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운터사이드라는 게임은 여러가지 세계관의 특징과 설정들이 여러모로 섞여 있는 게임이야.

 애초에 세계가 여러가지라는 설정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그 장르를 잘 모를 경우,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은 내용들이 나타나. 이 게임이 불친절한 게임인 이유 중 하나지.

 뭐, 동시에 나 같은 놈이 념글 가는 좋은 떡밥이기도 하지만 말야. 이번 글은 이겜 뿐 아니라 많은 게임 및 매체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조심해. 장르 특성상 혐으로 보일 짤도 있으니 주의하고 읽어줘.



-그래서 호수가 뭔데요


 이번 시간에는 그 세계관 중 하나이자 장르 중 하나인 '코스믹 호러'를 뜯어볼 거야.

 그로 말미암아 이 '오래된 공포'라는 외전과 그 집단들인 에델 마이트너학회, 기타 설정에 대해 이해를 조금이나마 해 볼 예정이야. 이번 건 사전 설명이 길어. 이 부분 양해 부탁할게.



 1. 크툴루 계통(코스믹 호러)-정보오염 개념에 대해


-게임 '데드 스페이스': 레드 마커

의식하지 못한 광기의 시작(바이러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사실 이거야.

 챈을 뒤적거리다 보니 '정보오염' 같은 개념들을 다소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어 보였어.



 하긴 '정보오염'이라는 단어만 던져두고 본다면 이게 뭔 소린가 싶지. 정보가 오염된다는 게 뭔 소리인가 싶을 거야. 또 그게 어쨌나 싶기도 할 거야. 그게 뭔데 씹덕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말이지.


 굳이 생각한다면 바이러스 먹은 컴퓨터라도 되는 건가 싶지.

 하지만 그 비유 그대로 생각해도 아주 틀린 것은 아냐. 사람이 하나의 컴퓨터라고 생각하고 들어오는 정보를 바이러스라고 생각해 봐.

 그 컴퓨터가 과연 어떻게 될까. 바이러스에 침식당한 컴퓨터는 내 것이 아니지. 설령 본인은 모를지라도 말야.


-이제부터 이 컴은 제겁니다


 이 정보오염도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해 봐.

 그 정보 하나가 모든 정보를 파괴하고 뒤틀어버리지. 그리고 그 바이러스를 심은 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여. 본인은 모르지만 말야.


-[데드 스페이스]: 블랙 마커

: 초월적 지식을 담은 죽음의 바이러스


 물론 이건 단순한 설명이고, 어쩌면 이 설정은 이것에 더 훨씬 심각한 장르를 섞은 것에서 발생한 것일지도 몰라. 더 끔찍해지는 거지.

  이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고 해도 될 거야.

 첫째는 '정보가 오염되는 것', 둘째는 '정보에게 오염이 되는 것'.

 전자는 그냥 사전적인 의미지. '정보의 과다 혹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정보 환경이 파괴되는 일'.


 트위터가 대표적인 사례지. 인터넷에 잘 나와있어.

 또 언론과 기자들의 본업 혹은 의무지. 요새는 유튭도 많은 기여를 해. 그래도 이건 그렇게까지 심각한 건 아냐.

 그런 글을 읽으면 쓴 사람을 때려 죽이고 싶은 살의는 생겨도, 뭐 진짜 사람이 죽는 건 아니니까.


 비교적 인도적인 무기나 테러라고 생각하면 심각한 건 아니지. 

 문제는 두 번째야. 정보에게 사람이 오염되는 거지. 이게 진짜 심각한 설정이야. 이제부터 설명해 볼게.




 2. 다른 차원의 존재


 이 개념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코스믹 호러' 내지 '러브크래프트 작품' 계통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해.

 대표적으로 크툴루 신화 같은 거 말야. 다들 한 번쯤은 들어 봤지? 이 겜 하는 인간 치고 덕이 부족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다들 대충은 들어봤을 거야. TRPG에서도 유명한 장르지.


