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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ings : 알았어. 진작에 이런 거 보여줬으면 좋잖아.] 


[Recordings : 당신이 말하는 그 친구 지금 멀쩡해?] 


[...]












*






콜록...!



희미하게 숨이 넘어갈 듯한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리의 출처를 알 수 있었다.

정말 순식간에 정신이 들고 눈이 떠졌다. 햇빛이 들어오는 침대 옆자리에 앉아서 기침을 하는 카린 양이 보였다.





"어?! 괜찮아요?"

"켁.. 콜록...!"





급하게 몸을 일으켜 등을 한참을 두드려주고 나서야 진정이 된 듯, 빨개진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잔기침을 하면서 웃는다. 설마 이제 다리가 아닌 다른 곳까지...





"괜찮아요. 그냥 목이 간지러워서... 앗!"





말없이 그냥 끌어안았다. 그녀도 말없이 안아서 나를 쓰다듬는다. 한숨을 삼킨다. 슬프지만 아픈 사람에게 더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걷지 못하게 된 이후로 어딘가 더 아플까, 갑자기 안 좋아질까봐 마음을 졸일 때가 많아졌다. 카린 양은 늘 그럴때면 그냥 괜찮다고만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닐 때도 있지만, 이상이 생긴 경우도 분명히 있었으니까. 당장 어제는 구토를 했다. 하체는 점점 더 걷기 힘들게 되고, 아랫배의 통증도 조금씩 늘어가고...






"시윤 씨?"

"그냥 안고 싶어서요."

"헤- 오늘 가야 하는 곳 있잖아요."

"그쵸. 오늘도 일어설 수는 있어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하는 건 일어설 수 있나 점검하는 것이었다. 이마저도 혼자 설 수 있다가 지금은 내 도움이 없으면 스스로 서 있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이것조차 안될지도 모른다.





"아! 아직 일어 설 수 있어요!"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준비 해볼까요?"






마냥 나빠지는 걸 보고 있진 않는다. 최대한 늦출 수 있게끔 걷는 것도 연습한다. 물론 눈에 띄게 효과적이진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으니까 계속 해왔다.





"아! 치약 정도는 제가 짤 수 있어요!"

"그냥 짜드리고 싶어서요~"

"과보호입니다!"





매일매일 희망을 품고 기다려도 와! 카린 양의 문제가 해결 됐습니다! 하는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혼자서 아둥바둥 살아온 어린 시절을 지나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한데. 언젠가는 이것도 끝난다는 사실이 기구하게 느껴졌다. 


이별을 준비하는 연애라니. 카린 양이 읽는 연애 소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불치병에 걸린 여자 주인공과 그 사람을 돌보는 남자 주인공. 그 소설의 결말은 아직 안 물어봤다. 아니, 못 물어봤다가 맞겠지.





"시윤 씨?"





짜잔~ 불치병이 치료 됐어요- 라던가 결국 여자 주인공은 시름시름 앓다가 남자 주인공을 떠났습니다-라던가 둘 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괜히 투영하고, 슬퍼하는 것도 싫다. 카린 양은 도대체 어떻게 잘 읽는 걸까.




"시윤~"

"...네?"

"양치하다 말고 멍을 때리면 언제 다하게요-"

"아?"




나 양치하고 있었지 참.

다시 바쁘게 칫솔질을 한다. 카린 양이 먼저 나가겠다며 온갖 욕실 구조물을 혼자 짚고 나가려 하길래, 칫솔을 물고 바로 안아서 휠체어에 앉혀주었다.




"괜찮은데..."

"그어다 너어지므 정마 크일나요?"

"칫솔 물고 말하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얼른 양치해요!"

"아라서요-"




다소곳이 앉아서 나를 재촉하는 게 귀여워서 더 보고 싶었지만 언제 까지고 칫솔을 물고 있을 순 없으니 바쁘게 움직였다. 양치도 끝, 세수도 끝-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데 밖에서 갑자기 카린 양이 나를 불렀다.




"시윤 씨! 이건 언제 가져가신거에요!"

