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모네.. 올해로 1X살..

 

아직 사회의 경험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제 어엿한 한 명의 성인으로서 활동할 나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지만, 최근의 사건으로 느낀 게 많았슴다..

 

특히나 어르신들의 일관 된 아이 취급.. 심지어 주인님마저 저를 따님이랑 놀게 하는 둥 거의 아이랑 동급의 취급을 했단 말임다!

 

게다가 요즘엔 펭귄들과 헷갈려 하면서 어르신들이 막대 사탕을 주는 일마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 이러다간.. 절 정말로 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렇게 돼서 선배임들을 이 자리에 모시게 됐슴다.”

 



 



“하아? 나는 네 선배가 아닌데 망할 꼬맹아?”

 

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은 저와 비슷한 키의 꼬맹이면서 어른임을 주장하는 인싸녀 드라코

 

“어머, 그래도 순순히 따라 나온 거 보면 마냥 싫은 건 또 아닌 거 같은데요? 이런 걸 흔히 츤데레라고 한다더라구요?”

 

라며 인터넷에서 들은 단어를 섞어 쓰며 어른의 향이 느껴지는 말을 하는 사람은 릴리 선배임

 

“츤데레라니.. 걍 해변가에 있다가 이 녀석한테 끌려온 거 아냐?”

 

라며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은 그냥 리코리스

 

“왜 나만 그냥 리코리스야!! 하다못해 선배님이라고 붙이라고!!”

 

“시끄럽슴다 리코리스! 당신에 대한 저의 신뢰와 존중은 맵지 않은 떡볶이라고 속이고 용암 덩어리를 먹인 순간 전부 끝났지 말임다!”

 

“용암 아냐! 사람의 요리를 어떻게 그렇게 표현할 수 있어!?”

 

평소처럼 떽떽 거리는 리코리스는 가볍게 무시 하겠슴다. 일일이 상대해 줬다 가는 시간만 사라지지 말임다.

 

“그럼 왜 불렀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님다 선배임들, 제겐 지금 진지한 고민이 있단 말임다!”

 

제 말에 시종일관 피곤하단 표정을 짓고 있던 드라코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슴다.

 

“아아~ 알았으니까 빨리 끝내자고, 나 이따가 머신갑 사장이랑 사진 찍어둔 거 닌스타그램에 편집해서 올려야 한다고~”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슴다…

 

“제가 오늘 선배임들을 모신 이유는..”

 

“..이유는?”

 

“어떻게 하면 빨리 어른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임다!”

 

“어.. 음..”

 

순간 해변가에 밀어닥친 침묵은 순간 제가 뭔가를 잘 못 말했나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슴다.

 

“왜들 그러심까?”

 

“아니 뭐.. 네 나이를 생각해보면 나올 법한 질문이긴 하지만서도..”

 

“조금 당황스럽다고 할까요.”

 

갑자기 아무 말도 안 하시길래 제가 뭐 말 실수라도 한 줄 알았슴다!

 

“뭐 하기야 꼬맹이 주변 사람들 생각해보면 나 같은 어른은 몇 명 없을 테니까~”

 

“너 같은 어른은 어디에도 없거든!?”

 

리코리스가 왠일로 맞는 말을 하긴 했슴다. 확실히 드라코 같은 어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검다.

 

“하지만 메이드장님께선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하셨슴다! 드라코가 아무리 이상한 어른이라도 배울 점은 있을 검다!”

 

“봤지? 빨간머리 너처럼 편협한 사고를 가진 사람은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잖아~ 허~접”

 

“ㅁ,뭐!? 저걸 어떻게 들어야 그런 식으로 들리는 거냐!? 진짜 자기 편한대로 듣네!?”

 

“시끄럽습니다 리코리스, 그렇게 화가 난다면 실력을 보여주면 되지 않습니까?”

 

“실력을 보여준다니 뭔 헛소리야!?”

 

“그래! 저 보라머리 말처럼 너가 어른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을 소개해주면 될 거 아냐?”

 

“그건 릴리 선배임 말씀이 맞슴다! 제대로 된 답을 보여주신다면 저도 선배임이라고 불러줄 지 누가 압니까!?”

 

“으으.. 좋아아.. 누가 못 할 줄 알고?!”

 

리코리스의 얼굴이 자기 머리색만큼이나 붉어진 걸 보면 못 할 것 같지만 말임다.

 

“하아~? 누가 못한다는 거야!? 어른이 되는 법 따윈 열개도 댈 수 있다고!”

