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기억안남 찾으면 덧붙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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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혼자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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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하라, 세상 만물이여. 굴복하라, 강인한 전사여. 무너져라, 바벨론의 성벽이여.


나는 광기의 주인이요, 나의 독은 거스를 수 없는 순리이니.


죽음으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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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서 지켜본 것만으로도 루시아는 저  붉은검에 깃드는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챘다.


지금 주시윤에게 깃든 뱀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힐데 뿐.


힐데가 이대로 수세에 몰린다면 현재 자신이 가진 힘으로는 뱀을 막을 수 없다.


일이 많이 꼬이긴 했어도, 힐데의 선에서 이번 일을 끝내야만 한다. 그게 세계침식률을 높이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총량도 상당히 줄었는데 자꾸만 무리를 하게 만들다니.



"저 바보가...!!"



앙심을 품은 것과는 별개로 루시아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고사리같은 손이 휘둘러진다. 루시아의 옆 허공에서 공간이 열리고 푸른 선이 형성되어 쏘아졌다.


눈으로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속도.


푸른 선들은 넓게 펼쳐진 채 날아들며 손아귀처럼 주시윤을 움켜쥐려 했다.


묶지 않아도 된다. 쳐서 궤도를 엇갈리게만 해도 되니까, 닿아서 빗맞추게만 하면 힐데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힐데를 향해 웃고 있다가 말고, 주시윤은 고개를 돌려 루시아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드는 주시윤의 붉은 눈이 루시아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마치 뱀이 혀로 피부를 훑는 듯한 소름이 느껴져 루시아는 몸을 살짝 떨었다.



"-어?!"



없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손에 들려있던 주시윤의 장검이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검은 어디로 사라진거지? 루시아는 황급히 신경을 곤두세웠다.


힐데가 있는 방향에는 아무것도 없다.


검을 던졌다고 하기에는 투척을 위한 예비동작 하나 없었다.


어디에도,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별안간, 부우욱 하고 공간이 찢어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온다.


주시윤의 붉은 장검이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루시아의 뒤.


공간이 열리기가 무섭게 장검은 흉흉한 혈기를 두르고 마귀의 발톱과도 같이 루시아를 향해 쇄도해왔다.


검 스스로가 한 마리의 뱀이라도 된 것인 양, 검은 뱀처럼 꾸물거리는 궤도를 그리며 쏜살같이 공중을 '기었다.'


뒤에서 덮쳐오는 공격에 루시아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해내지 못했다.


예리한 검날이 루시아의 오른쪽 옆구리를 크게 베어내었다.



"큭!?!"



피가 확 튀었다.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루시아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숨을 참았다.


장검은 루시아를 베어가르고, 스스로 뱀처럼 허공을 기어다니다가 주시윤의 손아귀로 다시 들어갔다.



"....이게!!"



당혹감은 곧이어 분노를 부채질했다. 부상을 당했음에도 루시아는 지지 않고 바로 응수하려 들었다.


그녀의 옆에서 푸른 선들이 바쁘게 재배열되어가기 시작했다.


큰 기술로 한방 먹여주마. 그런 생각을 하며 루시아는 결계들을 끌어모았다.



-결계연금 結界練金



그때였다.


몸을 타고 흐르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루시아의 몸이 떨렸다.



"-?!!"



결?계�?금

참?회�  Richsc���rt 

【Data Explunged】



뭐야...?


이게, 대체 뭐야...?


알 수 없는 현기증에 루시아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고해져야 했을 단어들이, 무너져내린다.


짜여져가던 결계들은, 무너지며 푸른 빛무리로 변한다.


머릿속에 가득하던 생각들은, 뜬구름처럼 사라져간다.


그녀가 취하고자 했던 행동 대신 붉은 노이즈만이 머릿속의 일부분을 잠식해 들어갔다.


내가, 방금 뭘 하려고 했던 거지?



- 결���

�?검 Ric【Data Explunged】 【Data Explunged】  【Data Explunged】 



안된다. 마치 필기노트의 한 부분이 뜯겨져 나간 것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다.


생각나야 할 것들은 텔레비전의 회색 화면에서 나오는 뿌연 잡음으로 뒤덮이고 만다.


기억이나 생각, 지식의 통제인가?


아니다. 내 이름은 루시아 테일러. 관리자의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자. 사용하는 능력은 결계. 다른 기억들은 모두 정상적이었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도 이 참�?검이라는 능력을 제외하고 다른 것들은 기억에 남아 있다.


