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arca.live/b/counterside/30177174
이어짐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고요한 도서실
그곳에는 정장을 단정하게 입은 남성과 정장을 대충 걸쳐입은 여성이 책 하나를 같이 보고 있었다.
"너무 달라붙는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카일은 자신의 등쪽에 딱 붙어서 책을 보고 있는 주시영을 향해 투덜거렸다.
"원래 연인끼리는 이렇게 스킨십을 하지 않나요?"
"시영양 저는 어디까지나 정보의 협력을 위해....아닙니다."
"후후 낙담한 표정도 꽤나 귀여운걸요."
귀찮다
그것이 지금 카일이 느끼고 있는 기분이었다.
안그래도 부대의 특성상 자유시간이 정해지지 않은탓에 잠깐의 독서 시간은 카일에게 있어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지 못한다니
"음~ 미안해요. 전 그저 카일씨랑 친해져보려고 했던건데 좀 과했나보네요. 하하..."
그녀 눈치가 없지는 않았는지 카일의 표정이 험악해지려고 하자 재빠르게 등에서 떨어졌다.
"됐습니다. 시영양도 이제 얼마남지 않은 개인시간을 보내시죠."
카일은 주시영이 등에서 떨어지고 난 뒤 다시 책에 집중했다.
"카일씨는 책에 되게 진심이시네요~ 그런데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어린왕자를 읽고 있었습니다."
"의외네요? 전 카일씨라면 시집이라도 읽고 계실줄 알았는데."
"시집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만 동화책을 더 선호할 뿐이죠."
주시영은 책을보며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카일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질문 한가지 해도 되나요? 귀찮으시면 안해도 되지만요."
"뭡니까."
"카일씨에게 있어 글은 어떤건가요?"
카일은 주시영의 말에 놀랐는지 책을 덮고 질문의 대답을 했다.
"제게 있어 글이란 길입니다."
"길이라....꽤나 추상적이네요?"
"글은 길처럼 앞서 나간이가 후발주자에게 남긴 기록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재해석하는것도 길을 따라가는것도 자유입니다. 길은 도로가 될수도 있고 언덕이 될수도 있으며 내리막길이 될수도 있죠."
주시영은 평상시의 웃음기를 지우고 의자에 앉아 카일의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대답이 되었습니까?"
".....와 대단하신데요?"
순수하게 감탄이 나왔다.
"그 표정이 연기가 아니리라 믿습니다."
애석하게도 카일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주시영의 칭찬을 들은 직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었다.
물론 주시영도 그런 카일의 귀여운점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고.
그렇게 둘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어느새 작전 희의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카일의 손목시계에서 울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아쉬워라."
"회의시간 입니다. 시영양."
카일은 시계의 알람을 끄고 익숙한 동작으로 원래있던 자리에 책을 넣고 도서실을 나섰다.
"5분 내로 읽으셨던 책은 원래자리에 놓은 뒤 작전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이미 놓고 왔는걸요?"
"하....좋습니다 그렇다면 작전실에서 뵙죠."
"이러다 진짜 좋아하겠는걸?"
카일이 나간 방 주시영은 카일이 읽던 자리를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