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치고는 약하기 짝이 없었기에 놀림받던 메이에게 친구이자 스승처럼 다가온 세라펠.

생긴 건 다소 이상했지만 때로는 엄격하게,때로는 다정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풍부한 지식을 가르쳐주며 메이를 성장시키는 세라펠이었지.

이내 메이는 자신의 특기인 불꽃 마법을 완벽히 다루게 되고 세라펠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싱글벙글하며 갔지만 세라펠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후였지.


메이는 하루아침에 친구이자 스승을 잃은 셈이었지만 그녀는 이대로 주저앉을 정도로 약한 여성이 아니었지.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서 최강의 마도서,솔라 코덱스를 완벽하게 다루는데 성공하고 태양의 마녀라는 이명까지 얻게 되는 메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귀여운 손녀딸도 얻었지만 가슴 한구석의 헛헛함은 쉬이 가시지 않았지.

지금의 메이를 만들어준 세라펠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했으니까. 메이는 그저 그녀와 헤어지기 전 배웠던 수련을 꾸준히 할 뿐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세계는 갑자기 크나큰 위기를 맞게 되고 말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정도의 침식체와 함께 마왕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며 세계는 멸망 직전의 상황.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여겨지는 마왕을 없애기 위해 최강의 마녀인 메이가 선발되고 그녀는 당당히 마왕의 성에 들어가 마왕을 조우하고,절망하고 말지.




"오랜만이구나,몇 십년만이었자? 내가 소중히 여기던 것을 보지 못한다는 고통과....또 그것이 나 없이도 성장한다는 질투심은.....요근래 가장 자극적인 고통이었다."



".....당신이.....마왕?"


"음? 뭐냐. 전처럼 스승님이라고 불러주지 않는 건가. 하긴 그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그럴 수 있-"


"어째서 거기 앉아있는 거에요...."


"음?"


"어째서 스승님이! 거기 앉아있는 거냐구요!!!"


"나이는 들었더라도 금새 감정적이 되는 건 똑같구나. 그런 너의 성격을 참으면서 가르쳐야만 하는 고통도 내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대답해요!!!!"


"왜냐니, 그야 당연한 질문을 하는구나.
내가 마왕이니까 그런 것이지."


"에?"



순간 정신을 놓아버린 메이 앞에 세라펠은 도도하게 다리를 꼬며 말했지.



"다시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마. 클리포트의 마왕, 피학자 세라펠이다. 그리고 너는 이런 마왕을 쓰러뜨려주기 위한 용사겠지?
아아.....기대되는구나. 네가 나한테 어떠한 고통을 줄 수 있을지...."


".....거짓말이야. 스승님이...스승님이...."


"사실이다. 영특한 너라면 내가 왜 너를 가르쳤는지도 알 수 있겠지?"


"거짓말이야....."


"그 말이야말로 거짓말이구나.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내가 너를 가르친 이유는-"


"거짓말이야!!!!!!!!!!"



그 순간 제어를 잃고 폭주하는 솔라 코덱스의 불꽃. 그 불꽃은 순식간에 세라펠이 앉아있던 옥좌를 덮치고 세라펠의 몸은 불꽃에 타들어가기 시작하지.




"아아....나쁘지 않구나. 실로 좋은 고통이야!
하지만 아직 부족하군....이대로는.....만족할 수 없겠어."



"크윽-!?"


가볍게 세라펠이 힘을 줌과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타오르던 불꽃은 방향을 바꿔 메이에게로 향했지.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실로 부럽구나. 나도 그 정도 고통에 그렇게 기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메이의 정신 속.

솔라 코덱스의 제어유닛이자 불사조의 형태를 한 정령,레일리가 계속해서 메이를 다그쳐.



'정신 차리고 마력을 컨트롤 해 메이! 그 불꽃은 네 마력으로 이루어졌다고! 네가 아파해서 어쩌자는 거야!'


"하지만 레일리....나는 더 이상....."


'그 스승이라는 게 뭐 어쨌다는 거야! 옛날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세상을 통째로 파괴하려는 단순한 마조히스트 년이라고!!!'


"그렇지만 나는....그 사람에게 구원받았어. 지금 내가 태양의 마녀니 뭐니 칭송받는 것도,유나를 가질 수 있던 것도, 이렇게 레일리와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스승님 덕분이야."


'............'



레일리는 허를 찔린 듯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어찌 됐든,타죽기 싫으면 마나부터 제어해.
저 녀석을 어떻게 할지는.....그 다음에 생각하자고.'


"응...."





역시나 최고의 마녀답게 메이는 평범한 마녀라면 몇 년이 걸려야 해주할 수 있는 세라펠의 저주를 몇 초만에 역산해 풀어버렸지.