머릿속에 공백이라도 생긴 것처럼 이 능력 하나에 대한 어떤 기억도 나지 않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도, 표현할 수도 없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16가지의 스킬 중에 하나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과 마찬가지.


이런 희한한 종류의 능력은 루시아가 알기로는 단 하나밖에 없다.


그래. 생각해보면 '물리적인 독'과 '정신적인 독'으로 분리된 마왕 아드라멜렉에게 딱 맞는 능력이었다.


정신의 독.


정보오염.



"정신을 물들이는 영혼의 독이라, 그런 형태로 발현되는가...?!"



이걸로 확실해졌다. 뱀은 주시윤의 몸에 잠재되어있는 용혈을 원동력 삼아 자신의 능력을 현실에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봉인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할지라도, 자기 입으로 가장 순수한 용혈을 얻었다고 했으니 그 능력을 사용하는 것 역시 무리 없겠지.


루시아는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며 천천히 일어났다.


툭, 투둑.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며 땅을 적셨다. 당한 옆구리를 감싸느라 왼손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딴 잔재주에 당할만큼 그녀는 약하지 않다. 결계를 펼쳐 공간을 장악한 채로 싸우는 평소였다면 어렵지 않게 검을 묶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힐데와 싸우고 대저택과 제8봉인역 전체에 결계를 걸어둔 그녀의 힘은 그만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뱀이 주시윤의 몸을 입고 만전의 상태로 싸움에 임하고 있는 것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괜찮은가?!"


"하. 말이라도 안하면 반이라도 가지."



마무리를 짓긴 커녕, 바보같이 얻어맞고 날아갔던 힐데가 루시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얄밉다는 듯 루시아는 힐데를 향해 쏘아붙였다. 



"녀석이 시윤이 몸에 적응하는 속도가 상상 이상이야. 벌써 정보오염까지 다루고 있어."


"벌써 그 정도로 적응을 마쳤다고...?!"


"그래. 저 검에 베일 때마다 정신이 조금씩 오염되더라." 



루시아의 말을 듣고 힐데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황금빛 눈동자 속에 위기감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감돌았다.


분명 연화가 남긴 장검에 사고를 장악하는 등의 능력은 없었다. 


그 검은 오히려 용혈의 폭주를 조금 진정시켜주는 억제기였지, 특수한 힘을 지닌 마검이 아니니까.


그런 무기가 정보오염을 일으키고 스스로 날아다니기까지 한다면 용혈에 완전히 잠식시켜놓고 뱀이 제멋대로 휘두르고 있는 것이겠지.


아직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으리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사태가 더욱 심각해져 있었다.


루시아는 말없이 힐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얼굴도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겠지만, 힐데의 표정도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한때 제자였던 이의 모습을 앞에 두고 싸워야 한다는 것은 빈말로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말로 표현하기 복잡한 회한이 힐데의 얼굴을 묘하게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루시아는 그녀의 감정을 받아줄 수 없었다. 어르고 달래줄 수도 없는 사이였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도구처럼 힐데를 밀어 움직이는 것 뿐.



"작전을 바꾸지. 나는 내 생존 우선으로 갈거야. 놈의 시선은 아마 내게로 쏠릴거고."


"근거는?"


"저 자식 성격 보면 알잖아? 시윤이 몸을 갖고 있으니, 그 몸으로 널 최대한 흔들면서 괴롭힐게 뻔하지. 나부터 제거하고서 말이야."



정확히는, 나일 수 밖에 없는거지만. 뒷말은 마음 속에 담아두고 루시아는 말을 이어갔다.



"도움이 많이 못되서 미안한데, 절대로 정신 놓지마. 지금 상황에서는 네가 저 자식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칼이야."


"애당초 도움 될거란 생각 같은건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만."


"어련하시겠어. 걱정 마. 시윤이 저 꼴 난걸 돌려놓기 전까진, 죽더라도 이 이상 뒤로는 안 가."


"온다."



주시윤의 몸을 입은 뱀이 눈을 부라리며 힐데와 루시아를 향해 돌진해왔다. 핏빛의 기운을 머금은 장검이 스스로 움직이며 그 뒤를 따랐다.


