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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제 카운터 케이스를 공개한다고 하셨는데..."




박상연

"?"




도마

"...제 카운터케이스에 왠지 주인님께서 보면 안 될 말들이 적혀 있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만..."

"제가 시중 드느라 고생하고 있다거나..."

"마음 고생이 사실은 굉장히 심하다거나..."

"감자칩 좀 그만 드시라고 일기장에 수십페이지를 썼던 거나..."

"가계부 한 페이지에 감자칩이 몇 번 등장하는지 정신 놓고 세어봤던 일이라거나..."




박상연

"그래서요?"




도마

"그, 그런 건 안 적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아니, 제가 평소에 주인님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아닙니다."

"아시잖습니까. 저는 오로지 주인님만을 위해 살아가는 한낱 미천한 시종일 뿐..."


"하지만 솔직히 방구석에 틀어박히셔서 감자칩만 드시는 건..."

"건강에 문제라도 있지 않으실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론 재정의 문제도... 조금은..."


"이건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그러니 진심으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전능하신 디렉터님이시여... 카운터케이스에서 제 속마음을 너무 낱낱이 밝히는 것만큼은 제발..."




박상연

"그런데 이미 스토리는 다 넘어갔는데..."




도마

"그러니까 그걸... 디렉터님의 권한으로 어떻게 좀..."

"...부탁드립니다. 만약 그걸 보신다면 주인님께서 얼마나 실망하실지..."



"크흫ㄱ흑. 이런 걸로 또 마음 고생을 하게 될 줄이야..."

"흑흐긓흑. 제발...."




박상연

"...알겠습니다."

"카운터 케이스를 다시 한번 검토해보겠습니다."




도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류금태

"..."


"야, 너 이미 승인했잖아."




박상연

"검토한다고 했지, 고친다고는 안 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