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이군 릴리양."


어느 평범한 날.


관리자를 깨우러 방문을 열고 들어간 릴리는 

너무 놀라서 들고있던 화분병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관리자가 기억을 잃고난뒤로는 볼 수 없었던 

진지하고 그윽한 미소를 띈 얼굴로 

자신을 향해 인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주... 주인님...? 서... 설마... 기억을 되찾으신 것입니까?"


"음... 그렇다네... 뭔가 긴 잠에 빠졌다가 깨어난 느낌이군... 클리포트의 마왕에게 당한 이후로... 깨어날 수 없는 꿈에서... 줄곧 갇혀 있던 그런 느낌이군..."


관리자가 기억을 되찾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할 말을 잃었는지

릴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그... 그렇다면... 이제... 기억을 잃기 전의 주인님으로 돌아온 것입니까....? 그렇다면 그 이후의 기억은..."


"아아... 조금씩이긴 하지만...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것 같네. 릴리양. 플로라 메이드 서비스 모두와 만난 이후의 기억은 흐릿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기억이 나는 것 같네. 자네가 날 보살피기위해 했던 노력들이나... 리코리스양이 해주었던 타바스코가 듬뿍 들어간 요리, 모네양이 내 침구를 빨래해주었던 일이나, 베로니카양이 나를 위해 춤을 춰주었던 일이나..."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건지, 관리자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플로라 메이드 서비스 모두에게, 특히 릴리양 자네에겐 정말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네... 어린애만도 못하게 돼버린 나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었으니까 말일세..."


관리자는 그윽한 시선으로 릴리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네... 하지만 이제는 걱정하지말게나... 앞으로는 내가 코핀컴퍼니의 사장으로서... 그리고...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게 노력하는 관리자로서... 릴리양 자네를 지켜주겠네..."


"주... 주인님..."


릴리는 관리자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는지

입을 가리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울먹이는 릴리를 본 관리자는 감사함과 안도감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괜시리 눈물을 보일 것 같아 머쓱해진 관리자는 창밖을 바바라보았다.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것인지

창밖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분주한 그라운드 원의 거리를 잠시 지켜보던

관리자는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는 이 아이가 울지않도록 지켜주자.


그 작고 가냘픈 어깨로 지금까지 

자신을 지지해주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겠는가...


세상이 멸망하는 일이 있어도... 내가 이 아이를 지키리라...


그렇게 속으로 자신을 향한 다짐을 되뇌이던 관리자는

릴리가 조용히 화분을 집어드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

.

.


"으아~~~ 모네 심부름을 다녀왔슴돠!!! 릴리 슨배님!!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있어서 조금 늦었슴돠!!"


"흥! 사고는 무슨 사고야 덜렁이 모네! 네가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서 그런거잖아!!"


"으아~~~ 리코리스 슨배님!!! 그건 비밀로 해달라고 했잖슴... 어라? 주인님! 어딘가에 박치기라도 하신 검까?"


장을 보러 갔다가 투닥거리면서 코핀컴퍼니에 돌아온

리코리스와 모네는 머리에 붕대를 둘둘 감고있는

관리자를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 돌아오셨습니까? 리코리스, 모네. 주인님께서 아침에 식당으로 내려오시다가 그만... 발을 헛디디셨는지 크게 구르고 말았습니다."



"괘... 괜찮은검까? 붕대에 아직 피가 조금 묻어있는거 같슴돠..."


"어.... 헉! 정말이잖아!! 뭐야 릴리... 이 녀석 괜찮은거 맞아....?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야?"


"아뇨... 괜찮습니다. 치료는 잘 끝내두었으니... 조금 안정을 취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인님을 돌봐드려야 할 것 같은데... 식사준비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리코리스?"


"흐... 흥! 주... 주인ㄴ... 아니 녀석이 다쳤으니까 어쩔 수 없네... 이 리코리스님의 특제 타바스코 죽을 끓여줘야겠네. 모네, 따라와서 나를 도와줘!"


"으아~~~ 리코리스 슨배님 타바스코 죽은 아닌것 같슴돠... 리코리스 슨배님이 이상한 요리를 만들지 못하게 제가 옆에 있을테니 릴리 슨배님은 주인님을 보살펴 주십쇼!"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걱정은 하지말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코리스와 모네가 주방으로 사라지자 릴리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후후... 주인님... 간신히 '정상'으로 돌아오신 것 같아 정말 다행이군요... 아침에는 정말... 어떻게 되는 줄 알고 걱정이 많았답니다..."


자신을 향해 말을 거는 릴리를 향해 

관리자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이내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체 환하게 웃고있는 관리자.

순간 관리자의 입가로 침이 조금 흘러나왔다.


"아앗! 주인님 또 침을 흘리시고... 정말... 주인님은 제가 없으면 어쩔 수 없군요."


릴리는 재빨리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관리자의 흐르는 침을 닦아주었다.

그 모습을 본 관리자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릴리씨!"


"후훗... 아닙니다... 주인님을 항상 보필하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릴리는 그렇게 말하며 관리자를 품에 껴안았다.

관리자도 릴리의 품안이 기분이 좋았는지 

"응! 릴리씨! 너무 좋아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주인님은... 주인님은... 영원히 제가 돌봐드리겠습니다... 주인님이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하루종일.... 이 세상이 멸망하는 한이 있어도 주인님을 보필하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릴리는 천천히, 느긋하게 관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앞으로도 영원히.... 그 어떤 것이 저희를 방해하더라도... 그 어떤 것이 저희 앞을 가로막더라도... 저는 영원히 주인님을 보필하겠습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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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링크의 글을 카사버전으로 각색한것임을 밝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