힐데 역시 검을 고쳐잡고 주시윤을 향해 덤벼들었다. 드래곤 버스터가 날개처럼 뒤로 젖혀지며 사용자를 가속시킨다.


루시아는 그 뒤에서 결계를 전개했다. 주시윤의 검이 날아올 것을 상정하여 최대한 넓게, 그리고 옅게.


서슬퍼런 빛을 띄며 양자의 검이 예리하게 빛났다. 힐데와 주시윤의 눈빛이 교차한다.


사람의 탈을 쓴 악마의 악독한 눈빛과, 황금안의 여신이 가진 슬픈 눈빛이 서로를 마주했다.


한 눈에 보이는 것은 끝없는 광기와 증오.


다른 한 눈에 보이는 것은 한없는 후회와 비관.





(bgm 반복 켜주심씨오)


"캬하하하하하-!!!"



노이즈가 잔뜩 낀 광소를 흩뿌리며 주시윤은 바닥을 차고 돌진했다.


그 돌진궤도를 향해 힐데의 오른손에 들린 검, 그람이 휘둘러진다.


주시윤의 자세가 급격히 낮아진다.


마치 뱀이 바닥을 기는 것처럼, 낮아진 자세로 몸을 땅바닥에 굴리면서 힐데를 향한 맹진을 멈추지 않는다.


상체를 비롯한 하체까지 땅을 향해 비틀어 칼날을 피해버리는 모습에 힐데는 흠칫 하고 놀랐다.


아직이다. 1격을 피했다 해도 아직 2격이 남았다.


힐데는 오른손의 검을 휘두르자마자 거의 동시에 몸을 회전시켜 왼손에 들린 검, 발뭉을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히 베어냈다.


자세를 낮춰 접근하려는 발상은 좋지만 움직임이 너무 뻔하다.


자세가 아래라면 공격할 수 있는 방향은 윗쪽 뿐. 놈이 공격하려 한다면 검에 베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검이 아래에서부터 그어올려지기 직전, 주시윤은 한 템포 빠르게 땅을 굴러 다리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발해진 힐데의 왼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왼팔의 2격은 쇳소리를 내며 허공을 베어갈랐다.


그와 동시에 주시윤은 힐데의 왼팔을 바깥을 향해 쳐내며 무력화시키고, 무방비한 오른쪽 손목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아윽!!?"



살이 썰리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찌르는 듯한 격통에 힐데는 무심코 오른손의 검, 그람을 떨구고 말았다.


주시윤은 단검을 즉시 뽑아내고, 놓쳐진 그람을 오른손에 잡아 힐데에게 내질렀다.


힐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머리의 헤일로가 선명하게 빛나고, 클리포트 인자가 왼팔의 발뭉에 미미하게 응집되어간다.



-발퀴레 근접 반응형 집속검



클리포트 인자를 응집시킨 집속검으로 주시윤의 그람을 쳐낸다. 쇠붙이끼리 부딪혔을 뿐인데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평범한 검의 일격이 아닌지라 주시윤은 검을 내지르던 그대로 자세가 비틀어지고 말았다.


지금이다.


힐데는 여세를 몰아 왼손의 발뭉을 재차 휘둘렀다.


클리포트 인자가 집속된 검은 더 이상 검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품고 부딪히는 대상에게 자비없는 소멸을 선고한다.


무기끼리의 충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마찰음이 대공동 내부를 찢을 듯이 울렸다.


클리포트 인자의 우악스러운 출력에 주시윤은 쉽사리 반격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연화의 검을 다루듯 용혈을 그람에 주입시켜 대등하게 맞설 것 같았으나, 제대로 주입되지 않는 것인지 주시윤은 수세에 몰려만 갔다.


반면 맹수와도 같은 기세로 검을 휘두르는 힐데의 모습은 전쟁의 신과도 같았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말끔하게, 오로지 상대의 격멸을 위해 움직인다.



"하하. 스승님. 제자를 진심으로 죽이려고 하시는 겁니까? 부모를 죽인 것도 모잘라 이젠 이 아이까지 죽이려 하다니, 재밌네요."


"이....!!!"



도발하는 듯한 주시윤의 말 한 가운데에 뱀의 말투가 섞여서 흘러나온다.


힐데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발뭉을 세차게 휘둘렀다. 인자가 폭발하며 그람을 든 주시윤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주시윤의 몸을 점거하고 있는 저 괴물은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지성을 망가뜨리고 마음을 헤집는다.


