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 Episode 8: 힐데의 입장에서 : https://arca.live/b/counterside/43839974


 지난번에는 힐데를 중심으로 입장을 정리를 해 봤지.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나유빈의 입장에서 상황 정리를 해 볼 거야. 동시에 관리자와의 관계도 함께. 감정이나 개인 사정같은 것은 빼고 말야. 보다 담백하게 갈게. 다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설이니까 너무 믿지는 마.



 0. 관리자의 집행자


-서른 넘은 흑염룡


 내가 쓰는 글 속에 나유빈과 관리자가 '파트너'라는 표현을 썼지. 이것 때문에 둘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하는 게 아닌가- 혼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일단 그건 아냐. 그 정도로는 파트너라 할 수 없지.


 작중 내용들을 보면 마치 나유빈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지. 목표를 위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달리는 것 같아. 테러를 일으키고 클리포트 인자를 훔쳐서 뿌리고. 주시윤을 꾀어내려 하질 않나 마왕과 동맹을 맺질 않나. 이제는 아예 코핀 본사까지 때려부수지. 행동만 보면 악역 그 자체야.


 하지만 이건 관리자도 마찬가지야. 둘은 마냥 선한 존재인 것은 아니거든.


 그저 대안이 없는 상황을 두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이야.



 현재 육익/나유빈은 정확하고 확실하게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기관은 아냐. 대사를 들어보면 둘은 관리실패 이후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어. 그러니 육익은 나유빈의 자체적인 판단 하에 움직인다고 봐야 해. 그래서 얼핏 보면 관리자나 코핀과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 또 관리자도 이 템포에 못 맞추는 경우가 간혹 있어.


 하지만 우리는 이 육익이 꾸미는 일을 좀 상세하게 봐야 해.

 그 과정과 결과,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그러면 결과적으로 한 가지 답이 나와.


 바로 '나유빈이 폭주해도 관리자가 이득이다'라는 거지.



 육익의 계획과 관리자의 행동/자세를 보면 서로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코핀과 육익은 겉으로는 적대한다고 하면서 단 한번도 서로의 계획에 태클을 건 적이 없어. 오히려 서로- 관리자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육익의 계획에 어시스트를 넣어. 그리고 결과물은 서로라고 할 것 없이 알아서 챙기지.

 어차피 이들은 니 것이 내거, 내 것이 니꺼거든. 



 그러니까 둘은 파트너야.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은 거지.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거야. 이를 위해서 관리자는 수많은 자료와 장비들을 나유빈에게 넘겨줬어. 나유빈은 그런 관리자의 의도에 따라 아주 잘 움직여주고 있는 거야. 또 관리자 역시 그런 나유빈이 꾸미는 일에 발을 잘 맞춰줘.

 이게 사실상 육익/나유빈이 관리자의 또다른 대리자이자 제2의 코핀. 관리국 제2지부인 이유지.


-코핀 동사무소지사 나유빈


 축구로 비유하면 나유빈이 스트라이커, 관리자가 주장(감독) 겸 백업이라 할 수 있겠지. 공을 계속 나유빈에게 돌려. 그리고 힐데는 골키퍼 쯤 되는 거야. 이들- 관리자는 골만 넣으면 돼. 나유빈이 홀로 거칠게 독주하든 말든, 잘 보조만 해 주면 되는 거야. 어쨌든 목표- 골만 들어가면 되거든.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의미가 없지. 모든 것은 증거와 증명이 될 때 가치를 가지니까. 이제 하나씩 그 근거들을 살펴보자고.



 1. 관리자 임명



-기사 서임식


 관리자가 오래전부터 나유빈을 주의 깊게 봤다는 것은 여러 에피소드에서 나와. 과거 메이즈 이벤트 때도 보면 관리자가 나유빈에게 자료들을 주고 있었다는 게 보이지. 심지어 따로 불러 2급 관리자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을 보면, 관리자는 이 나유빈이라는 인물의 판단력과 행동력, 세계관에 어느 정도 이상으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지. 참고로 관리자가 제 1 관리 대행자야.



 관리자는 단순히 유빈이 대적자라는 힘의 이유로 이런 자리를 제안하진 않았을 거야.

 애초에 관리자가 힘이 필요한 자리도 아니지. 그것보다는 보다 넓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해.

