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심까. 모네임다.
모네는 플로라 메이드 서비스에서 막내 역할을 맡고 있슴다.
플로라 메이드 서비스엔 저보다 훨씬 오래 일하신 메이드 선배들이 계심다.
못하는 게 없는 만능 메이드장님, 매운 걸 좋아하는 리코리스 선배님, 그리고... 음, 릴리 선배님이 계심다.
이분들과 함께 있을 때면 모네는 무지 행복함다! 다들 좋은 분이심다!
근데 오늘따라 조금 까칠하심다... 모네가 무슨 잘못을 한 거 같슴다.
저만 보면 고개를 돌려 버리시고, 모네한테 말도 안 걸어 주심다.
그래서 오늘 모네의 기분도 우울함다...
“모네? 방금 전에 부탁한 빨래는 다 끝났나요?
“메이드장님! 아, 그게.. 세탁기에 넣어두고 깜빡했슴다..”
“..모네. 제가 아까 말했었죠? 2시 전엔 빨래를 끝내고 햇빛에 말려야 한다고.”
“그랬슴다..”
“지금 가서 다시 세탁하도록 하세요.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죠?”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겠슴다! 맡겨주시는 검다!”
세탁기를 열어보니 쭈글쭈글해진 빨래가 보였슴다. 세제랑 섬유 유연제를 넣고, 돌리는 검다! 이제 1시간 뒤에 다시 오면 됨다. 이번엔 절대 까먹지 않겠슴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소파에 앉아있는 릴리 선배가 보였슴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거 같슴다.
..저랑 눈이 마주쳤는데 모른 척 다시 고개를 내리심다. 그럼 모네가 먼저 말을 걸어보겠슴다!
“릴리 선배님! 여기서 뭐하심까?”
“뭐노?”
......뭐노?
“개념글 가려고 바쁜 거 안 보이노? 용건 없으면 가라 게이야.”
릴리 선배님한테 스마트폰이 생긴 뒤로 말투나 행동이 좀 이상해지긴 했는데, 오늘따라 훨신 심한 거 같슴다...
“...아무것도 아님다. 지나가겠슴다..”
“아, 잠시만. 모네?”
“부르셨슴까?!”
릴리 선배님이 모네를 불러주셨슴다! 역시 방금 말은 진심이 아니었던 검다..!
“혹시 사진 한 장만 찍을 수 있겠노? 이거 딱 개념글 각이다 이기.”
“..아, 뭐, 마음대로 하시는 검다..”
“딱 좋노. 사진 한 장 찍고, 제목은... 「펭귄 모네한테 메이드복 입혀봤다. ㅁㅌㅊ?」“
“릴리 양, 지금 뭐 하시는 거죠?”
“보면 모르노? 그야.... 메이드장님?”
어느새 제 뒤에 메이드장님이 와 계셨슴다. 릴리 선배님이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슴다.
“하라는 청소는 안 하고 어디 숨어있나 했더니, 또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있었나요?”
“저기, 메이드장님. 이게 그 개념글 스택을 쌓아야 나중에 게이트가 열렸을 때 그만큼 치트 능력을 각성할 수 있는..”
“....따라오세요. 오랜만에 단둘이서 면담 좀 하죠.”
“아야야! 메이드장님! 귀 떨어져요! ...이것도 념글 각인데. 으슥한 곳에서 핑챙 에로 메이드한테 조교 당한 썰 푼다.. 악! 죄송해요! 악! 아악!”
순식간에 메이드장님이 릴리 선배님을 끌고 사라지셨슴다.. 메이드장님 표정을 봐선 릴리 선배님 오늘 큰일난 거 같슴다..
아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님다. 세탁기 끝날 시간이 거의 다 됐슴다!
이번엔 까먹지 않고 빨래를 마쳤슴다. 햇빛 쨍쨍한 곳에 널기까지 했으니 완벽함다! 이번엔 메이드장님도 칭찬해 주실 검다.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리코리스 선배님이 계셨슴다. 몰래 뒤에서 지켜보니 뭔가를 만들고 계신 거 같슴다. 깜짝 놀라게 해드려야겠슴다!