말을 받아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녀의 패배에 일조할 수도 있는 상대였다.


게다가 주시윤의 몸을 입고 있는지라 상대하는 것이 심히 번거로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자신이 자식처럼 키워온 제자의 몸이라니.


힐데는 루시아의 지원이 오지는 않을까 하여 곁눈질로 루시아 쪽을 바라보았다.


루시아 역시 수세에 몰려 있었다. 연화의 검은 먹잇감을 노리는 뱀처럼 집요하게 루시아를 향해 신출귀몰하게 날아다녔다.


루시아의 행동은 이전보다 훨씬 소극적으로 변해있었다.


여러 번의 교전으로 많은 힘을 소모한 데다가, 이미 한 번 베이고 정보오염의 존재를 깨달은 탓이었다.


붉은 궤적을 남긴 채 자신을 죽이려 드는 검 앞에서 루시아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피하거나 궤도를 빗겨내는 것 정도였다.


시선을 끄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지원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다시 주시윤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자 무언가가 공기를 가르며 힐데에게로 날아왔다. 탄도 미사일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속도였다.


주시윤이 들고 있던 단검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힐데는 우습다는 듯이 검을 살짝 들어 단검을 가볍게 쳐냈다.


이런 단순한 공격으로는 억겁의 싸움으로 다져진 그녀에게 닿을 수조차 없다.


눈속임을 위한 것이라면 모를까.


....잠깐. 눈속임?



"?!!"



아뿔싸.


너무 안일했다. 단검을 던진 이유는 역시 눈속임이었나?!


힐데가 알아챘을 때, 주시윤의 모습은 이미 그녀의 눈 앞까지 와 있었다.


아마 단검에 시선이 팔렸을 때 뱀처럼 자세를 낮춰가며 거리를 좁힌 것일 터.


그리고 구태여 주시윤이 단검을 던졌던 것은 움직임을 숨기는 것 뿐만 아니라 검을 숨기기 위함이리라.


단검의 궤도에 자신의 검을 숨겨서 궤도를 읽지 못하는 검술. 펜릴 전대에 내려오는 검술 중 유일한 암살검.


그 무엇보다 신속하게 죽음을 안겨주는 잔혹한 송곳니.


핏빛으로 불타는 뱀의 눈이 한 차례 빛난다. 어딘가 미쳐있는 듯한 웃음을 지은 채 주시윤의 검이 거세게 허공을 가른다.


질풍처럼.



-늑대검

잔월 殘月



보이지 않는 송곳니가 자신을 덮쳐온다. 세계가 급격하게 느려진다.


보통의 상대라면 자신이 왜 죽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당황할 새도 없이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하지만 힐데는 달랐다.


주시윤이 알고 있는 모든 검술은 그녀 자신이 직접 가르친 것이다.


주시윤 뿐만 아니라, 펜릴 전대를 한번이라도 거쳐갔던 모든 검 사용자들 역시 그녀가 가르쳤다.


그렇기에 보이지도 않는 이 검술을 파훼하는 법 역시 알고있다.


없는 퇴로를 개척하거나,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을 막아내는 방법은 단 하나.


정답은 항상 앞으로.


그것도 아주 빠르게.



드래곤 버스터

점화 Ignite

레긴의 분노



ㅡㅡㅡㅡㅡ!!!!!!!


양 날개 부분의 드래곤 버스터를 점화하여 자신의 신체를 급 가속시킨다.


폭발적인 에너지의 방출과 가속 작용을 통해 힐데의 다리가 땅을 박차고, 총알처럼 그녀의 신형이 쏘아올려진다.


그리고 간발의 차로 주시윤의 검이 힐데가 원래 있던 공간을 베고 지나갔다.



"무슨!?"



광소하던 주시윤의 얼굴이 처음으로 언짢게 비틀렸다.


검은 휘두르는 과정에서 궤도나 파워를 수정하면 어디로 피하건간에 맞출 수 있다.


단 한 방향. 시전자와의 거리가 줄어드는 정면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미 내질러진 검의 운동 에너지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관련 능력을 가진 카운터가 아니라면 불가능.


결국 공격은 허공에 빗맞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힐데의 기동은 단순히 회피만을 목적에 둔 것이 아니었다.


폭발적인 가속과 함께 탄환과도 같은 기세로 쏘아진 힐데의 몸은 그대로 주시윤을 들이받았다.