 

“한 개라도 제대로 댈 수 있으려나~?”

 

“이..있다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리코리스는 그 뒤로도 한참을 침묵하는 걸 봐서는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게 확실한 것 같슴다.

 

“포기하세요 모네, 리코리스와 같이 알아서 성인이 된 사람은 어떻게 해야 진정한 성인이 되는지 알 수 없는게 당연합니다.”

 

“알아서 성인이 됐다..?”

 

“저 천박하고 비효율적으로 크기만 한 가슴을 보면 그녀가 철도 안 든 저 성격으로도 어른 취급받을 수 있는 이유는 내적인 성장이 아니라 오롯이 외적인 부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오.. 확실히..”

 

“뭐가 확실히야! 나, 나라고.. 그래! 맞아! 성인이 빠르게 되는 법! 알아! 안다고!”

 

“뭡니까, 그게?”

 

“그건 바로 섹시함이야!”

 

“..응?”

“섹..시?”

 

실례일 수 있지만, 평소의 리코리스의 모습에서 섹시함이란 찾아보기 어려운 느낌이지 말임다?

 

“예로부터 섹시함은 어린아이가 가질 수 없는 덕목이라 했어!”

 

“그런 덕목은 위키를 뒤져봐도 없습니다만.”

 

“그리고 왜! 그런 노래도 있잖아.. 그..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예요~ 같은 섹시 컨셉의 노래!”

 

“우와.. 그게 언제 노랜가요, 그 노래를 부르는 시점에서 성인인지 섹시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딱인건 확실해지네요.”

 

틀딱이라는 것도 성인이 된다는 의미 아님까!?

 

“잘 들어요 모네, 어린데 틀딱이라는 소리는 젊은 꼰대라는 소리랑 동급으로 빡치는 소리란걸요.”

 

“젊은 꼰대는 뭡니까?”

 

“모네의 몸에 리코리스의 정신이 깃들었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으게엑..”

 

“으게엑은 너무 하잖아!?”

 

리코리스의 정신이라뇨.. 리코리스는 한 명만으로 충분히 벅차지 말임다..

 

“그나저나 드라코는 왜 아무 말도 없죠? 서서 잠든 건 아니겠죠?”

 

그 말에 잠시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 건 아닐까 싶었던 드라코가 눈을 뜨고 말했슴다.

 

“아니, 빨간 놈 주제에 맞는 말을 했다 싶어서 말이지~?”

 

“역시 내 말이 맞지!? 아니 것보다 빨간!?”

 

“드라코.. 당신의 옷 취향은 인정 못해도 적어도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었는데 말이죠. 당신의 평가를 하향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군요.”

 

드라코는 영하의 온도를 느끼게 해주는 릴리 선배임의 눈빛을 맞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넘기고 어깨를 으쓱였슴다. 저런 행동도 왠지 어른스러워 보이니 일단 메모메모..

 

“나도 빨갱이의 말에 완전히 동의하는 건 물론 아니지~”

“빨갱!!?!?!?”

 

“답은 ‘섹스’야”

 

“섹..ㅅ?”

“애한테 무슨 말을 하게 하려는 거야 이 미친년아!?!?!”

 

말을 할 수 없슴다!

 

“이번 만은 리코리스의 말이 맞습니다. ..노딱이 붙으면 수익 창출이 안 된다 말이죠.”

 

“넌 또 무슨 헛소리야!?”

 

“자자~ 다들 허접처럼 허둥대지 말고 내 말을 들어봐 봐!”

 

“누가 자꾸 허접이래!?”

 

“섹스란.. 스포츠야!”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겠군요 리코리스, 빨리 제압해서 서로 보내죠?”

 

“아니! 멈춰! 잘 생각해보라고...? 섹스란 왜 하는 걸까?”

 

“잠깐.. 내 핸드폰이.. 아 가방에 두고 왔다!”

 

“이럴 때까지 쓸 모가 없네요.”

 

“그래! 섹스란 번식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 하지만 우리는 섹스를 할 때 뭐부터 준비하지?”

 

“저에게 코끼리도 한 번에 재울 수 있는 수면탄이 있으니, 제가 이 인간을 재우는 동안 핸드폰을 들고 와서 신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신속하게!”

 

“으, 응! 아니, 너도 없는 거잖아!?”

 

“그래! 피임도구부터 준비 하잖아!? 그래.. 피임도구를 쓰는 순간부터 번식이라는 원래의 목적은 의미를 상실하는 거라고.. 그냥 즐거워 지기 위해서 하는 스포츠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지!?”

