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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사이드 팬픽 - 약속(約束) - 01

카운터사이드 팬픽 - 약속(約束)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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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이 즈음이었던가.. 계속되는 순환과도 같이 찾아오는 그 느낌. 왠지 모를 그리움. 다시 찾아 기뻤던 순간 그리고 예정될 헤어짐. 


'당신만을 사랑해... 영원히 약속할게..'

'나도.. 당신만을 사랑해..'


"하! 어이도 없는 삼류 사랑이구나!"


 와그작. 와그작. 감자칩을 우물우물 거리면서 의자에 앉아 스크린 속 남녀를 보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로자리아 르 프리데. 군청빛 머리칼과 아담한 체형을 가진 소녀는 폴른호크로 불리는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다.


"내가 작가였다면 조금 더 비극적이면서도 애잔한 마무리를 지었을텐데 말이야. 너무 뻔한 전개란 말이다!"


 감자칩의 염기가 남은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스크린을 향해 외치는 소녀는 한창 사랑에 빠진 아가씨와 같은 심정으로 작가를 비판하고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은 인정할만 하군. 마지막을 위한 빌드업도 허술하고 말일세."


 그 옆에서 같이 스크린을 보고 있던 고철덩어리. 그 기계는 그녀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한다.


"그래! 그래. 말이 좀 통하는구나? 시커먼 깡통!"

"나는 시커먼 깡통이 아니라 '머신갑'이네. 당신의 고용주에게 무슨 언사인가."

"로하하핳! 그래! 잠시 잊고 있었구나. 우리의 고용주! 깡통!"


 해맑게 웃는 소녀의 목소리에 깡통. 아니 '머신갑'은 이내 다그칠 것을 포기한 듯. 똑같이 웃고 있었다. 이윽고 그 웃음은 어떤 소음에 의해 멎었다.



똑똑.


"부사장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나."


 또각또각.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성. 깔끔한 OL룩에 왠지 모를 취향의 코트 걸치기. 그리고 한쪽 눈의 안대. 로자리아도 그녀도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에 한 번의 눈빛 교환으로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난 것처럼 보였다.


"회사 상층부의 기밀입니다. 관계자 이외엔 나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도 끝났고 슬슬 돌아갈 시간이구나. 그럼 다음 기회에."


 하늘에 떠있는 의자는 그대로 열려있던 문을 향해 날아갔고, 얼마 지나지않아 로자리아는 그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제법 급한 발걸음을 한거 같군. 부사장."

"상당히 급한 상황인데 지금 '마왕'이랑 TV 드라마를 보신게 아니리라 믿겠습니다. 사장님."

"크흠.. 그건 나름대로의 그..."

"아는 것은 모두 다 아시는 사장님이시니 나름대로의 이유는 다 있으시겠죠."


 부사장. 이수연은 자신이 적대하던 마왕이 왜 자신의 회사 사장실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믿는 사장을 믿을 뿐이라는 생각뿐. 사장실 책상 위에 서류철을 얹으며 짧은 한 마디를 꺼냈다.


"관리국 카운터 아카데미에서 이상기류가 발견되었습니다."


"...네헤모스인가."


 머신갑은 해질녘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네..헤..모스?"

"아. 아무것도 아니라네. 부사장. 늘 그래왔듯 유미나 양을 위주로 체크하면 고맙겠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부사장. 이수연은 사장실을 나갔다.


"그래..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로자리아 르 프리데. 진명 아스모데우스. 그녀는 '마왕'이다. 세상이 멸망하는 징조가 보일 때 발현되는 '이터니움'. 그 이터니움의 출현은 '클리포트 게임'이라 불리는 멸망을 앞둔 최후의 싸움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 클리포트 게임에서의 한 축을 맡는 존재들이 마왕이다.


 마왕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저마다의 차원과 계기를 통해 마왕으로의 각성을 하였으며, 그 마왕들은 클리포트 게임이 발현되는 세계로 자연스레 흘러들어온다. 연속된 순환에서 클리포트 게임은 세계의 소실과 그것을 막기위한 싸움으로만 치부되어 본연의 목적을 망각해가기 시작했고, 마왕의 탄생과 죽음의 반복으로 그 진실을 인지하는 마왕 또한 드물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로자리아는 오랜 세월 클리포트 게임을 참가했던 마왕이기에 클리포트 게임에 대하여 알고있는 몇 없는 존재이다.



"돌아오셨습니까? 주인님."


 폴른호크 사무실이라 적힌 명패가 달린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로자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시종. 별 문제는 없었겠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문제가 너무 없어서 월세가 빠듯하지만 말이죠."