그에 기뻐하는 세라펠.




"아아....역시 너는 최고다. 너라면 내게.....내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겠어."



'어이,거기 마왕씨?'


"뭐지?"


'이 녀석, 이 바보마녀는 아직까지도 너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그러니 부탁이다. 그만 물러나주지 않겠나? 네가 이 녀석에게 단 한순간이라도 애정을 품었다면 말이야.'



"........"



바닥에 손을 짚은 채 조용히 떨고 있는 메이를 보며 세라펠이 말했지.



"내가....메이를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그래. 그러니 부디....'



"그렇다면 더더욱 물러날 수는 없겠군.
네 말대로겠지,불사조.
메이는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애정을 품은 존재이자 내가 사랑한 존재. 그리고-"






히죽.

세라펠은 입꼬리를 올리고 싱긋 웃더니 광기에 찬 목소리로 말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나를 파멸시킬 수 있는 존재! 내가 사랑한 이가 나의 손에 스러지면 그건 얼마나 큰 고통일지!

나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이가 쓰러진다면
그때의 허무감! 상실감!
영생에 대한 고독함과 지루함!
이런 극상의 고통을.....포기하라고? 그럴 수는 없지."





그렇게 말하며 세라펠은 메이를 힐끗 바라보지.
그리고 놀랍게도,메이는 그녀를 향해 웃었어.



"그럴 것 같았어요. 제가 알던 스승님이라면 결코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까.....포기할게요."


메이는 그렇게 말하며 코덱스가 융합된 지팡이를 그대로 바닥에 집어던져.



"스승님이 주신 만큼...저도 드릴게요. 바보같고 또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지만....그래도...."



메이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지.



"싸우고 싶지는 않아요."



".......너는 정말로 바보같을 정도로 순수하구나."

'........동감이야.'



세라펠과 레일리,둘 모두 메이를 바라보았어.




















본래의 전래동화라면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었겠지. 메이의 순수함을 본 세라펠이 감동하고 회개해,과거의 훈훈했던 사제관계를 되찾았다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라펠은 마왕이었으며,전래동화의 악당보다 훨씬 미쳐있었지.





"싸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만들어주마."




세라펠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빈 허공에 검은 구멍이 불쑥 나타나더니 이내 후두둑-하고 무언가를 떨어뜨렸지.



아직 메이처럼 젊음을 유지하는 마법의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듯 다소 나이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두 중년부부의 시체 두 구.

그리고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초록색과 금발의 여자아이와 지금의 메이를 어린애로 만든듯한 적발의 아기까지.




"어?"


"이 정도면 나와 싸울 이유가 되겠느냐?
네 딸은 힘조절을 못해서 실수로 조금 거칠게 죽여버렸다만 생김새는 알아볼 수 있겠지?
누가 뭐래도 모녀사이의 정은 그리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뭐라고....."


"자세히 보거라. 저건 분명히 네 딸 내외의 시체다. 내가 직접 네 결계를 뚫고 들어갔으니 확실할 터. 정말이지 부럽기만 하구나. 이러한 인간관계 하나에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니...."


"아,아아......."



"그리고 다음은.....말 안해도 알겠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큭,진정해 메이! 지금 그 정도로 코덱스의 출력을 끌어냈다간 오히려 네가 죽...........지 않잖아?'




".....코덱스 활성화률 81%. 컨디션 그린."


메이는 세라펠을 쏘아보았어. 지금까지의 동정심과 동경,추억은 어딘가로 묻혀버린 채 그 눈은 뜨거운 분노에 가득 차 있었지.



"그래! 바로 그 눈이야....걱정 말도록. 내가 이기든 네가 이기든....남은 이들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


"스승님.......아니,마왕."



메이의 몸에 흐르는 불꽃은 점점 더 강하고 빠르게 온몸을 타고 흐르며 그녀의 힘을 증폭시키고 있었어.



'제어 성공.....83%
clear.
제어 성공......87%
clear.
제어 성공.......92.3%
clear.
제어 성공.....'


어느샌가 레일리는 말하는 기능 대신 코덱스의 안정화역할만 맡고 있었지.
메이는 이미 그의 도움없이도 코덱스를 제어할 수 있었기에.





"죽여버리겠어."


"아아.....바라던 바다. 부디, 나를 죽여다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가 알다시피
지독할 정도로 평범한 이야기.


엑자일러가 탄생하고 새로운 인형이 탄생하고
새로운 대마녀가 태어나기 전까지의.
그런 시시하고 낡아빠진 이야기.

























그니까 누가 이거 장편으로 쭉 연재해서 써 줄 사람?
세라펠 문학 보고 싶다고 싯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