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더운 날이었다. 물론 달궈진 아스팔트의 복사열 정도론 호라이즌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지만. 


'잔여 동력 9.7퍼센트 비상 기동을 시행합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시스템 알람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호라이즌은 눈앞의 인간에게 신경을 집중했다. 


"생체정보 확인 불가. 당신이 코핀컴퍼니의 사장입니까. 휴먼?" 


"긍정. 제가 코핀컴퍼니의 사장입니다. 접시머리." 


생체정보가 없는 것은 이 시대에 특별히 유별날 것도 없는 일이다. 오히려 전 펜릴소대 이수연이 모시는 상사라기엔 지나치게 경박한 점이 특이했다. 


"제 말투를 따라 하지 마십시오. 휴먼." 


"참 나. 장난 한 번 쳤다고 정색하기는." 


툴툴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떠한 신뢰감도 느낄 수 없었기에 호라이즌은 이미 확인한 사항을 다시 한번 물어본다. 


"윌버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그래. 내가 자네를 속였다면 우리 부사장을 때려도 좋네." 


"정말 믿음직스러운 보증이군요." 


"자네에게 직접 맞는 것보다 자네에게 맞은 부사장에게 맞는 것이 더 무서우니 내가 얼마나 큰 각오를 한 건지 이해하겠나?" 


"코핀부사장이 방금 대화를 들었다면 이미 얻어맞았으리란 것은 이해했습니다." 


용인 에버랜드. 평소라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놀이공원엔 안내 직원도 없이 호라이즌과 코핀컴퍼니의 사장 단둘밖에 없었다. 


문제를 짧은 유희로 잊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해결되지 않은 일은 언젠가 다시 문제가 될 테니까. 하지만 효율적이긴 하다. 침식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따위 아무도 모르니까. 


놀이공원은 침식체의 등장이후 외려 호황기를 맞고 있었다. 


"호라이즌양. 오늘 자네의 일은 이 에버랜드에서 나와 놀아주는 것일세." 


"향정신성 약물을 남용한 것입니까. 휴먼? 언어에서 이성의 조각을 찾을 수가 없군요." 


호라이즌은 무슨 일을 하게 되든 상관없다 여겼지만 놀아달란 부탁을 받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콜드케이스와 놀아보는 경험이 어디 흔하겠나?" 


"당신 방금 뭐라고...!" 


"빨리 오게 호라이즌양. 자네를 위해 에버랜드 전체를 전세 냈으니까!" 


사장은 어느새 놀이기구로 뛰어가고 있었다. 


'잊지 마, 호라이즌. 우리가, 내가 너를 만든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