"크헉!!?"



힐데는 다친 오른팔의 팔꿈치를 들어 황소의 뿔처럼 주시윤의 명치를 가격했다.


오랜 싸움으로 다져진 그녀의 몸은 무기 없이 완력만으로도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다.


거기다 타이밍 좋게 루시아의 결계가 허공에서 뻗쳐져 나오며, 뒷쪽에서 주시윤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전장의 여신은 적이 무력화된 타이밍을 절대 허투루 놓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다친 오른팔을 든다.


주먹이 쥐어지면서 피가 흘러내려 어깻죽지를 적시고, 격통이 팔을 옥죈다.


하지만 무시한다.


권총이 탄두를 격발하고 탄피를 배출하듯, 고통을 화약 삼아 장전된 정권 한 발을 근육과 신경에 온 힘을 집중하여 격발한다.


이번 공격까지 명치에 적중한다면 그대로 끝.


설령 뱀이 몸을 잠식하고 있어 인간을 한참 뛰어넘은 스펙을 갖고 있을지라도 몸은 여전히 인간의 것.


인간의 몸으로 힐데의 주먹을 받아내는 것은 주시윤을 무력화시키기에 차고 넘치는 데미지일 터.


그러나, 눈 앞에 선한 주시윤의 얼굴을 본 그 순간,



".....큿!!"



뺀질거리면서도 충실하게 그녀를 따르던 아이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말았다.






콰직, 쿠구구궁, 하고 지면이 천둥 치는 소리를 내며 함몰했다.


명치가 아니었다. 힐데의 주먹이 강타한 곳은 애먼 장소인 맨땅, 그것도 주시윤의 얼굴 바로 옆에 주먹이 꽂혀 있었다.


주시윤의 흉흉한 붉은 눈이 힐데의 눈과 마주한다. 아주 잠깐, 양자간의 폭력이 아닌 침묵이 자리했다.



"......."



팔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땅 가운데 스며든다.


힐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술을 깨문 채 죄책감에 어린 눈을 하고 주시윤을 바라본다.


황금의 눈은 그 위광이 무색할 정도로 어딘가 모르게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무언가를 뺏기는 것이 무섭다며 부모님을 바라보는, 두려움에 젖은 어린아이의 눈빛.


세계를 수호하는 발키리라는 이명에 전혀 맞지 않는 눈빛이었다.


그녀는 또 한 순간의 망설임 때문에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망설이는 힐데와 달리, 주시윤뱀 은 이 싸움을 평화롭게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키킥, 하고 어긋난 광소가 다시 지어진다. 주시윤은 왼팔을 뻗어 손짓했다.


그러자 저만치서 루시아를 사냥하러 다니던 연화의 검이 붉은 궤적을 그리다 말고, 공간 저 너머로 사라졌다.



"?!! 멍청하게 있지말고 피해!!"



이변이 발생했음을 알아챈 루시아가 최대한 빠르게 경고했다지만, 검이 날아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힐데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공간이 열리며, 피에 굶주린 연화의 검은 미사일처럼 힐데를 향해 거칠게 날아왔다. 


공간을 넘어 지연 없이 핀포인트로 내리꽂히는 검격이다. 피하기에는 날아오는 공격의 범위가 꽤나 크다. 


힐데는 이를 악물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방패가 없으면 다른 것을 써서라도.


새가 날개를 접듯 드래곤 버스터를 양쪽으로 교차시킨다. 힐데는 왼쪽으로부터 날아오는 검격을 드래곤 버스터로 막아내었다. 


날카로운 강철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거센 반동에 몸이 순간적으로 한번 일렁거렸다.



"스승님은 가끔 왜 그런 행동을 보이시는지 이해가 안될 때가 있단 말이죠. 공리를 우선하면서, 정작 하는 행동은 누구보다도 사익을 우선하다니. 모순적이기 짝이 없지 않나요?"



주시윤은 힐데를 향해 히죽 웃으며 이죽거렸다.



(BGM out)



쩌적- 쩌억-



어느 정도는 예상한 출혈이었지만, 파프닐의 파츠가 금이 가고 말았다.


뱀이 용혈을 주입한 탓에 지금의 연화의 검은 마검에 준하는 병기로 변해버린 지 오래였다. 


그런 무기와 이 정도의 충돌을 일으키면 아무리 테크 레벨 5의 장비라고 한들 손상으로부터 무사할 수는 없다. 