-사람이 인지하는 초월적 존재


 어쨌든 조금이라도 이 계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San 수치'라는 개념을 알 거야.

 슬슬 이가 부실해지는 분들은 'San치 핀치!'같은 단어도 알 테지만, 다들 모를 거야. 다들 그렇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다들 모른다 생각하고 이미 이가 다 빠진 내가 설명할게.


-San수치 위험 증상


 이게 뭐냐면 크툴루 룰을 가진 TRPG게임에서 등장하는 스테이터스야.

 특정 지식과 정보에 대항할 수 있는 정신력을 표시한 거지. 뭔 지식과 정보에 정신력이 필요한가 싶지만, 이 세계관에서는 필요해. 왜냐면 이것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정보도 아니고, 그 존재들은 더더욱 인간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고차원의 존재들이거든.


-영화 '인터스텔라': 5차원의 개념


 이 지식의 존재는 문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야. 

그런데 그들의 개념을 하위 차원의 인간이 받아들이기는 너무 어렵지. 심지어 작정하고 악의적으로 인간을 가지고 놀기 위해 정신에 위해를 가하는 존재들도 있어.

 이에 대항할 정신력이 부족하다면, 광기에 빠지거나 폐인이 되지. 때문에 이 세계관에서는 정신력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야. 광기에 빠져서 스스로를 잃기 싫다면 말야.


-정신력 부족


 아는 게 힘이라고 하는데, 지식의 차원이 다르면 뭐가 문제냐.

 그게 감당할 수 있는 존재와 지식이 아닌 게 문제야.


 단순히 봐도 3차원의 개념을 2차원 세계에 꼴아박는다면 뒤틀리고 왜곡이 돼. 3차원의 원구는 2차원에서는 원으로 격하돼.

 그리고 1차원에서는 선으로 구겨져. 더 내려가면 점이야. 이 세계에서 그 대상이 인간이야.


-이게 당신 멘탈입니다


 2차원에 그려진 원을 구형으로 만들어보겠다고 하면 종이가 어떻게 되지?

 그 근원인 종이를 구겨야 해. 대신 원래 종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거지.


 사람 역시 마찬가지인 거야. 만약 그 사람이 그 대상을 보고 이해했다면, 그건 이미 원본이 남은 인간의 정신이 아냐. 뒤틀리고 망가진 광기의 산물이지.

 인간의 시선으로는 결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해. 이해한다면 그건 이미 인간의 정신이 아닌 거지. 고차원의 개념을 감당할 수 없는 인간의 정신이 구겨지는 거야. 이 세계에서는 모르는 게 약이야.


-게임 '블러드본': 우주의 딸 '아브리에타스'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하여 울고 계십니까."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보이면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것들이 보이거든. 그래서 인간은 대부분 이 절대적 존재들은 쳐다보지도 못해. 아는 것 만으로도 그 수준인데, 직접 봤다가는 회복이 어려운 데미지를 입어.




 심지어 이들이 정해진 형체도 없이 뒤틀린 형상을 보이는 것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이기 때문이야.

 겨우 인간적인 개념으로 이해해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원초적 공포를 넘어선 초월적 공포지.





3. 코스믹 호러의 서사



 보다시피 코스믹 호러라는 말이 요새는 좀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사실 여전히 상당한 덕력을 요구하는 장르야.

 코스믹 호러는 말 그대로 '우주적 공포'라는 뜻이지.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차원의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



 이들은 인간의 규격, 도덕, 인지, 지식으로 측정하거나 잴 수 있는 존재들이 아냐. 인간의 손아귀를 벗어나다 못해 오히려 그들의 티끌만도 못한 것이 인간이지. 우리 인간은 그들 입장에서 그저 하찮은 개미나 벌레, 아주 잘 쳐줘야 강아지 혹은 짐승에 정도에 불과해. 



 심지어 이들은 그리 아주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에서 인간을 지켜보거나 가지고 노는 존재들도 많아. 그 사실을 알아버린 것 만으로도 인간으로써는 감당할 수 없는 공포지. 내가 개미만도 못한 존재인 거야. 이들에 의해서 꼼짝없이 놀려먹히는 존재지.