 

“으아아아! 일단 저 미친 놈 입부터 막아 좀!”

 

“…리코리스씨, 남자하고 섹스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게 왜 궁금해 미친년아!?”

 

“대답하기.. 싫으면 관둬요.”

 

“아니 그러니까 그게 왜 궁금하냐고!?”

 

“리코리스씨가.. 성불군가 싶어서요.”

 

“!? 내가 성불군지 어떻게 알아!? 네가 봤어!?”

 

“너 같이 말만 하는 사람들이 대게 그러니까! 너 고자지?! 섹스를..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는?”

 

“고자!? 난 여잔데 왜 고자야!? 애당초 왜 나한테만 그래!? 옆에 릴리도 있잖아!? ..뭐야 얘 어디 갔어!?”

 

푸슈우욱-

 

“제압, 완료입니다. 쓸데없는 대화로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다니, 리코리스치고는 열심히 했네요.”

 

“쓸데없지 않아!!”

 

“그래도 다행히 끝까지 모네의 입을 막아준 덕분에 아동의 입에서 S-word가 나와 아청법 딱지에 걸리는 일은 피했으니 칭찬해 주도록 하겠어요.”

 

“읍!! 으읍!!”

 

“..아, 맞다.”

 

저는 있는 힘껏 입을 막고 있는 리코리스의 손을 열심히 쳐서 겨우 풀려날 수 있었슴다.

 

“..그래서 섹스가 뭡니까?”

 

드라코를 짐짝처럼 끌고 가던 릴리 선배임도 손으로 눈을 가리는 리코리스도 아찔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봤지만.. 어디까지나 저는 아이가 아니란 말임다!!

 

 

 

******

 

 

 

그 뒤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결국 답은 찾을 수 없었슴다.

 

정확히는 다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마치 제가 어무이한테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지 물어봤을 때와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도망갈 뿐이었지 말임다.

 

“..도대체 어른이 빨리 되는 법은 뭐란 말임까.”

 

결국 공원 밴치에 앉아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정리하던 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움이 안 되는 답 밖에 없었다는 생각에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슴다. 섹시..? 섹스..? 그게 그나마 가장 어른이 되는 확실한 답인검까? 그 단어를 꺼낼 때마다 질겁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거 같기도 한데, 동시에 그런 표정을 리코리스의 직접 만든 밥을 받는 사람들이 짓는 표정이랑 같았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말임다.

 

“하아.. 난제다 이겁니다..”

 

그 때 제 머리 위에 그늘이 지더니 역광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키다리 아저씨가 저에게 다가 왔슴다.

 

“bonsoir, mademoiselle? 아 실수, 꼬마 숙녀분, 무슨 고민이 그리 깊으신가?”

 

“..꼬마 아니지 말임다.”

 

키다리 아저씨는 어째서인지 태양빛을 마주보고 제 옆에 앉았지만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슴다. 하지만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어딘가 정겨운 느낌도 드는 다정한 목소리인 걸 봐서는 나쁜 사람은 아닌 느낌임다.

 

제 감은 어무이도 인정한 정확도를 가졌으니 정확하지 말임다!

 

“하지만 지나가다 얼핏 듣기론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한 것 같은데, 그러면 아직 아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남이 하는 말을 몰래 엿듣는 것은 아주 못된 취미지 말임다! 제 마음속에 아저씨의 평가는 감점임다 감점!”

 

“하하, 이거 미안하게 됐군, 유감스럽게도 귀가 좋은 편이라서 말이지.”

 

그러면서 자신의 긴 귀를 쫑끗 거리는 아저씨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긴장감이 풀어지는 기분이었슴다.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이런 느낌은 주인님을 처음 봤을 때 이후로는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지 말임다.

 

“비록 지나가는 아저씨에 불과하지만, 어리석은 제안이 있는데 어떨까? 나라도 괜찮다면 그대의 말벗이 되고 싶소만”

 

“애당초 허락을 구하기도 전에 제 옆에 앉은 시점에서 허락이고 뭐고 없지 않슴까?”

 

‘아하, 이거 한 방 먹었군 그래!’라며 과장된 몸동작을 하는 아저씨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경계심이 풀어지며 자연스럽게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슴다. 아마 분명히 이 아저씨의 직업은 전문 상담사나 그런 게 아닐까 싶슴다.