"그러냐? 그것은 힘들겠구나. 깡패는 어디있지?"

"주인님. 저 '도마'의 동생에겐 깡패가 아닌 '유마'라는 아주 귀여운 이름이 있습니다. 유마는 잔업 이후 취침 중 입니다."


 로자리아는 도마의 어프로치를 받으며 늘 앉던 자리에 의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맞은 편에 세팅된 침대로 몸을 옮겼다.


"주인님. 최근들어 돌아오시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으신데, 혹시 코핀컴퍼니라는 곳에서 있었던 것입니까?"

"그래. 심심하기도 했었고, 마침 필요한 일이 있었고 말이다."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감히 물어보아도 되겠습니까? 큰 스크린으로 드라마를 보러가신 것은 아니겠지요? 주인님."


"시종 주제에 꽤나 집요해졌구나. 좋아. 특별히 알려주도록 하지. '늑대'를 지켜보기 위해서 간 것이니라."

"심기 불편케하여 죄송합니다. 주인님. '늑대'라 함은 예의 그 발키리..."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새끼늑대'에 대해서도 말이지."


"'새끼늑대'... 주인님께서는 그 자가 신경쓰이시는 것입니까?"

"그래. 최근 그 새끼늑대 근처에 '무언가' 엮인 것 같더구나."

"'무언가'라 하심은..."


"'구세주병에 걸린 등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로자리아는 이불을 덮으며 누웠고 가벼운 손사래 짓과 함께 사무실의 불은 꺼졌다.


"평온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주인님."


 도마는 그런 그녀를 뒤로한체 자리를 떴다. 로자리아는 그녀의 심복인 프레데릭 도마에게 한 가지 알려주지 않은 사실이 존재했다. 로자리아가 코핀컴퍼니와 계약을 체결했을 때에 표면상 목적은 '발키리 힐데'에 대한 감시 및 그녀가 키우는 '새끼늑대'. 유미나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부사장 이수연의 뒤에 존재하는 의문의 존재. 그의 밑으로 클리포트 게임을 대응하기 위한 '도구'들이 모여드는 현상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게임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번 게임은 시작하는 위치가 전혀 달라진 만큼 '마왕'인 그녀는 어느정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모를 그리운 냄새도 같이.."


 그렇게 로자리아는 배게로 얼굴을 감싸며 푸른빛 눈을 감았다.



- 로자리아..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오래간만이야.


"오늘은 제법 기분이 좋았는데, 너를 보니까 기분이 살짝 안좋아진거 같아."


 아무것도 없는 '허무'. 그 허무가 가득한 공간에서 로자리아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앞에는 형태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 실루엣이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 너무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이제 여섯번째... 절반 이상의 마왕이 모였어. 

"...."


-  '이번 세계'는 재미있었을까? '소중한 것'도 많이 생겼으려나?

"...."


- 어라? 평소의 로자리아라면 흥미없는 것들 투성이라고 대답했을텐데... 내 말 들리고 있는거 맞지?


 로자리아 앞으로 거대한 영압이 방출되며, 그 앞에 실루엣이 마주하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무 속에서 그 차가운 분위기는 더더욱 얼어져갔고, 로자리아는 그저 고개를 숙인 체 묵묵히 서있었다.


- 내가 믿는 로자리아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폭군'. 내 말을 잘 이해하는 '착한 아이'이니까...

- 잘.. 이해할거라고 믿어..?


 실루엣은 로자리아의 귀를 향해 속삭이듯 말을 건네왔다. 그리고 이 말을 기점으로 로자리아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제 할 말은 끝났나? 그럼.."

"꺼져."


 로자리아의 눈이 붉은 빛으로 바뀌는 순간, 실루엣과 함께 허무로 가득찬 공간에 균열이 생기며 파괴되기 시작했다. 균열이 깨지며 생기는 빛에 다시금 눈을 감는 로자리아. 이윽고 그 찬란한 빛이 사라지는 순간, 눈에 익은 천장이 그녀를 맞이했다.


"....이 세계를 어떻게 할지 정하는건 너가 아니라 바로 나야. '가짜'."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 로자리아 르 프리데는 늘 입는 스타킹을 신고서 의자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 선생님!"

"어.. 아. 미안하구나."

"선생님.. 평소랑은 다르게 피곤해보이세요..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잠을.. 제대로 못잔거 같구나. 미안하다."


