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미움받을 짓만 골라서 하시네요. 사장님." 


"내가 믹스커피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믹스커피만 타오는 자네만 할까." 


관리자는 부사장이 타온 믹스커피를 마시며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시키신 대로 협회 쪽에 정보를 흘리긴 했지만 정말로 올 줄은 몰랐어요. 너무 뻔하지 않았나요?" 


"그들에게 나는 이번에 죽일 수 있으면 대박이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덤 취급이었을 걸세. 콜드케이스(미제사건)라는 이름대로 베일에 싸인 콜드케이스의 출력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겠지." 


"적에게 그런 정보를 줘도 괜찮을까요?" 


어느새 비어버린 커피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관리자는 생각한다. 


굳이 자신이 직접 호라이즌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고. 윌버를 내버려뒀더라면 윌버는 알아서 도시를 위기에 빠뜨리고 호라이즌을 각성시켰을 것이다. 


그 편이 리스크는 훨씬 적다. 관리자와 호라이즌의 관계가 악화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관리자가 사망할 위험도 없다. 단적으로 말해서 호라이즌이 각성하지 못 하고 한 도시가 전멸당해도 관리자가 아직 살아있다면 인류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어떻게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겠나." 


"누구와 똑같은 말을 하시네요."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잘 됐으면 좋겠군." 


"그러면 좋겠네요. 정말로요." 


관리자와 이수연은 말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 


"그나저나 항상 온갖 잘난 척은 다 하더니 의기소침해진 모습이 귀엽네요. 사장님?" 


"부사장,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남자가 기운이 없을 때 회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뭐냐면..." 


"삶에 지치셨으면 미리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검은 왜 꺼내드나? 살려주게. 수연양." 


"살려는 드릴게요."


결국 만지게는 해줬다.