 

“전문 상담사는 아니지만, 자네가 공원의 분수를 아무 말도 없이 9바퀴나 돌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걸세, 발걸음으로 세면 2,356 걸음, 거리로 따졌을 땐 706 미터나 되니까 말이지.”

 

“스토커였슴까!?”

 

아저씨는 그런 저의 말에 껄껄 웃으며 ‘최근에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 자주 만나봤다네! 물론 아니지만 말이야.’라며 너스레를 떨었슴다. 하긴, 릴리 선배임의 말에 따르면 스토커는 보통 어딘가 결여된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했는데, 이 키다리 아저씨는 그 때 릴리 선배임이 하자가 있는 사람의 표본이라고 설명해 줬던 유형의 인물들과는 일치하는 부분이 없었슴다.

 

생각해보니 스토커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말임다.

 

“그래서, 나에 대한 분석은 다 끝내셨나?”

 

“일단은.. 위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되지 말임다.”

 

“그것 참 다행이군 그래!”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저에게 물었음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고민이었냐고 말임다.

 

 

 

******

 

 

 

“..그렇구만, 빠르게 어른이 되고 싶은데, 다들 제대로 된 대답을 주지 않는다라.”

 

“그렇지 말임다! 다들 물어보면 어색한 웃음만 지으면서 도망가지 말임다! 자기들은 이미 어른이 됐으면서 비법 하나 안 알려주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 않슴까!?”

 

아저씨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이 입술을 부르르 떨었지만 이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저에게 물었습니다.

 

“애당초 근본적인 전제 조건이 결여 됐으니 그들의 입장에선 답해주기 어려웠을 걸세.”

 

“근본적인 조건.. 말임까?”

 

“그래.”

 

아저씨는 고개를 한 번 주억거리고는 저를 처다 봤슴다. 여전히 의문스러운 그림자 때문에 전체적인 형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둠 너머에서도 밝게 빛나는 두 눈동자는 제 눈을 똑바로 직시하는 것 같았슴다.

 

마치 모든 비밀을 열어 헤치는 것만 같은..

 

“자네는 어째서 어른이 빨리 되고 싶은건지에 대한 설명이 결여 되었다네.”

 

“그건 처음에 이미.. 아..”

 

생각해보니 생각만 하고 다른 선배임들이랑 얘기할 때는 말해주지 않았던 느낌이 들지 말임다..

 

“물론 그 전제조건을 안다고 해도 어른이 빨리 되는 법 따위는 없지만 말이지.”

 

“뭡니까 그게!?”

 

아저씨는 제 머리를 짓궂게 몇 번 헝클 이더니 물었습니다.

 

“자네 역시 그런 방법 같은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았나? 단지 자신은 이미 다 커서 성인이라는 걸 인정받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 거라고. 왜냐면 자네가 나에게 제일 처음 했던 말도 ‘꼬마가 아니다’라는 말이었으니 말일세.”

 

“!?”

 

생각.. 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함다. 저는.. 아이가 아니지 말임다!

 

“자기는 아이가 아니고 어른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아이라고 생각하니 자신을 아이가 아니라는 걸 인정 시킬 방법으로 마치 고양이가 귀엽다고 말하는 내가 귀엽다는 것을 어필하듯이 ‘빨리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녔으니 어찌 제대로 된 답이 나오겠나? 심지어 그렇게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서.”

 

아저씨의 말은 차분한 어조였지만 다분히 제 마음속에 박히는 기분이 들었슴다. 어쩌면 저는 다른 선배임들을 만나면서 ‘사실 저는 이미 어른임다!’라고 주장하려고 했던 걸지도 모름다. 

 

하지만.. 제게는 어른으로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슴다. 확실하게.. 있슴다.

 

“그 이유를 내게 말해주겠나?”

 

아저씨는 여전히 제 눈을 계속 마주보며 제 양손을 꼭 쥐어 잡았슴다. 마치 도망가지 말고 제대로 얘기하라는 듯한 그 행동은 예전에 어무이께서 제가 잘못을 할 때마다 하던 행동과 동일해서 당황했지만, 저는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슴다.

 

“사실.. 몇일 전에 침식체에 의해 마을이 습격받았지 말임다.”

 

“그건 들었어. 아주 큰 사건이었다고 하더군.”

 

“근데 그 때, 저는 분명 마을의 다른 어르신분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나설 수 없었지 말임다.”

 

“그래, 확실히 카운터라면 어린 아이라도 성인 장정보단 월등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지.”