"네에?"




빠르게 바퀴를 굴려서 욕실 앞으로 나타나선 나에게 무언가를 들어서 보여준다. 예전에 혹시 몰라서 숨겨버렸던 접이식 호신용 칼이었다.




"그거 제 옷 서랍장에 둔 건데 열어본거에요?"

"입을 옷 미리 꺼내주려다가 발견했어요. 대체 언제 가져가신거에요! 어쩐지 안보이더라니..."

"하하하- 그때 카린 양이 거창하게 사고를 치셔서, 다신 그러지 말라고 압수 한 거죠~"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째려보는데... 심장에 해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분명하다! 물기 다 닦고 나가니 갑자기 내 왼팔을 붙잡는다. 흉터들을 만져보더니 나를 올려다 본다.




"안 해요. 안 해- 전 그거 압수하고 오히려 잊어 버렸다구요?"

"그, 그냥 만져봤어요! 그리고 그냥 기념으로 가져요...!"

"하하... 호신용 칼이 기념품이라니..."

"멸망해버린 세계의 군용 나이프 정도면 가치 있지 않을까요?"

"풉- 그게 뭐에요~"




카린 양 다운 작명 센스에 웃음이 터졌다. 웃지 말라며 한 손으로 내 팔을 마구 때린다. 이젠 맞아도 아프지가 않다. 다 때렸는지 나이프를 나에게 건넨다. 호신용이고 거의 안 쓴 새거니 출격 할 때 부적(?) 삼아 갖고 있어볼까.




"얼른 우리 준비해요. 맞다- 가는 길에 꽃이라도 사가야 하지 않겠어요?"

"음... 굳이 저는 들고 가진 않았는데. 카린 양은 가지고 가면 좋을 것 같네요."

"가는 길에 예쁜 걸로 사서 가요."

















-





아직도 날씨가 쌀쌀하기도 하고, 기침을 좀 해서 무릎 담요도 덮고 마스크를 씌워주었다. 답답하다며 내리고 싶어했지만 면역력이 더 떨어질까 봐 걱정되어서 이번 만큼은 져주지 않았다. 카린 양도 마음은 알고 있는지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가기 전에 꽃집에 들러 하얀 국화를 샀다. 생기가 도는 국화를 카린 양이 들고, 나는 휠체어를 밀었다.





"여기 좀 길이 험하니 잘 잡고 있어요. 저도 천천히 밀게요."

"네. 근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네요?"

"그냥 공터에요. 원래는 좀 위험해서 데리고 오고 싶진 않았는데 그래도 인사 차..."

"그렇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망자를 기리는 돌탑이 보였다. 가까이 가니 놓은 지 얼마 안된 꽃이 올려져 있었다. 아마도...




"다녀가셨나보네요."

"놓은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아마 저희 스승님 일 거에요."

"펜릴 소대장님이...?"




천천히 더 가까이 다가간다. 쌀쌀한 바람에 올려진 꽃의 꽃잎이 흔들린다. 늘 그렇듯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카린 양은 돌탑 앞에 이미 놓여져 있던 꽃 옆에 국화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나를 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침묵하던 카린 양이 거수경례를 했다. 아무래도 아무 말을 안 하는 게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카린 양이 손을 내리고 나를 돌아본다.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은 모르겠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나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카린 양을 데리고 벌초하는 것은 무리니 일단 그냥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휠체어를 천천히 돌렸다. 가는 동안 한참 동안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카린 양이 넌지시 말을 걸어왔다.





"그 꽃은... 펜릴소대장님일거라고 하셨죠?"

"그럴만한 사람은 스승님 밖에 없어서요. 애초에 제 스승님 이전에 부모님의 스승님이었으니까요."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본다.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이야기하면 길어져서요. 조금씩 천천히 이야기 해줄게요."

"아니에요. 이야기 하고 싶을 때 그때 이야기 해주셔도 돼요."

