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 세트를 맛있게 먹고있는 레이첼과 달리 나는 살이 떨려 미칠 것 같았다. 저 미친 해적 새끼들을 뒤로 하고 술을 마시자니 죽을 맛인게 당연하지. 내가 산적왕 히그마도 아니고 저 새끼들이랑 맞붙을 용기가 있는게 이상했다.
"레이첼 카드 줄 테니까 밖에 나가서 햄버거 좀 사와라."
"네? 여기도 메뉴는 많은데요 아저씨?"
"미합중국에서는 당연히 햄버거를 먹어야지. 가서 블루 치즈를 얹은 수제버거로 사와. 나 다른 건 안 먹는다."
"칫 호라이즌한테 이를 거에요. 부당한 심부름을 시켰다고."
"그래 일러라 일러."
그 전에 내 부고소식부터 이르게 생겼는데.
일단 레이첼이라도 먼저 대피시켰다. 내 병신같은 짓에 저 아이까지 휘말리게 하긴 싫었으니까.
내 인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술을 들이키고 있는데, 그 해적새끼들의 선장... 그러니까 저 빌어먹을 새끼들의 루피인 여자가 다가왔다. 기계수집을 하는 그 기생충 미친년 말이다.
"이런 데까지 왔으면 즐겁게 마셔야지. 분위기 빠지게 뭐하는 거야? 이쪽 술맛까지 떨어지게."
지금 이게 누구 때문인데 저 씹련이....
"하 시끄럽게 마시면 쏠 거면서."
"오 정답. 보기와는 다르게 머리가 돌아가는 양반이네."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머리가 돌아가야지. 머리가 안 돌아갔으면 진작에 다 때려치고 당신들처럼 범죄자 짓이나 했을걸."
솔직히 거리낄게 없었다. 어차피 뒤질거 하고 싶은 말이라도 속 시원하게 하고 뒤지는 편이 낫지. 아니 정말 뒤질 각이 확실하게 보인다면... 강민우 아저씨 가방에서 뽀려온 소이탄 들고 저새끼들 몇명은 길동무로 데려갈 거다. 보니까 술 마신다고 잘나빠진 로봇처럼 생긴 슈트도 안 입고 온 모양인데.... 그러면 소이탄 앞에서 너나 나나 평등하겠지.
"오 그래도 이쪽이 범죄자인건 알아보네?"
"내가 주로 얼굴 마주치는 사람들이 당신같은 인간들인데 모르면 사표내야지."
사표내면 호라이즌한테 진짜 물리적인 죽을 사 표가 될 때까지 뒤지게 쳐맞겠지만.
"하하... 우리같은 인간들이랑 자주 마주치면 당신도 범죄자 아닌가? 이쪽 인간이면서 자기는 다른 척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하 범죄자들이랑 얼굴 자주 마주친다고 범죄자면, 뭐 양돈장 아저씨는 돼지 인간인가?"
"아 그것도 그러네."
역시 인정이 빨라서 좋다. 그런데 왜 뒷통수가 씨발 서늘...
"그런데 그거하고는 별개로 기분이 조금 안 좋아서 말이야. 아 방금 발언하고는 전혀 관계없이 우리가 기분이 조금 더러웠거든."
지랄하네 방금 그 말로 빡친 거면서. 그런데 여기서 죄송하다고 숙이면 이 새끼들은 좋다고 내 몸을 벌집으로 만들고도 남을 싸이코 새끼들이다.
"쏴 봐."
"뭐?"
"쏴 보라고. 뭣하면 내 꺼 줄까?"
나는 주머니에서 강민우 아저씨 가방에서 뽀려온 권총 넘버 2를 꺼냈다. 넘버 1은 지금 그 카카오 대가리 새끼 군법 재판 증거물로 출두하신 찰나인지라....
"쏴 봐, 치리치리뱅뱅 몰라?"
"하 가끔 있단 말이지. 이렇게 쎈 척 하는 녀석들."
"아 그런데 물어보고 싶은 거 있는데... 니네 기분풀이 용으로 사람 쏴놓고 그거로 평생 쫓겨도 억울하지 않을 자신 있어?"
"뭔 개소리야?"
씨발 살아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알아? 내가 아주 높으신 분이랑 친한 사람이라 나 죽이면 관리국 정예가 쫓아온다던지... 아니면 내가 당신네 의장이랑 아는 사이라던지... 내 몸에 특수한 장치가 있어서 나 죽이면 그 즉시 뭔가가 터진다던지... 자신있어?"
"어 있는데."
기계수집가는 아무렇지 않게 내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고작 그 정도 깡도 없어서는 해적질 못하지. 당연히 자신 있는데?"
아 있으시구나. 이 개좆같은 해적 새끼들. 어디선가 대포알에 탄 해군대장이 날아와 이 개새끼들을 조져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잠시 했다. 하지만 이 개좆같은 현실이라는 새끼는 언제나 그랬듯이 보기 좋게 나를 배신했다.
"자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유언은?"
"나 어릴 때 해적이 나오는 만화를 자주 봤는데... 그때부터 해적 때려잡는 새끼들을 응원했거든? 생각해보니까 오늘을 위해서 그랬던 거 같아."
나는 즉시 가방 속에 있는 소이탄을 터뜨리려고 했다. 히그마 선생님! 아카이누 대장님! 이순신 장군님! 좆같은 해적 새끼들을 떄려잡을 수 있도록 제게 힘을...!
"이런... 제 친구랑 문제가 있으신가 본데요?"
어 이 목소리는... 설마...
"문제가 있으시면 저랑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시겠어요?"
다크히어로 나유빈이었다. 어 그런데 이 인간이 왜 여기있지? 아니 기계수집가부터 시작해서 한가닥하는 양반들이 다 왜 이 동네로 쳐 모여드는거야. 천하제일 무술대회라도 열리나.
"하.... 보니까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이 있으신 카운터같은데... 오늘 어디 세상이 넓다는 교육을...."
아무래도 그 전에 니네가 저승문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할 거 같은데. 그때, 기계수집가의 주머니 속에서 알람소리가 울렸다.
"아 슬슬 소집 시간이군. 그 애늙은이가 시간에 의외로 철저한 자식이라 늦으면 얼마나 핀잔을 줄지... 쯧, 운 좋은 줄 알라고. 사랑하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살았다고 전화도 좀 하고, 종교가 있으면 제대로 감사 기도 드리고 자라."
아무래도 그건 니네가 해야할 거 같은데...
그 해적 새끼들이 떠나자 나유빈은 웃으면서 새 잔에 술을 따라서 들이키고는 말했다.
"꽤나 술 취향이 올드하시군요. 조니 워커 블루라니. 아직도 이런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는지 몰랐어요."
내 술 취향이 어떻던 지가 무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네...?"
"얼마 전에 아주 값어치 있어보이는 손목시계 하나 얻지 않으셨습니까?"
그 좆같은 마피아 새끼들 때문에 내 인생이 제대로 꼬여버린 모양이다. 그 새끼들이 그 시계 보관을 잘만 했어도 내가 그걸 뽀리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저주할테다 마피아 새끼들.
"아뇨 모르겠는데요."
일단 잡아떼고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