 

“맞슴다! 저는 충분히 어르신들과 어무이를 지킬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아이라는 이유로 보호받는 입장에 있었지 말임다! 그게 너무 억울하지 말임다!”

 

“…”

 

아저씨는 제 말에 아무 말없이 마주 잡은 손에 힘을 더 꽉 주더니 잠시 생각하곤 이렇게 말했슴다.

 

“그러니까, 자네는 가족들과 어르신들이 일종의 족쇄 역할을 하고 있고 자신이 남들에게 인정받는 어른이 된다면 그런 족쇄를 벗어나 그들을 역으로 보호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군?”

 

“..그렇슴다.”

 

족쇄..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아저씨의 말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저는 내심.. 그런 식으로 생각해온 것일지도 모름다.

 

“너무 자책하지 말게나, 나도 자네의 나이대는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었으니까.”

 

아저씨는 잡고 있던 손을 풀곤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곤 하늘을 바라보곤 생각에 잠긴 것 같았슴다.

 

“하지만 자네가 단지 지키고 싶다는 이유로 더 빠르게 나가고 싶어하는 건 과연 다른 가족들도 원하는 것일까?”

 

“..네?”

 

“자네가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들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하자, 그 대가로 자네가 다치거나 죽는다면, 과연 그 사람은 행복했을 건가. 라는 질문일세.”

 

“그건..”

 

그런.. 생각은 안 해봤슴다..

 

아저씨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희미한 미소를 짓고 말했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걸세, 나 역시 좀 더 빠르게 달려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지. 하지만 급하게 달리기만 하면 깨닫지 못하는 일도 역시 있는 법일세.”

 

아저씨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예시를 들었슴다.

 

“예를 들어 자네가, 그 리코리스라는 친구와 같은 어른이 된다면 어떨까?”

 

“으게엑..”

 

“..그건 좀 너무한 반응인 것 같지만, 어쨌든, 자네가 그녀와 같이 솔직하지 못한 성격의 어른이 된다면 과연 지금처럼 어머니께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리코리스 같은 어른이라.. 리코리스가 부모님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미지는 전혀 상상이 안 되지 말임다..

 

“그렇지, 하지만 그건 그 리코리스라는 친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닐세. 사람은 모두 어른이 되면서 밖에서 감정 표현을 하면 눈총을 받는 다는 사회의 체면이라는 이름의 옷을 입게 된다네. 그러면 감정 표현은 자연스럽게 할 수 없게 될 거야. 마치 옷을 입어버린 아담과 하와처럼 말이지.”

 

“..그렇슴까?”

 

“다른 예로 들어볼까? 예를 들어, 자네가 드라코라는 친구처럼 요즘 친구들만 쓰는 단어만 쓰고 어른들은 이해 못할 말을 하는 어른이 된다고 해보면, 자네는 지금처럼 어머님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검다. 드라코의 말은 저에게도 어렵기만 한데 인터넷을 거의 사용할 줄 모르는 어무이가 그런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슴다.

 

“그렇겠지, 하지만 자네가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된다면 이미 어른이었던 부모님과는 다른 시대의 사는 것일세.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당연하게도 그들과는 전혀 다른 어휘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들과의 괴리감이 커질수록 대화는 더욱 단절되기만 할걸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함까?”

 

저는 어무이를 지키기 위해서 어른이 되고 싶은 건데, 어른이 되면 결국 어무이와의 단절된 삶을 살게 된다면 의미가 없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조급하지 말라는 걸세, 자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막연한 환상이나, 내가 예시로 들어준 어른이 되었을 때의 막연한 두려움 모두 자네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더 좋아질 수도, 더 안 좋아 질 수도 있는 것이니, 더욱 많이 생각하고, 더욱 많이 고민하면서 살아가면, 그 땐 자연스럽게 남들이 다 인정하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니.”

 

“…”

 

“자네는 아직 어려, 내가 처음 물어봤을 때처럼 자네가 남들을 구하였을 때 자네가 다쳤을 때의 영향은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오직 돌진만을 생각하지,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 틀린 것이 아닐세,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자네가 성장했을 때의 밑거름이 될 테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며 그 자리에서, 그 자리에 있을 때만 가능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항상 생각하게나, 

 

그렇게 잠시나마 걸음을 늦추면 그제서야 자네의 등 뒤에 족쇄처럼 붙잡고 있었다 생각한 수많은 손들이 사실은 날개 밑을 받쳐주는 바람과 같이 자네를 지탱해주는 손길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걸세.”

