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게. 호라이즌양. 옷머리신발양말 다~다~ 젖습니다~." 


"제가 그 노래를 왜 따라 해야 합니까? 이해할 수 없군요. 휴먼." 


"쯧. 이렇게 비협조적일 줄이야. 같이 놀아주기 힘들군." 


사장은 일부러 콜드케이스를 언급해 호라이즌을 자극하고선 아무 일 없다는 듯 놀이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5월 5일 어린이날 개장한 레고랜드나 갈 걸 그랬어." 


"여태 실컷 즐겨놓고 뻔뻔하군요." 


사장은 푹 젖은 옷을 비틀어짜며 중얼거린다. 


"언제나 가지 않은 길이 더 매력적인 법이지." 


또각. 


사장의 스니커즈에서도, 호라이즌의 부츠에서도 날 리 없는 하이힐 소리가 놀이공원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소리보다도 호라이즌을 자극한 것은 단 한 개체의 등장으로 높아진 침식레벨. 이 거리까지 접근할 동안 눈치채지 못 한 것으로 보아 최소 3종 침식체는 될 것이다.


"역시 혼자 있진 않았구나?" 


바이올린을 든 채 천천히 걸어오던 여성이 사장에게 말을 건다. 


"셰나, 네가 올 줄은 몰랐군." 


"연주자는 언제나 수준 높은 평론가에게 비평받고 싶어하는 법이지. 그런데 항상 부하 뒤에 숨기만 하던 겁쟁이 관리자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직접 밖으로 나온 거야?" 


"관리...자...?" 


호라이즌의 동공이 커졌다. 관리자라면 그녀의 프레임이 콜드케이스인 것을 알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숨다니 내 생존전략을 그렇게 폄훼하지 말게나. 그나저나 혼란스럽겠군 호라이즌. 소개하지. 이쪽은 엘리시움 필하모닉의 제 1 바이올린이자 데몬 타입 4종 침식체인 셰나." 


사장은 셰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빙글 돌아 호라이즌을 마주한다. 


"나는 관리자일세."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침식체와 마주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관리자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미소지었다. 


"살려주게. 호라이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