 그리고 당시 관리국에서 그런 시야를 가진 인물이 유빈이었어. 당시 전대장급들- 힐데나 이수연 등은 이럴 인물이 아니지. 다만 이 당시 유빈은 펜릴 소대에 대한 애착 때문에 이 제안을 거절해. 하지만 관리자는 계속해서 유빈을 주시하고 있었어. 관리자로써 능력이 되는 인물인지 말야.


 

 그래서 관리 실패 이후 관리자는 이것보다도 한 발 더 나가.

 관리자는 유빈에게 말도 없이 정보관리 등급을 '관리자 등급'으로 올려버리고 구 관리국의 유산들을 아낌없이 제공해. 수많은 정보와 기밀 자료들을 다 보여주고 자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장비와 기술들도 넘겨버려. 


 마치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식으로 이것들을 전달해 준 뒤에는 일체의 터치나 제제도 하지 않아. 여기서 눈치가 꽤 있는 유빈은 관리자의 의도를 깨닫지.


 관리국의 장비. 관리국의 자료와 정보. 관리등급의 프리패스.

 이게 무슨 의미겠어. 여기서 관리자는 사실상 나유빈을 제2의 관리자로 만들어버린 거야.



 나유빈이 이런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을 리가 없어. 나유빈은 제공된 기밀정보와 자료들을 조합하여 관리자의 의도와 목표를 이해하지. 나유빈은 관리자의 시선을 같은 높이에서 바라본 거야. 

힐데와는 다르게- 그는 관리자의 입장을 확실하게 바라본 인물인 거지.


 그래서 관리자와 나유빈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높이가 엇비슷해. 둘이 벌이는 일의 방식이 비슷한 건 이유가 있어. 동시에 그의 심정도 다소 이해해. 이건 힐데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높이지. 



 이렇게 되면 관리자는 굳이 나유빈에게 많은 명령과 설명을 할 이유가 없어.

 그는 관리자가 하려는 모든 것을 알고 의도를 파악한, 관리자와 같은 사람이야. 어떻게 보면 분신이지. 유일한 활로를 본 나유빈은 알아서 잘 모든 결과가 같은 곳으로 향하게끔 만들 거야.


 축구로 치면 뭔 짓을 하든 골을 넣으면 이긴다는 것을 깨달은 거지.

 나유빈의 목표는 구 관리국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아. 세계 평화/인류 생존이지. 방식만 다소 달라진 거야. 이것도 관리자랑 똑같아.



 정리하자면 결국 이수연 뿐만 아니라 나유빈도 관리자의 동료야. 힐데의 두 제자 모두 관리자의 파트너인 거지.


 내실과 정보, 핵심 인물들을 관리하고 관리자 개인의 어시스트를 도와줄 파트너는 이수연. 계획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행동으로써 진행시킬 파트너는 나유빈인 거지.



 둘은 결국 돌고 돌아 같은 입장인 거야.

 서로 서 있는 위치와 일이 다를 뿐 이 둘은 관리자가 믿고 일을 맏기는 대상들이지. 힐데와는 달리 말야.






 2. 행동 패턴(리플레이서, 아카데미, 주시윤 납치 건)



-영화 '타짜': 계획의 시작은 늘 호구부터


  작중 사건이 일어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결국 육익이 배후에서 일을 꾸미고, 거기에 붙은 세력들이 이걸 사건으로 발발시키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득을 뜯어가는 것은 결국 코핀 내지 관리자야. 사실상 어떤 의미에서는 죄다 한패거리인 거야. 범죄집단이 호구고 밑작업 벌이는 흑막과 경찰이 한패인 셈이지.


 물론 그 세력들은 이걸 인지조차 못하든가, 혹은 인지해도 일시적으로 공동의 목표 때문에 협조해.

 그렇기에 계획들이 모두 한 집단이 꾸미기가 불가능한 것들이야. 잘 보면 일을 육익이 꾸미고 만들어내도 중요한 순간에 관리자가 이걸 막기는 커녕 은근슬쩍 어시스트를 넣어.


-호구 물었다


 리플레이서 신디케이트의 시작은 나유빈의 헛바람이었지.

 나유빈이 레지날드를 꾀어 내서 이전 세계의 자료와 리플레이서 룩을 보여주며 이들을 자극해. 결국 이들이 마치 자신들이 나서지 않으면 인류가 멸망할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어.