힐데는 속으로 혀를 차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힐데가 발휘하는 힘의 핵심인 두 조율기 중 하나에 손상이 간다는 것은, 힐데에게 있어서도 힘을 반토막으로 깎는 악수와도 같았다.


더군다나 힐데가 신경써야 할 것은 왼쪽만이 아니었다.



"쿠헉!?"


"그러니까 이렇게, 바보같이 당하기만 하는거 아닙니까."



정면에 널브러져 있던 주시윤은 재빨리 일어나며 힐데의 가슴팍을 차올렸다.


우악스러운 발차기가 명치에 적중하자 힐데의 입으로부터 무언가가 역류했다. 


몸을 뒤흔드는 번개같은 격통에 힐데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


그대로 멈추지 않고 힐데에게서 빼앗은 검, 그람을 휘둘러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고통에 정신차릴 경황이 없어야 할텐데도,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백전연마의 괴물.


이런 고통 따위는 익숙하다.



"ㅡㅡ크!!!!!"



천상의 수라修羅 는 뱀처럼 온 몸을 타고 흐르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황금빛 눈을 부라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뒤이어 날아드는 그람의 횡베기를 힐데는 고개만 살짝 움직이는 것으로 회피해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치켜뜬 황금의 눈동자는 주시윤의 몸을 차지한 뱀의 입장에서도 소름이 돋게 했다.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뒤로 살짝 젖혀졌던 몸을 왼다리가 지지하며 제동을 건다.


왼다리를 축으로 힘을 끌어올리며, 자세를 가다듬고 온몸을 통해 왼손으로 일시에 쏘아낸다.


별도의 준비 자세 없이도 발해지는 초속의 찌르기가 주시윤을 향해 날아든다.



늑대검

은랑 銀狼



왼손에 들린 검 발뭉은 격발한 포탄처럼 주시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주시윤은 재밌다는 듯 눈을 희번득거리며 웃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몰골과도 같았다.



"흐흐, 흐흐흐!! 그래요. 그렇게 발악해주셔야죠."



연화의 검을 쓸 생각도 하지 않고, 주시윤은 손에 들고 있는 그람만을 갖고 앞으로 내달렸다.


손목에 스냅이 주어진다. 그리고 힐데의 찌르기가 날아오는 궤도를 향해 검을 비스듬히 휘둘렀다.



늑대검

발톱 갈고리



카가가각-!!



검은 발톱이 휘둘러지듯 힐데의 검을 정확히 노리고 진로를 방해했다.


힐데의 찌르기는 주시윤의 검에 의해 중간에 빗겨나가며 속도가 줄어들었고, 완벽하게 막히고 말았다.


게다가 검의 방향이 안쪽으로 파고들어간 탓에 재차 공격할 찬스까지 차단하였다. 재공격을 위해선 아예 검을 거둬들여야만 했다.


이 찌르기에 반응을 했다고?! 


흠칫 놀란 힐데의 눈초리가 살짝 벌어졌다.


놀랄 새도 없이, 뒤이어 힐데의 시야에 보인 것은 주시윤의 장갑을 낀 손바닥이었다.


검을 상쇄시킨 주시윤은 손을 뻗어 힐데의 얼굴을 우악스러운 손길로 휘어잡고는,


땅바닥에 사정없이 내동댕이쳤다.



"히히히히!! 히히히!! 하하하, 하하하하하!!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ㅡㅡㅡ!!?!"



한 번에서 그치지 않고 한 차례, 두 차례, 뒷통수가 그대로 무방비하게 맨바닥에 내려찍힌다.


두개골이 함몰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대공동을 울려댄다.


머리가 바닥에 내려쳐질 때마다 머릿속에 불이 번쩍거리며 격통이 힐데를 덮쳤다.


계속된 고통이 그녀를 몰아친다. 한없이 멍해져만 간다. 귓가에는 공허한 노이즈가 끊이질 않았다.


원래 주시윤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광기에 찬 행동이었으며, 정말 상대를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과격한 싸움법이었다.



"발악해줘야, 그래야 죽일 맛이 나니까 말야!! 크흐흐하하하하하!!!!"



노이즈가 잔뜩 낀 목소리로 미친듯이 웃어재끼며 주시윤은 그의 스승이었던 이를 흘겨보았다.


