가 그 칼날을 손 끝으로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병원에서 침식체로 변할 날만을 기다리던 아이가 어떻게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이런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걸까.

저 침식체의 공격은 어떻게 막을 수 있는걸까.

이런 혼돈 속에서, 몸을 돌려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여자아이는 한 마디를 대답으로 던진다.

 

“아빠는, 여기서 쓰러질 수 없어. 나쁜 것들로부터 지켜주는 착한 사람이니까. 그치?”

 

그 말에 남자의 머릿속이 맑아진다.

여기서 이렇게 절망하고 혼란스러워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 우리 딸의 아빠니까.”

 

에디 피셔가, 대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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