-천연두 주사 주입


 결과적으로 이들은 알아서 세계의 감기 바이러스가 되어주었지. 동시에 제공한 장비나 기술들을 응용해서 자신들만의 새로운 생산물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어. 대표적으로 얼터너티브 인자, 프로그레시브 인자를 합친 서윤이 이들 덕분에 등장했지. 클리포트 인자가 아닌 새로운 대체 초월 인자들을 개발해 낸 거야.


-리플레이서 계획의 결정체


 그리고 이를 제외한- 알맹이를 빼먹은 뒤의 잔당들은 코핀 늅늅이들의 경험치, 세계의 면역 체계 인지를 위해 쓰였어. 그 근본 프로그램(테라사이드)을 비롯한 결과물들도 모조리 관리자가 꿀꺽했지. 그리고 이제 사라져버린 바이러스를 대신하여 이걸 이겨낸 백신들(델타세븐)에게는 다시 떡밥을 던져줘. 그게 바로 '테크 레벨 5장비'였지. 


-다시 떡밥 투척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고인 거야. 이런 합작이 너무 완벽한 낚시가 서로의 암묵적 합의도 없이 벌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

 이 둘은 시야가 같아. 즉 대충 상황 꼴만 봐도 어떻게 공을 돌리고 골을 집어넣을지 보여. 힐데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 모든 상황을 위에서 보고 있거든.


-"너 왜 공 그렇게 차"


 물론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빨리 나유빈이 미나에게 접근해서 인자를 빼돌렸긴 했지.

 다만 어차피 힐데나 기겁하지 관리자 본인은 그리 큰 일도 아니었거든. 그저 나유빈이 관리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그리고 더 판을 크게 키웠을 뿐이야. 아주 다른 변수가 생긴 문제까진 아닌 거지. 관리자 말 대로 '메뉴얼대로'하면 될 문제야.



 그 뒤의 사건들도 마찬가지야. 이 둘은 말하지 않아도 기가 막히게 서로의 계획에 어시스트를 넣어.




 마왕과 그 세력이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것, 그리고 미나에 대한 접근은 아무래도 육익이 구원기사단 측과 동맹을 통해 용인하고 유도했던 거겠지. 그리고 그 미나는 관리자가 보냈어.



-왜 하필 지금?


 뭐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서로 패를 같이 보고 치고 있다는 게 뻔히 보이지.

 심지어 미나가 싸워 숙명구속구를 부수는 이 타이밍에 힐데는 고립돼.



 어떻게 봐도 이 에피소드는 육익/관리자/마왕군 세력이 합작해서 계획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 사건 자체가 일어날 수가 없어. 미나의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게임의 시작을 위해서 말야. 물론 서로 이 사이에 찍었던 방점은 다르지만- 공동을 목적인 만큼 협력이 가능했던 거지. 육익이 판을 짜고 마왕군이 주도한 판에 관리자가 어시스트를 한 거야.



-급발진 시작


 다만 이들이 협의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미나와 제물'에 관한 것이었던 것 같아. 그 뒤에 이들이 갑자기 주시윤을 향해 급발진을 당기는 것 까지는 관리자/나유빈 모두 예상치 못한 듯 보여.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유빈도 수습에 나서지. 힐데 역시 뜬금없이 납치된 제자를 구하러 나서.


 그런데 이 시점에서 관리자는 생각을 전환시켜.

 이게 어쩌면 주시윤을 꽤 부담 없이 시험에 들게 할 기회라 본 거야. 



-용이 되지 못한 뱀


 주시윤은 겉으로 보기는 매우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걸어다는 시한폭탄이야. 그것도 가장 위험한 클리포트 인자 관련 폭탄이지.

 용혈을 타고 태어난 시윤은 전생과 선조의 모든 업과 저주를 같이 담고 있어. 이걸 힐데가 어떻게든 지금껏 잘 막아두고 있었지만, 이를 인지하는 지식만으로도 오염이 시작되는 저주는 결국 언젠가 깨질 수 밖에 없지. 때문에 이수연도 '미리 처리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을 꺼냈지. 



 관리자는 이를 기각하긴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윤이 각성할 거라 확신한 것도 아니었지.