 코스믹 호러는 이런 감당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일- 혹은 존재들에 대한 공포와 절망이 근간이 되는 장르야. 이건 동시에 두 가지의 절망을 의미해.

 첫째는 그들의 계획이나 정보를 알았더라도 모든 것은 손바닥 안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둘째는 이 지식들은 깨달을수록 정신이 나간다는 것이지.


-아는 것이 두렵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고.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괴물과 촉수가 보이는 등 정말로 스스로 미쳐가기 시작해.

 다른 차원의 것을 깨달아버렸으니까. 이를 버티지 못한 정신은 발광하는 것으로 도피를 해. 발광은 어디로 도망칠 수도 없는 이의 처절한 발악이지.


 심지어 이성과 감정, 인지마저도 뒤틀어버리는 이 계시와 지식들은 점차 사람을 사람에게서 멀어지게 만들어.

 이들은 점차 사람처럼 사고하고 보는 게 아닌, 다른 생명체처럼 보고 생각하게 되는 거야.


 이렇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깨달아버린 이들의 정신은 대부분 둘 중 하나야. 완전히 미쳐버리든가, 혹은 그들에게 동화되든가.

 하지만 어쨌든 간에 이들은 인류의 지식과 범위를 아득하게 넘은 초월적인 존재야. 그렇기에 몇몇 사람들은 오히려 이들을 경외하여 받들거나 탐구를 해.


-교단의 탄생


 이런 이들을 보고 그 신이 흥미가 돋거나 특정 계획이 생기는 경우, 이들에게 축복- 혹은 지식을 내려주기도 하지. 순서가 반대로 특정 유물이나 지식에서 이들의 정보나 지식을 발견하게 되어 연구하거나 신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크게 다를 건 없어. 결과적으로는 그게 그거거든. 이들은 떡밥을 콱 물어버린 거야.


 감히 견적을 재거나 감당하기도 힘든 것들이지만, 동시에 매우 경이롭고 초월적인 것들이니까. 

인간의 지식을 넘어선 물건은 신성하게 취급되고, 곧 인간의 틀을 넘어 이들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시도들마저 나타나지.


-게임 '블러드본' 등장 몬스터: '실패작들'


 따라서 이런 조직들은 자연스럽게 컬트(종교)나 재단, 혹은 연구기관의 형태를 띄게 돼. 

그러면서 더더욱 이들은 그 신과 파편들을 숭배하고 지식에 몰두해가지. 인간의 개념과 도덕 따위에서는 점차 멀어지면서 말야.


 외부에서 볼 때는 그야말로 광기에 물든 자들, 악의 조직 혹은 광신도들이지. 그렇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아. 그 따위 인간의 잣대로 감히 초월적인 존재와 지식을 감당할 수는 없으니까. 이들은 더더욱 인간의 윤리와 도덕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로지 지식을 위해 연구를 계속해.


-속았다


  하지만 매우 불행하게도, 이 모든 것은 그 신의 장난 혹은 계락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모든 것이 으레 그렇듯, 대가 없는 거래는 없는 법이니까. 돼지와 소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귀여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먹기 위해서지. 

 결국 이를 깨달은 이가 절망하며 사라져가는 것 역시 이 장르의 클리셰 중 하나지. 그리고 이 패턴을 그대로 가져온 외전이 있어. 그게 바로 '오래된 공포'야.


 이쯤 되면 내가 누구를 설명하려고 하는지 알겠지?

 바로 에델 마이트너(가아그셰블라)- 촉수 마왕님과 그 학회(에크하르트 초월지식 학회-ESPR)야.


-형용할 수 없는 이형의 존재


 이들은 크툴루- 코스믹 호러의 전개 공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세계관이야.

 지식의 호수라는 정체불명의 계시와 지식. 그로부터 나타나는 이형의 존재와 지식. 그로 말미암아 탄생한 조직과 그곳에서 초월적인 지식과 정보를 받을수록 점점 정신이 이상해져가는 사람들.



