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그래서... 본인이 멋대로 계약을 맺었으니 회사더러 출격해달라..."

"그런 말인가요?"




유미나

"그.....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들이 있지만..."

"요악하자면... 맞아..."




이수연

"하아...."

"신입 교육에 소홀하다 싶었더니 결국 이런 문제가 터지는군요."

"스승님!! 스승님!!! 당장 이리 와봐요!!"




힐데

"왜??"




이수연

"신입 교육 어떻게 시킨 거예요??"

"멋대로 회사 이름 팔고 다니잖아요."




힐데

"뭐, 뭐라고...??"


"제자놈아!! 제자놈아!!!"

"이리 와봐라!!!"




주시윤

"뭔가요, 스승님?"




힐데

"신입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멋대로 회사 이름을 팔고 다닌다잖아!!"

"내가 쪼였어!!"




주시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내리갈굼인가요?"

"저도 미나 양 부르면 되나요?"




이수연

"아무튼, 미나 양."

"입사하자마자 휴가 쓰고 놀러 다니는 거야, 잘 몰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이름을 멋대로 팔고 다녀요?"

"사고를 쳐도 정도라는 게 있습니다."

"게다가 CIA라니..."


"미나 양은 아직 업계 경력이 짧아 잘 모르겠지만..."

"이 바닥에서 정보부 놈들이란 상종하면 신세 망치기 딱 좋은 재해, 역병, 파랑새 같은 겁니다."




주시윤

"파랑새는 찾으면 좋은 거 아닙니까?"

"못 찾아서 나쁜 거지."




이수연

"스승님.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예요??"

"이젠 시윤 군마저..."




힐데

"조용히 해, 제자야!!"

"내가 까이잖아!!"




주시윤

"..."




유미나

"아니... 그게 이쪽도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서..."




핀리

"잠깐."

"여기선 내가 얘기하는 게 빠르겠군."




이수연

"그쪽은 누구시죠?"




핀리

"댁네 사원에게 일을 부탁한 재해, 역병, 파랑새지."

"중간에 낀 말단 사원을 괴롭히는 것보다는 직접 이야기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지 않겠소?"




이수연

"좋아요."

"하지만 이 업계에도 룰이라는 게 있습니다."

"미나 양이 무슨 약속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계약은 무효예요."

"완전히, 총체적으로, 일말의 여지 없이!!"




핀리

"그거 안타깝군."

"이미 선급을 입금했는데... 계약이 무효라면 그건 어떻게 되는 거요?"




이수연

"지금 바로 환불해드리죠. 입금된 계좌로 돌려드리면 되겠죠?"

"마침 저희 회사가 최근에 재정적으로 꽤 안정된 상태라서요."

"이따위 돈 몇 푼으로 저희 회사를 쥐고... 몇.. 푼..."


"....어??"

"응????"

"뭐, 뭐야!! 이 정신 나간 액수는?!"




핀리

"아쉽군. 내 30년 경력을 통틀어봐도 이 정도로 파격적인 제안은 처음인데 말이오."

"거기다 이번 의뢰는 비공식 작전이라 세금 한 푼 떼어가지 않는 순수익일 텐데..."

"정말로 아쉽지만 그게 업계 룰이라면 어쩔 수 없지...."




이수연

"스승님!! 왜 업계 룰 같은 소리를 하세요!!"

"조용히 하고 계세요!!"




힐데

"뭐,, 뭣?? 내가??"

"나 안 그랬어!!"

"나 조용히 있었어!!"




이수연

"어휴... 방금 스승님이 옆에서 바람을 넣는 바람에..."


"업계 룰 따윈 그냥 참고사항일 뿐이죠."

"저희 코핀 컴퍼니는 언제나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힐데

"..."




핀리

"환불은?"




이수연

"환불 따윈 없습니다."

"낙장불입, 일수불퇴, 복수불반분. 입금된 의뢰는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완수합니다."




핀리

"다행이군. 합중국은 귀사의 도움을 잊지 않을 거요."




이수연

"어휴, 처음 뵈었을 떄부터 남다른 기상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애국심이었군요."

"저희 코핀 컴퍼니는 언제나 팍스 아메리카나에 이바지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성조기여, 영원하라 라도 열창할까요?"




유미나

"뻔뻔해...."




에이미

"사람들은 사업하면 다 저렇게 바뀌는 건가..."




유미나

"사업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은 원래부터 저런 사람이었을 거야."

"아마도..."




이수연

"뭘 꾸물거리고 있어요?"

"다 들었잖아요."

"당장 집합!! 밥벌레들!!"




힐데

"내가 안 그랬는데...."




주시윤

"...저 오늘 컨디션 난조인데 휴가 좀 써도 됩니까?"




이수연

"무기한 휴가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만."




주시윤

"죄송합니다."




이수연

"아무튼 이달의 우수 사원께서 회사의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이에 본사는 전력을 다해 해당 요청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니 당장 출격 준비!!"




힐데

"우수 사원?? 그런 게 있었나??"




주시윤

"그럴 리가요. 우수하면 애초에 이런 곳에 왜 오겠습니까?"




이수연

"어휴, 입 다무세요, 밥벌레들."

"미나 양이 휴가 중에 회사에 헌신하는 마인드로 월척을..."

"아니, 계약을 물어왔습니다. 당연히 우수사원 아니겠습니까?"




힐데

"...아까는 멋대로 휴가 나갔다면서 감봉에 시말서 쓰게 하겠다고 해놓고..."




이수연

"스승님이 늙어서 잘못 들으신 겁니다."




힐데

"진짜 들었는데!!"




이수연

"잘못 들으신 거라구요."

"미나 양 같은 우수사원에게 시말서라뇨? 가당치도 않은 일이죠."

"아니면 시말서, 스승님이 쓰실래요?"




힐데

"미안..하다.."

"내 귀가 나쁜가 보다..."




주시윤

"스승님. 포기하세요."

"이미 부사장님의 눈이 돈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말을 해도 안 들을 겁니다."




이수연

"역시 미나 양...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여기 있는 누구랑은 다르게..."

"언젠가 큰일을 해낼거라고 말이죠."

"제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렇게 증명되었군요."


"뭐하십니까, 여러분?"

"코핀 컴퍼니의 모토는 신속, 정확!!"

"고객님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빨리 출발하세요!!"




힐데

"일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