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서 빈손으로 시작해 넘버링 태스크포스가 된 코핀컴퍼니를 

일으킨 여장부. 주변에서 이수연은 그렇게 비춰지고 있었다.

한창 현역일때도 매사에 두려움 없이 저돌적인 강력함을 뽐냈었고

성숙해진 뒤에는 차갑고 냉철하게 손익을 계산하는 유능한

경영인이 된 그녀는 분명 남자따위는 사치품일뿐,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고 여겼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코핀 컴퍼니의 주력인 스승 힐데의 이탈과 잠적으로 회사경영이 

위태롭던 시절에 혜성처럼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뻗은 의문의

대부호가 구관리국의 관리자, 즉 그녀를 이토록 고생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수연은 전력으로 관리자의 정강이에

스트라이크를 날렸다. 하지만 그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가까스로

세운 회사도 날리고 길거리에 나앉을 것이 뻔했기에, 연륜이 더해진

이수연은 원망과 앙금은 고이 접어두고 관리자에게 사장자리를

넘겼고, 그 덕분에 회사의 위기도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성의 매력에 넘어가 관리자에게 몸과 마음을 허락하게 된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 전까지 남자를 몰랐던 그녀는 남녀간의 짜릿한 쾌감에 녹아내렸고, 

날이 갈수록 그 남자, 관리자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관리자는 이수연 없이 살 수 없는 몸이 아니었다.

한결 여유로워진 회사 사정 덕에 새로운 사원들이 속속들이 들어오자 

이수연에게는 반대로 여유가 없어졌다.

젊고 예쁜 여자들이 그녀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다.


이수연은 점점 초조해졌다. 

향수나 화장품도 바꿔보고,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으며

셔츠 단추도 하나 더 풀었다. 

하지만 어떤 향기로운 향수도 진짜 싱그러운 젊음의 향긋함엔

비견될 수 없었고, 값 비싼 화장품을 발라도 어린 여자애들의

탱탱한 피부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멀쩡한 두 눈을 빛내며 관리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사원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수연은 자신의 애꾸눈이 추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수연을 화나게 하는 여자는 따로 있었다.


서윤.

그 도둑고양이같은 년.

첫 인상부터 개떡같았다. 이수연도 협상테이블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인이었으나, 어릴 때부터 언더에서 구르던 서윤의 야비함엔

당해낼 수 없었고 이수연은 처음으로 계약에서 패배를 맛봤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은 젊고 어리단 걸 온 몸으로 드러내는 듯한 제스쳐하며,

관리자의 눈에 뜨일 때마다 계산된 듯한 섹스어필과 눈웃음,

요망한 말들과 이수연의 신경을 살살 긁는 표정에 말대꾸까지..

이수연은 서윤만 생각하면 눈가의 주름이 한층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일까, 서윤과 관리자가 밀접해진 이후 관리자가 통

이수연을 안으러 오지 않는 듯 여겨졌다.


이수연이 서윤을 결정적으로 싫어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관리자의 팔짱을 끼고 회사를 나서며 자신에게 윙크를 보내는 걸

목격한 것이었다.

이수연은 그때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현역 일선에서 갑작스럽게 침식체를 마주했을때도 이보다 더한 적개심을 

드러내진 못 했을 것이다.


네 년이 뭔데, 내 남자를 뺏어가? 나보다 나은 건 젊음밖에 없는 주제에!


관리자는 지금 그 불여우 년한테 속고 있는 것이다. 

그 불여우 년은 관리자를 홀랑 벗겨먹고 배신할 것이다. 

그 년에게선 자신의 스승과도 같은, 배신의 기운이 서려있다.

내가, 관리자를 그 년에게서 구해내야 한다.

이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


오늘도 바쁘고 충실한 하루를 보냈다. 창 밖은 이미 어둑어둑했고

관리자도 이수연도 서류를 정리하고 옷을 챙기며 퇴근 준비에 바빴다.


"사장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이수연이 책상을 정리하는 척 일부러 몸을 기울여 풍만한 가슴골을 

드러내며 말했다.

뭇 남성들이 코를 박고 죽고싶을만한 계곡이 관리자의 눈 앞에 비춰졌다. 


"음, 오늘 정말 바빴군. 자네도 고생했네."


이수연의 기대와는 달리 관리자의 시선은 그녀의 젖을 빠르게 

훑고 지나갈 뿐, 별 다른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분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젖 크기는 자신이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인가? 섹스할 때마다 관리자가 젖먹이 아기처럼 

가슴을 물고 빨던 터라, 전투시에 쓸데 없이 커서 귀찮기만 하던 젖가슴을 

처음으로 자랑스러워 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이제

그 폭유도 관리자의 시선을 붙들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어느새 관리자는 외투마저 걸치고 이수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왠지 모르게 오늘 그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뇌리를 스쳤다. 이수연은 용기를 내기로 했다.


"오늘.. 예정이 없으시다면 함께 저녁이라도 하시겠습니까..?"


이수연은 그 강한 자존심을 굽히고 무거운 입술을 떼어 제안했다.

심장박동소리가 관리자에게 들릴까 겁이 날정도로 크게 울렸다.


"아, 제안은 고맙네만. 오늘..


..서윤 양과 선약이 있어서 말이야."


관리자의 말을 듣고 난 후 이수연의 머릿속에서 뭔가 툭. 하고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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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노 늦는다고 화내지말고 이거 봐줭

또 일을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