“리코리스 선배님!”
“꺄아아아아악!”
리코리스 선배님이 깜짝 놀라시며 손을 번쩍 들어올리셨슴다. 그 바람에 리코리스 선배님이 만지시던 식재료가 전부 떨어져 버렸슴다.
“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요리하고 있는 사람을 놀래키면 어떡해!”
“죄송함다! 저는 그냥, 깜짝 놀래켜 드리려고...”
리코리스 선배님이 잔뜩 화나신 거 같슴다, 큰일났슴다..
한참 모네를 노려보시던 리코리스 선배님은 곧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떨어진 재료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셨슴다. 과일이랑 빵, 생크림으로 완전 엉망임다.
“..저기, 리코리스 선배님. 저도 도와드리겠슴다!”
“..맘대로 해.”
한참 동안이나 쓸고 닦고 치운 끝에 겨우 주방이 원상복구 됐슴다. 하지만 리코리스 선배님의 표정은 풀릴 기미가 안 보임다.. 아까부터 모네를 힐끔힐끔 쳐다보시며 한숨을 푹 내쉬고 계셨슴다..
“....선배님. 죄송함다. 다시는 이런 일 하지 않겠슴다..”
“..아냐, 괜찮아. 재료는 다시 사면 되고, 다친 사람도 없으니까. 그래도 다음부턴 요리하는 사람한테 장난치지 마. 위험하니까.”
“명심하겠슴다.”
“그래. ..그런데 지금이 몇 시지?”
“오후 4시임다!”
갑자기 리코리스 선배님 표정이 새하얘졌슴다. 잠시 허둥지둥하던 리코리스 선배님이 급하게 할 일이 있다며 모네를 쫓아냈슴다. 아무래도 모네가 또 무슨 잘못을 한 모양임다..
메이드장님이랑 릴리 선배님은 아직 보이지 않았슴다. 리코리스 선배님은 바쁘다며 부엌에 못 들어오게 하심다. 평소엔 시끄러운 저택이 너무 조용한 거 같슴다...
마당에 물을 뿌리고, 뽀송뽀송하게 마른 빨래도 걷고, 활짝 열어놓은 창문도 닫았슴다. 원래는 이쯤에서 메이드장님이 하나하나 검사하시지만, 오늘은 메이드장님이 안 보이시니 모네가 검사하기로 했슴다!
창문 몇군데가 열려있었슴다.. 역시 모네는 아직 실수투성이임다..
커튼 너머로 해가 지는 게 보였슴다. 붉은색 노을이 정말 예쁨다. 메이드장님이랑 선배님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슴다!
복도를 달려나가다가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아버렸슴다. 메이드장님이 저녁 준비를 끝내고 선배님들이랑 모네를 부르고, 릴리 선배님이 컴퓨터를 하느라 내려오지 않자 메이드장님이 끌고 내려오시고, 리코리스 선배가 몰래 고춧가루를 뿌리다가 들키고.
그런데 지금 저는 혼자였슴다. 아무도 저와 함께 있어주려 하지 않았슴다.
문득 시계를 보았슴다. 오후 6시.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슴다.
주방으로 내려가보니 불이 꺼져있었슴다. 리코리스 선배도 저 몰래 어디론가 가버린 거 같슴다. 살짝 눈물이 날 거 같았슴다. 그치만 참았슴다. 훌륭한 메이드는 이런 일로 울면 안 되는 법임다.
혼자 있기엔 너무 어둡슴다. 조금 허우적대다가 스위치를 찾았슴다. 불이 들어옴다-
펑! 퍼펑!
“생일 축하합니다, 모네.”
“생일 축하해, 모네!”
“서프라이즈! 깜놀 했습니까?”
“우와앗!”