"부끄러운 이야기도 아닌데요. 뭘. 단지 밖이라서 조금 설명하기가 그래서요."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추운 듯 카린 양이 몸을 웅크린다. 가디건이라도 좀 더 챙겨줄 걸.

잠시 멈춰서 내 겉옷을 벗어서 덮어주었다. 안 그래도 된다고 또 거절한다.





"괜찮아요. 시윤 씨. 감기 걸려요!"

"전 카운터라 튼튼해서요. 카린 양은 지금 연약한 일반인이랑 다를 게 없고요-"

"하아..."

"땅 꺼지겠어요~ 우리 맛있는 거 사서 돌아갈까요?"

"아... 직접 해드리면 좋을텐데, 아쉽네요."

"만약에 다 나으면 해줘요. 뭐 먹고 싶어요?"

"으음... 저는 면 요리요!"

"마침 저도 면 요리가 먹고 싶었는데- 얼른 가야겠네요."

"히히-"







쌀쌀하기만 했던 바람이 멎고, 우중충한 하늘에 뜬 구름 사이로 햇살이 새어 나온다. 
















-







"맛있어요?"

"네! 나중에 다시 걸을 수 있으면, 파스타도 꼭 만들어 드릴게요!"

"하하하- 다시 걷는 것 만으로도 저는 좋죠."





포장해온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데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휴일이라 연락이 올 곳도 딱히 없는데-







"누구에요?"

"부사장 님인데... 여보세요?"



"시윤 군. 내일 카린 양과 10시까지 본사로 오세요. 다른 직원들에겐 철저히 비밀입니다."

"뭔가 문제라도 생겼나요?"

"오시면 알게 될 겁니다. 특근수당도 챙겨 드릴테니 걱정 말고 오세요."






할 말 만을 남긴 채 전화가 끊어졌다. 원래 내일 쉬기로 하지 않았나?

카린 양이 포크를 물고 있는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무슨 일이에요...?"

"내일 저희 둘만 출근이에요."

"네?! 뭔가 있는 걸까요?"

"그러게요. 이번엔 좋은 소식이면 좋겠네요-"






카린 양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 같았다. 나도 조금은... 매번 희망고문 같아서 힘이 들었다. 매번 들리는 소식은 어디가 망가졌다- 그런 내용이었으니까.





"이번엔 정말로 좋은 소식 일거에요. 침울해 하지 말아요."

"응. 그럴게요."

"앗, 반말했다."

"앗."





깜짝 놀란 듯, 눈은 동그랗게 뜨고, 왼손으로 입을 가린다.





"괜찮아요. 편하게 불러요. 가끔 이름은 그냥 불러주시는데 그냥 반말하는 건 처음 들어봐서 그랬어요."

"아... 아직 완전히 그러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하하하- 아무거나 해도 돼요. 그래도..."

"그래도..?"

"단 둘이 같이 있을 땐 이름 정도는 편하게 불러도 좋을 것 같아요."







슬퍼질 뻔한 분위기가 '응'이라는 대답 덕분에 밝아졌다. 덤으로 줄곧 할까 말까 고민한 이야기는 덤으로 같이 꺼냈으니 이거 완전 일석이조다.






"아, 우리 얼른 먹어요. 식으면 맛없잖아요-"

"전 계속 먹고 있는 걸요? 안 먹으면 제가 다 먹을 거에요~"

"다 먹지도 못하시면서. 히히-"








슬픈 이야기들은 까맣게 잊고, 바쁘게 포크를 돌리며 수다를 떨었다. 같이 살면 예상하지 못한 것도 보고 성향이 달라서 싸운다는데. 카린 양은 항상 괜찮다거나 그냥 웃는다. 근데 그게 가식이 아닌 것 같아서 항상 안심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카린 양도 외동이었던가요."

"네. 외동이에요."

"역시 잘 통하네요."

"가족력 같은 거도 통한다고 하나요?"

"갖다 붙여서 말 되면 되는 거죠."

"아~ 그게 뭐에요. 하하하-"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마치 연애 소설의 한 장면처럼 아주 행복하게-













-









"시윤 씨..."