 오히려 회의적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관리자는 그 용혈을 마신 구도자가 마룡이 되는 것을 보았어. 그리고 수많은 후손들이 용의 피에 넘어가 미쳐 괴물이 되는 것을 보았겠지. 심지어 이 저주는 유전도 아닌 환생이야. 희석되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쌓여가.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이 모든 번뇌와 저주를 이겨내고 용이 될 수 있는 게 주시윤이라는 생각은 잘 안 들었을 거야. 카운터 케이스에서도 이렇게 말하지. '궁금하지 않나?' 라고 말야.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즉 관리자도 별 기대는 안하는 거야. 나쁘게 보면 언젠가는 터뜨려봐야 할 종기 같은 느낌이었겠지. 그래서 이를 알고 있는 나유빈이 주시윤을 꼬드기려 했을 가능성도 있어. 리플레이서와 마찬가지로 어차피 언젠가 터뜨려야 할 폭탄이니까. 가급적이면 자신이 보는 앞에서 터지는 게 피해가 적겠지.


-이러나 저러나


 그런데 이 주시윤을 뜬금없이 이 구원기사단 측에서 납치를 해 버려. 이건 계획에 없었지. 예상 외의 일이 벌어진 거야. 힐데는 말할 것도 없고, 주시윤도 이들에게 경고를 위해서라도 직접 나서서 쳐들어가지.



 한편 관리자는 이렇게 최강자 둘이 사이좋게 정면으로 쳐들어가고 있으니 꽤 마음이 편해.

 왜냐고? 저 둘이 가는데 뭐가 걱정이 되긴 해?



 한 명만 가도 사실 거의 결전병기 수준이야. 

 그런데 그 수준의 인물 둘이 같이 손잡고 간다는 게 무슨 의미겠어. 여차하면 통째로 뒤집어 엎어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거지. 현재 적과 아군 모두가 전력을 못 내는 상황이지만, 다소 무리를 해서 전력을 내면 이 둘은 그럴 수 있어. 심지어 '미나'가 끼어있다면 힐데는 무리를 안 할 리가 없지. 그 중요성을 아는 유빈도 마찬가지고.


-이번 기회에 던지자


 그래서 나는 관리자가 뒤를 믿고 주사위를 던질 수 있던 거라고 생각해. 주시윤의 경우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한번은 던져야 했던 도박이고 확률도 낮은 각성이였어. 일시적인 억제이자 봉인은 깨질 수 밖에 없어. 그러면 주시윤은 용이 되거나 사람으로 죽거나. 혹은 미쳐서 괴물이 되거나. 주시윤의 각성은 그런- 별 가망없는 것이었지.


 그러니까 거기서 실패해도 본전이야. 설령 용이 되어 폭주해도 거긴 적지거든. 때려부숴도 괜찮아.

 심지어 당장 그 용을 잡아 죽일 수 있는 인물이 둘이나 있어. 힐데와 나유빈이야.


-용살검의 전설


 힐데의 칼 이름은 발뭉과 그람이지. 이건 전설 속의 용살검들이야. 한 술 더떠서 장비 이름은 레긴과 파프닐. 합쳐서 드래곤 버스터(Dragon Buster). 전설 속 용살검을 쌍칼로 들고 방패 이름은 용 파괴자라니.


 이건 그냥 '용 반드시 죽인다' 수준이야. 

그러니까 주시윤이 용 될 생각은 추호도 안 하고 힐데에게 못 깝친 건 이 때문일 수도 있어. 되는 순간 죽여버릴 게 눈에 선하잖아. 


-개기면 뒤진다

 

거기다 대적자까지 끼어 있지. 누가 봐도 힐데는 극 하드카운터야. 만약 주시윤이 용이 되었다 해도 글쎄, 가망이 없지 싶어.



 한편 열쇠가 되어줄 사람, 반드시 회수해야만 하는 사람인 미나는 어떻게든 지킬 보험이 필요하지.

 그걸 누구보다 잘 알 대상들인 힐데와 나유빈이라면 못 믿기도 어려운 보험이야. 주사위를 던질 본전으로는 차고 넘친다 봐야지. 그러니 관리자는 위험 부담을 조금 안는 정도로 미나를 투입시켜.


-강화 성공


 그런데 예상 외로 각성은 대성공이었어.

 비록 상대에게 용의 피를 넘겨주긴 했지만, 주시윤은 아라한으로 각성했지. 관리자나 나유빈 입장에서는 별 기대 안한 도박에서 엄청 이득을 본 거야. 이건 단순히 전력이 상승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 둘 모두 인간이 가진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확인을 할 수 있었던 현장이야.


 인간이 과거를 이겨내고, 드디어 간절했던 이의 믿음이 보답받았어. 그 동안 잊혀졌던 희망이 되살아난 순간이었지.



