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X년 모월 모일. 아침 7시.

과거 유럽 대륙이라 불렸던 곳, 퐁레이드에서 살고있는 퐁버 씨는 주말이지만 회사를 위해 출근을 한다


자신의 첫사랑과 결혼을 한 지 어느덧 3년.

아직 신혼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이지만 퐁버 씨와 아내는 각방을 쓴지 오래다.

아이를 낳고나서부터 퐁버 씨의 부인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잠자리를 거부하고, 심지어는 각방까지 쓰게 되었다.

그것이 각방을 쓰게 된 경위다.

그렇지만 퐁버 씨는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퐁버 씨는 양복 차림으로 아내와 아이가 깰까봐 최대한 조용히, 걸음을 걷는 것조차도 까치발을 들고 걸어다니며 식탁에 앉아 조용히 씨리얼을 우유에 말아먹는다

아침 밥상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버터로 구운 따뜻한 식빵 두 쪽과 계란 프라이 두 장, 소세지 하나, 베이컨 세 장이 접시에 담긴 따뜻한 아침이 있으면 좋겠지만 퐁버 씨의 아내는 아침잠이 많기 때문에 아침밥을 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퐁버 씨는 아내에게 아침밥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사랑하니까.




오후 12시 30분.


퐁버 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해본다.


"여보세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들리는 것을 보아 오늘도 점심을 브런치로 먹기 위해 카페로 온 모양이다.

퐁버 씨는 아내의 목소리에서 뭔가 달갑지 않다는 느낌을 느꼈지만 기분탓일 것이다.

"어, 여보 지금 뭐해?"

"잠깐 나왔어."

"우리 애기는 어디에 있고?"

"어린이집."

그 후에도 무미건조한 대화가 이어질 뿐이다. 전화에서 들떠 있는 것은 퐁버 씨뿐, 퐁버 씨의 아내의 목소리는 무덤덤하다.

"그래 자기야. 집에서 봐. 사랑해."

"집에서 봐."

뚝. 퐁버 씨의 아내는 결단코 "나도.", "나도 사랑해."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퐁버 씨는 그런 아내를 부끄럼쟁이라고 생각하며 휴대폰 배경화면에 출력된 가족사진, 그 중에서도 자신의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비록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눈도 작고, 동양계 느낌이 강하게 나지만, 자신과 많이 닮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기 자식이기에 퐁버 씨는 그저 미소가 지어지고, 오늘도 힘을 얻는다.




오후 4시

퐁버 씨의 아내는 점심을 먹던 중 걸려온 남편의 전화에 하루종일 기분이 나빴다.

그럼에도 피티니스 센터에서 3년 간 만난 트레이너를 만나자마자 기분이 싹 풀린다.


퐁버 씨의 아내는 오늘도 트레이너와 함께, 퐁버 씨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헬스'를 한다.









오후 7시.


퐁버 씨는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아내가 사 먹고 들어오라 했다. 그래서 집안은 밥하는 냄새는 커녕, 집안 살림 조차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엉망진창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거니 퐁버 씨는 멋대로 납득했다.

그렇지만 지금 단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월 용돈을 올려줬으면 하는 것이다.

퐁버 씨의 월 용돈은 30만 크레딧. 이 조차도 악착같이 모아 자신의 취미로 모으는 카메라를 사려고 하면 내무부장관인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사야한다.

하지만 요즘 물가 상승 폭이 너무 높아 카메라는 고사하고 식대 조차 모자를 지경이다.

그래서 퐁버 씨는 아내에게 용돈 인상을 요구했지만 아내는 앙칼진 목소리로,

"도대체 얼마를 쓰는 거야! 진짜 당신 같이 낭비벽 심한 남자하고 결혼 '해주고', 애 '낳아준' 것만 해도 당신은 나한테 감사해야해!"

라며 오만상을 찌푸리고는 장롱 속 명품 백 속에 들어 있는 명품 지갑에서 현찰로 10만 크레딧을 건내주었다.

퐁버 씨는 그런 아내가 너무 고마울따름이다.

그런 고마운 마음을, 감사한 마음을 어디다 더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한 찰나,

평소에 즐겨하는 퐁리웹에 기만글을 작성하기로 결심한다.


'오늘 내무부장관님이 10만 크레딧 포상금 주셨읍니다 ^^ '


얼마 지나지 않아 퐁리웹 유저들이 너무 부럽다, 결혼 정말 잘하셨네요 등 퐁버 씨가 부럽다는 댓글을 달아주자 퐁버 씨의 어깨는 오늘도 으쓱해진다.

퐁버 씨가 퐁리웹을 즐기고 있을 때 거실에선 퐁버 씨의 아내가 한참 통화중이었던 모양이다.

호칭을 보아 피티니스 센터의 트레이너인 모양이다.

"네, 그럼 내일 봐요 선생님."

자신과 통화할 때와 사뭇다른, 애교가 잔뜩 섞인 목소리 같았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퐁버 씨의 아내는 통화가 끊기자마자 휴대폰을 소파에 집어 던진다.

아직 완전히 통화 화면이 사라지지 않은 퐁버 씨의 아내의 액정에는,

통화시간
21:03
자기♡

라고 표기돼 있었다.





오전 12시 30분.

퐁버 씨는 오랜만에 아내와 부부관계를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용기내어 오랜만에 함께 자자고 이야기하였지만 아내는 오늘도 피곤하다며 내일 이야기하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퐁버 씨는 서운했지만 그래도 오늘 용돈 10만 크레딧을 준 아내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역시 난 결혼을 잘했어'라고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