 그 정체불명의 호수에 집착하고 어느새 침식되어가는 사람들.


 

 진실을 깨달은 이의 처절한 발악과,



이들을 놀리듯 주위에서 속삭이는 지식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인간의 도덕 개념과 동떨어진 채 오로지 연구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스스로 깨닫지 못한 정신 이상.



그리고 모든 것이, 결국은 한 절대적 존재의 장난이자 계획에 놀아난 것에 불과하다는 결말까지도.


 이 외전은 이런 코스믹 호러의 장르적 서사를 그대로 차용해서 만들어진 거야.

 나중에 나온 대마녀의 유산-유나 각성 이벤트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는 표현, 그리고 오염된 공간이 이러한 설정을 더욱 확실하게 못을 박았지.


-보고 닿는 것으로도 끝장





 4. 레지나는?


 하지만 이런 학회 속에 '레지나'라는 존재는 다소 변칙적이야.

 일반적으로 이런 순진하고 인간적인 애가 거닐 수 있는 세계가 아니거든. 심지어 그걸 저 끔찍하고 초월적인 존재가 하인 코스프레를 하는 경우는 더더욱.


-얘가 호러?


 결론적으로 레지나는 오히려 이 에델보다 밝혀진 게 적어.

 에델의 개인적인 장난감인 건지, 혹은 더 큰 계획의 부분인 건지. 아니면 그저 취향의 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아.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찾는 다른 마왕들처럼 말야.


-단순히 계획이라기에는?


 실제로도 요새 스토리 묘사를 보면 레지나는 정말 바지사장 그 자체지.

 명목 상 학회장이라는 자리에 있지만 특별히 하거나 진행하는 게 없어. 다 교수와 에델이 알아서 물밑에서 하지. 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농담 같지만 사실입니다


 사실 그 인간다운 인간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학회와 전혀 안 어울리는 인간이야.

 더욱이 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중인지도 몰라. 명함만 바뀌었지, 여전히 그냥 순진한 제주대 대학생에 불과해. 자신이 어떤 자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지도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지.



 가문과 학회에서는 에델의 손아귀에서, 자유를 찾아 나갔던 대학에서는 교수의 손에서 놀아난 소녀야.

 즉, 레지나는 단 한번도 진정으로 자유를 가져 본 적이 없는 거야. 본인은 깨닫지 못하지만 말야.



 하지만 어쩌면 얘가 코핀의 유미나처럼, 이들이 준비하는 키 카드에 가까운 존재일지도 모르는 거지.

 에델이 보여주는 모습은 단순히 놀기 위해서라기에는 너무 과몰입하는 것 같지. 계획 역시 너무 길고 방대했어.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에는 충분한 위치야.

 게다가 무엇보다 하랍에게 잠시 조종당했을 때 보여준 포텐 역시 보통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이야. 마왕을 막을 태양의 마도서에 어느 정도 이상으로 대항할 정도지. 아직 어설픈 유나로는 막기가 곤란했을 정도야.


-차기 학회장님 떡밥?



+추가정보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주시윤의 용혈에서 언급된 저주도 이런 계통의 저주에 가까운 개념이야.



 관리자가 직접 이 저주가 진행되는 것이 '정보오염'이라고 표현했지. 이 용혈- 클리포트 인자에 대한 지식과 사용으로 저주가 발동된다고 보면 거의 확실해. 그 정보를 알게 되는 것으로 정신에 오염이 일어나는 거지.

 이것 역시 이 장르에서 추출한 것들이라고 봐도 될 거야. 과연 짬뽕 세계관 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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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본작 내용보다도 딴 이야기가 훨씬 많아. 그래도 한번쯤 알아두면 여러모로 이해하기 좋을 것 같은 것은 것들을 추려봤어. 

워낙 여러 세계관에서 가져온 듯한 설정들이 많으니까 이걸 다 풀면 아마 이거의 몇배는 될 텐데, 나름 줄여 설명했다는게 길었어. 이번에도 읽어줘서 고맙고 리플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