... ...





"시윤-"

"...으음...으? 왜 그래요?"

"저 다리가 아파요...콜록.."





나를 흔드는 느낌과 부르는 목소리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몸을 일으켰다. 반만 떠진 눈으로 일단 카린 양의 팔을 잡았는데-





"...! 왜 이렇게 몸이 뜨거운..."

"콜록- 감기인가 봐요..."

"잠깐... 잠깐만요."





정상적인 사람의 체온이라고 느낄 수 없는 온도에 순식간에 잠이 깨버렸다. 급하게 일어나 상비약을 챙겨둔 서랍장을 열어서 해열제와 체온계를 꺼냈다. 뒤에서 계속 들리는 기침 소리에 마음이 급해졌다.






"나가지 말걸 그랬어요. 미안해요. 일단 온도 좀..."

"괜찮아요. 혹시 모르죠 어제 아니면 못 가 봤을 수도 있잖아요."

"아뇨. 따뜻해지면 가는 게 맞았을지도 몰라요."

"자책하지마요. 저도 시윤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잖아요. 콜록-"






체온계가 소리를 내고, 확인해보니 심각한 고열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해열제 한 알을 손에 쥐어주고, 물을 가지러 몸을 돌렸다.





"으... 다리가 엄청 아파요..."

"물이랑 같이 진통제도 가지고 올게요."

"그 초콜렛으로 주실 수 있어요?"

"뭐... 효과가 없는 건 아닌 것 같으니-"






다른 서랍장에서 스트레가라고 적힌 포장 안에 든, 초콜렛 한 알을 뜯어서 건네주었다. 물과 함께 해열제도 삼키는데 기침이 터질까 조마조마했다.





"잠들 때까지 안 잘테니 안겨요."

"감기 옮으면 어떡해요. 떨어져서 자야..."

"여태 계속 붙어서 잤는데 뭐 어때요. 그리고 카운터라 감기 같은 거 잘 걸리지도 않아요."

"... 그럼 안아주세요-"







혹시라도 추울까 봐 이불을 목 아래까지 당겨서 덮었다. 원래의 체온보다 높은 온도가 나를 불안하게 했다. 약효가 빨리 들었으면 하고 곱씹는다.






"시윤-"

"네."

"미안해요."

"그럼 얼른 나아요."

"응... 그럴게요."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많이 힘든지 호흡이 빠르게 느껴졌다.

심해지면 어떡하지. 내일 출근 할 수는 있을까.






"... 아까 제가 소설책을 다 읽었어요."

"... ...네."

"마지막에는 다행히 유능한 마법사의 도움으로... 세상을 지키다 병든 소녀가 병을 고치고 일어나서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 ..."

"우리도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 이렇게 열심히 버티는데 콩고물 하나 안 떨어지겠어요?"

"하하하- 그러게요... 예나 지금이나 어떤 방식으로든 열심히 살았는데, 상이라도 주면 좋겠네요..."






물어보지 못했던 판타지 연애 소설의 뒷 장은 해피엔딩이구나. 


...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보니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고, 체감이지만 체온도 안정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시계를 볼 수 없어서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법 시간이 흘렀겠지.

... ...







"잘자요."

"... ..."

"카린."








내일은 그래도 덜 아프기를 바라며, 나도 잠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







"아픈데 억지로 참는 거 아니죠?"

"아니라니까요- 읏?!"

"따뜻하게 입어야 해요. 머리띠도 하고 후드도 쓰고 마스크도 써요."

"과잉 보호..! 과보호!!"

"전혀 아니에요. 저는 또 그렇게 아픈 거 싫어요."








다행히 아침에 상태가 많이 호전 되었지만, 창문을 열어보니 전혀 여름 같지 않은 한기가 훅 들어와서 일단 무작정 껴입혔다. 거기에 마스크까지 끼워주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안아서 외출 할 때 쓰는 휠체어에 앉히고, 늘 그렇듯 무릎 담요를 덮어주고 출근길에 나섰다.








"추워..."