오른손을 뻗자 연화의 검이 천천히 날아와 주시윤의 손아귀에 잡혀 들었다.


주시윤은 양손으로 연화의 검의 길다란 칼자루를 부여잡고는, 광포하게 일렁이는 붉은 빛의 눈동자로 다시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발키리 년!! 그 내장의 색깔은 어떨지 지금부터 확인해주도록 할까요? 흐흐흐!"


"나도 네가 이걸 맞고도 괜찮을지 지금부터 확인해봐도 될까?"


"?!"



결계연금 結界鍊金

군단창 Legion



루시아는 날아다니는 검을 피하고 또 피하며 계속 몸에 쌓아두고 있었던 힘을, 지금 일시에 해방했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군단이었다. 결계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창병기들로 이루어진, 적을 향해 진격하는 군단.


군단의 형상은 주시윤의 옆에서 위압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심판의 빛과도 같이 쇄도해왔다.



"아직도 이런 대단위 기술을...!?"



주시윤은 깜짝 놀라 용혈을 가득 먹인 연화의 검을 들어 맞받아치려 들었다.


그러나 용혈의 정보오염 능력이 작용할 새도 없이 결계는 그대로 주시윤의 방어 태세를 뚫고 들어왔다.


아차. 아직 능력이 여기까지는 깨어나지 않은 것인가. 주시윤의 몸을 먹은 채로 뱀은 자신의 불찰을 통감했다.


돌파에만 모든 기능을 집중하여 만들어진 결계의 창은 견줄 데 없는 강도를 지닌 군단병의 힘 그 자체였다.


고작 한 자루의 장검과 유틸리티성 능력만을 깨운 상태로, 군단 하나의 힘이 집약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시종일관 밀어붙이던 것이 무색하게도, 주시윤의 몸은 거대한 창들에 의해 관통된 채로 튕겨져 나가 대공동의 외벽에 쳐박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루시아는 힐데를 향해 뛰어가, 널브러진 그녀의 몸을 붙잡고 뒤흔들었다.



"괜찮아? 정신 차려!"


"안, 죽었...다."


"기다려! 치료할 수 있는지 볼테니까!"


"이 정도로는, 괜찮, 아...."



보통 인간이었다면 바로 죽거나 뇌진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부상인데도 힐데는 아직도 의식을 붙잡고 있었다.


여전히 어지럼증과 이명이 계속 그녀를 괴롭혔지만, 힐데는 양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켜 루시아에게 기댔다.


단검에 찔린 오른손목에서는 피가 계속 흘러내린 데다가 격한 전투로 인해 오른팔 셔츠 전체가 피로 얼룩졌다.


루시아는 걱정이 역력한 표정을 하고 힐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치료라고 해봤자 부상 부위를 결계로 감싸는 임시 봉합 조치에 불과하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루시아는 개의치 않고 결계를 짜올려 상처 부위에 덧대기 시작했다.



"오기 부리지마. 말했지. 너가 무너지면 안된다고. 그러니ㄲㅡ!!?!"








응급처치를 하다가 말고, 루시아는 갑자기 몸을 벌벌 떨었다.


무언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는 불안한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몸 속에 들어온것만 같은 느낌이 몸을 뱀처럼 타고 소름끼치게 흐른다.


자의가 아님에도 몸이 떨리고 있었다. 두렵거나 무서운 것은 지금 어디에도 없을 텐데?


두렵다고? 이 내가? 갑자기 왜?


도대체 왜 두렵다두렵다두렵다두렵다두렵다려워서, 


ㅡ한없이 두려워서 몸이 떨린다. 눈동자가 떨린다.


극한의 공포로 몸이 얼어붙는 가운데, 환청이 들려온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자애로운 노인의 목소리가, 인간의 것이 아닌 괴물의 목소리가, 언어라고 할 수조차 없는 무언가의 속삭임이,


오라. 오라. 오라. 하고.


제물을 바치라. 피를 바치라. 내장을 꺼내라. 죽여라. 하고.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 죽여. 죽여. 죽여.



듣는 것만으로도 영혼에 음습하는 끔찍한 메시지들이 끈적하게 마음 한 가운데에 잔향을 남긴다.


기억이, 지식들이, 내가 아는 것들이 하나 둘씩 환청에 덮어씌워져만 간다.