 그러니 상황을 본 나유빈은 능청을 떨며 돌아가. 손해는 커녕 이득 본 상황이거든.

 결과적으로 이 계획은 다소 즉흥적이긴 했지. 하지만 잘 보면 이전과는 반대로, 관리자의 계획에 나유빈이 어시스트를 한 셈이었어.


-오히려 좋아





 3. 스트라이커는 달린다



 이번 여덟번째 에피소드는 이런 은근함도 보여주지 않아. 이제는 아주 대놓고 하지.


 이번에도 나유빈은 관리자와의 파트너쉽을 보여줘. 관리자가 다른 이들을 포섭해 움직이고 일을 벌일 사이, 나유빈은 이게 이루어지게끔 힐데를 막아서고 관리자가 할 말과 의도를 본인의 입으로 말해.




 이번 대사는 관리자와 나유빈이 비슷한 높이에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대놓고 보여준 거야.

 그러니 당연하게 둘이 공통적으로 막아야 할 대상이 딱 나오는 거야. 그게 바로 다름 아닌 힐데지.


-보호자이자 구속자


 인류를 누구보다 지키려 하지만 가능성을 믿지 않는 자, 미나와 세계를 지키려고만 하고 그럴 능력이 얼추 되는 자. 이번 사건을 모두 없던 것으로 돌려버릴 수 있는 사람이 힐데니까.


-꼬꼬마 아기들의 몸부림


 미나와 제이크가 어떻게 하든 말든. 사람들이 이 존재를 이기기 위해서 온갖 용을 쓰며 힘을 키우든 말든- 세계를 지키겠다고 혼자 날뛰어 저 허신을 없애버릴 수 있는 사람이 힐데야. 지금 관리자와 나유빈이 저 허신 따위를 못 이겨서 얘들에게 맡긴 게 아니라고. 저걸 잡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 초월적인 대상에게 저항하는 경험을 가지는 거야. 단순히 잡고 이기는 게 아니라.


 관리자나 나유빈은 오히려 일을 벌이고 시련을 세상에 줘야 하는 만큼 힐데를 막아야 해.

 그리고 이번에 관리자가 열심히 달리는 사이, 뒤는 나유빈이 막아주는 거지.

 골키퍼는 빠져있어라, 그렇게 말야.



-스트라이커는 원래 뛴다


 지금껏 봤다시피 나유빈이 굉장히 브레이크 없이, 빠꾸 없이 막 달리는 것 같아보여도 이게 단순히 혼자 달린 게 아니었지. 엄연히 관리자가 모든 걸 용인하고 암묵적인 동의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야.

 이렇게 나유빈이 막 달려도 관리자에게 해가 될 게 전혀 없었어. 애초에 그러라고 한 일이고, 어차피 둘은 목표와 시선이 거의 동일하거든. 그러니 시선이 다른 힐데와는 달리 폭주가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뛰어주는 거니까. 


-말은 거들 뿐


 설령 나유빈이 다소 선을 넘은 것 같이 거칠게 일을 진행시켜도 관리자는 상관이 없어. 얘가 골을 넣으나 관리자가 넣으나, 어차피 팀이 이기는 거니까 말야. 둘은 물 밑에서 보이지 않게 같이 노를 젓는 사이야.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적폐 세력이지.


 오히려 서로의 방해물을 적당히 잘 제거해주고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이 둘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잘 이해하고 협력해. 그러니까 내가 계속 '파트너', '하청' 같은 표현을 쓰는 거야. 진정한 파트너는 말도 필요없으니까. 그저 서로 거들 뿐이지. 이 둘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파트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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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분석에는 나유빈의 감정이나 서로의 내부적인 사정은 싹 빼고 외부적인 것만 추렸어. 그게 더 확실해 보일 것 같았거든. 사실 이것도 이미 과거에 썼던 분석과 같은 내용들이지만, 지난번 댓글들을 보니 건드리는 김에 같이 추리는 게 좋을 것 같았어. 예전에 '유빈학개론' 읽었던 분들은 또 같은 내용을 읽게 해서 미안해. 이번 것이 대충 개정판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이 글이 반드시 맞을 거란 확신은 없어. 다른 분들이 하는 이야기도 다 일리가 있다고 봐. 장문으로 댓 남겨주시는 분도 잘 읽고 있어요. 다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