"그럴 것 같았어요. 제 말 듣길 잘했죠?"

"..."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서도 계속 상태를 체크했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나빠질지 모르니까.







"무슨 소식이 기다릴까요."

"아픈 다리로도 벌떡 일어날 수 있을 만큼 기쁜 소식?"

"아~ 그거면 얼마나 좋을까요."

"맞아요. 꼭 좋은 소식이면 좋겠는데."






말 없이 가는 동안 휠체어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바퀴와 길바닥이 닿아서 내는 불협화음이 들렸다. 이른 아침이여도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요즘 생각하는 목표가 있어요."

"어떤 목표요?"

"제가 직접 걸어가서 시윤을 안는 거?"

"소박하네요."

"히히- 지금의 저에겐 큰 목표에요."






웃음 소리가 마음을 간지럽힌다. 사람을 지키겠다던 유능한 군인이 이제는 직접 자기 발로 걸어서 좋아하는 사람을 안아주는 게 꿈이라니.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옥 앞에 도착하니 부사장님이 로비에서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아, 기다리고 계시는데... 조금 빨리 가요."

"넘어 질 수도 있어서 안돼요."





그 풍경이 마음에 걸리는지 나를 재촉한다. 안된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조금 속도가 빨라졌다.






"두 사람 다 쉬는 날에 불러서 미안합니다. 카린 양은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군요."

"괜찮습니다. 기다리게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두 분다 원래 와야 하는 시간보다 일찍 오셨습니다. 질질 끌지 말고 부른 이유를 말하면, 카린 양이 가봐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갑자기요?"






부사장님이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건넸다. 종이에는 특정한 지점이 표시된 지도와 그 곳의 주소, 시간이 적혀있었다.







"이 주소로 가면 딱 봐도 독특한 사람이 두 사람을 맞이 해줄겁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면 돼요."

"여긴 그라운드원 시내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가보면 알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겐 철저히 기밀입니다. 시윤 군이 카린 양을 잘 데리고 가시면됩니다."

"... ..."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미안하지만 오늘 꼭 여기를 카린 양이 가야합니다.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겠군요."







부사장님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우리는 써있는 주소를 찾아 시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여기... 골목 아닌가요?"

"거기서 누군 가와 접촉하나 봐요. 독특한 사람이라..."

"그러게요. 카운터라도 있는 걸까요?"

"하하하.. 카운터 중에 특이한 사람이 많긴 하죠. 그보다 지금 아픈덴 없어요?"

"괜찮아요. 시윤은 괜찮아요?"

"에이, 저는 항상 팔팔하죠-"









15분 정도 걸어서 그라운드 원 시내로 들어와 표시된 골목을 찾아갔다. 조금 빨리 온 탓인지 골목엔 인기척이 하나도 없었다.

문득 익숙한 감각이 느껴져 반사적으로 카린 양을 내려다 보았다. 같은 걸 느꼈는지 뒤를 살짝 돌아서 나를 쳐다본다.







"몸이 이렇게 되어도 카운터의 감각은 있나 봐요."

"그거 대단하네요. 그보다 지금은 저희 발밑에 느껴지는 이거... 이상하죠?"

"이런 게 도심 한복판 땅에서 느껴지는 거 정말 이상한 건데... 뭔가 안정적이네요."

"관리국이 이걸 알았다면 그냥 둘리가 없을 텐데. 음, CSE는 오히려 정상..."




"저, 저기..."





누군가 우리를 부르는 말에 같이 소리의 출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아! 찾았다! 휠체어 탄 여성 분과 칼을 달고있는 건장한 남성 분!"

"..."




정말 누가 봐도 독특한 사람이 우리 눈 앞에 서있었다. 카운터 같은데...





"안녕하세요! 그.. 저희 점장 님이 손님을 모셔 오라고해서 온...











유나 스프링필드라고 해요!"















+) 담편이 마지막이고, 후일담 하나 더 쓰려고! 사실상 두편남았네

이번껀 좀 짧고 다음게 좀 길거야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