 아름다운 은발을 지닌 이국적인 소녀, 가은은 오늘따라 피곤해보이는 선생님. 아니 사장님을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피곤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걱정거리가 있었던 것인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에 가은은 되려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사장은 알아차린듯 가은의 머리를 쓰담아주었고 이내 그녀는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가은의 행복한 시간. 그 시간 속에서 그녀는 찬란하게 만개한 꽃과 같이 화사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인터넷방송에서 있었던 일부터 하트베리 맴버 간의 이야기까지 때로는 부끄러워 말하기 싫은 것도 '이 사람'이 해주었기에 가능한거란걸 말하듯. 나중에 말못해 후회치 않기위해 열심히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말이죠 선생님~ 어라... 벌써 시간이.."

"슬슬 돌아갈 시간이구나."


가은은 '돌아갈 시간'이라는 단어를 듣자 너무 아쉬운지 볼과 입술을 뾰로통하게 부풀리고 있었다.


"돌아가기 싫은데..."


그런 가은의 머리를 사장은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다음주가 있잖아? 그리고 이나씨를 기다리게하면 안되지?"

"그렇죠. 다음주가 있었죠. 다음주에도 꼭 만나는거에요 약속하는거죠? 선생님?"

"그래그래. 조심히 돌아가렴."


 가은의 웃는 얼굴을 보며 배웅한 이후 다시 사장실에 들어온 사장은 무언가의 인기척을 느꼈다. 알 수 없는 인기척에 순간 경계심을 가졌으나, 이내 자신의 눈에 비친 청년이 자신의 딸과 말다툼을 하는 것을 듣곤 경계심을 풀었다.


"그러니까! 그 자리는 아빠 자리라니까! 비켜!"

"하하. 천하의 관리자님에게 이런 이쁜 딸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육익(六翼)의 리더. 나유빈은 앉아있던 사장석에서 일어나 사장을 맞이하였다. 평소에 들고 다니는 펄스 블래스터를 놓고 온 것으로 보아 전투의지는 없어보인다고 사장은 판단했다.


"그거야. 나에게 자식복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겠나."

"저도 이런 귀여운 딸이 있었으면 좋았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이수연 부사장이랑 다시 시작해보는건 어떻나."

"사장님도 농담이 많이 느셨습니다. 이제 수연이랑은 안된다는 것을 잘 아시면서."


 사장은 시그마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시그마는 사장실에서 사라졌다. 사장실 앞 접객용 소파에 마주 앉자 나유빈은 다시금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제가 코핀에 온 이유는 한 가지 선전포고를 하려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네헤모스와 연이 잡혔나보군?"

"역시. 관리자님께선 뛰어난 혜안을 가지고 있으시군요."

"그래서. 어떤 선전포고를 하려는 셈이지?"


 나유빈은 자신의 팔을 뻗어 손목에 있는 워치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워치에서 나온 홀로그램이 여러 인물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중에 눈에 띄인 인물은 유미나였다.


"확실히. 우리 사원들이 보이는군. 이외에는 네헤모스와 관련된 인물들인가?"

"저희 육익은 네헤모스와 그 세계의 주민들로 구성된 조직인 '구원기사단'과 협약을 맺고 코핀컴퍼니의 사원인 '유미나'를 노리기로 이야기가 완료되었습니다."


"...클리포트 게임의 시작을 가속시키려는 것이군."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들이 어떤 생각으로 접근하는지는 아직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선전포고'라고 한 것인가."

"저와 관리자님의 '관계'는 서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최소한의 예의로 알려드리는 것이기도 하죠."


 홀로그램의 작동을 멈추고, 나유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의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자 하는 순간. 잠시 그는 멈춰섰다.


"'유미나'... 그녀는 저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것은 관리자님께서 더욱 잘 아실겁니다. 그러니까.."

"필요에 따라선 우리(육익)를 꼭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약속인겁니다."


 말이 끝난 나유빈은 그대로 사장실을 나갔다.


"여섯번째 마왕... 클리포트 게임은 곧 시작된다. 유미나의 '각성'이야말로 이 세계를 '구원'할 유일한 '열쇠'이겠지."


 관리자. 아니 사장은 품에 있던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짚인다.


'난... 이 마지막 세계를 지킬 수 있을까..'

'이 선택은 과연 옳았던 것인가..'


 환한 달빛을 가리는 안개와 같이 그저 자욱한 담배연기가 사장실에 퍼져나갔다.





※ 글싸개 코멘트 -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썼다. EP.6부터 EP.7까지의 양상과 EP.8 PV보고 급꼴받아서 쓴 만큼 이후에 설정이 본작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설정 자체가 많이 풀린게 아니라서 글싸개 개인의 취향이 섞인 설정 해석이 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부문에 있어 가볍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소재는 클리포트게임이라는 매개체로 엮인 관리자와 로자리아의 이야기다. 


이번 작품은 덜도말고 완결까지가 목표다만... 2일도 안남아서 ㅈ댄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