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클라리넷 엘 머시기가 샬롯을 한단어로 평가한다면 무지일것이다.

가문을 다시세운다는 누군가의 염원.
그저 자신의 의지를 알지 못한채로, 다만 무지하게 타인의 염원을 뒤쫓는 불나방.

그래서 클라리넷은 샬롯을 자신의 곁에 두었다.
그 무지한 불나방이 어떤 최후를 맞을까, 과연 그녀가, 스스로의 의지를 깨닳을수 있을까, 하는 단순한 흥미였다.

클라리넷은 그렇게, 생각했다.

***

"어째서...저를..살려두시는겁니까"

샬롯은 무릎을 꿇은 채로, 클라리넷에게 물었다.
클라리넷에게 묻는 그 목소리에는 수많은 감정이 뒤엉켜있었다.

"저는 결국, 늑대에게 패했습니다.."

분노.

"전하의 바램을 이루어드리지 못했습니다!..."

한탄. 자책.

"그렇다면 차라리 이 목숨을 거두어 제 충의를!"

"가엽구나"

살롯이 감정을 주채하지 못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 모습을 본 클라리넷은, 그녀의 말을 다정히 끊으며 말했다.

'너무나도 가엽구나.'

클라리넷은 샬롯을 등진채로 생각했다.

의지를 알지못했던 그녀에게.
충의를 증명하기 위해 목숨마저 내려놓으려는 그녀에게.

'아니, 그대가 꽤나 마음에 든것을 몰랐다는 스스로가.'

"가엽구나. 후작이여"

"전하..?"

클라리넷은 몸을 돌려 샬롯을 바라보았다.
전투로 인해 여기저기에서 피가흘러내리고 있는 샬롯의 모습과 함께, 저 멀리에서 유미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마침, 늑대가 왔구나."

"...."

클라리넷은, 자신의 말에 황급히 검을 쥐어든 샬롯을 뒤로하며  유미나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린늑대여, 제안을 하지."

"....무슨 꿍꿍이야?"

클라리넷은 슬쩍 샬롯을 뒤돌아보고는, 자신을 경계하는 유미나에게 말했다.

"...그리 큰것은 아니다. 내 뒤에 있는 이자는 패장. 따라서 내가 싸우도록 하마."

"전하!"

"그리고, 내가 패배한다면 네가 샬롯을 맡아줄수 있겠나?"

"전하! 비록 패배한 몸이지만 아직 사지는 붙어있습니다! 제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살롯이 가문의 마검. 사파이어 프리즌을 들어 보이며 의지를 보였다.

"닥치거라. 감히 나의 말을 끊는가."

"훗...보다시피 이런 녀석이라서 말이다. 내가 죽으면 멋대로 따라오려는 미련한 신하다"

"....."

"이런 녀석이라도 보호하는것. 그것이 군주인 나의 의무니까."

"...그 조건. 받아들일게."

유미나는 클라리넷에게서 굳은 결심을 옅볼수 있었다. 비록 적이지만, 유미나는 순간이나마 클라리넷에게 존경을 표했다.

"좋다. 피차 시간이 없는건 마찬가지. 남은 건 검의 대화로군."

"오거라. 어린 늑대여."

클라리넷이 용검. 라르고를 고쳐쥐며 말했다.

***

"졌군. 아주 완벽하게 졌도다."

클라리넷은 피를 쏟아내며, 무너진 벽의 잔해에 몸을 기대어 말했다.
유미나 또한 거칠게 호흡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내 신하를 부탁하마 늑대여."

"전하..."

샬롯은 피를 흘이는 클라리넷의 모습에 어쩔줄 몰라하며 금새 울것같은 표정을 지었다.

"가라, 후작. 이것이 내 마지막 명령이다."

"....."

거칠게 호흡을 내쉬는 클라리넷을 앞에서, 샬롯은 고개를 숙인채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후작위는 반납하고 가도록."

"그동안.....그동안 감사했습니다..폐하..."

바닥에 고인 피웅덩이에 파장이 일었다.
샬롯의 눈물이 떨어진것이다.

클라리넷은 손을들어 샬롯의 눈가를 살며시 닦아주었다.

"그래, 썩 유쾌했도다."

클라리넷이 샬롯에게 거만한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앞으로 그대의 길은, 그대 스스로 찾아낼수 있기를 빌지.'

"잘가게, 샬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