"괜찮, 은건가?! 갑자기 무슨-"


"나도, 나도 모르겠... 어. 이건, 정보오염... 갑자, 기.... 왜...."



귓가, 손아귀, 발치, 무릎, 머리 위, 어디라고 특정지을 수조차 없이 온갖 곳에서 들려오는 환청들.


미친 사람처럼 벌벌 떨리는 손발과 눈동자, 누군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시선들.


머리가 통째로 다른 무언가로 새로 도배되는 것만 같은 역겨운 감각에 루시아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무엇 때문인지 알아내기 위해 사고하며 루시아는 악착같이 스스로를 붙들었다.


분명 뱀이 마왕으로서 부리는 권능은 '정신의 독'.


그것이 정보오염 및 사고 조작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뿐, 본질은 엄연한 독과 같다.


영혼과 마음을 갉아먹고 자아를 부식시키는 '독' 말이다.


그리고 보통 독은 한번 몸에 들어온 이상, 생명체를 갉아먹어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 과정에서 생명체는 독의 작용에 계속 고통스러워하겠지.


용혈이라는 독에 당한 루시아 역시 그 독의 작용을 지속적으로 겪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정보오염 정도에서 그쳤을 뿐, 용혈은 루시아에게 그 이상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독 묻은 칼에 베였는데, 독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니.


중독되자마자 바로 즉사에 이르는 극독도 아닌데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 독을 느끼지 못하게 된거지?!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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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오한이 드는 주시윤의 붉은 눈이 루시아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마치 뱀이 혀로 피부를 훑는 듯한 소름이 느껴져 루시아는 몸을 살짝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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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 때?!


용혈을 먹인 검에 베이기 전, 소름기치는 시선을 느낀 것은 용혈이 몸을 갉아먹은 작용을 감지하지 못하기 위한 트릭이었단 말인가?


그래서 용혈이 정신을 이만큼이나 오염시키기까지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가?


루시아는 자신이 크게 한 번 당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봉인이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치밀하게 우리들을 몰아세우고 있었다니.


자신이 판을 짜서 뱀을 몰아넣는 것이 아닌, 반대로 뱀이 짠 판에 자신이 말려들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어쩌면 힐데와 그녀가 직접 싸우게 만든 것도 전부 뱀이 의도한 것일 수도 있었다.


대체, 대체 놈은 어디까지 바라보고 있는 거지?


어디까지가 놈의 의중이라는-


ㅡㅡㅡㅡㅡ&&~#!@!#!%%&^(^$@!@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미물들아 태초의  내, 이름은... 뱀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 그루시아가 너희를 쉬게 하리니 낮에도 밤에도 피의 축제로 세상을 붉게 물들이사 추종자들로 하여금 여기서 무너ㅈ핏빛의 신부가 되게 만들라 


그는죽음의기묘자요 전지의모사무너지지마라 전능의 독 영존의 질서시여 만악의 왕이니라 그가 이르되 무서워 말라 보라 내가 온 열방에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할지니 지극히 높은 곳 에는 죽음의 영광이요 땅에는 죽음을 입은 시체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끝없는 악령들의 속삭임과 환청이 들려온다.


기억은 사라지고, 감정은 마모된다.


의지는 도려내지고, 그 자리를 오염된 정보와 그릇된 진리가 가득 채워진다.


루시아는 더 이상 자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아.... 아.... ㅇ......"



푸른 공허함을 머금은 동공은 빛을 잃고 고장난 전구같이 붉은 색과 푸른 색을 번갈아 가며 명멸해댔다.


무릎을 꿇은 채로 루시아는 실이 끊긴 목각인형처럼 땅에 힘없이 널브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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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만에 써온거라 ㅈㄴ김 ㅎㅎㅈㅅ 초기 콘티보다 여신님 줘팸을 좀 첨가했는데 괜찮겠습니까?


일주일에 하루밖에 쓸 시간이 없는데 개인 사정으로 스킵을 자주 하다보니깐 필력이 싹 죽어버리더라.


장편일수록 업로드 주간이 늘어지는건 치명적인데, 기간이 한없이 늘어지다보니 쓰면 쓸수록 갈피를 못잡아가는거 같음.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고마울거 같다. 드랍하지 말아야 하는데... 시발.... 시발.....


아. 주인공인 주시윤은 아직도 영혼세계에 갇혀서 정체불명의 침식체들에게 납치폭행절도갱뱅재조립하고 있으니 안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