다들 주방에 숨어 있었슴다! 어디 가셨나 했더니 전부 여기에 계셨던 검다!
“미안해요. 모네. 그치만 릴리가 모네를 깜짝 놀래켜주자고 해서... 모네, 설마 울었나요?”
“모네 울었어? 눈이 좀 빨간데? 너 때문이잖아, 릴리!”
“그러는 리코리스도 완전 개꿀잼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미안해요, 모네. 제가 좀 심했나 보네요.”
“아, 아님다! 모네 운적 없슴다! 완전 쌩쌩함다!”
“목소리도 조금 잠겼구만 뭘. ...저기, 나도 미안해.”
당황한 저를 메이드장님이 다가와 꼭 안아 주셨슴다.
“미안해요, 모네. 다시는 이런 장난치지 않을게요. 모네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한 제 잘못이에요.”
“아님다, 모네는 정말 괜찮슴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됨다!”
기껏 모네를 위해 다들 힘써주셨는데, 이대로면 서프라이즈가 엉망이 되고 맘다! 그때 리코리스 선배님의 뒤로 커다란 케이크가 보였슴다. 무려 3층짜리 케이크임다!
“리코리스 선배님! 혹시 아까 주방에서 만들던 게 저 케이크임까?”
“맞아. 중간에 누가 놀래키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지만 말야.”
“아하하.. 그래도 무지 맛있어 보임다! 완전 대박임다!”
다행히도 모네의 방법이 통한 것 같슴다. 축 처지던 분위기도 다시 활기차졌슴다.
메이드장님이 케이크에 초를 꽂아 주셨슴다. 릴리 선배님이 불을 붙여 주신 뒤엔 다 같이 노래를 불러 주셨슴다.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dear my friend.
Happy birthday to you.
노래가 끝나고 초를 분 뒤 리코리스 선배가 케이크를 잘라 주셨슴다! 비록 중간에 새로 만드느라 과일도 장식도 없었지만 모네에겐 최고로 맛있어 보였슴다! 빵 사이사이 발려진 빨간 과일잼과 생크림이 무지 먹음직스러워 보임다!
“이걸 정말 4시부터 만든 건가요? 리코리스도 요리 실력이 대단하네요.”
“솔직히 나도 시간에 못 맞출 줄 알았어. 여분으로 남겨놓은 생크림이 없었으면 실패했을 거야.”
“어서 먹어 보시죠, 모네. 원래 생일인 사람이 가장 먼저 먹어보는 법입니다.”
“다들 너무 감사함다! 모네는, 지금 최고로 행복함다! 그럼 먹어 보겠슴다! 아-암.”
케이크를 크게 잘라 입안에 넣었슴다. 부드러운 생크림이 입안에서 마구 퍼짐다! 그리고 부드러운 빵과, 사이사이 매콤한 잼이 흘러내리며...
매콤한?
“......”
“모네?”
“브웨에에에에엑.”
“모네? 모네! 정신 차려요! 큭, 지독한 냄새...! 리코리스, 대체 이 시뻘건 소스는 뭔가요?!”
“...어, 그게, 남은 잼이 하나도 없어서 내 특제 소스를 넣었거든. 약간, 약간 매운 정도로... 많이 매운 건 아니고. 이상하다, 맛있게 먹을 줄 알았는데..”
“제가! 음식에! 장난치지 말라고 했죠!”
“념글각이노. 「게이트 열린 거 같다.. 눈앞에 좀비 나타남.. 게이들도 상태창 빨리 외쳐라」...”
빠악-!
“악!”
“이 상황에 그러고 싶나요?! 휴대폰 부숴버리기 전에 당장 119부터 불러요!”
“구웨에에엑. 어머니, 아부지, 사장님.. 살려주시는 검다.. 꼴까닥.”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매운거 안 먹일게! 죽으면 안 돼, 모네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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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 써본 창작글에 다들 응원 많이 해주신 검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슴다.
봐주셔서 감사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