 

아저씨는 다정한 손길로 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맺었슴다.

 

“그리고 항상 기억하게나. 지금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어른이 되는 법이라고 말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났슴다.

 

“아저씨는..”

 

“..응?”

 

“아지씨도 가족이 있슴까?”

 

순간 아저씨는 처음으로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저 역시 말하자마자 뉘앙스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어담을 순 없었슴다.

 

“으음.. 있었겠지..?”

 

“아까 아저씨가 부모님의 얘기를 할 때 굉장히 슬퍼하는 것처럼 느껴졌지 말입니다.”

 

“..그럴지도?”

 

“메이드장님께서 말해 주셨슴다! 도움을 받았으면 꼭 배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임다!”

 

아저씨는 여전히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렸슴다.

 

“이번에 아저씨께서 제 고민을 들어주셨으니, 아저씨가 원한다면, 언젠가 아저씨가 힘들 때 제가 아저씨의 가족이 되어 드리겠슴다!”

 

제 당돌한 말에 아저씨는 순간 벙찐 표정을 짓더니 이내 유쾌하다는 듯이 호쾌한 웃음을 지었슴다.

 

“그래! 그렇게 된 미래가 오기를 기대하겠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저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원을 빠져나갔슴다.

 

..생각해보니 이름도 듣지 못한 것 같지만, 어째서인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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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무이! 돌아왔슴다!!”

 

“어머 모네! 늦게까지 어딜 그렇게 돌아다닌거니?”

 

“헤헤.. 그런게 있지 말임다!”

 

“이런.. 이제 어른 됐다고 엄마한테 숨기는 것도 생기고 말이야~”

 

어무이께서는 짖궂게 웃으며 준비하던 저녁식사를 마무리 하시려고 돌아섰슴다.

 

그런 어무이의 뒷 모습을 보며 아까전 아저씨한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라.’

 

저는 곧바로 어무이의 등 뒤에서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했슴다.

 

“낮간지럽게 왜 그러실까 정말~”

 

어무이께서는 쑥스럽다는 듯이 제 손을 몇 번 두들기셨지만 밀어내진 않고 그대로 두셨습니다. 어머니의 등에 얼굴을 묻고 제 안에 이렇게나 사랑이라는 감정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뿐이었습니다.

 

아저씨의 말대로, 마냥 제가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면, 분명 깨닫지 못했을 겁니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어른이 된다는 것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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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긴지 잡설인지..

 

최근 장기 영상을 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이건 뭔 틀딱 같은 취민가 라는 생각을 하시겠지만, 사실 장기는 저에게 의미가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왜냐면 제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당시 이제 막 3살 된 여동생과 함께 집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서 시간을 때우는 것을 안쓰럽게 여긴 아버지께서 imf 이후 한참 빚에 시달리는 와중이라 놀거리를 사다줄 순 없었던 지라, 달력을 뜯어 만든 장기판과 회사 근처 목공소에서 얻은 나무 조각들로 만든 장기말들로 가지고 놀게 했던 것이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게임이었으니까요.

 

최근에 집에 돌아갔을 때 장기 영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니 아버지께서 다가와서는 ‘너 장기 영상 같은 걸 보냐?’라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 때 제가 어렸을 때 달력으로 만든 장기판 만들어주고 장기 말 만들어 준 거 기억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른 척을 했었지만, 제가 ‘그 때 장기 말을 죄다 동그랗게 만들어서 장기 말을 실제로 처음 봤을 때 완전 당황했잖아요~’라고 너스레를 치니까 그제서야 ‘그 때 어! 내가 너 손 다칠까 봐 사포질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아?’라면서 성을 내시더군요.

 

그 때, 저는 처음으로 아버지가 제 생각만큼 근엄한 사람도, 과묵한 사람도 아니라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았습니다. 단순히 자식들과 공통되는 관심사가 존재하지 않다 보니 그저 얘기를 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는 걸요.

 

한참 달리고 있는 자식들 입장에선 필사적으로 따라오고 있는 부모님들의 걸음걸이가 너무나 느려 보여서 마치 멈춰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아마 평생에 걸려서도 저희와 동일한 공감대를 가지고 얘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지도 모르죠. 부모님과 대화하기 위해선 단순히 부모님이 늦춰져 못 따라온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식들이 먼저 다가가야만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그냥 문득 들었습니다. 어쩌면 새벽에 글을 쓰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언제나 모자란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